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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27일 17시 45분 등록

어쨌거나남자는필요하다_구달리뷰#45

남인숙 지음

자음과모음 출판

 

1. 저자에 대하여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숙명여대 국문학과 재학 시절부터 방송작가, 자유기고가,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다. 출간 이후 80만 부 이상이 판매되며 여성 에세이 분야의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한 베스트셀러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를 비롯하여 《여자, 거침없이 떠나라》, 《여자, 그림으로 행복해지다》, 《서른에 꽃피다》,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스물아홉, 서툴지만 괜찮은》 등 2030 여성을 위한 에세이를 펴내어 독자들의 뜨거운 지지와 공감을 얻었다. 또한 중국과 대만, 베트남, 몽골에 번역 출간되어 비소설 분야의 베스트셀러 1위 기록을 세우는 등 여자에게 솔직하고 현실적인 조언을 전해주는 멘토의 지침서로서 언어와 문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동시대 아시아 여성들의 필독서로 자리 잡았다.

 
대작의 탄생, 하늘이 내린 그녀의 섬세한 이야기들
운명과도 같았던 작가로서의 삶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 작가, 그녀의 비법공개

기자는 남인숙 작가와의 단독 인터뷰 예약을 성사시키고 도시 속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 신촌의 한 카페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남인숙 작가는 이미 출판계에서 유명인사이자 수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또한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의 베스트셀러 저서이자, 책을 출간할 때마다 히트를 치는 ‘유행제조기’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가 사랑한 것은 딱 하나, 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한 관찰과 관심으로 지금의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한 것이다. ‘인공태양’으로 등단, 여성처세술 시리즈를 출간하여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인기몰이인 그녀의 이야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조명해보자.

Q : 그녀의 대작, ‘여자의 인생은~’ 의 성공의 이유는?
사실 이 책을 쓸 때 까지만 해도 이렇게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전에는 이러한 여성처세술이 나오지 못했던 것 같다. 특히 이 책에 나오는 이니셜의 인물은 모두 실존인물이다. 주로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이고 누구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한번쯤 겪는 일이라서 독자에게 더욱 더 공감이 갔던 것 같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가 2004년 이었는데 최근 출판사 ‘랜덤하우스’와 재계약을 했다. 이미 중국어판도 나왔다. 중국여행을 갔을 때 깜짝 놀랐다. 중국에 큰 서점이 있는데 내 책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있던 것이었다. 이처럼 비단 한국뿐만이 아니라 중국에서도 인기를 실감했다. 이 모든 것이 조금씩 점진적으로 이루어진 것 같다. 내가 처음 책을 출간했을 때에는 홍보나 마케팅도 없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이처럼 꾸준히 쌓이고 쌓여서 지금의 나의 모습을 만든 것 같다. 최근에는 강연회도 다니고 있다

Q : 남인숙 작가의 책은 주로 ‘여성’이 소재인데 이유는?
나는 페미니스트도 아니고 페미니즘을 지지하지도 않는다.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고 또한 여성으로 잘 살수있는 방법이나 실질적으로 여자에게 필요한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내 책 ‘여자의 인생은 결혼으로 완성된다’에서 나왔듯이 행복한 결혼생활에 대한 것이나 여자와 남자와의 차이점도 연구를 해보았다. 후자의 예를 들면, 성공에 대한 열망을 주제로 본다면 남자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상사에게 혼나면 자신의 목표를 생각하고 참는 것이 이례적이다. 하지만 여자는 직장을 행복추구의 수단으로 생각하며, 그 과정에서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Q : 작가가 된 이유는?
국문과를 나왔는데 사실 학교 다닐 때부터 국어를 잘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국문과를 가라고 추천을 많이 해주셨다. 작가가 된 것은 이처럼 자연스러운 과정 속에서였던 것 같다. 학교 다닐시 문예부로도 활동을 했었다. 대학시절에는 삶의 순간을 보고, 느끼는 것을 기록을 하고 싶어서 수첩을 가지고 다니면서 광적으로 적었다. 그런 것이 쌓이다보니 이처럼 좋은 글이 나온 것 같다.

 
Q :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려면?
행복한 결혼생활은 무조건 ‘노력’이 필수이다. 또한 이러한 노력을 하기에 앞서서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책에서도 나와 있듯이 자기 자신을 먼저 아는 노력이 중요한 것 같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나의 남편의 성향은 권위주의적이지 않고 나의 의견을 존중해준다. 이러한 점이 나와 잘 맞았던 것 같다. 나의 경우는 결혼을 25세에 했는데 결혼은 굳이 일찍 안 해도 된다고 생각을 하지만 경제적,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는 것이 장점이긴 하다. 또한 강조하고 싶은 점은 자신이 바로 서야 한다는 것이다. , 자신의 자아가 바로서야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 페미니스트가 아니냐는 질문도 들어 봤을 것 같다
앞서서 말했듯이, 나는 페미니스트도 아니고 페미니즘도 아니다. 그저 여성의 삶 자체에 관심이 많을 뿐이다. 취재 시 인터뷰를 하다보면 된장녀를 나에게 묻곤 하는데 대체 그것을 나에게 왜 물어보는지 오히려 되묻고 싶다.

Q : 인간관계를 잘하는 비결은?
인간관계를 잘하는 비결은 상처받지 않고 혹시나 외부의 상처가 오더라도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게 단련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Q: 책을 잘 쓰는 나만의 비결은?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사람의 삶 그 자체’에 관심이 많다. 고등학교 때부터 이러한 생각이 참 많았던 것 같다. 또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창작 외에는 별다른 취미가 없었고 어려서부터 글을 쓰고 읽는 것을 좋아했다. 1년에 1권씩 출간을 계획하고 집필한다. 하지만 어느 때는 몇일까지 완성되야 하는 출판사의 통보를 들으면 조급해 하기도 한다.

Q : ‘인공태양’ 으로 등단하게 된 배경
대학시절 방송작가로 일했다.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다. 영화 같은 경우에는 시나리오로 나오려면 100번의 수정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리에게 영화로 선보이는 경우에는 100개가 있으면 50개가 영화화된다. 나 역시 이러한 시놉시스를 썼는데 불운하게 영화화되지 못한 게 있다. 소재가 너무 아까워서 출간을 했던 것이 ‘인공태양’이다. 이를 계기로 등단하는 배경이 되었다. 사실 영화 시놉시스를 쓰고 동화를 썼던 경험이 지금의 작가가 된 것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다. 동화에서는 한자나 외래어를 쓸 수 없다. 이처럼 자유가 덜하지만, 쓰고 있노라면 정서적으로 충족이 된다.

Q : 좋은 남편이란 어떤 사람일까?
좋은 남편이란 자아가 안정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자아가 안정된 사람은 자존감이 있다. 하지만 자아가 안정되지 않은 사람은 늘 열등감이나 자격지심에 시달리고 무언가 정서적으로 불안정하다. 앞서 말했듯이,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한 노력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나이가 30대가 되어도 자기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 무척 많다

Q : 명화에세이를 썼는데,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식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고흐를 좋아한다. 고흐만의 느낌이 있다. 외국 여행 시, 고흐의 그림을 본고장에서 본적이 있는데 그림에 해바라기가 있는데 타는 듯한 느낌이었다. 고흐는 자신의 영혼에 물을 타 붓으로 그림을 그린 것 같다.

Q : 외국여행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나라?
파리를 추천해 주고 싶다. 파리를 여행했는데 내가 외국인이 아닌 느낌이었다. 또한 유행이 있기야 있겠지만 그것을 의식을 하지 않고 자신만의 개성대로 입은 옷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와는 달리 영국과 비교해 보자면 영국은 유행에 민감했다. 당시 영국은 스키니진이 유행이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대로 너나 할 것 없이 유행을 따르는 것을 보고 놀랐다

Q : 요즘 강연회나 취재가 쇄도하고 있다. 이에 대한 기분은?
사실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를 집필 할 당시만 해도 이렇게 까지 인기가 많을 줄이야 상상도 못했다. 홍보나 마케팅 없이 순수하게 작업했는데 최근 재계약을 하고 중국 및 다른 나라에도 수출되면서 인기를 실감한다. 유명사진작가가 책의 겉표지를 장식해주는 사진도 찍어 지금 시중에 서점에 가면 리뉴얼된 책을 볼 수 있다. 또한 강연회를 다니고 있는데 독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시간에서는 많은 여성분들이 결혼생활을 잘하는 비결이나, 기타 여성의 삶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한다. 여성처세술을 쓰는 작가의 입장으로써 이러한 호응에 감사하다. 최근에는 취재목적으로 기자들도 만나보는데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다.

Q : 사진보다 무척 날씬하고 미인이다.
원래 허약체질이다.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에다가 건강에 대한 관심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연세대학교 가정의학과에서 검진도 받았다. 커피는 하루에 1~2잔 정도를 마시려고 하고 일부러 무리하지도 않는다. 최근에는 홍삼을 먹고 있다.

 Q : 연애결혼을 했나? 중매결혼을 했나?
차라리 중매결혼을 했다면 이렇게 일찍 결혼하지 않았을 것 같다. 연애결혼을 했다. 남편 쪽 부모님께서 남편이 장남이다 보니까 빨리 결혼을 시키고 싶어 했던 것 같다.

Q :자신을 '맨땅에 헤딩하기'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그렇다. 나는 아직도 ‘맨땅에 헤딩하기’이다. 사실 20대에는 영화 시나리오를 100번이나 수정을 해야 하는 작업을 했던 것처럼 고생을 좀 했던 것 같다. 당시 방송작가 과정도 공부했었다. 그 노력이 밑거름이 되어 지금의 나의 모습이 있겠지만 여전히 나는 하루하루 도전하며 살고있다.

Q : 결혼이야기와 나와서 말인데 인연을 믿나?
그렇다. 인연이라는 것은 정말 있는 것 같다. 이렇게 기자님과 나의 만남도 인연이다.

 

2. 내가 저자라면

 참으로 도발적인 책제목이 아닐 수 없다. '남자는 필요하다'라는 명제보다 그 앞에 붙은 "어쨌거나" 이 한마디가 '남자는 필요하다'를 통째로 쥐락펴락하는 느낌이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다.

