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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25일 14시 13분 등록
내 몸에 무슨 일인가가 일어나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그것의 원인을 알지 못한다. 밖으로 드러난 현상만을 보고 몸이 아픈가, 몸이 쇠락하는 나이가 되었는가를 염려할 뿐이다. 

그저께인가 어제부터인가 화장지에 검은피가 묻었다. 시작된 날짜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은 그것이 너무 미미했기 때문에 이전에 볼일을 보고 제대로 닦지 않아서 묻어나오는 것이려니 짐작을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확실히 알게 되었다. 속옷에 검은피가 엄청 묻었기 때문이다. 

이번달에 생리를 한 것은 2월 12일부터 15일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생리후에 어김없이 감기몸살과 두통을 앓았다. 17일부터 20일까지 두통으로 명절음식 장만을 제대로 못하다가 계속 약을 먹었다. 그리고 지금 생리후 약 10일이 지난 지금 23일, 24일, 25일 오늘 검은피가 나오는 것을 인지했다.

인터넷으로 몇 가지를 찾아봤다. 거기에서 얻은 결론은 2~3일 정도 피가 계속되다가 멈추는지, 아니면 계속 검은피를 흘리는지를 지켜보고 계속된다면 산부인과를 방문하여 검사를 받아보라는 것이었다. 40대가 되고보니 걱정이 있다. 49세, 50대에 온다는 폐경이 지금 오는게 아닐까 하는 걱정과 몸 안에 혹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미리서 걱정할 이유는 없다. 2~3일간 지켜볼 유예기간이 있으니 말이다. 

문득 내 자신이 내 몸에 대해서 너무나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2년간 기운이 없고, 감기몸살과 두통으로 거의 한달에 한번씩 아팠던 것은 몸에 뭔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예전에 본 영화 '모비딕'이 생각났다. 그 줄거리나 결말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것은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주인공 기자(황정민)에게 했던 말이다. '중요한 건 수증기야. 사람들은 비가 온 후에야 뭔 일이 일어났는 줄 알지.' 기자는 의문의 사건을 쫒아서 파고 들어가던 중, 그것들 뒤에 뭔가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실체에 접근하려 한다. '구름'이 어디 떠있는지 알면 미리 재앙을알려서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분주하게 쫒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주인공에게 해준 말이 이것이다. 
'사람들은 비가 온 후에야 뭔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너는 구름을 쫒고. 그런데 말이야, 중요한 건 수증기야, 수증기! 그건는 어디에나 있지.'

정확한 대사는 아닐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한은 이렇다. 어디에서 있고, 누구의 마음 속에나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은 악의 실체. 그것이 모여 뭉치면 그때서야 형체를 드어내고 커다란 인명사고가 되는 실체인 마음. 수증기와 너무나 닮았다. 수증기는 어디에나 있고, 모든 곳에서 하늘에 올라가서 뭉쳐서 구름을 만든다. 그리고 그게 비가 되어 쏟아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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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피가 비친 뒤에야 몸에 뭔일이 일어난 줄 안다. 여성이라면 자신의 월경주기를 계산하여 어느 때즘에 배가 아플지 짐작 할 것이이다. 이것은 구름이 모여드는 것을 관찰하는 것과 유사하다. 그것에 비유할 때, 수증기는 뭘까? 비, 구름, 수증기는 물분자로 같은 것인데 형체를 달리하고 형체가 달라진 만큼 그 속성이 조금 다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같은 것이 변형된 것이다. 내 몸의 흐르는 기(에너지)가 몸을 돌고, 피가 되어 돌고, 그리고 쌓였다가 밖으로 나온 것도 결국은 같은 것일 것이다. 몸 안에서의 에너지의 순환이 지구에서 수증기의 순환과 같은 것일 테다. 수증기, 얼음과 물방울로 엉킨 구름으로 있거나 물방울이 되어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나 내 몸의 기가 돌다가 뭉쳤다가 엉켜 밖으로 내보내지는 것처럼.

과학시간에 배운 수증기나, 구름, 비는 햇볕과 바람으로 순환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 몸안에서 뭐가 순환하고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지는 배우지 않아서 모른다. 순환시키는 원리, 이유도 알지 못한다. 그러니 눈에 보이는 현상만을 보고 무슨 큰 일이 난 것은 아닐까 하고 염려하게 되는 것이다. 무지가 쓸데없는 걱정을 낳고, 한편으로는 무지가 병을 키울 수도 있다. 노화로 인한 기운의 쇠락인지, 아니면 자연의 순리에 따른 자연스런 큰 흐름을 겪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몸이 아픈 것인지 알지 못한다. 43년을 함께 살아왔고, 가지고 부리며, 때로는 누리며 살아왔지만 몸에 대해서 아는 게 없다. 아플 때에야 겨우 몸을 돌아보게 된다.  

몸에 대해서 에너지의 순환에 대해서, 자연의 순환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싶다. 무지를 알게 되었으니 공부해야할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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