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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1일 14시 11분 등록

순간이 곧 영원을 만든다. _ 하트 크레인



사진에 관하여(On photography)

수잔 손택 / 이재원


2015. 3. 1


1. 저자에 대하여


이 책은 10여년 전 책이 국내에 출간되자 마자 구매했으나 일장만 읽어내고 그간 책꽂이에서 숙성되고 있었다. 쉽게 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명성은 들어 익히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차일 피일 ... 그렇게 10년이 되었다. 이 책은 한번에 읽고 말 책이 아니다.


1933년 1월 뉴욕에서 태어난 수전 손택은 미국 최고의 에세이 작가이자 소설가이며 예술평론가이다. 그녀는 15세에 버클리대에 입학했다가 다시 시카고대로 옮겨 대학생활을 시작한 후 17세에 결혼한다. 25세에는 하버드대 철학박사학위를 받아 각 대학에서 철학강의를 맡는 등 세간의 주목을 받는다. 특히 문단과 학계의 비상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64년 그녀가 31세 되던 해에 발표한 『해석에 반대한다』와 『캠프에 대한 단상』이라는 두 편의 글 때문이었다. 당시는 마침 평론가 레슬리 피들러가 『소설의 죽음』을 선언해 문단에 파문을 일으켰던 해인지라 기존의 관습과 전통에 도전한 그녀의 에세이 두 편은 모더니즘의 종언을 선포한 피들러의 글과 함께 1960년대 반문화의 서장을 연 기념비적 선언문이 되었다.


『화산의 연인』, 『미국에서(In America)』등의 소설 외에도 사회과학사의 입장에서 해석한 『사진에 관하여(On Photography)』등 여러 글을 저술했으며, 이 책 『사진에 관하여(On Photography)』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비평부문을, 『미국에서(In America)』로 전미도서상 소설부문을 수상했다. 한편 실천하는 지식인으로도 유명한 그녀는 베트남전쟁의 허위, 아메리칸 드림의 실상을 폭로하는가 하면 미국 펜클럽회장으로 있던 1988년에는 서울을 방문해 한국 정부에 구속된 문인의 석방을 촉구하기도 했다. 또한 1993년엔 전쟁 중인 사라예보에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공연했으며, 2002년 9월 미국의 9.11테러 1주년을 맞이해 뉴욕타임스에 '진정한 전투와 공허한 은유'란 글을 실었는데, 그녀는 "대테러전쟁은 암이나 빈곤, 마약과의 전쟁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은유적' 전쟁에 불과하다"며 "그럼에도 미 행정부가 전쟁을 선포한 것은 미국의 힘을 무한정 사용하기 위한 의도"라고 주장했다. 2003년에는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거짓 이미지와 뒤틀린 진실로 둘러싸인 세계에서 사상의 자유를 굳건히 수호해 왔다”는 찬사를 받으며 ‘독일출판협회 평화상’을 수상하였다. 


극작가, 영화감독, 연극연출가, 문화비평가, 사회운동가 등으로 끊임없이 변신하며 ‘대중문화의 퍼스트레이디’ ‘새로운 감수성의 사제’ ‘뉴욕 지성계의 여왕’이라는 숱한 별명과 명성을 얻었던 손택은 2004년 12월 28일, 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했고, 이후 그를 기리는 유고 평론집 『문학은 자유다』가 출간되기도 했다. _ yes24 저자 소개글에서 발췌



2.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17 그렇지만 사진은 사지노다 훨씬 역사가 깊고 좀더 숙련기술이 필요한 다른 이미지가 가르쳐 준 것과는 다른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18 사진을 수집한다는 것은 세계를 수집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진은 포착된 경험이며, 카메라는 이처럼 경험을 포착해두려는 심리를 가장 이상적으로 이뤄주는 의식의 도구이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사진에 찍힌 대상을 전유한다는 것이다.


