
- 정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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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리.
2015. 2. 17
처음엔
내가 그대들을 사랑하게 될까봐 머뭇거렸습니다.
내가 그대들을 좋아하게 될까봐 ...
배웅 온 양파양에게 인사하고 돌아서려는 찰라, 이때부터 일렁이기 시작했다. 종종과 함께 종종걸음으로 자리를 찾아 앉았다. 말 같지도 않은 말을 두 시간 내내 지껄였다. 똥마려운 강아지마냥 긴장했거나 흥분했거나 어쨌거나 그랬는데 왜 그랬나 싶다. 동대구역에 내려서면서 그것이 ‘아쉬움’의 몸짓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것은 ‘오늘’ 그리고 ‘지난 일년’에 대한 감탄사 같은 것이었으리라.
일요일은 종일 손가락도 까닥하지 못했다. 기말고사 따위의 거사를 치른 다음 날 나는 늘 이랬다. 최대한 잉여스럽게 뒹굴거렸다. 몸은 잉여스럽게 뒹굴거리지만 머릿속은 과부하 상태다. 어쩌지. 믿을만한 끈이, 든든하던 기댈 언덕이 사라지는 건가! 아~~씨 어째. 이제 또 뭐하고 노냔 말이다.
“평생동안 지난 일년만큼 자신에게 충실했던 적이 있었니?”
“아니요.”
“어땠어?”
“좋았어요.”
“뭐가 그렇게 좋았어?”
“우선은 음~~동기간이 생겼어요. 통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내 이야기를 들어 줄 친구들이에요. 나도 그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 줄 수 있어요. 기꺼이...그 친구들이 좋아요.
그리고 나를 나에게 내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어요. 내가 그럭저럭 괜찮은 놈인가 싶기도 해요. 암튼 나랑 좀 더 친해졌지요. 빤히 들여다 봐도 괜찮더군요. 나름 괜찮아요. 괜찮은 것 같아요.”
아직 읽어야 할 책이 남았고, 써야 할 컬럼도 남았고, 여행도 남았고, 무엇보다 입뽕도 남았으니 ‘마지막 수업’이란 말은 합당치 않다. 때 마침 큰 아이가 오늘 졸업식을 했다. “그간 고생했느니, 새로운 출발을 축하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렇지! 과정은 또 과정으로써의 의미가 있는 것이고, 성과는 또 그대로 의미가 있는 것이니. 이제 겨우 허들 하나를 넘었을 뿐인거잖아.
동기들아! 언젠가는 간절함이 결국 글이 될 것이고, 그렇게 뼈와 살을 녹여 한권의 책을 만들어 냈을 때 그때 마지막 수업을 열자. 그리고 이별하자꾸나. 집착하던 나와도 이별하고, 외롭고 힘들던 그대들과도 이별하자꾸나. 그리고 새로운 나와 새로운 그대들과 다시 만나자.
이젠 그대들을 실 컷 맘에 두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단단해지고 깊어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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