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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2일 10시 59분 등록

모모, 미하엘 엔데, 비룡소

 

1. 저자에 대하여

 

미하엘 엔데(1929~1995)

 

1929년 남부 독일 가르미슈-파르텐키르텐에서 초현실주의 화가인 에드가 엔데와 역시 화가인 루이제 바르톨로메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나치 정부로부터 예술 활동 금지 처분을 받아 가족 모두가 어려움을 겪었지만, 부모의 예술가적 기질은 엔데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글이면 글, 그림이면 그림, 연극 활동까지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엔데의 재능은 그림뿐만 아니라 철학, 종교학, 연금술, 신화에도 두루 정통했던 아버지의 영향이 특히 컸다.

 

2차 세계대전 즈음, 발도로프 스쿨에서 공부하다 아버지에게 징집영장이 발부되자 학업을 그만두고 가족과 함께 나치의 눈을 피해 도망했다. 전쟁 후 뮌헨의 오토 팔켄베르크 드라마 학교에서 잠깐 공부를 더 하고는 곧바로 진짜 인생이 있는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 연극배우, 연극평론가, 연극기획자로 활동했다.

 

1960년에 첫 작품 『기관차 대여행』으로 독일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걷는다. 1970년에 『모모』를, 1979년엔 『끝없는 이야기』를 냄으로써 세계 문학계와 청소년들 사이에 미하엘 엔데라는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꿈꾸는 그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미하엘 엔데의 영원한 걸작『모모』에는 시간을 훔치는 도둑과, 그 도둑이 훔쳐간 시간을 찾아주는 한 소녀에 대한 이상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 어린이에겐 꿈을, 어른에겐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아주는 행복한 이야기로, 바쁘기 짝이 없고, 마음놓고 쉴 수 조차 없는 이 시대의 어른들에게 미하엘 엔데는시간은 삶이고, 삶은 우리 마음속에 깃들어 있다라는 메세지를 전한다.

 

『망각의 정원』은 미하엘 엔데의 유고작으로 그의 모든 상상력의 극치를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집과 거리 심지어 사람들의 모습마저 모두 똑같고, 꿈꾸는 것이 금지되어 있는 도시 노름 시에 사는 소피헨은 꿈을 꿀 줄 알고 자주 꿈꾸는 것을 즐긴다. 어느 날 꿈을 꾸다 길을 잃어버린 소피헨이 망각의 정원에 들어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질서정연하게 배열되어 있지만 똑같은 모양의 집에서 사는 똑같은 사람들이 사는 노름 시의 모습을 통해 시간과 물질과 돈의 노예가 되어 바쁘게 살아가며 꿈을 잃어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생각나게 한다. 그리고 이와 대비되는 망각의 정원이라는 판타지의 세계를 소개하면서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우리 자신이 살아가는 모습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만드는 작품이다.

 

그 외에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마법의 수프』『렝켄의 비밀』『보름달의 전설』등 여러 작품을 발표해 철학이 있는 판타지의 세계로 독자들을 이끌며, 즐거운 여행을 하게 만들어 주었다. 1995년 미하엘 엔데가 세상을 떠났을 때, 세계의 언론들은 그를 단지 작가로서가 아니라 '동화라는 수단을 통해 돈과 시간의 노예가 된 현대인을 비판한 철학가'로 재평가하며 엔데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출처: 예스24 저자소개

 

2. 내가 저자라면

 

- 책의 핵심을 몇 줄로 요약할 것.

(책의 핵심 메시지와 키워드를 가지고 내가 다른 사람에게 이 책을 명확하게 소개한다는 기분으로 쓸 것)

 

시간의 비밀을 찾아 떠나는 모험

 

아이들에게 무궁무진하게 넉넉했던 유일한 재산인 시간, 모모와 친구들은 넉넉한 시간을 함께 나누며 행복한 일상을 보낸다. 어느 날 모모와 친구들에게 시간 저축은행에서 근무하는 회색 신사들이 나타나 시간을 저축하라고 한다. 시간을 아끼게 된 친구들은 예전의 행복을 점점 잃어간다. 모모는 시간을 관장하는 호라박사와 단 반 시간 앞을 내다볼 줄 아는 거북 카시오페이아의 도움을 받아 다시 시간을 찾아오고 모모와 친구들은 이전의 행복했던 생활을 되찾는다.

 

- 이 책의 특징을 몇 가지로 도출해볼 것.

(이 책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이 책이 다른 책과 뭐가 다른가?)

 

미하엘 엔데는 모모와 친구들, 회색 신사들을 통해 이 작품이 현대 자본주의 화폐 체제에 대한 비판을 담으려 했다고 한다. 이는 <엔데의 유언>에 잘 나타나 있다. 엔데는 현대 사회가 돈 병에 걸려 있다고 말했다. 인류의 긴 이력 속에서 돈은 본디 등가의 물건과 맞바꾸는 교환수단일 뿐이었으나, 오늘날은 그 자체로 상품이 되어 매매되고 자기 증식을 반복하는 병에 걸려 있다는 얘기다.