19. 사진은 이 세상의 크기를 마음대로 갖고 논다. ~~~


20. 물론 책에 실린 사진은 이미지의 이미지다. ... 아무리 책에 복제한다고 해도 사진은 회화가 책에 복제될 때보다는 원래의 본질적인 특성을 훨씬 덜 잃는다.


21. 사진은 이미 발생한 어떤 상황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로 통용된다. 


우리는 그 어떤 사진이든지 간에 사진이야말로 여타 다른 모방물보다는 우리 두 눈으로 볼 수 잇는 실제와 훨씬 더 순수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그렇기에 훨씬 더 정확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여기곤 한다.


회화나 산문을 통한 묘사가 세밀히 선택된 해석 이상이 될 수는 없는 반면, 사진은 세밀히 선택된 투명성이라고 할 수 있다. 

  • ‘저쪽에 있는’ 그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 직관적인 언어. 사진이다.


25 오늘날 사진은 섹스나 춤 같은 유흥거리로 널리 찍히고 있다.


사진은 가족(아니면 다른 집단) 구성원이 이뤄낸 결실을 기념하는 데 제일 먼저 널리 활용됐다. 적어도 1세기 동안, 결혼 사진은 이미 정해진 의례적인 축사만큼이나 축하식의 일부가 되어 왔다. 카메라가 가족 생활과 더불어 가게 된 것이다. ...

  • 카메라를 잡는 많은(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속한 집단(가족이건 다른 집단이건)에 귀속하려는 의지를 표현하려는 것이다. 나는 아이들을 담기 위해서였다.


26 사진은 더 이상 실재하지 않는 과거르 상상적으로 소유할 수 있도록 해줬고, 사람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공간까지 갈 수 있도록 해줬다.


사진이야말로 자신이 진짜로 여행을 떠났고, 일정대로 잘 지냈으며, 정말 즐거웠다는 점을 확실히 증명해 줄 것이었기 때문이다.

  • 때문에 역설적으로 여행이 고작 사진을 모으는 수단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27 대개 과거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국내에서나 해외에서나 열심히 사진을 찍어대는 듯하다.



28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마치 상습적인 관음증 환자처럼 이 세계를 바라봄으로써 모든 사건의 의미를 대동소이하게 취급하게 된다는 것이다.


29 살아있는 사람들이 카메라 밖에서 자기 자신이나 살아 있는 다른 사람들을 죽일 때에도 사진작가는 카메라 뒤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또 다른세계, 즉 우리 모두를 훨씬 오래 살게 해줄 이미지 - 세계의 파편들을 만들어 내려면 말이다.

  • 원래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상황에 개입하지 않는 활동이다.

  • 상황에 기입하면 기록할 수 없고 기록하면 상황에 개입할 수 없다.


31. 사진을 찍는 행위는 남을 훔쳐보며 성욕을 느끼는 관음증처럼 때로는 은밀하게 때로는 노골적으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더욱 부추기는 방법이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대상 그 자체, (적어도 몃진 사진을 찍을 때까지라도)지금 모습 그대로 변함 없이 존재하는 대상에 관심을 기울이는 행위이며, 사진을 찍어놓아야 할 만큼 그 피사체를 흥미롭게 만들어 주는 그 무엇인가(예컨대 남에게는 고통이나 불행이더라도 내게는 흥미로움을 주는 상황)와 공모하는 행위인 것이다.


34. 물론 사진을 찍는 행위는 뭔가 약탈하는 듯한 요소가 있다. 누군가의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그 사람을 범한다는 것이다.

  • 때문에 카메라를 든 사람은 카메라를 든 사람으로서의 윤리적 책무가 자동으로 부여된다.


35. 우리는 두려움에 빠질 때 총을 발사한다. 그렇지만 향수에 젖을 때면 사진을 찍는다.

  • 오늘날은 행수를 느낄 수밖에 없는 시대이다.