 남인숙 작가는 2009년 「여자의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에서 지극히 현실적이고 명쾌한 지침들로 젊은 여성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이력이 있다. '속물 마인드'를 전면에 세워두고 여자들의 행복을 위해 현명한 이기주의자가 되기를 독려했었다. 그녀의 지침들이 그토록 여자들을 열광하게 했던 것은 그녀가 '여성의 행복한 인생'이라는 바람을 바탕에 두고 밉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던 그녀가 2012, 진짜 대한민국 남자 심리보고서를 내어 놓았는데, 늘 함께하지만 제대로 모르고 있는 그들, 우리와 다른 성을 가진 '남자', 그것도 제대로 된 '대한민국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중국고전소설 <금병매>의 주인공 이름들을 차용해 와 소설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금련' '무대'의 만남에서 결혼생활에 이르기까지 과정의 굽이굽이마다 펼쳐지는 갈등 상황들 속에서 남자에 대해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이 책은 여성 독자를 위하여 여자가 남자의 관점에서 본 남자 이야기를 쓰고 있지만, 남자인 내가 보아도 수긍하지 않을 수 없는 남자의 특성들이 적나라 하게 펼쳐졌다. 저자는 정서적, 심리적인 측면에서는 여자가 남자에 비해 훨씬 고등동물인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끔 풀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중년 남자의 위기가 전세계에서 사망률 1위로 생명의 위기가 된 것을 바라보며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감정 표현을 금기로 여기며 오직 남자다움에만 목숨 거는 전사로 양육되어 가장으로 가정을 책임지고 있지만 가족이나 친구들 그 어느 누구와도 진정한 소통을 하지 못하고 외로움에 떨다가 일찍 죽는다는 것이다. 이 비극에서 벗어나려면 평소에 자기 감정을 표출하며 실제로 정서적 교감이 가능한 친구를 만들어야 조기 사망의 늪에서 벗어 날 수 있을 것 같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자전거로 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것도 이런 정서적 결핍을 자연 속에서 직접 몸을 통하여 충족시키려는 의미도 있는 것 같다. 여하튼 나도 몰랐던 남성 심리에 대하여 많이 배웠으며 소설 식으로 풀어간 이야기의 재미에 푹 빠진 독서 경험이었다.

 

3. 나를 무찔러온 장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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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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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남자 입장에서 쓴 남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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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정서적인 면에서 여자보다 훨씬 의존적이고 연약한 존재다. 남자는 생존에 관한 한 전문가다. 생존보다는 삶의 질이 중요시 되는 앞으로의 세상에서 감정과 관계에 능한 여자의 힘이 점점 더 세어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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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을 이해하게 된 현명한 여자들이 고집불통의 남자들을 서서히 변화시킬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이것이 내가 남자들에 관한 글을 여자들을 향해 쓰는 진짜 이유다. 그들의 내적 비극에 귀 기울여주기를 바란다.

 

당신이 남자보다 잘났다는 사실을 비밀로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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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오늘 저녁 내내 같은 얘기 하고 또 하고 한 거 알아? 좋은 일이고, 너 잘난 것도 알겠는데 듣는 사람 입장도 좀 생각해야 하는 거 아냐?

 

, 우리 누구 하나라도 잘되면 무한대로 기쁠 같은 편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지금 당신은 아무리 봐도 내 편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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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의 저주란 여배우들이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기만 하면 이혼한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상을 받은 여배우들의 남편이 같은 배우일 때 이혼하는 확률이 훨씬 높더라는 것이다.

 

아내보다 자신이 유능하다는 것을 증명할 기회를 잃어버린 남편들이 정신적 압박을 견뎌내지 못한다는 게 정설이다. 확실히 말하면 대부분의 남자들은 이 방면에서는 한없이 못난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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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여자의 손에 길러지면서도 너는 여자보다 강하고 유능해야 한다라는 생각을 어려서부터 주입 받으며 자란다. 이건 전세계 어느 문화권 내에서건 같은 현상을 보인다. 상대적으로 남자의 감정 표출과 연약함을 허용하지 않는 태도를 발견했다. 남자는 강한 남자만이 인정받는 매몰찬 세계에 내 던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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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감정은 자기 편 여자를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지원해 주어야 한다는 당위를 압도할 만큼 엄청난 것이다. 어떤 도움도 필요로 하지 않는 잘난 여자는 남자에게 있었어 자신의 못난 모습만 비추는 거울이다. 그녀와 함께 있기만 하면 남자로서 자격 없는 모습만 발견 하게 되기 때문에 그녀라는 거울을 깨고 싶어지는 것이다. 번번이 승진의 길에서 밀린 무송에게는 달뜬 금년의 말들이 모두 너는 못났어. 너는 무능해. 너는 쓸모 없어.’ 라는 말로 자동 번역되어 들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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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억지스런 태도 뒤에는 자기 여자보다 못하다는 견딜 수 없는 열패감과 좌절감이 있다는 것을 대부분의 여자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남자 부하 직원들을 잘 다룰려면 고분고분해질 때까지 밥을 사주면 돼. 내가 자기를 먹여 주는 존재라는 인식을 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나를 여자로 보지 않거든.

 

남자들은 스스로 멋진 남자라고 느끼게 만드는 여자에게 끌린다. 남자들이 유독 여자의 외모에 혹 하는 것 역시 미인이란 존재가 능력 있는 남자가 세상과의 승리에서 얻은 대가로 상징되기 때문이다. -트로피 와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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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여자보다 우월하다는 그릇된 명제가 진실임을 증명해야 할 책무를 지닌 자.
에만이란 독일 심리학자는 여자가 마음에 없는 남자를 떼어 내고 싶으면 그보다 잘났다는 것을 보여주면 된다고까지 말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알파걸들은 밖에서 남자 잡아먹는 암호랑이로 통하더라도 자기 남자에게만큼은 적당히 의존적인 순한 암사슴을 연기한다. 싱글로 늙지 않고 남자와 함께 여생을 보내기로 결정한 이상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그녀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들의 이해할 수 없는 이별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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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련이 무송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2주 전이었다 말도 없이 장기 출장을 가더니 그 이후로 전화와 문자가 뚝 끊겼다. 뒤이어 휴대폰 커플 요금제가 해지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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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의 말을 듣고 친구 춘매는 단 한 마디로 상황을 정리했다.
그거 잠수 탄 거네. 헤어지고 싶으면 그냥 연락 끊고 숨어버리는 걸 잠수 탄다고 하잖아. 그쯤 되면 그 남자하고는 완전히 끝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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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왜 헤어지자는 말 한마디도 못하고 이렇게 시간을 끌었던 것일까? 그 동안 전화를 피하고, 일부러 출장을 가고, 자신이 찾아 갈 때마다 사무실에서 몸을 숨기고 하는 일들이 훨씬 더 피곤하고 어려운 일일 텐데. 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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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나라 출신의 친구들에게 고루 물어본 결과 이별을 결심한 상당수의 남자들이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은 전 지구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도대체 왜 적지 않은 남자들이 이별의 방식으로 잠적을 택하는 걸까? 반대의 경우 여자들은 우리 그만 만나자하고 잘라 말하지 않는가. 남자들은 대개 대화라는 것을 힘들어 한다. 사람 사이의 관계나 감정에 대한 대화에서는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을 받기까지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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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감정을 느끼고 말하는데 거부감을 느끼게끔 길러졌기 때문이다. 만약 남자가 먼저 여자에게 이별을 고한다면 여자는 당연히 이유를 물을 것이고, 그것은 곧 기나긴 대화로 이어질 것이다. 좋은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진땀 나는데, 상대에게 상처 주는 내용으로 말을 공유하고 곱씹는 것은 어떻겠는가? 그건 남자들에게 명동 한복판 길거리에서 스트립쇼를 하는 것보다도 더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이쯤 연락이 안 됐으면 그녀도 내 뜻을 알겠지. 얼굴 붉히지 않고 이렇게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게 서로에게 더 좋을 수도 있어하고 제 맘 편한 방향으로 생각한다. 무엇이든 부정적인 감정이라면 그것을 직접 하지 않고 상대가 저절로 알기를 기대하는 남자들의 습관이 이별의 순간에도 드러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일을 당한 여자들 중에는 도대체 왜였는지 이유라도 알면 좋겠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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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적하는 것만으로 이별이 성립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되고 깊은 관계 라면 남자들은 다른 방법을 찾는다. 일부러 못된 행동을 해 상대방의 입에서 먼저 헤어지자는 말이 나오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여자가 일단 이별을 언급하면 그 이후의 대화에서 남자는 너무나 편해진다. ‘네가 원한다면’, 이 한마디면 끝난다.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남과 자기 스스로에게 남자답게 보이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희생도 감수하려고 하며, 누구도 그걸 말릴 재간이 없는 일종의 병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남성성에 집착하는 성향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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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감정의 격랑에 정면으로 마주하는데 있어서 여자보다 훨씬 겁 많고 소심한 존재다. 남자답지 못한 이별의 방식이 실은 남자다움을 부여잡을 수 밖에 없는 연약함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을 이해한다면 여자들은 어처구니 없는 이별에 처한 자신의 황망함을 조금쯤 덜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불가사의한 남자들의 미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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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 상대를 찾는 조건 1위가 외모일 정도니까. 사랑 받기에 충분한 인성을 가진 여자들이 남자들 사이에서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게 안타까운 것도 물론이다. 외모에 우선 끌리는 남자들의 이상형은 여자가 남자의 조건을 보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진화와 본능의 산물이다. 암컷은 수컷이 우월한 유전자뿐 아니라, 오랫동안 곁에 머물면서 자신과 함께 새끼를 길러 줄 의지가 있는지, 그럴 능력이 있는지에 관심이 많다. 반면 유전자를 되도록 널리 퍼뜨리고자 하는 수컷은 암컷이 얼마만한 임신 능력이 있는지에 더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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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미모의 그녀가 폭주족 스타일로 섹시하고 개성 있게 옷을 입고 다녔다는데 있었다. 남자들이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좋아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그녀가 누더기를 걸치고 얼굴에 먹칠을 하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버젓이 보이는 미모를 알아채지 못하는지 그 자리의 여자들은 의아할 뿐이었다.

 

남자들도 단지 유전적 우월성뿐 아니라 다른 놈이 아닌 내 유전자만을 가진 자식을 낳아줄 확률이 높은 인간 여자에게 끌리게 된다고 한다. 남자들이 원하는 것은 다른 남자들과는 섹스를 할 것 같지 않은 여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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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외모도 다른 남자에게는 허락하지 않을 것 같은 암시를 건네는 쪽이 훨씬 좋은 점수를 얻는 것이다.
찰랑이는 긴 머리와 화장기 옅은 흰 얼굴이다. 무난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차림새와 태도에 그들은 놀랍게도 일단 상대를 예쁘장한 여자라고 분류하는 단순함을 보인다. 그들의 판타지를 충족하는데 필요한 것은 신체적 조건이라기 보다는 그런 것처럼 보이는 이미지다. 그래서 그리 예쁜 얼굴이 아니어도 남자들이 원하는 이미지에 부합하는 외모의 여자들이 그들로부터 영문 모를 호의를 받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이다.

 

자존심을 건드리느니 정강이를 걷어 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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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연애를 하는 동안에도 혼자만 남자 손 한번 탄 적이 없는 순결한 손목이었지. 그게 다 이유가 있어. 남자들은 너처럼 죽자 하고 이기려는 여자, 정말 싫어해. 그냥 싫어하는 게 아니라 치명적일 정도로.