 

<모모>에서 친구들이 바빠지기 시작한 건 시간 저축은행 소속의회색 신사들이 나타나 시간을 절약하는 법을 일러주면서다. 시간은 돈이 되고, 사람들은 점점 시간이 없어지는데 회색 신사들은 그렇게 뺏은 시간을 향유하는이자 생활자가 된다. 엔데가 모모를 통해 꿈꾸었던 것은 저축할 수 없는 화폐다. 본래 기능을 회복한 돈이다.

 

시간은 곧 돈이며, 돈이 돈을 버는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담은 동화 <모모>는 자본주의 제도에서 허덕이는 어른들을 위한 책이다. 엔데는 강렬한 메시지를 <모모>를 통해 환상적이고 아름답게 전하고 있다.

 

- 특히 감동적인 장절과 해석, 그 구절에 꽂힌 이유  

 

25

많은 일들을 해결하려면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그러므로 모모가 얼마든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재산, 그것은 바로 시간이었다.

 

50

, 모모야. 때론 우리 앞에 아주 긴 도로가 있어. 너무 길어 도저히 해 낼 수 없을 것 같아. 이런 생각이 들지.”

그러면 서두르게 되지. 그리고 점점 더 빨리 서두르는 거야. 허리를 펴고 앞을 보면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것 같지. 그러면 더욱 긴장하고 불안한 거야. 나중에는 숨이 탁탁 막혀서 더 이상 비질을 할 수가 없어. 앞에는 길이 여전히 아득하고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거야.”

한꺼번에 도로 전체를 생각해서는 안 돼, 알겠니? 다음에 딛게 될 걸음, 다음에 쉬게 될 호흡, 다음에 하게 될 비질만 생각해야 되는 거야. 계속해서 바로 다음 일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그러면 일을 하는 게 즐겁지. 그게 중요한 거야. 그러면 일을 잘 해낼 수 있어. 그래야 하는거야.”

한 걸음 한 걸음 나가다 보면 어느 새 그 긴 길을 다 쓸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도 모르겠고, 숨이 차지도 않아.”

그게 중요한 거야.”

 

77

사실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한 시간은 한없이 계속 되는 영겁과 같을 수도 있고, 한 순간의 찰나와 같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 한 시간 동안 우리가 무슨 일을 겪는가에 달려 있다. 시간은 삶이며, 삶은 우리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니까.

 

199

운명의 시간이 뭔데요?”

모모가 묻자 호라 박사가 설명했다.

, 이 세상의 운행에는 이따금 특별한 순간이 있단다. 그 순간이 오면, 저 하늘 가장 먼 곳에 있는 별까지 이 세상 모든 사물과 존재들이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서로 영향을 미쳐서, 이제껏 일어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일어날 수 없는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지. 애석하게도 인간들은 대개 그 순간을 이용할 줄 몰라. 그래서 운명의 시간은 아무도 깨닫지 못하고 지나가 버릴 때가 많단다. 허나 그 시간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면 아주 위대한 일이 이 세상에 벌어지지.”

 

204

. 정말 편리하네요! 어디어디에서 회색 신사들을 만날 거라는 걸 미리 알면. 바로 딴 길로 가면 되겠네요?”

아니, 애석하게도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아. 카시오페이아는 어떤 사실을 미리 알고 있지만, 그 사실을 조금도 변경시킬 수는 없어. 카시오페이아는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리라는 것만을 알고 있단다. 그러니까 카시오페이아가 어디어디에서 회색 신사를 만나리라는 걸 안다면. 실제로도 만나게 되는 게야. 카시오페이아는 아무 대응도 할 수 없어.”

모모는 조금 실망한 기색으로 말했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어요. 그럼 어떤 일을 미리 알아도 아무 소용이 없잖아요.”

그래도 때론 도움이 되지. 예컨대 네 경우를 볼까. 카시오페이아는 이런저런 길을 가면 회색 신사들을 안 만나리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어. 그것만 해도 도움이 되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301

이제 더 이상 도망치지 않으리라. 모모는 여태껏 제 목숨을 구하려고 도망쳤다. 그 동안 내내 자기만, 자기의 쓸쓸함과 자기의 두려움만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정작 곤경에 빠져 있는 건 친구들이었다. 아직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바로 모모 자신이었다. 회색 신사들을 움직여 친구들을 풀어 주도록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아주 희박했다. 그러나 적어도 시도는 해 보아야 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모모는 문득 마음 속에서 묘한 변화가 일어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두려움과 무력감이 점점 자라나는가 싶더니 갑자기 확 뒤집혀 정반대의 감정으로 돌변했던 것이다. 이제 어려움을 이겨 낸 것이었다. 모모는 용기와 자신감이 넘쳐 흐르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제 이 세상 어떤 세력도 자기를 털끝만큼도 다치게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아니 오히려 자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털끝만큼도 걱정하지 않게 되었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322

물론 사람들에게 그건 대단한 게 아니야. 왜냐하면 사람이란 한갓 자기 안에 있은 시간에 그치는 존재가 아니거든. 사람은 그거보다 훨씬 더 큰 존재란다.

