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수일
- 조회 수 2453
- 댓글 수 2
- 추천 수 0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리.
2015. 2. 17
처음엔
내가 그대들을 사랑하게 될까봐 머뭇거렸습니다.
내가 그대들을 좋아하게 될까봐 ...
배웅 온 양파양에게 인사하고 돌아서려는 찰라, 이때부터 일렁이기 시작했다. 종종과 함께 종종걸음으로 자리를 찾아 앉았다. 말 같지도 않은 말을 두 시간 내내 지껄였다. 똥마려운 강아지마냥 긴장했거나 흥분했거나 어쨌거나 그랬는데 왜 그랬나 싶다. 동대구역에 내려서면서 그것이 ‘아쉬움’의 몸짓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것은 ‘오늘’ 그리고 ‘지난 일년’에 대한 감탄사 같은 것이었으리라.
일요일은 종일 손가락도 까닥하지 못했다. 기말고사 따위의 거사를 치른 다음 날 나는 늘 이랬다. 최대한 잉여스럽게 뒹굴거렸다. 몸은 잉여스럽게 뒹굴거리지만 머릿속은 과부하 상태다. 어쩌지. 믿을만한 끈이, 든든하던 기댈 언덕이 사라지는 건가! 아~~씨 어째. 이제 또 뭐하고 노냔 말이다.
“평생동안 지난 일년만큼 자신에게 충실했던 적이 있었니?”
“아니요.”
“어땠어?”
“좋았어요.”
“뭐가 그렇게 좋았어?”
“우선은 음~~동기간이 생겼어요. 통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내 이야기를 들어 줄 친구들이에요. 나도 그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 줄 수 있어요. 기꺼이...그 친구들이 좋아요.
그리고 나를 나에게 내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어요. 내가 그럭저럭 괜찮은 놈인가 싶기도 해요. 암튼 나랑 좀 더 친해졌지요. 빤히 들여다 봐도 괜찮더군요. 나름 괜찮아요. 괜찮은 것 같아요.”
아직 읽어야 할 책이 남았고, 써야 할 컬럼도 남았고, 여행도 남았고, 무엇보다 입뽕도 남았으니 ‘마지막 수업’이란 말은 합당치 않다. 때 마침 큰 아이가 오늘 졸업식을 했다. “그간 고생했느니, 새로운 출발을 축하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렇지! 과정은 또 과정으로써의 의미가 있는 것이고, 성과는 또 그대로 의미가 있는 것이니. 이제 겨우 허들 하나를 넘었을 뿐인거잖아.
동기들아! 언젠가는 간절함이 결국 글이 될 것이고, 그렇게 뼈와 살을 녹여 한권의 책을 만들어 냈을 때 그때 마지막 수업을 열자. 그리고 이별하자꾸나. 집착하던 나와도 이별하고, 외롭고 힘들던 그대들과도 이별하자꾸나. 그리고 새로운 나와 새로운 그대들과 다시 만나자.
이젠 그대들을 실 컷 맘에 두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단단해지고 깊어졌으니까...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5212 |
[33] 시련(11) 자장면 한 그릇의 기억 | 앤 | 2009.01.12 | 205 |
| 5211 |
[36] 시련12. 잘못 꿴 인연 | 지희 | 2009.01.20 | 209 |
| 5210 |
[38] 시련 14. 당신이 사랑을 고백하는 그 사람. | 지희 | 2009.02.10 | 258 |
| 5209 |
[32] 시련 10. 용맹한 투사 같은 당신 | 앤 | 2008.12.29 | 283 |
| 5208 |
[37] 시련. 13. 다시 만날 이름 아빠 | 앤 | 2009.01.27 | 283 |
| 5207 |
[28] 시련(7)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 지희 | 2008.11.17 | 330 |
| 5206 |
#20 가묘유허에서_정수일 | 정수일 | 2014.09.08 | 2321 |
| 5205 | 라뽀(rapport) 55 - 다르다는 것 | 書元 | 2011.06.12 | 2326 |
| 5204 | [26] 시련극복 5. 아버지로부터 온 편지 [5] | 앤 | 2008.10.27 | 2327 |
| 5203 |
28. 준비만 하는 삶을 살고 있진 않나요? | 미선 | 2011.11.06 | 2327 |
| 5202 | Climbing - 10. Ordinary Miracle [1] | 書元 | 2013.06.02 | 2328 |
| 5201 | P를 생각하며 | 제이와이 | 2014.03.03 | 2328 |
| 5200 | 칼럼. 울타리를 벗어난 아이들 [3] | 연주 | 2011.05.24 | 2330 |
| 5199 | 비교의 경제학 [1] | 정산...^^ | 2014.06.03 | 2330 |
| 5198 | 서 [2] | 에움길~ | 2014.11.24 | 2330 |
| 5197 | #22. 표준인재 '안이다' [2] | 땟쑤나무 | 2013.11.04 | 2331 |
| 5196 | 감사하는 마음 [3] | 정산...^^ | 2014.06.17 | 2331 |
| 5195 | #16. 김기덕과 그림자 [4] | 땟쑤나무 | 2013.09.02 | 2332 |
| 5194 | 고통의주간_구달칼럼#23 [10] | 구름에달가듯이 | 2014.09.28 | 2332 |
| 5193 | 린드그렌 그녀처럼 [6] | 앨리스 | 2014.10.27 | 233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