싫어? 아니, 그냥 게임 일뿐이었고 그날은 둘 다 즐겼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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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사춘기 이후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 호르몬의 강력한 영향을 받는데, 이 호르몬은 남자들이 다른 경쟁자를 물리치고 생존의 우위에 서기 위한 온갖 일을 하도록 만든다. 그 과정에서 남자들이 골수 깊숙이 만족을 느끼기 위해서는 승리라는 것이 꼭 필요하다. 남자들이 지면 속 아파하면서도 매번 내기를 거는 것도 승리의 쾌감이 그만큼 달콤하기 때문이다. 여자들보다 더 게임에 파고드는 것도 그런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

 

승리에 언제나 목말라 있고, 자신이 승리할만한 진짜 남자라는 인증을 받지 못해 늘 안달이 나 있는 게 남자인데, 그걸 이겨 술까지 빼앗아 마시는 여자에게 호감을 유지한다는 것은 남자들에게는 무척, 무척 어려운 일이야. 남자들은 여자로부터 자신이 남자로 인정 받기를 원하며 그것은 사실 구걸을 해서라도 얻고 싶을 만큼 정서적 생명을 유지하는데 간절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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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함께 있으면 내가 진짜 남자가 된 기분이 들어
그들이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는 남자로서의 자존심을 지켜 주지 않는 여자의 사랑한다는 말을 믿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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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의 좋은 관계와 사랑, 그리고 그의 건강한 자아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런 종류의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남자다움, 승리, 강인함을 인정해 달라는 외침에 항상 귀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잘 모르겠으면 그냥 남자답다, 능력이 있다, 대단하다등의 말을 하루 세 번 밥 먹는 횟수만큼 베풀어 보시라.

 

여자보다 더 거절을 두려워하는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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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기자는 왠지 모르게 조금만 더 다가가면 사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그래서 다가가고 싶어지는 그런 게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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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을 했는데도 계속 다가오는 남자들은 자신이 거부된 것을 의연히 받아들이고 다시 설득하고 있는게 아니다. 그들은 자신이 거절를 당했다는 걸 아직 깨닫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그들은 여자에게 접근 하면서 본능적으로 그녀가 자신보다 우월해 거절당할 가능성은 없는지를 먼저 관찰한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통과가 되어야 호감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남자들은 자신을 허용 할 것 같은 여자에게 애정도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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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피를 끓게 하고 갖고 싶다는 욕망에 열병을 앓게 하는 것은 내 주머니 사정에 맞춘 듯 아슬아슬한 가격표를 단 가방이다. 남자들이 느끼는 욕망도 이것과 비슷한 데가 있다. 만일 어떤 여자가 너무 많은 남자들의 구애를 받는다는 것은 그녀가 달고 있는 가격표를 수용할 수 있는 남자의 폭이 넓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자들이 무의식 속에서 구애란 능력과 남자다움의 당연한 결과물이며 그것을 거절 당하는 것은 존재에 대한 위협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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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저돌적으로 사랑을 표현하지 않는 남자들을 싫어한다. 그런 이들은 계산적이고 속이 좁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성큼 다가와 세련되게 사랑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건, 거절해도 아무 상관 없을만큼 당신을 가볍게 생각하는 남자들뿐이다.

 

레슨 2, 남자의 허세는 여자의 허영과 다르다

 

말 잘하는 남자가 대화는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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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재주가 있으나 말 주변은 없는 남자들이 적지 않다. 말을 잘하는 것과 대화를 잘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인데 남자들은 대화에는 서툴러서 여자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때가 많다. 여자끼리 대화를 할 때 상대방 여자가 하는 말들에 은근히, 그것도 반복적으로 기분이 나빠진다면 대체로 상대방에게 악의가 있는 거라고 보면 된다. 대게 여자들은 어떤 단어의 선택이 간접적으로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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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남자들은 전혀 악의가 없어도 상대방의 기분을 다칠 만한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경우가 꽤 많다. 도저히 호감을 느낄 수 없게 말하는 남자들 중에는 정말 인성이 나쁜 사람도 있지만 말주변이 없어서 그런 경우도 있다. 그들이 대화에 소질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대화를 끔찍하게 싫어하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남의 말을 듣는 재주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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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급하고 싶지 않은 사실을 말 하니까 더 상처가 되는 것이다. 진실과 진심의 차이를 자주 혼동하는 둔한 말본새 때문에 종종 남자들은 사람들 앞에 내놓기 불안한 시한폭탄이 되기도 한다. 어찌 보면 그들의 언어중추에는 타인의 감정을 배려하는 자동 기능이 빠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알고 보면 여자보다 불쌍한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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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화나서 하는 몇 마디 말을 너그럽게 받아 넘기기 못하는 것 역시 남자 공식에 맞지 않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황하고 상처 받을수록 모르는 척 되도 않는 우스개로 화제를 돌리려 한다.  그러나 그런 행동은 여자가 점점 남자에게 무시당하고 있다고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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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하나하나 낱낱이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물어보면 절대 기억나지 않는다고 대답할 것이다.

 

남자들이 불쌍한 진짜 이유는 상처 받을 만한 일을 자초해 더 많은 상처를 받으면서도 그 상처를 내보여 치료 받을 수도 없는, 그러면서도 동정 받기는 또 죽기보다도 싫은 남자병때문인데 말이다.

 

살면서 공연관람이나 여행 같은 여가활동을 통해서 얻는 즐거움이 크지만 평균적인 남자들은 여자 없이는 그런 것들로부터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그들은 삶을 풍성하게 하기 위한 모든 일들을 여자 없이 할 수 없는 것이다. 한마디로 마음 붙일 여자 없는 남자들은 사는 낙이 없다. 그래서 가상으로나마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게임에 빠져드는 것이다. 혼자서도 잘 놀고, 동성 친구들을 만나면 수다 떨 입과 커피 한 잔만 있어도 신이 나는 여자들에 비해 삶의 질이 한참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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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흉은 항상 남자로서의 정체성이다. ‘쪼잔하다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자기파괴도 서슴지 않으며, 다른 사람이 불행해지는 것도 개의치 않는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마음의 고통과 혼란은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 남자답지 못한 이유로 고통 받는 그 마음은 자기자신에게 조차 비밀이다. 왜냐고 물으면 그냥 그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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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하나 만족시키지 못하는 못난 남자로서 정체성에 상처를 입은 그들도 당사자인 아내만큼은 아니어도 충분히 아픈 것이다. ‘남자병때문에 표현을 못할 뿐이다. 그런데도 여자들에게 있어 그들은 언제나 가해자의 입장이 된다. 자신이 왜 얼마나 힘든지 설명할 재주가 꿈에도 없는 그들은 오늘도 남자가 밖에서 얼마나 힘든지 알아?’ 같은 상투적인 말로 여자들의 화만 돋우며 스스로를 아무도 몰래 불쌍하게 만들고 있다.

 

남자를 이해하는 단 하나의 코드, 남자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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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심정을 말한다면 금련은 무대가 좋았다. 그 나이까지 사회생활을 해온 사람답지 않게 그는 순수한 데가 있었다. 프로 같았던 무송은 늘 그녀를 긴장시켰지만 그는 그렇지 않았다. 그런데도 무대와는 자꾸 다투거나 화를 내게 된다. 아무래도 많이 부족해 보이는 그가 결혼을 하자고 해도 고민되겠지만, 이대로 자꾸 싸우다가 또 헤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또 위기감이 느껴지기도 하는 금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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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송과 헤어진 뒤 닥치는 대로 소개자리에 나갔던 금련은 30대 이후의 여자가 새로운 남자를 만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었다. 어쩌면 무대가 그녀에게 마지막 남자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은 복잡해지기만 하는 것이었다.

, 혼자 살아버릴까 보다. 내가 뭐가 아쉬워서 남자한테 목을 매?”

 

그러던 그녀가 일간지의 한 칼럼에 눈이 번쩍 뜨여 그를 다시 만나게 된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주제는 남자는 남자다움의 노예다였다. 칼럼은 남자는 남자다움을 자신과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존재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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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모든 이상 행동은 남자다움과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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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남자들은 여자를 이해하기 힘든 복잡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남자들에게는 낯설기 짝이 없는 감정이라는 것에 따라 여자들이 반응하기 때문이다. 여자가 느끼는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그 때문에 나오는 행동을 무슨 용빼는 재주로 이해하겠는가.

 

ð  아내를 보면 참으로 그렇다. 혹 가다 무언가에 기분이 틀어지면 입을 꼭 다무는데, 이 때면 정말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다.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으니 어찌 대처해야 할 바를 모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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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남자다움을 요구 받으며 성장하니 남자에게 남자다움은 옵션이 아닌 정체성 바로 그 자체다. 여성적인 가치가 사상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21세기에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것처럼 보이는 남자다움이 그들에게는 목숨을 바쳐 지켜야 할 그 무엇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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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수만 년을 이어온 남자들의 남자다움에 대한 갈망은 일부 마초들에만 남아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여자들이 새롭게 기대하게 된 남자의 모습과 진짜 남자의 본성이 다르기 때문에 과거보다 더 많은 남녀 사이의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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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수명이 여자에 비해 짧은 것은 남자들이 일상생활에서 남성답기 위해서 감정을 분출하지 못하고 억눌러 생기는 남자스트레스가 원인이라는 쪽으로 정리되어가고 있다.

남자들은 자신이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들 - 행복, 기쁨, 슬픔, 두려움, 사랑 등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남자다움그 한 가지와 맞바꾸었기 때문이다. 당신이 남자 속을 뒤집어 놓기로 작정했다면 남자답지 못하다는 그 한마디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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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남자다움을 충족 받았을 때에야 비로소 남의 입장을 이해하겠다는 마음을 품을 수 있게 된다.

 

남자들이 정치, 경제에 관심이 많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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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비요른 쥐프케는 남자들이 정치나 경제에 더 관심이 많은 이유가 본인의 행동이나 감정의 이유를 오로지 밖에서찾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거대담론인 척 하지만 실은 자기 감정을 스스로 읽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사회적인 이야기를 자주 대화에 끌어들이는 것이다.

 

사실, 남자들은 자신의 내적 갈등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는 데에는 비상한 능력이 있다. 심리 치료사가 가장 힘들어 하는 상대가 배운 남자들이다. 자신이 쌓아온 지식에 기반을 둔 온갖 근거들을 들이대며 깊은 대화를 요리조리 피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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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의 남자들은 자신의 감정과 사람 사이의 관계 등에서 말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신문이나 잡지, 시사프로그램, 혹은 책 속에서 얻은 지식이 있어야 무언가 할 수 있는 말이 생긴다. 남자들이 여럿이 있는 자리에서 영 말이 없다면 과묵한 성격이라서라기보다 정말로 아는 게 없어 할 말을 못하고 있을 확률이 더 높다. 과묵한 남자는 곧 아는 게 없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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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밤 바퀴벌레를 슬리퍼로 때려잡은 에피소드 하나만으로도 세 시간을 대화를 할 수 있는 여자들에 비하면

남자들에게는 유머가 있기 때문에 잠깐씩은 재미있을 수도 있지만 교감을 주고받는 대화는 아니기에 쉽게 지친다.