 

- 이 책의 구성에 대해 논할 것.

(탄탄한가? 일관성이 있는가? 신선한가?)

 

회색 신사들이 나타나기 전의 모모와 친구들의 삶을 보여주는 1, 회색 신사들로 인해 갈등을 겪는 2, 모모가 시간을 되찾아오는 모험을 엮은 3부로 구성된다.

 

1부 모모와 친구들

1장 어느 커다란 도시와 작은 소녀

2장 뛰어난 재능과 아주 평범한 싸움

3장 폭풍 놀이와 진짜 소나기

4장 말 없는 노인과 말을 잘 하는 청년

5장 많은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와 한 사람만을 위한 이야기

 

2부 회색 신사들

6장 똑떨어지는 엉터리 계산

7장 모모는 친구들을 찾아가고 한 명의 적이 모모를 찾아온다

8장 많은 꿈과 몇 가지 의혹

9장 열리지 않는 좋은 모임과 열린 나쁜 모임

10장 맹렬한 추격과 느긋한 도주

11장 악당들의 모략

12장 모모, 시간의 근원지에 가다

 

3부 시간의 꽃

13장 그 곳에서의 하루, 이 곳에서의 한 해

14장 너무 많은 음식과 너무 짧은 대답

15장 기기를 다시 찾았다 잃다

16장 풍요 속의 궁핍

17장 크나큰 두려움과 더 큰 용기

18장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만 바라보면?

19장 포위된 이들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20장 뒤를 쫒던 자들을 뒤쫒기

21장 새로운 것이 사작되는 끝

작가의 짧은 뒷 이야기

 

옮긴이 말

 

- 내 책을 쓸 때의 참고사항을 기술할 것.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아이디어를 정리할 것.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시간을 다루는 부분에 링크해 둔 책이다. 우리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책 베스트 10 안에 드는 책이기도 하다. 시간은 돈, 돈을 벌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마저 내기 어려웠던 우리 부부, 아이들은 일 때문에 늘 바쁜 엄마 아빠를 보며 자랐다. 그래서인지 <모모>를 읽는 순간, 아이들은 모모와 함께 시간을 되찾는 모험을 떠나며 행복해했다. 현대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기에 너무나 좋은 책이다.

 

미하엘 엔데의 <모모>는 엔데 사후 출간된 <엔데의 유언>과 함께 읽으면 더 좋다. 강신준 교수의 <마르크스의 자본,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를 함께 읽으면, 회색 신사들의 정체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된다. ‘모모처럼 살아가기를 실현하고 싶다면 와타나베 이타루의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를 권한다.

 

 

3.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1부 모모와 친구들

 

1장 어느 커다란 도시와 작은 소녀

2장 뛰어난 재능과 아주 평범한 싸움

 

23

모모는 어리석은 사람이 갑자기 사려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끔 귀 기울여 들을 줄 알았다. 상대방이 그런 생각을 하게끔 무슨 말이나 질문을 해서가 아니었다. 모모는 가만히 앉아서 따뜻한 관심을 갖고 온 마음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사람을 커다랗고 까만 눈으로 말끄러미 바라보았을 뿐이다. 그러면 그 사람은 자신도 깜짝 놀랄 만큼 지혜로운 생각을 떠올리는 것이었다.

 

25

많은 일들을 해결하려면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그러므로 모모가 얼마든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재산, 그것은 바로 시간이었다.

 

3장 폭풍 놀이와 진짜 소나기

 

49

모모는 배포가 대답할 때까지 오랫동안 기다릴 수 있었고, 또 그의 말을 이해할 수도 있었다. 모모는 배포가 진실이 아닌 이야기를 하지 않기 위해서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배포는, 모든 불행은 의도적인, 혹은 의도하지 않은 수많은 거짓말, 그러니까 단지 급하게 서두르거나 철저하지 못해서 저지르게 되는 수많은 거짓말에서 생겨난다고 믿고 있었다.

 

50

, 모모야. 때론 우리 앞에 아주 긴 도로가 있어. 너무 길어 도저히 해 낼 수 없을 것 같아. 이런 생각이 들지.”

그러면 서두르게 되지. 그리고 점점 더 빨리 서두르는 거야. 허리를 펴고 앞을 보면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것 같지. 그러면 더욱 긴장하고 불안한 거야. 나중에는 숨이 탁탁 막혀서 더 이상 비질을 할 수가 없어. 앞에는 길이 여전히 아득하고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거야.”