인간을 둘러싼 환경이 아찔할 만큼 변해가기 시작한 바로 그 순간부터 카메라는 세계를 복제하기 시작했다.


36. 이렇듯 부적처럼 쓰이는 사진은 감상적이면서도 은근히 주술적인 감정을 보여준다.

  • 지난 연인사진, 사춘기 청년의 방 벽에 붙은 록스타의 사진, 택시운전사들이 차양에 끼워놓은 자녀의 스냅사진.


사진은 가장 직접적이고도 실용적으로 욕망을 부추길 수 있다.


38 전혀 예상치 못한 재난의 장소에서 날아온 소식을 보여주는 사진일지라도, 그 상황에 걸맞는 감종과 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여론에 별다른 영향을 끼칠 수 없다.

  • 그래서 공명이 중요하며 대중성이 담보되어야 세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


39. 움직이는 이미지보다는 사진이 기억하기 훨씬 쉽다. 사진은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시간의 어느 한 순간을 깔끔하게 포착해 놓는 것이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이 흘려보내는 이미지는 신중히 선택된 것이 아니다. 그래서 뒤의 이미지가 엎의 이미지를 곧장 지워버리곤 한다. 그러나 스틸 사진은 어떤 순간을 특권화해 놓은 것으로서, 그 순간을 계속 간직한 채 몇 번이고 다실 볼 수 있는 얇은 사물로 뒤바꿔 버린다.


41. 사진은 한 서건에 명칭이 붙은 다음에야 뭔가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사진이 도덕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는 그에 상응하는 정치 의식이 존재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정치가 없다면, 역사를 수놓은 살육 현장을 담은 사진일지라도 고작 비현실적이거나 정서를 혼란시키는 야비한 물건으로 밖에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44. 1900년에 찍히 ㄴ어느 사진이 그 당시에 사람들을 감동시켰다면 그 이유는 피사체 때문이었겠지만, 오늘날에도 사람들을 감동시킨다면 그 이유는 1900년에 촬영됐다는 사실 때문이다. 

  • 결국(조잡한 사진이라 하더라도) 거의 모든 사진의 예술적 수준을 결정해 주는 것은 바로 시간인 셈이다.

47. 이해라는 것은 세계를 보이는 대로 보지 않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 즉, 아니오 라고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53. 1920년대부터 서정적인 피사체를 점점 멀리 하면서, 평이하며 속되고 따분한 제재에 천착하기 시작했다.

  • 미국


54.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그 대상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 대상을 사랑하지 않으면 카메라가 가지 않는다.


65. 아버스의 사진이 뛰어난 이유는 사진 속의 피사체가 우리의 감정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듯한 데 반해 그 분위기는 냉정하고 무미건조할 만큼 정중하기 때문이다. 직설적이고 관조적이기 그지없는 아버스의 인물 사진이 일종의 교훈극처럼 보이는 이유도 바로 이 정중한 분위기 때문이다.

  • 나는 일상성의 위대함을 어떻게든 필름에 담아내려 한다. 그러나 그녀처럼 저돌적이지도 본능에 충실하지도 않다.


75. 카메라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 사진에 찍히는 사람에게 아무런 책임도지지 않은 채, 도덕적 한계와 사회적 금기를 넘나들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여권이다.


82. 다시 말해서 아버스의 사진은 서로 상이한 것들간의 동질성을 보여준다기 보다는, 모든 사람을 동일하게 본다.


90. 사진은 조작이 덜 되어 있고 솜씨를 부렸다는 것이 덜 분명해 보일수록, 더 솔직하게 보인다. 게다가 그 권위도 훨씬 더 높아지는 듯하다.


91. 초현실주의의 신봉자들은 촣ㄴ실적인 것을 보편적인 그 무엇으로 즉 일종의 심리학적 문제로 여기는 잘못을 저질렀다. 정작 초현실적인 것은 한정된 계금의 지극히 지엽적이고 인종적이며 낡아빠진 취향에 불과했으이 판명됐는데도 말이다.