 

남자에게 의리는 있지만 진짜 친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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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라면 그럴 수 있어. 대화는 하지 않아도 보증은 서 줄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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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서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대화를 안 한다. 일례로, 대개의 아내들은 남편의 친구에 대해 남편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의 아내들과 30분만 대화를 하면 남편이 20년 동안 알아 낸 것보다 많은 정보를 저절로 알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자들은 자기 애인과 있었던 일들을 절친에게 거의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사적인 일들은 여자 지인에게 털어놓는 경우가 더 많다. 남자친구들은 그런 일은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감정과 관련된 소소한 말들을 늘어놓는 남자를 덜 떨어진 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노련한 남자들은 여성적인 다정함을 보이는 남자들에게 열광하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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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련한 남자들은 여성적인 다정함을 보이는 남자들에게 열광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그래서 일부러 여자들 앞에서 다정함을 과시하지마는 같은 말을 남자들 앞에서 하면 사내자식이 못났다란 말만 듣게 될 게 뻔하다.

 

남자들에게 친구란 대화를 통하여 감정적인 교류를 하기보다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받는, 혹은 도움을 줄 의향이 있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남자들의 우정은 여자친구와 헤어져서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에 대해 묻고 답할 수는 없어도 보증은 서 줄 수 있는 관계라는 것이다. 보증은 위험부담이 큰 만큼 사나이 우정의 가장 확실한 시험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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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남자들의 친구 관계의 문제점은 그들의 관계를 통해 감정의 이완을 거의 경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관계를 통해 얻는 것은 자신이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안도감, 혹은 실질적인 도움이다.

 

여자들은 관계를 맺는 동안 주고 받는 감정적 교류에 집중하고, 만나는 동안 원하는 것을 다 얻는다. 정서적인 풍성함을 선사하고 수명을 연장시켜주는 사소한(?) 장점이 있다.

 

남자들은 어쩌다 친구가 답답하여 넋두리라도 좀 하려 들면 , 그만해. 사내자식이 징징대기는…, 술이나 마셔하고 입을 막아버린다. 그건 친구의 약한 모습에 남자로서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데다, 고민을 해결해주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함에 불쾌해지기 때문이다. 친구의 정의가 상대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여기는 관계라면 남자들에게는 진짜 친구가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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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남자는 친구가 있어도 외롭다. 독일의 어느 심리학자는 남자가 자기의 약하고 못난 속내를 마음 놓고 털어 놓을 수 있는 동성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인생의 그 어떤 위기도 무사히 넘길 수 있다고 말한다.

 

뼛속까지 남자인 남자만이 부드러울 수 있다.

 

93

여자들에게 친밀한 관계란 대화를 통해 공감을 하는 관계를 뜻한다. 자신의 비밀과 속내를 어디까지 말해주었느냐에 따라 친밀도가 결정된다. 그러나 남자에게 친밀한 관계는 섹스를 하는 관계다.

 

94

여자들이 남자와의 관계에서 얻고 싶은 것 중 하나는 나와 다른 존재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새로움이다. 동시에 그 다른 존재와 소통하는 쾌감이다.

 

95

촛불을 켜놓고 아로마 오일을 푼 따뜻한 목욕물에 몸을 담그며 스트레스를 푸는 게 한없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 그는 마음이 불편해 진다. 스파란 여자들이 좋아하는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걸 눈치챈 모니카는 그에게 모형 항공모함을 준다. 남자들만이 좋아하기에 그의 남성성을 증명해 주는 모형 항공모함을 손에 쥐고서야 그는 편안한 마음으로 스파를 즐길 수 있었다.

 

남자들에게 게이만큼이나 몸서리치게 싫어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기생 오라비 같은 놈이다.

 

96

아무리 못생긴 여자라도 자기 스스로 예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거든, 그 부분을 찾아 칭찬해 주면 백발백중 넘어와. 여자들은 자신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남자에게 무방비로 마음이 열리게 되어 있어.

 

여자들이 남자에게 끌리는 것은 그들이 여자에게 없는 것 여자의 1.6배에 달하는 근력, 예리하지 않아 곰처럼 편안한 둔한 감성, 여자를 지켜주는 흉내라도 내려는 데에서 오는 안정감 따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냄새 나고 말도 안 통하며 쇼핑도 같이 못하는 남자와 왜 일생을 같이 하고 싶어 하겠는가.

 

97

같은 이유로 여자들은 여자 친구에게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남자 파트너에게서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 남자친구가 생기면 여자친구와의 교류를 싹 끊어버리는 여자들이 꽤 있는데 그것만큼 어리석은 게 없다. 긴장감 백배인 연애초기를 벗어났을 때 느끼게 될 정서적 공백을 대체 어디서 채울 것인가.

남자와의 관계에서는 그들이 적어도 노력은 한다는 것에서만 위안을 얻고, 동성의 친구들을 통해 원하는 만족감을 얻는 것이다.

 

남자들이 좋아한다는 착한 여자의 진실

 

100

남자들이 여자들을 두고 하는 착하다는 말은 자기를 거절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101

남자들에게는 여자를 통해서 남성 정체성을 확인 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 그 하나가 착한 여자. 내 말을 고분고분 잘 들어주는 여자인 것이다.

두 번째 욕구, 성취욕을 느낄 수 없는 너무 쉬운 여자여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고전이 된 노르웨이의 숲(상실의 시대)에 나오는 여주인공 나오코가 남자들이 말하는 착한 여자의 전형이다. 나오코는 주인공 와타나베의 죽은 절친의 연인이다. 나오코는 어떤 상황에서도 와타나베를 거부하지 않는다. 그가 만나자면 만나고, 적당히 애정도 주고, 그가 원할 때 어느 정도의 성적 접촉도 허용한다. 그러나 한 순간도 완전한 와타나베의 여자가 되어주지는 않음으로써 자신감과 정복욕을 동시에 자극한다.

 

보통의 남자들은 나오코 같은 여자와 함께 있을 때 자신이 진짜 남자인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와타나베 역시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미도리를 곁에 두고도 손에 잡히지 않는 나오코를 끊임없이 갈구하는 것이다.

 

102

늘 남자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친구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결과적으로 남자를 거부하면서도 나는 좋지만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안 된다는 암시를 주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본능이든 학습에 의한 것이든 그네들이 남자들의 욕구를 자극하고 해소하기에 충분한 것이었으며, 그네들이 대체로 결혼생활을 잘하고 있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알겠다.

 

103

다른 사람에게는 어떻든 나에게는 잘해주는 이성에게 매력을 느낀다는 점에서 착한 여자는 요즘 여자들 사이에 회자되는 나쁜 남자와 비슷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나쁜 남자에 끌리는 것은 소수의 독특한 취향에 불구하지만, 남자들이 착한 여자를 좋아하는 것은 범우주적인 취향이라는 것이 다르다.

 

남자들이 착한 여자에게 끌리는 것은 자신의 성취감과 정체성을 충족시키고 싶은 욕망의 발현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저 착한 척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106
그 사람 아픈 모습이 이렇게 골 보기 싫을 정도면 헤어져야 되는 거 아냐?

 

네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남자들이 좀 그런 구석이 있어 무대 씨는 지금 네가 자신의 베아트리체가 되어주기를 바라고 있는 거야 조금만 꾹 참고 이번 기회에 확실히 그 남자에게 구원의 여신이 되어 주는 게 어때?

 

107
언제나 남자답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은 속으로는 자기 여자만큼은 자신의 연약한 면을 포용하고 받아 주기를 원한다.

 

108
그들은 정말로 베아트리체를 필요로 하며, 여자들은 부분적으로나마 베아트리체가 될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어디에서도 마음 놓고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는 남자들에게는 자신이 어떤 모습을 보여도 변함없이 곁을 지켜줄 여자에 대한 꿈이 있다.

 

109
자기 여자에게만 그 누구에게도 보일 수 없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게 남자가 결혼만 하면 아이가 되는 이유이며, 오래 된 남자 친구에게 실망하게 되는 원인이기도 하다.

 

남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으며 심리학자들은 오직 여자를 통해서만 그 불안감을 관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여자가 불안감을 없애주지 못하고 그를 비난할 때 남자는 비뚤어지고 만다.

 

과거를 묻는 남자에 대처하는 여자의 자세

 

113
여자들은 주로 상대의 과거가 앞으로 그와 함께 할 일에 영향을 미칠만한 것인가 아닌가에 주목한다. 반면 남자들은 자기 여자가 많은 연애 경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오직 몇 명의 남자와 얼마나 섹스를 했었나가 관심사다.

 

114
금련이 몇 명과 육체 관계를 가졌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사실을 밝히게 되면 과거는 일순간에 구체적인 사건이 되고, 그 사건을 바라보는 무대의 시선도 바뀌게 된다. 이제 유령에 불과하던 과거는 뼈와 살을 입게 되고 현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115
구체적인 숫자나 상황, 사물, 이미지 등이 좋지 않은 최악의 이유는 그것이 상상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116
남자들은 절대로 자기 여자와의 섹스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거짓말은 금물이다. 사랑하는 여자가 순결하다고 믿고 싶은 남자의 판타지보다 더 중요한 게 신뢰이기 때문이다.

 

여자는 남자를 모른다 그러나 남자는 남자를 더 모른다

 

117
나 자기한테 매번 느끼는 건데 자기는 왜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고 들어 온 날은 기분이 별로 안 좋아? 술 잘 마시고 들어 왔는데 기분이 안 좋기는? 자기가 잘못 안 거야.

 

119
금련은 무대가 이 모임에 다녀 올 때마다 왜 습한 기운을 뿜어댔는지 그제야 진상을 알게 되었다. 그 남자는 친절한 척, 솔직한 척, 하면서 은근히 무대를 밟음으로써 쾌감을 느끼는 부류였던 것이다. 한마디로 무대는 그의 밥이었는데 바보 같은 무대는 그걸 혼자만 모르고 있는 것이었다.

 

122
그건 남자들이 정말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니라 느끼고 있는 것을 모르는 것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남자들은 무대처럼 농담의 탈을 쓴 인신공격에 화를 낼 수가 없다. 기분 상했다는 게 드러나 속 좁은 놈이라는 소리를 듣게 될까 봐 전전긍긍한다. 이런 상황이 늘 반복되다 보니 남자들은 자신이 기분 상했다는 것을 알지 못하거나 다 잊었다고 착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건강 하려면 자신이 느끼는 것과 인지하는 것이 일치해야 한다고 한다. 그게 잘 되지 않는 것을 두고 인지부조화라고 한다. 무대처럼 실제 마음이 받은 상처를 머리로 알아채지 못하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123
그저 자꾸 상처 입히는 그 놈을 불러 그런 식의 말은 내가 불편하니까 앞으로 하지 말아주면 좋겠다' 라고 분명히 말 하면 되고, 계속 그러면 다시 안 만나면 된다. 대개의 여자들은 그렇게 하지만 남자들은 그러지를 못한다.

 

124
남자들은 무조건 긍정적이고 밝은 여자들을 좋아하는 것이다 상대편이 우울하고 불행한 보이면 남자들은 직접적으로 자의식에 상처를 입기 때문이다.

