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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2일 09시 36분 등록

타겟(Target)_구달칼럼#48

 

육지는 간 곳 없고 가없는 수평선만 눈앞에 펼쳐진다. 산항을 출항한지 한 시간이 채 지나지도 않았는데…  첫 항해의 실감이 난다.

 

목적지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포틀랜드항이다. 항해장 2등항해사가 그려 둔 목적항까지의 해도를 들춰본다. 무슨 해도가 경위도만 찍힌 백지 위에 4B 연필로 그은 줄 하나만 끝없이 계속된다. 포틀랜드항까지 총 항해시간이 15일이나 걸리는데, 매일 정오 기준 예상 목표지점이 해도상에 표시되어 있다. 과연 이대로 항해하면 보름 후에는 포틀랜드 Rose Festival(장미축제)에 내가 서 있을까? 항해학을 수년간 공부했지만 막상 실제 항해에 나서니 믿기지 않는다.

 

일본 북해도와 혼슈우 사이의 쓰가루 해협을 지나니 망망대해 태평양이다. 여기서부터 대권항해라 하여 지구 구면상 가장 가까운 길로 항로를 정해서 항해하게 된다. 알래스카 알루우산 열도 바로 아래로 항로가 이어진다.

 

평균 선속 12노트, 하루 항해거리 288마일, 현위치 북위 45 50, 동경 145 30, 남은거리 3456마일, 목적항 도착예정시간 5 21 1200- 순조로운 항해 덕으로 2등항해사의 정오항해보고서(Noon Report)는 정확하게 부산항 출항 전에 작성한 항해계획도를 따라서 우리 배를 인도하고 있었다.

 

신기했다. 오늘 정오, 본선 위치가 해도에 표시된 계획항로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은 지점에 찍혔다. 물론 각 항해사들이 그려온 선위의 궤적은 지그재그를 그리고 있었지만 하루 24시간 항해한 거리는 거의 일정하게 계획대로 가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 배는 5 21일 정확하게 목적항 포틀랜드에 도착했다.

 

항해사로서 녀항해를 무사히 마치고 이국 땅 포틀랜드를 밟는 순간의 감동과 함께, 문득 우리 인생의 여정도 항해와 같이 목적항을 설정하고 하루 하루 달려간다면 계획한 대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에 심취한지 5년만에 자전거로 일산에서 부산까지 국토종주에 도전했다. 서울 한강을 타고 가다가 양평에서 남한강을 끼고 충주까지 가서, 문경새재를 넘어 상주부터 낙동강을 따라 부산 을숙도 종점까지 총 630Km, 하루 100Km 이상 달려도 엿새는 꼬박 걸리는 먼 거리다.

 

‘자전거 국토종주’라는 타겟이 설정되니 세부 계획은 의외로 쉬웠다. 여행 중 묵을 숙박지를 하루 주행거리에 맞추어 자전거 길에서 가까운 곳으로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첫 날, 일산 집에서 여주까지 120Km를 달리면 남은 닷새간 100Km씩 달린다는 마스터플랜에 따라 주변의 숙박지를 검색하여 정했다.

 

하지만 실제로 국토종주 자전거 라이딩을 하면서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인증수첩과 거의 20Km 간격으로 서 있는 빨간 우체통을 연상시키는 인증부스였다.  이 부스에서 인증수첩에 도장을 찍으며 달려온 거리와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 평균속도 등 주행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다 얻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 빨간 부스는 가장 가까운 라이딩 타겟이 됨과 동시에 도착할 때는 작은 목표 성취의 쾌감을 선사했다.

 

또한 인증부스 주변에는 벤치 등, 쉴 수 있는 시설이 있기 마련이어서 규칙적으로 쉴 수 있는 쉼터를 제공하기도 했다. 쉼터에서 쉬고 있노라면 오고 가는 라이더들을 많이 만나기 마련인데,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여러 유익한 여행의 경험과 정보는 덤으로 얻게 된다.

 

아들이 가장 즐겨하는 컴퓨터 게임 중에 전쟁 게임이 있다. 전쟁터의 극히 사실적인 그래픽 배경이 지나가면서 타겟이 순간적으로 설정되면 방아쇠를 당겨 목표물을 맞춰나가는 게임인데 이게 몰입도가 장난 아니다. 녀석은 공부할 때는 채 10분을 집중하지 못하고 설레발이를 치는데, 이 전쟁게임을 할 때는 서너 시간은 아주 쉽게 몰입한다. 중독을 우려하여 이 게임만은 못하게 했는데도 아빠 없을 때 살금살금 하다가 적발되어 전쟁게임은 컴퓨터에서 삭제 되고 말았다.

 

타겟이 설정되면 자동적으로 집중하게 하여 목표를 성취시키는 어떤 장치가 우리 인간에게 있는 것이 아닐까? 앞에서 살펴본 항해와 자전거 국토종주, 전쟁게임 등은 우리가 설정한 타겟, 목표와 깊은 연관이 있다. 이들 타겟의 공통점은 분명한 목표를 갖고 있다는 점과 순간순간 실행에 대한 피드백이 주어 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행동한 결과를 즉시 확인할 수 있다면 우리는 성취감을 느끼며 더욱 힘차게 앞으로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혹 피드백이 부정적으로 나오면 바로 수정하여 정상궤도에 진입하며 그 뿐이다.

 

이러한 목표달성 원리를 과학적으로 밝힌 분이 바로 맥스웰 몰츠 박사이다. 그는 수많은 검증 사례를 거쳐 이 원리를“사이코 사이버네틱스”라는 책으로 썼다. 이 제목은 인생을 항해에 비긴 ‘정신적인 자동 조타장치’쯤으로 번역이 되는데, 우리들 각자 속에는 창조적인 자동 매커니즘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몰츠 박사에 따르면 우리 안에 있는 창조적인 자동 매커니즘의 작동원리가 미사일과 같다고 한다.   미사일의 자동 유도 장치에 타겟을 입력하면, 장착된 카메라는 타겟을 찾아가는 눈이 된다. 그 눈의 인도를 받은 미사일은 정확하게 목표물을 맞히게 된다는 것이다.

 

신이 인간에게 ‘자동목표추적장치’라는 선물을 주셨으니, 우리는 그저 선명하고 명확한 타겟을 이 장치에 주입시키고, 바로 행동에 옮기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목표는 자신도 모르게 이루어져 있을 것이다. 이건 신이 인간에게 내린 축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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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02 19:06:18 *.255.24.171

포틀랜드가 나오길래 혹시나…’ 무슨 이야기일까 나도 모르게 흥분하며 읽었다는.

구달님의 타겟에 대한 목표의식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죠. 그런 면이

늘 부럽기도 하구요. 장전 끝났으니 출발하는 일만 남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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