한꺼번에 도로 전체를 생각해서는 안 돼, 알겠니? 다음에 딛게 될 걸음, 다음에 쉬게 될 호흡, 다음에 하게 될 비질만 생각해야 되는 거야. 계속해서 바로 다음 일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그러면 일을 하는 게 즐겁지. 그게 중요한 거야. 그러면 일을 잘 해낼 수 있어. 그래야 하는거야.”

한 걸음 한 걸음 나가다 보면 어느 새 그 긴 길을 다 쓸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도 모르겠고, 숨이 차지도 않아.”

그게 중요한 거야.”

 

<나 하나로는 부족해>의 해답 제시

 

4장 말 없는 노인과 말을 잘 하는 청년

5장 많은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와 한 사람만을 위한 이야기

 

2부 회색 신사들

 

6장 똑떨어지는 엉터리 계산

 

77

세상에는 아주 중요하지만 너무나 일상적인 비밀이 있다. 모든 사람이 이 비밀에 관여하고 모든 사람이 그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람들은 대개 비밀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비밀은 바로 시간이다.

 

사실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한 시간은 한없이 계속 되는 영겁과 같을 수도 있고, 한 순간의 찰나와 같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 한 시간 동안 우리가 무슨 일을 겪는가에 달려 있다. 시간은 삶이며, 삶은 우리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니까.

 

이 진리를 회색 신사들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누구도 한 시간, 1, 아니, 1초의 가치를 그들보다 더 잘 알고 있지 못했다.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가 피에 대해 잘 알고 있듯이 그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시간을 잘 알고 있었고, 나름의 방식으로 그 지식에 맞게 행동했다.

 

그들은 사람들의 시간을 대상으로 모종의 계획을 꾸미고 있었다. 주도면밀하게 준비한 아주 방대한 계획이었다.

 

91

선생님. 시간을 어떻게 아끼셔야 하는지는 잘 아시겠습니까! 예컨대 일을 더 빨리 하시고 불필요한 부분은 모두 생략하세요. 지금까지 손님 한 명당 30분이 걸렸다면 이제 15분으로 줄이세요. 시간 낭비를 가져오는 잡담은 피하세요. 나이 드신 어머니 곁에서 보내는 시간을 절반으로 단축할 수도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어머니를 좋지만 값이 싼 양로원에 보내는 겁니다. 그러면 어머니를 돌볼 필요가 없으니까 고스란히 한 시간을 아낄 수 있지요.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앵무새는 내다 버리세요! 다리야 양을 꼭 만나야 한다면 두 주에 한 번만 찾아가세요! 15분 간의 저녁 명상은 집어치우세요. 무엇보다 노래를 하고, 책을 읽고, 소위 친구를 만나느라고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얘기가 나온 김에 한 가지 충고하는데, 잘 맞는 커다란 시계를 하나 이발소에 걸어 놓으세요. 견습생이 일을 잘 하고 있나를 감시할 수 있게 말이지요.”

 

95

시간 절약, 나날이 윤택해 지는 삶!

시간을 아끼면 미래가 보인다!

더욱 보람찬 인생을 사는 법 시간을 아껴라!

 

우리나라 80년대 공장의 구호를 보는 듯하다.

새마을 운동의 노래를 듣는 듯하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하긴 시간을 아끼는 사람들이 옛 원형극장 인근 마을 사람들보다 옷을 잘 입긴 했다. 돈을 더 많이 벌었기 때문에 더 많이 쓸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무언가 못마땅한 기색이나 피곤함, 또는 불만이 진득하게 배어 있었다. 눈빛에는 상냥한 기미라고는 찾을 수 없었다. 물론 그들은 아무튼 모모에게 가 보게!”와 같은 말은 모르고 있었다. 그들의 말을 온 마음으로 들어 주는 사람, 말하다 보면 분별이 생기고 화해하고 싶은 마음이 들고 기분까지 좋아지는 그런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해도 5분 안에 일을 끝낼 수 있다면 모를까. 그들이 그 사람을 찾아갈 가능성은 아주 희박했다. 5분 안에 끝나지 않으면 그들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주 빠른 시간 내에 가능한 한 많은 즐거움과 휴식을 줄 수 있는 오락을 찾았다.

 

96

자신의 일을 기쁜 마음을 갖고 또는 애정을 갖고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것은 방해가 되었다. 가능한 한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한 한 많은 일을 하는 것. 그것만이 중요했다.

그래서 커다란 공장과 사무실에는 예외 없이 이런 글귀가 적힌 팻말 들이 걸리게 되었다.

 

시간은 귀중한 것. 잃어버리지 말라!

시간은 돈과 같다. 그러니 절약하라!

 

영화 <모던타임즈>를 연상시킨다. 미하엘 엔데는 <모모>를 통해 인간이 기계화된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 시스템을 비판하고 있다.