 

자신이 짐작할 수 없는 이상한 나라에서 헤매고 있는 당신을 구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다. 그저 자신이 무능하게 느껴질 뿐이다. 그럴 때 여자가 좀 구차한 기분이 들더라도 구체적으로 말을 해 준다면 서로가 구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나를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말을 할 때마다 더 신경질이 나. 그냥 아무 말 말고 손만 꽉 잡아줘' 이렇게 말이다.

 

ð  아내가 왜 기분이 상했는지? 그럴 땐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좀 말해주면 내 이 한 몸 다 바쳐 충성하겠다고 해보지만 꽉 다문 그녀의 입은 좀체 열릴 줄 모른다. 이때의 막막함이란

 

정치하는 남자들이 오래 사는 이유

 

128
그녀는 남을 쥐락펴락 할 수 있는 위치에서 그가 얼굴에 내비친 섬뜩한 쾌감이 마음에 걸렸다. 남자들은 자기가 남을 통제할 수 있다고 느낄 때 엄청난 쾌감을 느껴. 그런 욕구를 건전하게 발산하지 못할 때 엉뚱한 짓을 하기도 하지

 

129
아들들은 남자 스트레스를 차곡차곡 쌓아가며 성장하고 여성들이 애초 경쟁에서 제외된 삶의 전장에서 혼자 가족 대표로 분투하며 장년기를 보낸다. 철저히 남자로 키워 졌으되 자의식이 강해진 여자들에게 자신들이 원하는 의미에서의 남자 대접을 못 받고 사회적 스트레스는 혼자 감당하다 보니 일찍 죽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한국에서도 유난히 오래 사는 남자들의 집단이 있으니 바로 정치인들이다. 직군별 평균 수명을 조사하는 연구에서마다 종교인과 더불어 최상위권을 다투는 직업이다

 

130
정치인들의 기나긴 수명은 타인을 통제할 때 유난히 쾌감을 느끼는 남자들의 특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자는 진짜 남자가 되는 게 인생의 인생의 목표다. 그런데 남자중의 남자라는 가장 중요한 증거 중 하나가 바로 다른 사람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이 다

 

심리 기전상 결혼을 하면 오히려 감정적으로 아내에게 종속되게 되어 있는 남자들이 여자를 더 통제하고 싶어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이는 부부 생활이 위기를 겪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132
여자들이 남자와 함께 오래 살고 싶다면 그를 작은 정치인으로 만들어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가 자신의 여자를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도록 해 주는 것이다.

 

그것은 두 사람이 공유하는 부분에서 결정권을 주고 그걸 존중하는 형식으로 나타나지만 이 상황에서 남자들은 결국 여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하게 되어 있다.

 

남자답지 못하느니 나쁜 남자가 되는 게 낫다

 

134
그러나 금년의 속도 모르고 무대는 평소보다 훨씬 무뚝뚝하게 그녀를 대했다. 괜히 요리를 못한다는 둥, 보기보다 몸무게가 많이 나간다는 둥다른 여자에게 창피하고 자기를 함부로 대하는 무대가 미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135
그러고 보니 그 친구는 한창 개인 사업이 잘 되고 있고, 무대 씨는 지금 그 친구 앞에서 절대로 너한테 쩔쩔매는 모습을 보일 수 없을 거야. 오늘 저녁만 적당히 연기에 주어라

 

136
자신이 상대보다 서열이 낮다는 계산이 나오면 남자는 거기에서 여성적인 영역에 속하는 다정함을 내 보일 수 있는 상태가 못 된다. 뭔가 다른 남성적인 것으로 그 열세를 보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꾸 금련 위에 군림하고 함부로 대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이다.

 

137
다른 남자들 앞에서 내가 이렇게 그에게 쩔쩔매는 이유는 그가 능력 있는 진짜 남자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 줌으로써 단숨에 그의 파워 카드의 별의 개수를 올려 주는 것이다.

 

사실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나쁜 행동을 하는 배후에는 거의 언제나 남자로서의 좌절이 있다

 

138
생각해보면 그도 힘들었을 텐데 그때의 나는 그 입장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가 아무리 힘들어도 내 고통을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그에게 무슨 짓을 해도 상관 없을 것 같았다.

 

그 게 일종의 병증이다. 그의 내면에 있는 남자를 지켜주는 한, 그가 극단적인 나쁜 남자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가 능력 있는 남자로서 아무 이상 없다는 암시를 주며 그래서 안심시켜 주는 작지만 큰 행동이다

 

남자, 사랑은 알지만 행복은 모른다

 

145
이처럼 남자들이 툭하면 여자 파트너와의 문제를 섹스로 해결하려고 드는 것은 그게 그들이 자신의 감정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146
무대가 금연에게 시도한 뜬금 없는 애정 표현은 '너와 화해하고 싶다'는 말로 그대로 바꿔 쓸 수 있는 비언어적 언어이다. 금련이 오해하는 것처럼 전후 상황도 없이 짐승처럼 욕구가 솟구쳐서 그런 게 아니라는 말이다. 나름대로는 대화의 제스처를 먼저 취한 무대는 금련의 과격한 거절에 말할 수 없는 좌절감과 억울함을 느꼈을 것이다.

 

147
가끔 다른 게 다 안 맞아도 속궁합이 맞으면 그 부부는 이혼 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듣게 되는데 그건 육체적 욕망에 충족이 모든 결핍을 대신 한다는 뜻이 아니다. 섹스라는 언어로 말을 거는 남편을 아내가 이해하는 것을 시작으로 그 부부가 진짜 대화를 한다는 의미이다.

 

남자, 유리 큐브에 스스로를 가두다

 

152
남자가 친한 친구에게 당당히 위로 받으려면 적어도 부모상이나 실직, 이혼 정도의 큰 사고는 당해 주어야 한다. 그나마도 슬픔이나 고통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그걸 시시콜콜 말하는 과정이 남자들로서는 하는 쪽에서나 듣는 쪽에서나 고통인 것을 아니까, 어깨 한번 툭툭 두드려 주는 것으로 족하다라고들 하는 것이다. 그래서 언제나 외로워 하면서도 스스로를 보이지 않는 방에 가두고 나오지를 않는 것이다.

 

153
적어도 감정적인 면에서는 남자들에게 온전한 내 편이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걸 두고 한 지인이 절묘한 표현을 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이 사회는 여자들의 승진을 막는 유리천장이 있다고 하지만, 남자들은 사방이 막힌 좁은 유리 큐브에 갇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많다는 것이다. 훌훌 날아다니며 모든 이들과 소통하는 듯이 보이지만 각자가 자기만의 유리 큐브 안에 들어 앉아 그 누구와도 교감을 나누지 못한다는 것이다.

 

남자들은 저마다 섬처럼 살아간다. 그래서 남자가 고독하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여자들이 남자와 다툴 때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그를 둘러싸고 있는 이 유리큐브 때문이다. 이 큐브는 여자를 화나게 한 행동에 대한 정당한 해명을 구차한 변명으로 여기게 하기도 하고, 대화를 요구하는 여자에게 더 이상 아무 말도 듣기 싫다, 더 이상 어떤 말도 하지 말라하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망치를 들고 큐브를 깨서 그에게 다가가려 들면 그는 여자를 적으로 간주 할 것이다.

 

157
그날 정말 화가 나긴 했지만 별일 아닌 일로 이틀이나 집에 못 들어오게 하는 건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했다. 그런데도 그녀의 미안 하다는 한마디에 이렇게 다 잊은 듯 행동하는 무대가 신기할 정도였다. 반대 입장이었다면 금련은 그렇게 쉽게 굳은 마음을 풀 수 없을 것이다.

 

남자와 여자는 상대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방식이 다르다. 철학자 칸트는 어떤 행동의 결과가 아니라 그 행동을 한 동기를 더 중요하게 보았다

 

158
여자들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대개 칸트처럼 동기와 감정을 더 중요시 여긴다. 반대로 결과를 중시하는 남자들은 과정이 어쨌든 결과만 좋으면 과정에서 감정 상했던 일들은 쉽게 잊고 용서하는 경우가 많다. 공리주의자인 벤담과 비슷한 입장이다.

 

159
행동과 결과를 중요시 하는 남자들은 당신이 행동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면 감정을 품고 있는 것이 낭비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많은 커리어우먼은 여자보다 남자 동료와 일하는 게 편하다고 말하는 이유 중 하나다남자들과 사적으로 어울릴 때면 여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가치관의 혼란에 빠질 때가 많다. 남자가 다른 여자와 자취방에서 단둘이 밤새 술을 마셨던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 여자친구는 몹시 화를 낼 것이다. 그러나 남자는 둘이 아무 일도 없었는데 여자친구가 왜 그렇게 화를 내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여자친구는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없었다 해도 그런 상황을 초래한 그 동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161
남자와 더불어 살아가면서 벽을 느낄 때는 그가 결과적으로 무엇을 바라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것을 알고 충족해주면 그제야 남자들은 원인과 결과 사이의 공백을 채우고 있는 보다 중요한 것들에 눈을 돌린다.

 

163

열심히 일해서 성취감도 느껴보고 열애의 환희에 빠져보기도 했지만 안정을 찾은 사랑만큼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건 없는 것 같았다.

 

자기 지금 행복해?

글세, 특별히 불행하지 않으니 행복한 거 아닌가?

실망스런 대답에 이어 뭔가 더 그럴싸한 말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참에, 갑자기 무대가 후다닥 몸을 일으키며 금련의 기댄 머리를 떨어냈다.

아차차, 내 휴대폰 어디 있어! 야구 중계 봐야 하는데!”

그 순간부터 금련이 만끽하던 행복의 장면은 사라지고 말았다.

 

164

나는 지금 영혼을 팔아서 가르침을 얻는 기분이라고.

 

남자들에게 행복에 대해 물어보는 것 자체가 난센스일 수도 있어. 모든 남자들은 스파르타에서 태어나는 것과 마찬가지거든.

 

165

강한 전사로 자라기를 바라는 무언의 압력이.. 스파르타 증후군

 

166

행복하다고 말하건 그렇지 않건 그들의 대답에는 확신이 없었던 것이다. 남자들은 확실히 그 질문 자체를 불편해했다.

그들은 행복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이다. 자신이 원하는 상태와 지금 기분이 좋은 상태 중 어떤 것이 진짜 행복인지 판단이 안 서기 때문이다.

 

167

남자들은 사실 너무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은 평온한 상태로 정의되는 행복에 별 관심이 없다. 그들은 성취나 정복을 통해 남자다움을 스스로 확인 받을 때에야 뭔가 쾌감을 느끼는데 그것이 행복의 증거라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행복은 어떤 기간을 두고 삶을 통틀어 봤을 때의 평균값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남자들이 그런 종류의 쾌감을 느끼는 순간들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그들에게 행복이 불편한 결정적인 이유는 행복이라는 말이 남자나라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남자들에게 좋은 것이란 권력, 명예, 돈처럼 능력에 의해 얻어지는 것들이다. 남자들이 생각하는 진정한 행복은 이런 것들을 얻어서 기분이 좋은 상태인 것이다. 그래서 현재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즐겁게 사는 일이 여자보다는 남자에게 훨씬 어려운 일이다.

