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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2일 11시 56분 등록

참 오래간만에 편지를 써요. 그 동안 잘 지내셨어요?

두꺼운 겨울옷이 무겁게 느껴지더니 가만히 봄이 곁에 왔어요.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 같던 겨울도 이제 물러나려나 봅니다.

우리 가족은 모두 매일매일 즐겁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인아도 많이 컸고, 작년 칠월에 태어난 시우도 씩씩하게 자라고 있어요.

이렇게 편지를 띄우는 까닭은 드디어 아빠에게 정말 물어보고 싶은 것이 생겼기 때문이예요.

물론 말로 물어보는게 빠르기는 하지만, 이런 고민에 관한 상의는 말보다 편지로 주로 했었으니까요.

오히려 진심이 직선으로 마음속에 전해져오는 것 같아 저도 아빠도 더 좋아하는 방식으로 여쭤보아요.

 

14년에 진행되었던 변경연 10기 연구원도 마지막 수업이 끝났습니다. 처음 계획하셨던 프로젝트가 10년을 꽉 채웠네요.

그 과정에서 생각해낸 첫 번째 책은 직장인 3년차에 대한 글입니다. 2011년에 입사했으니 저의 지금, 여기에 대한 글이지요.

그런데 너무 잘 쓰려다보니 도리어 글이 한 줄도 안써지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 위기를 타계하고자 제가 써야할 것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보려 합니다.

 

3년차란 어떤 시기일까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3년 이전과 3년 이후로 좀 달라지는 게 보입니다.

우선 태도에 여유가 깃들고, 일에 대한 책임감과 호기심이 더 강해지는 것 같아요.

1년차, 2년차 때의 나를 돌아보고 '아 내가 그랬구나' 혹은 '내가 그러지 않았다면 더 좋았었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탐탁지 않았던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스스로를 다치지 않게 보호하면서 저 사람도 제나름의 이유가 있겠거니 하는 약간의 유연함 같은 것이 생기기도 합니다.

 

직장에 대한 시각의 변화가 일어난다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직딩 3년 즈음에 온 사람들은 머물러 있는 기간이 정해져있든, 혹은 스스로 퇴사시기를 결정할 수 있든 대체로 자신의 지금 위치를 한번쯤은 돌아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현실과 이상 사이 어디쯤에 자신의 미래를 점찍을지 고민하고,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남습니다. 모두가 충분히 생각해 비로소 자신의 시간을 살아가기 시작합니다.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변화가 생기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단계를 올라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가 대견해지는 대목입니다. 예전에는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아마 이것은 시간의 선물일테지요. 시간은 영원할 것 같은 것도 무력화시킬수 있어요. 반면, 어설프고 여리여리한 것을 반복해 단단하고 날카롭게 벼려낼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게 단련되는 것들 중에 직장인도 있었던가 봅니다.

 

직장을 다니기 전에는 스스로 자란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학생때는 1년이 지나면 1학년에서 2학년이 되고, 3학년이 되니, 단지 시간을 보내기만 하면 졸업할 수 있는 것이어서 매일의 성장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괜찮았죠.

그러나 내가 끝을 정할 수 있게된 이상, 얼마나 졸업을 기다려야 하는지, 이제는 알 수 없게 되버렸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스스로의 자연스런 성장에 눈길이 가고, 무엇을 더 키워야 하는지 신경써주기 시작했던 겁니다.

그 하루하루의 변화가 쌓여 3년의 데이터가 쌓이면 스스로를 좀더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해주는 기회처럼 느껴집니다.

 

종합해보면 3년차란 전환점이라고도 할 수 있겠어요. 자연스럽게 일상이 무르익어 도달하게 된 중간지점을 의미하는 것이죠. 시간의 강을 따라 흘러온 선착장. 그곳에서 우리가 마주해야할 것은 조금 더 깊은 곳에 있는 자신의 욕망을 바라보는 것 같아요. 더 알고 싶은 세상을 찾아내는 것이 3년차까지의 일이었다면, 열심히 배워 자신의 세상으로 그것을 다시 옮기는 시작점이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3년차에 특별히 뭘 해야 할까요?

그럴지도 모르겠다, 라고 생각하게 된 건 3년차에 자신의 내적 변화뿐 아니라 상황도 변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어요.

계약이 끝나기도 하고, 팀이 바뀌기도 하죠. 설령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더라도 3년간 같은 생활을 했고, 그것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면 이제 슬슬 바꿔도 되겠다는 마음이 생기는거여요.

3년은 마치 심판의 시간처럼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죠. ‘너의 3년은 어땠느냐? 즐거웠느냐? 혹은 지겨웠느냐? 어찌되었든 끝이 났다. 이 다음부터는 무슨 일을 하고 싶으냐?‘

질문에 잘 대답하게 되면 다음이 좀 쉬울테지요. 지표도 없이 계속 여기저기 파보는 것만큼 지치는 일이 없으니까요.

설령 한번도 여러 가지 가능성을 시도해본 적 없었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어느 분야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겠다, 혹은 최소한 여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잖아요?

 

3년차의 전망대에서 미래를 조망할 때 염두에 두어야할 것이 있다면 도와주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내가 즐거울 일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지레짐작해서 함부로 보내고 싶지 않거든요.

 

무척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그리고 사랑해요

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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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03 09:19:35 *.70.26.194
3년이 지나면서 나는 첫직장을 그만두었는데....이런 기획과 구상을 하는 어니언 멋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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