 

97

하지만 시간을 아끼는 사이에 전혀 다른 것을 아끼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챈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아무도 자신의 삶이 점점 빈곤해지고, 획일화되고, 차가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점을 절실하게 느끼는 것, 그것은 아이들 몫이었다. 사람들은 이제 아이들을 위해서도 시간을 낼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은 삶이며, 삶은 가슴 속에 깃들여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시간을 아끼면 아낄수록 가진 것이 점점 줄어들었다.

 

7장 모모는 친구들을 찾아가고 한 명의 적이 모모를 찾아온다

 

난 한참 동안 널 지켜봤다. 내가 보니까 넌 이런 멋진 인형을 갖고 어떻게 놀아야 할지 모르는 것 같더구나. 어떻게 노는지 내가 보여 줄까?”

 

인형이 갑자기 꽥꽥댔다.

난 더 많은 걸 갖고 싶어.”

회색 신사가 말했다.

, 보렴. 꼬마야. 인형이 네게 말도 하잖니. 이런 멋진 인형이랑은 다른 걸 갖고 노는 것처럼 놀 수 없어. 당연하지. 이 인형은 그런 놀이를 하려고 있는 게 아니거든. 인형이랑 지루하지 않게 놀려면 인형한테 뭔가를 줘야 하는 거야. 잘 봐라. 꼬마야!”

그는 승용차로 가더니 차 뒤의 트렁크를 열었다.

우선 이 인형에겐 많은 옷이 필요해. 이를테면 여기 눈부시게 예쁜 야회복이 있단다.”

그는 야회복을 꺼내서 모모에게 던졌다.

또 여기 진짜 밍크 코트도 있어. 실크 잠옷도 있고. 테니스복, 스키복, 목욕 가운, 승마복, 파자마, 속옷, 다른 옷도 있단다. , 또 하나, 또 하나, 또 하나……”

그는 이 모든 옷을 모모와 인형 사이로 던졌다. 옷은 점차 수북이 쌓여 갔다. 신사는 다시 어렴풋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 꼬마야. 이 옷들을 갖고 인형이랑 한참 놀 수 있겠지. 그렇지? 하지만 며칠만 지나면 또 지루해질 텐데. 이런 생각이 들겠지? 그 때 그럼 네 인형을 위해 더 많은 걸 장만하면 되는 거야.”

…….

그럼 넌 더 이상 친구들이 필요 없는 거야. 알겠니? 예쁜 이 물건들이 몽땅 네 것이 되고, 또 얼마든지 많이 가질 수 있다면 심심할 새가 없을 테니까. 너 그런 걸 바라지? 이 멋진 인형을 갖고 싶지? 그렇지?”

모모는 싸움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것, 아니, 벌써 싸움의 한가운데에 휘말려 들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러나 무엇을 위한 싸움이며, 누구를 향한 싸움인지는 알 수 없었다. 회색 방문객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기울일수록 조금 전 인형의 말을 듣고 있을 때와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말을 하는 목소리와 단어는 들었지만, 말하는 사람의 마음을 들을 수 없었던 것이다. 모모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회색신사가 모모에게 말하는 고급 인형과 함께 노는 법을 알려주는 장면

아이들이 TV를 보는 시간대 TV광고가 떠오른다. 조기 선행학습으로 바쁜 아이들, 친구가 없는 아이들은 장난감 친구를 갈구한다. 장난감 친구에게 지루함을 느낄 새도 없이 새로운 장난감들은 쏟아져 나온다.

 

131

회색 신사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내 친구들과 너의 악영향으로부터 보호하려는 거야. 네가 친구들을 정말 사랑한다면 우리들을 도와야 해. 우린 네 친구들이 무언가를 이루기를 바란다. 우리야말로 그들의 진정한 친구인 거야. 우린 그들이 중요한 일을 하려고 할 때마다 네가 훼방을 놓는 걸 묵묵히 구경할 수는 없어. 우린 네가 그들을 내버려 두도록 조치를 취하기로 했지. 그래서 이 예쁜 물건들을 네게 선물하는 거야.”