 

168

수많은 여자들이 둘만의 관계가 주는 행복에 집중하고 더 발전시키고 싶어 하지만, 남자들이 그 기대를 따라오지 못한다. 아무래도 자기 감정을 이해하는데 서툴고 거기에 오롯이 집중하지도 못하는 남자와 따뜻하고 정적인 행복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169

어쩌면 남자들이 행복이라는 말에 가장 근접할 때는 게임이나 취미처럼 아무 근심 걱정 없이 무언가에 몰입할 때일지 모른다.

 

남자와 대화라는 것을 하는 몇 가지 방법들

 

171

당신은 왜 나하고 얘기를 안 하려고 해? 가족 간에 이렇게 대화가 없어서 되겠어?”

매일 보는데 무슨 할 말이 있어서.”

내가 하는 말도 하나도 안 듣잖아.”

다 듣고 있어.”

거짓말! 하나도 안 들으면서!”

대화를 구걸한다는 느낌에 자존심이 상한 금련은 더는 무대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아졌다. 금련이 입을 다물자 저녁 내내 집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고 간혹 무대가 두드리는 자판 소리만 들리는 정도였다.

먼저 잠자리에 든 금련은 마음이 허전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렇게 외로우려고 결혼한 게 아닌데.”

 

172 남자와 대화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화란 여자에게는 스트레스 해소 수단이며 오락이지만 남자에게는 집중력을 요하는 노동이다. 그래서 남자들이 휴식이 필요할 때 대화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삶의 가치는 깊은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가에 따라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173

그는 말을 해 보았자 해결되는 것도 없이 아내만 걱정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숨 쉬기 힘들다고 느낄 정도로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리면서 그는 조금씩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174

대화는 그 문제들을 다른 관점에서 보도록 만들어준다. 대화를 함으로써 그는 문제를 더 잘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175

남자들은 누군가와 마주 앉아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그러나 3의 다른 대상을 함께 바라보면서 하는 대화는 상대적으로 편안해 한다. 실제로 드라이브를 한다든지, 스포츠 관람을 한다든지, 함께 요리를 한다든지 하면서 대화를 하면 그들은 보다 순순히 말문을 연다.

 

176

여자들은 일생의 어느 시점에 있건 간에 자기 남자가 평생을 함께할 사람이라면 지금부터 함께 서로 대화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가뜩이나 대화에 서툰 남자들은 나이가 들어 뇌의 전두엽이 노화하기 시작하면, 한 말 또 하기, 남의 말 절대로 안 듣고 자기 말만 하기, 말하다 샛길로 새기 등을 일삼는 최악의 대화상대가 되기 쉽다. 아직 젊어서 남의 의견이나 변화 등을 보다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상대의 말을 들어주는 대화다운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가 40대 이후 도무지 말이 먹히지 않는 보수꼴통이 되느냐, 쿨한 미중년이 되느냐는 그녀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자는 여자로 인하여 변하지 않는다

 

180

실제로 사랑을 하면 사람은 변하기는 한다. 그러나 그것은 영구적으로 사람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잠시 미쳐서 그러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일종의 정신병에 걸리는 것 아닌가.

모든 여자들은 남자들이 약 기운에 취해 하는 행동을 보고 평생을 결정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남자들은 여자들에 의해 결코 변하지 않는다.

 

181

남자들이 여자들 때문에 변하는 것을 내켜 하지 않아서 더 그렇다. 일단 남자들이 여자가 자신을 변화시키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경계를 하기 시작한다. 남자들은 자신이 여자에게 휘둘린다고 느끼는 것을 매우 불쾌하게 생각하며, 그 사실을 남이 알게 되는 것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남자들이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한, 1센치도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옮겨 앉으려 하지 않는다.

 

182

늦게 들어오지 말라는 윽박 대신, 당신은 가정에서 필요한 사람이라는 메시지가 들어있는 말 한마디가 나오기를 바라서 버티는 소심한 남자들이 실은 대부분인 것이다.

 

남자에게는 동의를 여자에게는 공감을

 

185

정말 이해가 안 가, 내가 틀렸다. 그 한마디 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 평소에도 청소는 자주 하면서 승복하고 그냥 하면 안 되는 거야?

 

186

여자는 상대와 의견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도 상대와 공감대를 형성하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상대가 내 의견을 존중해 준다면 문제없다. 그러나 남자는 자신이 틀렸다는 말을 듣는 것을 몹시 싫어한다. 특히 여자에게 틀렸다는 말을 듣는 것은 정체성에 위협을 받는 중대한 사건이기 때문에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 아무리 고운 말로 포장을 해서 이성적으로 전달해도 마찬가지다. ‘남자가 여자보다 이성적이다란 말은 남자 정체성을 건드리지 않았을 대에만 해당되는 말이다.

 

190

남편과 함께 있으면 당신 말이 맞아란 말을 습관적으로 한다.

그의 의견에 동의를 해 줘라. 그리고 당신 맘대로 하라.

 

남자가 뇌를 집에 두고 온 것처럼 행동할 때

 

194

그들은 멍하니 있을 때 여자가 말을 걸며 무슨 생각 해?’하고 묻는 걸 무척 싫어한다. 지극히 당연한 것이, 그들은 딱히 뭔가를 생각하며 눈의 초점을 풀어놓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럴 때, ‘, 네 생각해라고 태연히 대답한다면 그는 고도로 훈련된 선수임에 틀림없다. 나 역시 한때는 연인이었던 남편에게 수없이 그런 질문을 했었고, 진심으로 그가 그토록 깊게 생각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무척 궁금했었다. 그는 그때마다 그냥, 아무 생각 안 했어라고 말했지만 나는 믿지 않았다.

 

195

남자는 어찌 보면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단순하며, 그래서 오히려 이해하기 힘든 존재다.

 

남자의 책임감, 여자에게 적인가 아군인가

 

199

이 문화권에서 태어나고 교육받은 남자들에게 집안일이란 태평양 심해어의 산란이나 안드로메다 어느 소혹성의 유성 충돌과 마찬가지로 자신과 아무 상관없는 일인 것이다.

요즘에는 결혼하면 어느 정도 집안일을 나누어 맡는 남자들도 많다. 그러나 그것은 아내를 위한 일종의 이벤트일 뿐이지 자기 일이 아니다.

 

200 가정 경제는 남자의 책임

겉으로는 전혀 그래 보이지 않을지라도 그들의 머릿속은 누군가의 존재를 책임져야 한다는 무거운 압박감으로 꽉 차있다. 그 심리적 책임은 남자들이 실제로 갖고 있는 능력에 비해 터무니 없이 크고 무거워서 남자들이 그 외의 어느 것도 책임지고 싶어 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여자의 일은 극단적인 상황이라면 언제든 벗어 던질 수 있는 짐이지만, 자신이 일을 하는 것은 아틀라스가 지구를 떠받치고 있는 것처럼 떨칠 수 없는 숙명이라고 느낀다.

 

201

자기 아내가 일을 하는 목적은 자기계발. 언젠가는 그녀들이 온전히 돌아가야 할 그 일 집안일을 지금부터 그녀의 영역으로 미뤄버리는 것이다.

 

이제 여자들이 보다 균형 있는 삶을 남자들과 나누고 싶다면, 그의 마음 속에서 남자로서의 책임감을 나눠 받는 작업을 해야 한다.

남자들은 대개 자기가 남자로서의 책임을 다할 수 없다고 느낄 때 대책 없이 무책임하게 행동하려는 심리가 있다. 능력 없는 남자보다는 무책임한 남자가 되는 것이 차라리 낫기 때문이다.

 

202

내가 아는 한 여자는 툭하면 남편에게 힘들면 사표를 내라. 당신 그 동안 정말 수고 많았다. 내 월급으로 우리 식구쯤 먹여 살릴 수 있다 하고 큰소리친다. 그러나 그 남편은 결혼한지 십 수년이 다 되도록 한 번도 사표를 내지 않았고, 여느 한국 남자보다 집안 일도 잘 돌본다. 나는 그것이 남편에게서 책임감을 나누는 그녀의 삶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남자를 대할 때 책임감을 덜어주면 그가 그 책임감을 핑계로 회피하고 있는 수많은 의무들을 어느 정도 그와 나눌 수 있다. 서구의 여자들이 우리보다 훨씬 많은 것을 누리고 있는 것도 그녀들이 남자들의 책임감을 상당부분 나눠가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여자들의 권리를 상당부분 빼앗고 원하는 수만큼의 아내를 둘 수 있는 아랍의 남자들은 자신의 모든 아내들에게 똑 같은 삶의 질을 보장하는 엄청난 책임을 진다.

 

수퍼맨이 되어야 하는 현대의 남자들

 

204

내 마음에 드는 게 뭘까, 하고 한번이라도 더 생각해봐 주는 게 애정이잖아. 당신은 그걸 하기가 귀찮은 거고, 한 번이라도 나 때문에 고민하며 무언가를 사볼 수는 없는 거야?

고민해도 결과는 마찬가진 걸, 나는 죽어도 여자 선물 고를 자신 없어.

 

205

역시 마음이 없는 거야. 생각하기가 싫으니까 그냥 무조건 비싼 걸로 집어온 거지. 난 그냥 길거리에서 산 거라도 당신이 내 생각하면서 사온 거라면 아무거나 다 좋던데…!

 

206

지금 남자들은 여자들과는 반대로 자신들이 힘들기 그지없는 남자 역할에 여자 역할까지 덤으로 강요 받는다고 느낀다.

남자가 더 강해야 하고, 더 능력 있어야 하고, 누군가를 돌볼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요즘엔 다정함이나 배려 같은 여성적인 장점까지 갖춘 남성들이 각광받고 있는 게 현실이니 남자들이 난감해하고 있는 것이다.

 

207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능력을 타고나지 않은 이들에게는 어려운 게 있는 법이다.

많은 이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남자가 다정하고 부드러운 성품을 가진다는 것은 웬만큼 강력한 자존감을 가지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것은 자신이 뼛속까지 진짜 남자라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할 때만 가능하다.

 

208

남자의 세계에서 나고 자랐으면서도 온통 여성적 가치가 판을 치는 세계에서 사노라 불안에 떨고 있는 그들과 손을 잡아주는 것,

 

슬픈 진실, 남자는 영원히 철들지 않는다

 

214

아이와 남자의 공통점이 상당히 많다. 아이가 아이인 이유는 자기중심적 성향 때문인데, 남자들은 여자들이 익히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이다.

남자는 모두가 애다는 메타포가 아니라 액면 그대로 사실이다.

 

216

모든 남자들에게는 남을 위한 배려나 희생을 할 때조차도 그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하는 면이 있다. 어느 드라마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시력을 잃은 여주인공에게 두 눈을 모두 주는 감동적인 장면이 있었다. 그러나 여주인공이 그 덕에 시력을 찾고 건강해진들 마음 편하게 여생을 살아 갈 수 있을까? 그와 대비되는 실화가 있다.

