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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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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26일 23시 31분 등록

 

 

지난 주 편지를 쉬었습니다. 편지를 쓰는 날인 목요일이 설날이었기에 차례도 지내고 성묘도 하고, 몇 년 만에 핑계 삼아 편지를 쉬어보았습니다. 오늘도 늦은 편지를 보냅니다. 명절 연휴 끝난 월요일부터 숲으로 귀한 손님들이 연달아 찾아와 짬을 내기가 어려웠습니다. 두 주 연속 혹여 기다리셨을 그대에게 양해를 구합니다.

 

지금은 여우숲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 지방자치단체의 교육 캠프 마지막 밤, 23일의 흐름을 챙기랴 어제에 이어 못다 한 강의하랴 지금까지 분주했습니다. 이 분주한 상황에서 어느 NGO의 실무자 둘이 인터뷰를 하겠다고 찾아왔습니다. 연초부터 공중파 몇 곳이 인터뷰와 출연을 섭외해 왔지만 모두 사양하거나 유보해 왔는데, 오늘 인터뷰는 기꺼이 응했습니다. 우리는 숲 밖으로 나와 한 음식점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으며 인터뷰를 했고 그들은 작은 카메라의 동영상 모드로 나의 모습과 말을 담았습니다.

 

그들이 기획하고 진행한 인터뷰 주제가 재미있습니다. 그것은 한 인물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다음 주에 자신들의 조직을 이끌었던 분이 임기를 마치고 떠나게 되는데 그와 교류해 온 사람들을 만나 떠나는 그에 대한 지인들의 생각을 동영상으로 담아 모으는 것이었습니다. 그 내용들을 재미있고 거칠게 편집해서 떠나는 그에게 헌정을 하려는 취지의 인터뷰인 것입니다.

 

첫 질문은 그를 처음 알게 되고 그에 대해 가졌던 느낌이 어땠냐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를 강한 사람이라고 느꼈습니다. 자신을 거침없이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요 좌중과 상대를 압도할 줄 아는 카리스마를 갖춘 리더라고 생각했습니다. 몇 가지 타인들이 생각하는 그의 특징과 정체성에 관한 아마추어적인 질문 몇 가지가 이어졌습니다. 그러더니 그의 장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나는 이 질문이 좋았습니다. 이어서 단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는 질문도 이어졌지만, 나는 누군가의 장점을 나의 시선으로 이야기해본다는 것이 각별히 좋았습니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강약을 기준으로 삼으면 사람을 이렇게 구분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약한 사람이다. 그는 나의 기준이 아닌 타자의 기준에 굴복하는 사람이다. 살고 싶은 대로 사는 사람이라기보다 누군가들이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정해놓은 길의 꽁무니를 쫓아가는 사람이다. 스스로가 시키는 삶을 사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가 시키는 삶을 사는 사람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둘째로 강한 사람은 그 정반대의 방향으로 삶을 이끌어가는 사람일 것이다.” 이렇게 말해놓고 나는 인터뷰어에게 물었습니다. “당신 생각에 그는 약한 사람이냐 강한 사람이냐?” 오랫동안 함께 활동해 온 인터뷰어는 지체 없이 대답했습니다. “강한 사람이죠!” 내가 말을 이었습니다. “맞다. 틀림없이 강한 사람이다. 하지만 겪어보니 그는 강한 사람을 넘어서고 있는 사람이더라. 그는 큰 사람을 향해 나가고 있는 사람이더라. 큰 사람은 한 마디로 품을 줄 아는 사람이다. 이 세상의 슬픔에 참여하면서도 그 슬픔을 베어내거나 궤멸시키려는 강함보다 그것을 품을 줄 아는 큰 힘이 그에게는 있더라. 큰 사람에게는 베어내 버릴 수 있는 힘을 넘어 품어서 새로운 것으로 바꿀 수 있는 깊은 힘이 있다. 한 없이 약하면서도 한 없이 강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힘일 것이다. 그는 거기에 가까운 사람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숲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거기에서 너무 먼 사람임을 한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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