93. 호기심, 초연함, 직업정신으로 이곳저곳에서 타인의 현실을 주시하는 사진작가는 자신이 계급적 이해관계를 초월해 행동하고, 보편적인 시각을 지닌 듯이 활동한다.


96. 이렇듯 대부분의 사진작가들이 유명인사의 사진, 상품사진, 누드사진 등과 나란히 사회의 비참함을 보여줬기 때문에 애초부터 전문 사진은 넓은 의미의 고급 관광을 뜻했다.


106, 순간이 곧 영원을 만든다. _ 하트 크레인


112. 그것도 손가락을 단 한번 까닥이는 것만으로 사진은 누군가가 몇 살 때 분명히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데 모여 있던 사람이나 사물도 그 순간만 지나면 이내 뿔뿔이 흩어져 변해가고 각자의 운명을 가리라.


114. 사진은 일종의 인용구이기도 하기에, 사진을 모아놓은 책은 인용구를 모아놓은 책이나 마찬가지다.


126. 사진은 필연적으로 현실과 모종의 거래를 한다. 이 세계는 ‘저 밖에’ 있기 때문에 카메라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것이다.


삶에서 모든 순간이 중요하거나, 빛을 발하거나, 영원히 고정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사진에서는 그런 일이 발생한다. 


사진은 단 한 순간에 우리로 하여금 예술품을 감정하는 사람처럼 세계와 관계를 맺게 만들면서도 이 세계를 아무렇게나 받아들이게 만들기에 우리를 매혹하며 사로잡는다.


132. 이렇듯 이미지가 범람하게 되면 저녁놀조차 진부해져 보이는 법이다. 슬프게도 오늘날 저녁놀은 사진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142. 본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할 순 없다. _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151. 오늘날 사진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의 전형은 과학적인 정밀 사진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사진의 아름다움을 둘러싼 주된 전통에서 보면, 아름다움에는 인간의 결정이 흔적처럼 각인되어 있어야 한다.

  • 내용이 있어야 한다.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철학이 있어야 한다. 의미가 있어야 한다. 따위의 말들이다.


157. 카메라는 자비로울 수도, 잔인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사진에 대한 취향을 지배하는 초현실주의적 기호에 따르면, 이 잔인함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만들어낼 뿐이다.


158. 사진은 일종의 파편일 뿐이기에, 그 도덕적 정서적 중요성은 사진이 어디에 삽입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즉, 사진은 어떤 맥락에서 보이는가에 따라 변한다. 그러므로 스미스가 찍은 미나마타 현의 사진도 인화지, 화랑, 정치 집회, 경찰 서류, 사진 잡지, 일간지, 책, 거실 벽 등 어디에 놓이느냐에 따라 달라 보일 것이다. 사진은 이 각각의 상황에서 서로 다른 용도로 쓰이지만, 그 누구도 사진의 원래 의미를 보장해 줄 수 없다.

  • 사진가의 손을 떠난 사진에 대해 사진가가 책임질 수 없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166. 흔히 사진은 무엇인가를 이해하거나 인내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으로 쓰이곤 했다. 인본주의자의 용어를 쓰자면, 사진이 지닌 최고의 소명은 인간에게 인간을 설명해 주는 것이다. 그렇지만 정작 사진은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는다.


176. 서로 상반되는 듯한 말을 한 사진작가들의 주자은 결국 사물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야 한다는 경건한 고백으로 모두 수렴된다.


183. 카메라가 정밀해지고 자동화되며 정확해질수록, 사진작가는 스스로를 무장 해제시키거나 자신은 사실상 무장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려는 충동에 빠지게 되며, 근대 이전의 카메라 기술이 낳은 제약에 스스로 복종하고 싶어한다. 훨씬 투박하고 성능도 덜한 기계가 훨씬 흥미롭고 표현력도 풍부한 결과를 가져오고, 창조적인 우발성이 일어날 여지를 더 많이 남겨준다고 믿으며 말이다. 