217

마음 같아서는 두 눈을 모두 주고 싶었지만, 네가 장님이 된 어미를 돌보게 되면 힘들어질까 봐 한쪽 눈은 그냥 내게 남겨 두었다.

그게 남자와 여자가 하는 배려의 차이이다.

남자들이 여자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어쩔 수 없이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남자와의 연애가 길어질수록 그의 아이 같은 자기중심성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218

여자는 분개하지 말고 오히려 심리적 어린아이가 험한 세상에 던져져 어른 노릇 하느라 참 고생이 많구나하고 바꿔 생각하면 연민마저 인다.

 

229 아줌마

남자들이 남의 시선을 훨씬 더 의식하며, 부정적인 시선을 받는 상황을 도저히 견뎌내지 못한다. 남자병은 그런 남자답지 못한 요구를 하느니 콱 죽어버려라하고 명령한다.

 

여자들은 이익이 되는 일과 체면이 깎이는 일의 경중을 마음속 저울로 재빨리 재보고, 괜찮다 싶으면 행동에 돌입한다.

 

성기능과 머리카락 중 성기능을 선택하는 남자

 

236

실제 탈모치료제를 먹어 본 사람들은 죄다 그거 남자가 먹을 게 못 된다라고 말하며 그냥 대머리의 길을 택하고 만다. ‘남자의 기능이란 것이 워낙 정신적인 것과 관련이 있다 보니 그 약을 먹으면 안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배우자 외에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그 내밀한 능력을 위해 남자의 외모에서 꽤 치명적일 수도 있는 대머리를 망설임 없이 선택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잘못 복용하면 심장에 이상을 일으킬 수도 있는 비아그라는 활발하게 불법으로 거래되고 있다.

 

237

남자의 섹스는 그들이 이제껏 살아오면서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아온 남자의 상징이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그 상징을 확인하며 자신이 여전히 남자라는 사실에 안도하곤 한다.

 

여자들끼리 서로의 경험을 이야기하다가 보면 섹스 후에 좋았어?하고 묻는 일이 남자 행동 매뉴얼에 나와 있기도 한 건지 의문을 품게 할 때가 많다. 그 질문의 의미는 정말 여자의 기분이 어땠는지 궁금하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수컷으로서 쓸모가 있는지 확인 받고 싶다는 의미다.

 

일상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상처받는 남자 정체성을 치료해 주는 가장 직접적이고 쉬운 방식이 섹스이기 때문이다. 과거 환관들이 그토록 권력에 집착했던 원인을 섹스를 통해 남자를 확인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238

섹스에 대한 표현은 그들이 그토록 집착하는 남성적 정체성에 대한 일종의 마법의 주문과 같다. ‘너는 지금 수컷으로서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라는 신호만 보내준다면 그들은 상대가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건 상관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게 연기라고 해도 말이다.

 

모든 남자 안에는 헐크가 있다

 

242

식당에서 나왔을 때 금련은 무대가 제일 싫어하는 백화점에 함께 가자고 했다. 그녀는 15켤레의 구두를 일일이 더 신어보고 예쁘냐고 물어본 다음 결국 미리 봐 두었던 그 구두를 샀다. 피로와 짜증이 쌓인 상태에서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고픈데 금련은 영화보기를 제안했고 들어간 극장에 입체 영화 상영관이 없었다. 무대는 그냥 여기서 보면 안되겠냐고 말했는데 금련은 단호히 다른 극장에 가자고 했다. 그 순간, 무대는 뭔가 마음 속에서 툭 끊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이성을 잃고 마구 소리를 질러 댄 것이었다.

 

243

이럴 때 여자들은 남자가 그토록 분노하는 이유를 꿈에도 모른다. 그러나 남자 자신조차도 왜 자신이 그렇게까지 화가 났었는지 알 수 없기는 매한가지이다.

 

이와 같은 남자들의 버럭은 남자들이 감정을 제때 배출하지 못해서 계속 열이 올라가 끝내 과부하를 일으키는 게 원인이다. 이런 경우 여자들이라면 회사에서 컴프레인 때문에 다시 작업해야 하는 상황을 미리 상대에게 알린다. 따라서 상대가 평소보다 기분을 맞추어 주려고 조심을 하게 되고, 첫 단계에서부터 과부하의 가능성이 차단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남자들은 언제나 아직은 남에게 알릴 만큼 일이 크지는 않다고 생각해 말을 하지 않는다.

 

244

헐크는 가슴 속에 언제고 폭발할 분노의 재료를 차곡차곡 쌓아가며 살고 있는 남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안겨주었다. 어떤 의미에서 모든 남자는 헐크다.

 

남자들의 버럭하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사람은 누구나 감정을 밖으로 배출해야 살아갈 수 있는데 남자들은 슬픔, 외로움, 두려움 등의 감정을 말이나 행동으로 쉽사리 표현할 수가 없다. 남자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은 그나마 분노가 유일하다.

 

헐크처럼 감정을 폭발시킨다는 것, 활화산처럼 감정을 일순간에 뿜어낸다는 것…, 말만 들어도 어딘가 남성적이지 않은가? 그래서 남자들은 엉뚱하게도 자신의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분노로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슬퍼도 화를 내고, 무서워도 화를 내고, 절망해도 화를 내며, 외로워도 화를 낸다는 뜻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스티븐은 분노는 자기 회의나 무력감, 자의식 위축을 해소시켜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245

이 느낌은 마약과 비슷한 작용을 해 일종의 중독증세를 불러 일으킬 정도라고 한다. 화를 지나치게 자주 내는 사람은 그저 성질이 불 같은 게 아니라 분노에 중독된 것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멀쩡하던 남자가 근래에 들어 부쩍 화를 많이 낸다면, 그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신호다. 남자들의 우울증이 화내는 것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기억해 둘 만한 사실이다.

화를 내며 쏟아내는 독설들은 실은 나약하지만 나약하다고 말하지 못하는 남자들의 눈물이기도 하고 도와달라는 애원의 말이기도 한 것이다.

 

그는 왜 냉동식품을 냉장실에 넣을까

 

248

남자들이 긴장이 풀어진 환경에서 얄미울 정도로 뇌를 쓰지 않는 이유는 그들의 사고가 단선적이기 때문이다. 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난 그들은 목적한 바를 달성하기 위해 뛰어난 분류, 분석 능력을 발휘하지만 일상 생활의 사소한 가치는 그들에게 집중할 가치가 되지 못한다.  가지를 뻗은 나무와 같은 형태로 사고하는 여자들은 큰 줄기 외의 지엽적인 문제에도 에너지를 배분하지만 남자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250

예전의 아버지는 가족의 일원으로서는 참여를 못하더라도 일종의 생활비를 대는 스폰서로서 인정과 존경을 받았지만, 이제 더 나은 삶의 질을 원하는 사람들은 남자에게서 그보다 많은 것을 원한다. 그들은 삶을 함께하지 않는 가족을 심정적으로 인정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요즘 들어 중년 남자들이 부쩍 소외감을 느끼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251

세상에 그게 먹히더라고!

, 역시 자기 생각하는 게 남자답다. 난 큰 가구 옮기는 건 생각도 못하는데….. 이말을 들은 그는 유난히 열정적으로 가구배치를 주도했다.

 

252

기존 사회에서 나고 자란 요즘의 남자들은 성능에는 큰 편차가 있을지언정 모두가 돈 버는 기계나 다름없다.

 

나쁜 남자보다 여자에게 해로운 존재는 못난 남자이다.

 

256

쓸모 있는 회사원으로서 용도가 다 되어가는 그가 가진 것은 대출이 왕창 끼어있는 30평대 아파트와 펀드 조금, 중형차 한 대가 전부다.

사실 무대가 더욱 심란한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어제 동기 하나가 또 사표를 냈다는 것이었다.

 

257

여자는 보통 10년 단위로 나이가 꺾일 때마다 몸살을 앓는다. 하지만 남자는 그런 거 없다. 젊음은 비포어 군대, 포스트 군대로 나뉠 뿐이고 그 다음부터는 그냥 살기 바쁘다. 군대 다녀오면 바로 취업과 결혼 준비에 올인한다.

 

258

남자들은 청년시대를 넘기고 30대를 이별할 즈음에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두려움과 불안감에 직면한다. 이는 남자들의 정체성이기도 한 직업적인 성취, 능력 같은 것이 서서히 쇠퇴기를 맞기 시작하는 것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아이들은 말주변 없고 자기에 대해 아는 것도 없이 간섭하기만 하는 아빠의 접근을 짜증스럽게 여기며 아내는 그런 아이들 뒷바라지로 너무 바쁘다.

2008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40-50대 남자의 사망률이 전체 사망자의 77%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중년의 위기라는 게 곧 생명의 위기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그들이 암에 걸리고 뇌혈관 질환으로 쓰러지고 하는 건 그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일을 너무 많이 하며, 너무 외로워서다.

 

259

남자들이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걸 지켜보는 일은 조마조마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아이의 기분을 전혀 읽지 못하고 엉뚱한 타이밍에 장난을 거는가 하면, 아이가 기분 상할 만한 농담을 해서 기어이 울리기도 한다. 아빠와 상호작용을 많이 하는 아이들이 사회적으로 성공할 확률이 높은 이유도 세상 모든 사람이 엄마처럼 자신을 배려해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고 단련해 주기 때문이라나!

 

260

남자가 가족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 끊임없이 대화를 이끌어 내기, 집안일에 참여시키기, 그리고 그가 언제나 믿음직한 진짜 남자라고 스스로 느끼게 해주기 등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이며 가장 효과 있는 일이기도 하다.

 

남자도 울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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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 특히 한국 남자들은 같은 남자들끼리 흘리는 눈물을 상당히 불편해 한다. 도대체 왜 이들은 이렇게까지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걸까? 잘 우는 사람이 우울증에 덜 걸리고 위장 장애나 심장병도 덜 생긴다고..