 

입시를 앞두고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단속한다. 자녀가 모모 같은 친구를 사귀지 않도록

 

133

그 누구도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 우리가 하는 일을 알아서는 안돼…… 우리는 아무도 우리를 기억하지 못하도록 신경을 쓰고 있어……. 우리는 우리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야만 일 할 수 있거든…… 아주 힘든 일이야. 사람들에게 몇 시간, 몇 분, 몇 초를 조금씩 조금씩 빼내는 거야……. 사람들이 아낀 시간은 그냥 사라져 버려…… 우리는 시간을 끌어 모아……. 저장하는 거야……. 우리에겐 시간이 필요해…… 우리는 시간을 갈망하지…… , 너희들은 그게 뭔지 몰라. 너희들의 시간 말이야…….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어. 그래서 뼛속까지 너희들의 진을 빨아들이는 거야…… 우리는 시간이 더 필요해……. 더 많이…… 우리의 수도 늘어나니까…… 더 많이…… 더 많이……”

 

회색 신사들이 시간을 빼앗는 이유

 

8장 많은 꿈과 몇 가지 의혹

9장 열리지 않는 좋은 모임과 열린 나쁜 모임

 

아이들은 우리의 천적이에요. 아이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벌써 오래 전에 전 인류를 수중에 넣을 수 있었을 겁니다. 아이들에게는 그 어떤 사람들보다도 시간을 아끼게 하기가 힘이 들어요. 그래서 우리의 가장 엄격한 법칙 중의 하나는 이렇습니다. ‘아이들을 맨 마지막으로 공략하라.’ 피고. 이 법칙을 알고 있습니까?”

 

10장 맹렬한 추격과 느긋한 도주

 

182

뒷걸음질쳐 봐!”

모모는 그렇게 했다. 몸을 돌려 뒷걸음질을 치니 갑자기 전혀 힘들이지 않고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모모가 뒷걸음질을 치는 동안 생각도 뒷걸음쳤고, 느낌도 뒷걸음쳤다. 한 마디로 모모의 삶이 뒷걸음쳤던 것이다.

 

일상에서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

끝도 없이 달려야 하는 현대인들은 질주를 멈추고 뒷걸음질 시간이 필요하다.

난 왜 달리고 있는지,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11장 악당들의 모략

12장 모모, 시간의 근원지에 가다

 

199

운명의 시간이 뭔데요?”

모모가 묻자 호라 박사가 설명했다.

, 이 세상의 운행에는 이따금 특별한 순간이 있단다. 그 순간이 오면, 저 하늘 가장 먼 곳에 있는 별까지 이 세상 모든 사물과 존재들이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서로 영향을 미쳐서, 이제껏 일어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일어날 수 없는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지. 애석하게도 인간들은 대개 그 순간을 이용할 줄 몰라. 그래서 운명의 시간은 아무도 깨닫지 못하고 지나가 버릴 때가 많단다. 허나 그 시간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면 아주 위대한 일이 이 세상에 벌어지지.”

 

운명의 시간이라는 것이 뭘까?

 

204

. 정말 편리하네요! 어디어디에서 회색 신사들을 만날 거라는 걸 미리 알면. 바로 딴 길로 가면 되겠네요?”

아니, 애석하게도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아. 카시오페이아는 어떤 사실을 미리 알고 있지만, 그 사실을 조금도 변경시킬 수는 없어. 카시오페이아는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리라는 것만을 알고 있단다. 그러니까 카시오페이아가 어디어디에서 회색 신사를 만나리라는 걸 안다면. 실제로도 만나게 되는 게야. 카시오페이아는 아무 대응도 할 수 없어.”

모모는 조금 실망한 기색으로 말했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어요. 그럼 어떤 일을 미리 알아도 아무 소용이 없잖아요.”

그래도 때론 도움이 되지. 예컨대 네 경우를 볼까. 카시오페이아는 이런저런 길을 가면 회색 신사들을 안 만나리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어. 그것만 해도 도움이 되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30분 앞만 내다볼 수 있는 거북이, 카시오페이아가 운명을 바꿔주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모모의 친구 배포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도로를 청소하기 위해서 한 걸음 한 걸음 청소했던 것처럼 30분 씩 앞을 내다보며 조금씩 조금씩 전진한다면 운명이 바뀔 수도 있을 것 같다.

 

208

죽은 것으로 목숨을 이어 가기 때문이지. 너도 알다시피 그들은 인간의 일생을 먹고 살아 간단다. 허나 진짜 주인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시간은 말 그대로 죽은 시간이 되는 게야. 모든 사람은 저마다 자신의 시간을 갖고 있거든. 시간은 진짜 주인의 시간일 때만 살아 있지.”

그럼 회색 신사들은 사람이 아녜요?”

아니야.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을 뿐이지.”

그럼 뭐예요?”

실제로 그들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어디서 온 거예요?”

그들은 사람들이 생겨날 기회를 주면 생겨난단다. 기회만 주어지면. 금새 생겨나는 거야. 그런데 이제 사람들은 그들에게 자기들을 좌지우지할 기회까지 주고 있어. 그런 기회가 주어지기만 하면 그들은 벌써 사람들을 좌지우지한단다.”

만약 시간을 더 이상 훔칠 수 없게 되면요?”

그럼 그들은 그들이 태어난 무로 돌아가야 하지.”

 

<모모>의 회색인간들은 인간의 일생을 먹고 살아간다. 이는 <자본>의 입문서, 강신준 교수의 <마르크스의 자본,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에서 배짱이가 살아가는 방식과 연결된다.