187. 오늘날의 사진작가가 자신이 예술 작품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부정한다면, 그 이유는 자신이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예술이라는 유령을 쫓아내려는 동시대 사진작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뭔가가 어스렁거리고 있다. ... 그렇지만 이처럼 흑백 이미지를 선호하는 진짜 이유도 암암리에 회화를 염두에 둔 데 있다.


195. 회화에는 서명이 들어가나 사진에는 서명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옳다. 사진은 그 본성상 창작자로서의 사진작가와는 미적지근한 관계를 맺는다.


214. 회화와 사진은 서로 양립하기 위해서 적절히 각자의 영역을 나눠야만 했기에 이미지를 생산하고 재생산하는 데 있어서 서로 경쟁할 것 같지는 않다. 사진은 또 다른 질서에 따라 움직이는 작업이다. 그 자체로는 예술의 형태를 띠고 있지는 않지만, 사진은 모든 피사체를 예술 작품으로 둔갑시킬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219. 이미지의 형태로 이해됐던 현실을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되자, 이제는 이미지와 환상 자체가 되어야만 이해되는 현실을 믿게 된 것이다. 포이에르바하는 <기독교의 본질> 2판 서문에서 우리 시대는 뻔히 상황을 알면서도 “사물보다 형사을, 원본보다 복제를, 현실보다 표상을 본질보다 가상을 선호한다고 봤다.


222. 사진은 다양한 형태의 소유이다. 우리는 사진이라는 대용품을 통해서 소중한 사람이나 사물을 소유하는데, 이런 소유 방식 덕택에 사진은 독특한 오브제로서의 성격을 띠게 된다. 우리는 사진을 통해서 우리가 일부 경험했든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든 어떤 사건을 소비하기도 한다. 이런 소비에 길들여진 탓에 우리는 경험을 구분하기 힘들어졌다.


229. 오늘날에는 원시 시대의 사람들처럼 자기 인체의 일부가 떨어져나와 사진이 된다고 새악해 카메라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런데도 이런 마법적 사유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다. 예컨대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 특히 이미 죽었거나 자신을 멀리 떠나버린 사람의 사진을 찢거나 내던지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라. 이런 태도는 잔인한 거절의 몸짓이다.


231. 현실에 대한 인식이 점점 더 복잡해지자 그에 상응하는 열정과 단순화가 생겼다. 특히 그 중에서도 가장 중독성 있는 것이 사진 촬영이다. 마치 점점 현실 감각을 잃어가게 된 사진작가들이 새로운 경험을 겪으러 이곳저곳 여행하고, 예전의 경험을 새롭게 느껴보려고 노력하는 식으로 일종의 탈출구를 찾게 됐듯이 말이다.


233.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다루기 힘들고 접근하기 쉽지 않다고 여겨지는 현실을 꽁꽁 가둬두는 방법이자. 꼼짝 않고 그대로 제자리에 있게 만드는 방법이다. 


235. 사진은 우리로 하여금 현실이 아니라 이미지에 즉각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준다. 예컨대 오늘날 모든 성인들은 자기 자신, 부모, 조부모의 어릴 적 모습을 정확히 알 수 있게 됐다.


251. 우리 사회에서는 독창적인 시각을 소유한 사진가와 객관적인 기록자로서의 사진가 사이에 별 구분이 없다. 때로 이들의 다른 점은 기록으로서의 사진과 예술로서의 사진을 구분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잘못 인식되고 있다.

  • 두 가지 모두 사진의 의미, 즉 세계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가능한 모든 각도에서 포착하고 그 포착한 내용을 논리적으로 확대하는 작업이라는 공통된 의미를 가지고 있다.