 

남자도 울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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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 특히 한국 남자들은 같은 남자들끼리 흘리는 눈물을 상당히 불편해 한다. 도대체 왜 이들은 이렇게까지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걸까 ? 잘 우는 사람이 우울증에 덜 걸리고 위장 장애나 심장병도 덜 생긴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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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울먹이면 나는 안아주거나 방에 혼자 있게 해 줘 실컷 울도록 배려한다. 2-3분 엉엉 울고 난 아이는 말갛게 개인 얼굴로 일상으로 돌아온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금세 재잘거리고 웃는 아이를 보면 눈물의 스트레스 해소 효과는 우리의 상식 이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중용에는 희로애락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중용의 덕이라는 말이 나와 있고, 체면 좀 생각한다 싶은 사람들은 그 말을 충실히 따랐다. 따지고 보면 현대화가 일본 제국주의 치하의 복잡한 상황과 맞물려 있던 우리나라는 성공적인 가치관을 전복 할만한 뚜렷한 계기가 없었다. 과거의 성리학은 아직 살아 남아 우리의 남자들을 조정 하고 있고, 남자는 평생 딱 세 번 운다는 출처조차 분명하지 않는 말을 대단한 금언처럼 받들더니 그 말씀대로 울음을 놀러 참고 있다. 남자라고 해서 평생 3번만 울어야 하는 법이 어디 있는가. 울 일 있으면 하루 세 번이라도 울어야 한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중년 남성 사망률도 남자라 울지 못하게 하는 문화와 관계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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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제는 남자들이 혼자 있을 때도 잘 울지 못한다는 것이다. 학습된 무기력 때문이다.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그들의 눈물은 가슴 안에 고여 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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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는 눈물 방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말 그대로 울고 싶을 때 들어가서 실 컷 울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간이다. 눈물을 짜낼 수 있도록 고추나 양파 같은 것이 구비 되어 있다나. 진짜 눈물을 퍼 올리는 마중물이 되어 줄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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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도 울 수 있어요 살 수 있다

 

남자는 출세 할 만 하다. 그래서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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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시간이 많아지니까 할 일이 없어 일을 할 때는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나서 이제 그만 만나고 싶다 하는 생각까지 들었는데, 은퇴하고 나니까 만날 사람이 없어. 마누라는 나름대로 일이 많아서 밖으로만 나가려고 하고. 여행도 기껏 일주일이지 맨날 그러며 살수 있나. 그래서 일자리를 알아 봤더니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뿐이더라고. 그런데 여기라도 나오니까 내가 숨을 쉬겠어. 마누라도 궁상을 떤다고 잔소리 하면서도 은근히 좋아하는 눈치고.

 

무대는 삼촌의 얘기를 듣고는 가슴에 바람이 부는 것을 느꼈다. 그것도 스산한 늦가을 바람이. 이럴 수는 없다. 삼촌은 무대의 우상이었고 샐러리맨이 된 후부터는 꿈 그 자체였다. 세상의 모든 신입사원들의 롤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삼촌만큼은 여기 이 두 평 남짓한 경비실에서 하루 종일 cctv 모니터만 들여다보고 있어서는 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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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의 성형을 관찰하고 공부하면서 그 외에도 남자들의 성정 자체가 성과주의 사회에 더 알맞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한마디로 남자들은 적어도 이사회에선 출세 할 만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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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에 예민하기 때문에 여자는 일에 대한 목적과 가치관도 남자와 다르다. 남자들에게는 결과주의적 성향이 있기에 과정이 힘들더라도 목표를 이루기 위해 견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자는 다르다 아무리 이성 적으로는 참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과정이 행복하지 않으면 그것을 참아내야 한다는 동기를 내면화하지 못한다. 그래서 여자들은 모든 걸 희생해서라도 출세를 해야 할 문턱에 섰을 때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느낀다. 여자는 행복해지기 위해 출세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남자들은 같은 상황에서 그냥 간다. 목표를 위해서는 희생도 필요하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남자들이 출세에 좋은 이유 중 하나는 남자들이 보다 행동 지향적인 것이다. 여자들은 생각을 통해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은 다음 최종적으로 행동에 옮기려 한다. 하지만 남자들은 문제 해결은 곧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단 저지르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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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가 아닌 비지니스 세계에서는 그래야 뭔가 일이 성사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그건 출세에 있어 아주 중요한 요인이다. 여자들 중에서도 성공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행동 지향적이다.

 

끝까지 달려 가본 남자들은 벼랑을 만난다. 그리고 거기서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벼랑 끝에서 극소수는 헬기를 타고 더 멀리 날아가지만 그들도 결국은 별 다른 게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남자의 우울증이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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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우리 여자들 보다 훨씬 잘 하는 몇 가지 중 하나가 바로 자기 감정을 숨기는 것이다 그들은 아주 어려서부터 얼굴 근육을 조절해 얼굴에서 감정을 지우는 연습을 해 왔고, 자기가 느끼는 것들을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하지 않도록 훈련 받았다. 그런 능력은 남자들끼리의 서열을 정하거나 일을 할 때 심리전에서 유리하게 작용하기는 하지만 그들이 약하고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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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재밌는 성향 중 하나가 자신이 먼저 약한 모습을 보이기는 싫어하면서도 여자가 그 약점을 알고 보살펴 주는 것은 또 즐긴다는 것이다.

 

남자는 좌절하면 못난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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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한 남자가 얼마만큼 못나지는지 아니? 그건 무대가 지금 너를 더 필요로 한다는 신호야. 망설이지 말고 그를 힘껏 잡고 품어줘. 그럼 평생 동안 그 빚을 몇 배로 갚아 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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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같은 사람이 애초 그런 본성을 타고나서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실 모든 남자들은 자존감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어린아이처럼 이기적으로 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여자는 자존감이 떨어지면 나쁜 남자를 사랑한다. 자신이 너무 못나서 그런 남자에게서 나쁜 취급을 받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며 안도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런 여자들은 평범한 남자까지 나쁜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경우까지 있다. 그러나 남자는 자존감이 떨어지면 자기 여자를 괴롭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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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에서 남자들이 여자 파트너를 자기 자신을 반영하는 거울로 본다고 해석한다. 예를 들어 여자가 나 힘들어 하고 말하면 남자는 자기 여자를 힘들게 하는 못난이야 하는 말로 받아들이고, 불행한 표정을 하고 있으면 너는 자기 여자 하나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는 무능한 놈이야로 알아 듣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 때문에 여자가 고통스러워 할수록 남성 정체성에 상처를 받는다. 남자에게는 그것이 우리 여자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것이라서 그 정신적 고통을 피하기 위해 여자에게 잘못을 돌린다. 그러면 상처받은 여자는 더욱 남자에게 상처 될 만한 반응을 하게 되어 있다.

 

한마디로 상처의 악순환인 것이다. 무대는 자신의 실직 상황과 화려한 스테이크집의 분위기의 부조화에 일차적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다. 그 상처를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고통스러우므로 모든 죄를 금련에게 뒤집어 씌워 괴롭힌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녀는 불행해지고 그걸 지켜보는 무대는 한층 더 괴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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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경우 남자가 스스로 돌파구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정말로 관계가 악화되기 쉽다. 그것은 옳고 그름이나 자존심 같은 요소들을 떠나 그 남자가 스스로 내가 남자다운 남자라고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남자는 자신이 진짜 남자라고 느낄 때에만 사람 구실을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훌륭한 남자들은 훌륭한 사람이기 이전에 진짜 남자인 것이다. 능력 있는 수컷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에 상처를 입은 남자에게 인륜이나 도덕 같은 건 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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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다른 맹수에게 물려 상처를 입고 동굴로 들어온 성질만 난폭해진 짐승을 대하는 여자들의 결정은 둘 중 하나다. 냉정하게 동굴을 떠나 다른 건강한 수컷을 찾거나 그 성질머리를 받아주면서 상처를 치료해주거나

 

만약 후자를 택 한다면 여자들이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 메뉴얼이 있다. 남자 앞에서 밝은 표정을 짓고, 그의 긍정적인 행동들에 대해 대단하다, 남자답다, 능력이 있다 등의 칭찬을 자주해 준다. 굳이 자신을 낮출 필요는 없지만 항상 당신이 나보다 능력이 있다 라는 암시를 준다. 당신이 거울이 되어 남자다운 남자의 모습을 비추어 주는 것이다.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들이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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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감정표현이 금지된 남자들이 유일하게 표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감정은 분노다. 그런데 이 분노를 다른 방법으로 극복할 능력이 없는 남자들은 폭력을 사용하면 일시적이나마 다른 사람을 통제할 수 있어서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그들은 남자로서의 정체성을 스스로에게 납득시킬 만한 것을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기에 그나마 남자다운 것에 가깝다고 믿는 폭력에 의지하는 것이다. 무대가 평소와 달리 폭력을 쓰고 싶은 충동에 쉽게 휩쓸리는 것도 그 안에 있는 남자 정체성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게 폭력적인 남자들이 죽기보다 내 보이기 싫어하는 그들의 진짜 속내다. 아이러니하게도 남성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도 있는 폭력을 사용하는 남자가 사실은 가장 남자답지 못한 남자인 셈이다.

 

만약 평소 폭력적이지 않던 남자가 무대처럼 자기도 모르게 폭력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그는 단순히 화가 난 게 아니라 도움을 필요로 하는 가장 연약한 상태일 수 있는 것이다.

 

연기력 있는 여자만이 남자와 사막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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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가 다시 직장을 구하는 날 금련은 그만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무대가 가출하고 나서 이혼까지 생각 했던 그 밤, 서문경의 기나긴 이메일을 읽은 지 두 달 만이었다. 그의 당부로 금련은 마지막으로 무대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고 한동안은 눈 딱 감고 살아있는 부처로 살겠다 결심했던 것이다. 무조건 그를 격려해주었고, 무조건 그를 믿어 주었다. 농담으로라도 그의 능력을 의심하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 덕에 무대는 조금씩 자신감을 갖고 그것이 밖으로 드러났는지 동종업계의 괜찮은 자리에 들어갈 수 있었다.

 

302
전에 가정 폭력을 행사 하던 남편들이 대는 이유 중 하나가 연애시절 너무 무시하며 힘들게 해서라는 것이 수위에 올랐다는 말을 듣고 경악 했던 일이 있다. 모든 남자들이 쌓인 감정을 폭력으로 푸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남자가 여자를 사랑해서 대범하게 받아준다고 여겨졌던 일들이 실은 좌절 감과 수치심으로 마음 속에 쌓이고 있었다는 사실만큼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떤 남자든 좋은 관계를 시작하고 무엇보다 유지하고 싶다면 진짜 남자가 되고 싶은 그의 소박한 욕망을 채워주는 연기를 할 수 있어야만 한다. 기실 시간이 지날수록 남자가 푹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하는 여자들은 대개 그 연기력이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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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꾹 참고 자상한 남편의 배려에 몹시 믿음직해 하고 고마워 하는 아내를 연기한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남편 역시 속으로는 환장하게 귀찮은데도 무거운 짐 들고 공항 버스를 힘들게 오를 아내를 걱정 해주는 자상한 남편을 연기 하고 있다는 것을. 피차 짜는 치는 고스톰 이란 것이 뻔한 데도 우리는 최선을 다한다. 우리의 의도 자체는 진심이니 때문이다.

 

그래도 남자는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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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구라는 행성에서 오랫동안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남자 여자가 달라 서로를 보완했기 때문이다. 이제 그 다름이 종의 존속이 아닌 개인의 삶의 질에도 기여해야 할 때가 되었다.

 

언제나 남자다워야 하고 마음이 크고 넓어야 한다는 당위와 달리 작고 겁 많은 자아의 모순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남자들, 그들은 지혜로운데다 자신을 큰 마음으로 품어 주겠다고 결심까지 한 여자들 앞에서는 같은 여자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종류의 충실한 진심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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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03 09:22:26 *.70.26.194
ㅋㅋ 책이 리뷰를 보는 것도 잼나네요. 저도 이번주에 도전합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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