 

210

세 형제가 한 집에 살고 있어.

그들은 정말 다르게 생겼어.

그런데도 구별해서 보려고 하면,

하나는 다른 둘과 똑같이 보이는 거야.

첫째는 없어. 이제 집으로 돌아오는 참이야.

둘째도 없어. 벌써 집을 나갔지.

셋 가운데 막내. 셋째만이 있어.

셋째가 없으면, 다른 두 형도 있을 수 없으니까.

하지만 문제가 되는 셋째는 정작

첫째가 둘째로 변해야만 있을 수 있어.

셋째를 보려고 하면,

다른 두 형 중의 하나를 보게 되기 때문이지!

말해보렴. 세 형제가 하나일까?

아니면 둘일까? 아니면 아무도 없는 것일까?

꼬마야. 그들의 이름을 알아맞힐 수 있으면.

넌 세 명의 막강한 지배자 이름을 알아맞히는 셈이야.

그들은 함께 커다란 왕국을 다스린단다.

또 왕국 자체이기도 하지! 그 점에서 그들은 똑같아.

 

첫째는 없어. 이제 집으로 돌아오는 참이야 그건 미래다.

둘째도 없어. 벌써 집을 나갔지 그건 과거다,

셋째만 있어. 셋째가 없으면 다른 둘도 없어 그건 현재다.

과거란 지나간 순간이고, 미래란 앞으로 올 순간이다. 그러니까 현재가 없다면 다른 둘은 있을 수 없다.

세 형제가 함께 다스리는 커다란 왕국은 시간이다.

세 형제가 함께 사는 집은 세상이다.

 

216

모든 사람들의 시간은 언제나 없는 거리에 있는 아무데도 없는 집에서 나오는 거란다.

 

217

자신의 시간을 가지고 무엇을 하느냐는 문제는 전적으로 스스로 결정해야 할 문제니까. 또 자기 시간을 지키는 것도 사람들 몫이지. 나는 사람들에게 시간을 나누어 줄 뿐이다.

 

3부 시간의 꽃

 

13장 그 곳에서의 하루, 이 곳에서의 한 해

 

239

그 날부터 기기는 스스로에게 긍지를 모두 잃어버렸다. 기기는 세웠던 계획을 포기하고, 지금까지 지내온 것처럼 살았다. 하지만 자신이 사기꾼이라는 느낌을 도저히 지울 수는 없었다. 예전에는 그는 상상이 춤추며 인도하는 길을 아무 걱정 없이 따라갔었다. 하지만 이제는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그는 스스로 청중의 어릿광대이자 꼭두각시가 되었다. 기기 자신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기기는 자기가 하는 일을 혐오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이야기는 점점 어리석어지거나 아니면 아주 감상적으로 되어 갔다.

 

관광 안내원 기기에서 유명해진 인기인 기롤라모 왕자로 변신한 기기의 삶은

스스로 자기 시간의 주인이 되지 못한 삶의 비애를 잘 보여준다.

 

252

아이들은 미래의 인적 자산입니다. 미래는 제트기와 인공 지능의 시대지요. 그런 기기들을 사용하려면 많은 전문가와 숙련공이 반드시 필요하게 될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아이들을 미래의 세상에 대비해 준비시키는 대신에 여전히 쓸데없는 놀이를 하며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도록 방치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의 문명의 수치이며, 미래의 인류에 대한 범죄입니다.

 

2015년 현재 들을 수 있을 법한 멘트

 

14장 너무 많은 음식과 너무 짧은 대답

15장 기기를 다시 찾았다 잃다

 

283

모모는 진심으로 기기를 도와주고 싶었고 그랬기 때문에 정말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기기의 말대로 하는 것이 옳지 않으며, 기기는 다시 기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모모 자신이 이미 모모가 아니라면 기기를 절대 도울 수 없다는 것을. 모모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모모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16장 풍요 속의 궁핍

 

, 제발 다시 와 줘! 전에는 늘 왔잖니.”

모모가 애원하자 마리아가 말했다.

옛날엔 그랬지!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게 달라졌어. 우린 이제 쓸데없는 시간을 낭비하면 안 돼.”

 

요즘 초등학생이 된 아이들은 이미 모모 같은 친구를 피하는 추세다.

 

17장 크나큰 두려움과 더 큰 용기

 

301

이제 더 이상 도망치지 않으리라. 모모는 여태껏 제 목숨을 구하려고 도망쳤다. 그 동안 내내 자기만, 자기의 쓸쓸함과 자기의 두려움만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정작 곤경에 빠져 있는 건 친구들이었다. 아직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바로 모모 자신이었다. 회색 신사들을 움직여 친구들을 풀어 주도록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아주 희박했다. 그러나 적어도 시도는 해 보아야 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모모는 문득 마음 속에서 묘한 변화가 일어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두려움과 무력감이 점점 자라나는가 싶더니 갑자기 확 뒤집혀 정반대의 감정으로 돌변했던 것이다. 이제 어려움을 이겨 낸 것이었다. 모모는 용기와 자신감이 넘쳐 흐르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제 이 세상 어떤 세력도 자기를 털끝만큼도 다치게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아니 오히려 자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털끝만큼도 걱정하지 않게 되었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크나큰 두려움 속에서 한 줄기 용기를 발견하게 되는 장면

 

18장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만 바라보면?