255. 카메라를 소유한다는 것은 강한 욕망과 유사한 특정한 감정을 유발시킨다. 그러나 모든 종류의 강한 욕망이 그렇듯이 그런 욕망은 만족을 모른다. 첫째 이유는 카메라가 담을 수 있는 이미지의 가능성이 무한하기 때문이며, 들째 이유로는 사진이 보여주는 내용이 결국 자신의 욕망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3. 내가 저자라면


[키워드]


사진, 이미지, 인간의 욕망, 카메라


[내용 요약] 


이 책은 손택이 약 4년에 걸쳐 '뉴욕타임스 서평'에 기고한 여섯 편의 에세이를 새롭게 가다듬어 발표한 책으로 1977년 출판되자마자 각계의 찬사를 받으며 3개월 동안 6만 4천부가 팔리는 대성공을 거두고, 이듬해인 1978년에는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비평부문을 수상하였다.


이 책은 20세기의 주요 기록매체인 '사진'의 본성에 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또한 손택이 평생 동안 전개한 ‘거짓 이미지’와의 싸움이 이 책의 출간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에 손택의 최고작으로 손꼽히고 있기도 하다. 


  1. 이 책은 좀 어렵다. 한 호흡에 읽어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물론 내공의 차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이다.

  2. 사진에 관하여 친절하게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손택 역시 사진의 스킬이나 실무적(?) 디테일이 있는 사람이 아니므로 사진을 설명하는 책이라고 선택했다면 실수하는 것이다.

  3. 사진에 관한 철학적, 사회적, 문화적 요소들을 서로 다른 각도에서 함께 인용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 나가고 있는데, 뚜렷한 주장을 내세우지도 않고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더라. 식으로 나열하기도 하고 상반된 주장을 충돌시키기도 한다.

  4. 그래서 읽는 사람들은 관점을 가지기 어렵워 혼란스럽기도 하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의 본성에 관한 근본적인 여러 가지 질문들을 통해 사진 또는 이미지의 상반된 측면(해와 악, 욕망과 도덕)의 관점들에 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차별성]


“저자가 자신이 말하고 싶은 바를 손수 정리해 들려준다거나, 자신들이 이미 알고 잇는 바를 확인만 시켜주기 바라는 독자들의 바람을 완전히 저버리는 책이다. 오히려 손택은 이 책을 쓰면서 서로 상반된 주장, 인용, 자료 등을 태연히 병치해 놓는 방법을 택했다. 요컨대 손택은 자신의 문학적 행위예술을 통해서 독자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방법을 택한 셈이다.” 


위 내용은 옮긴이 후기 가운데 일부다. 이 책을 또는 손택의 저술방법을 잘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글을 일견 장황하고 산만하며 맥락을 놓치기 쉽다. 그래서 술술 읽히지도 않고 때론 이 이야기를 하다가 저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어느새 다시 이 이야기로 돌아와 있곤 한다. 뭔가 반박하려 하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고 ‘이거 좀 이상하다’ 싶은데 그럴싸한 반박이 궁색해지기 일쑤다. 결국 제법 부담스럽다. 그러나 그녀의 통찰은 탁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이야기를 하는데 자꾸 저 생각이 나서 그렇게 사고를 전개했다는 그녀의 고백처럼 독자들도 함께 생각하게 하는 것이 그녀만의 특별함이 아닐까 싶다.


[구성]


신문에 기고한 여섯편의 에세이를 다시 편집하여 여섯 단락으로 꾸리고 특별히 [명언 모음] 단락을 포함했다. 신선하고 유익한 구성이다.


후주를 별도의 장으로 꼼꼼히 달아 내용의 어려움을 보완해 주고 있다. 그래도 좀 어렵다.


삽입된 사진들은 사진사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사진들이다. 중량감이 더해진 느낌이다.

본문에 언급된 사진가들 역시 매우 독특한 이력과 삶의 궤적을 남긴 사진가들이다.


[감동적인 장과 절]


본문에 진하게 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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