 

322

물론 사람들에게 그건 대단한 게 아니야. 왜냐하면 사람이란 한갓 자기 안에 있은 시간에 그치는 존재가 아니거든. 사람은 그거보다 훨씬 더 큰 존재란다. 허나 회색인들은 사정이 달라. 그들은 훔친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을 뿐이지. 그래서 시간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면, 몸에서 금새 시간이 빠져나가는 게야. 터진 고무 풍선에서 공기가 빠져 나가는 것과 같지. 풍선은 그래도 터진 조각이라도 남지만 그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단다.

 

시간은 삶이며, 삶은 시간이다. 하지만 인간은 시간을 넘어서는 존재다.

 

327

시간의 꽃을 기억하고 있겠지? 그 때 내가 말했잖니.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을 갖고 있기에 그런 황금빛 시간의 사원을 하나씩 갖고 있다고 말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 사원에 회색 신사들을 들이게 되면 회색인들은 시간의 꽃을 야금야금 빼앗을 수 있게 된단다. 허나 그렇게 해서 사람의 가슴에서 뽑힌 시간의 꽃은 죽을 수가 없어. 왜냐하면 그 시간은 진짜 흘러간 것이 아니거든. 허나 진짜 주인에게서 떼어 내졌기 때문에 살아 있다고 할 수도 없지. 시간의 꽃은 전심 전력으로 제 진짜 주인에게 돌아가려고 애를 쓴단다.

 

328

회색 신사들은 그 저장 창고에서 계속해서 배급을 받지. 그들은 시간의 꽃에서 꽃잎을 떼어내어 잿빛으로 딱딱하게 변할 때까지 바싹 말려서는 그것으로 시가를 마는 거란다. 허나 그 순간까지도 꽃잎에는 실낱 같은 생명이 붙어있어. 헌데 회색 신사들은 살아 있는 시간은 소화를 시킬 수가 없어. 그래서 시가에 불을 붙여 피우는 거란다. 연기로 변하면서 시간은 완전히 죽게 되거든. 회색 신사들은 이처럼 사람의 죽은 시간으로 목숨을 부지하고 있단다.

 

회색인간들은 사람들에게 다가와 시간 저축 은행의 영업 사원들이며

시간을 아껴서 사용하고 남은 시간을 자신들에게 맡기면

미래에 여유와 성공이 보장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회색인간들은 결국 시간 도둑임이 밝혀진다.

 

19장 포위된 이들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20장 뒤를 쫒던 자들을 뒤쫒기

21장 새로운 것이 사작되는 끝

 

작가의 짧은 뒷 이야기

옮긴이 말

 

366

시간은 삶이며, 삶은 우리 마음 속에 깃들여 있는 것이다.” 사실 시간이란 달력과 시계로 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시간 동안 어떤 일을 겪었는가에 따라 다른 의미를 지닌다. 그러기에 시간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각각 다른 모습으로,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막연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시간이란 소중한 비밀을 너무 소홀히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목표를 이루고 나면 행복을 거머쥘 것 같지만 정말 그럴까? 모모와 친구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이 비밀을 알려준다. 모모의 친구들은 회색 신사의 방문을 받은 후 돈을 벌기 위해, 혹은 뭔가 중요한 인물이 되기 위해 시간을 아끼면서 예전의 따스한 정을 잊고 점차 차갑고 삭막한 사람들이 되어 간다. 모모는 호라 박사와 꼭 반 시간 후의 일을 미리 알고 있는 신기한 거북 카시오페이아의 도움을 받아 시간을 훔치는 회색 신사들을 물리치고, 사람들은 다시 예전처럼 한 순간 한 순간을 즐기는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 회색 신사들, 그들은 바로 우리가 뭔가를 이루고, 뭔가 중요한 인물이 되고, 뭔가 손에 쥐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 그 순간 우리 마음 속에 생겨나는 존재이다. 그들은 지금 이 순간 우리 마음 속에서 자라날 수도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사람이 되기 위해 꽉 짜인 시간표에 따라 바쁘게 일하고 공부하고 있다. 물론 열심히 일하고 공부해야겠지만, 그러는 동안 우리네 삶은 꿈의 따뜻함을 잃고 점점 삭막해져 가는 것은 아닐까?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그리고 한 순간 한 순간의 과정을 즐기며 목표에 이르는 길은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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