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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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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2일 22시 33분 등록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늘 가득한 나는 일을 벌리고 다니는 데 선수이다. 내가 할 수 있건 없건, 왠지 새로운 영역을 보게 되면, 그 일이 하고 싶어 져서 도전을 하게 된다. 얼마 전에는 학교에서 미술관의 도슨트로 봉사하게 될 기회가 주어졌다. 안 그래도 발표 울렁증이 있는데, 도슨트 활동을 하면서 발표를 조금 더 잘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일주일에 3시간만 투자하면 된다니 큰 무리가 될 것 같지도 않았다. 그리고 내 마음을 가장 크게 움직인 동기는 내가 또 언제 도슨트를 해보겠느냐 라는 생각이었다. 도슨트를 한다는 것에 대한 궁금함이 나를 강하게 잡아 당겼다. 그렇게 마음 맞는 친구들과 미술관 도슨트를 같이 하기로 했다. 그러나 나는 결국 오디션을 앞두고 도슨트를 하지 않기로 결정해버리고 말았다. 오디션 자체가 주는 압박감도 있었다. 그 많은 지문을 언제 다 외울지 깝깝했고, 또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해야 한다는 것이 막막하기도 했으며, 결국 떨어지면 어쩌지 라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이에 앞서서 여전히 학교 생활에서 충분히 공부를 열심히 못하고 있는 것도 같았고, 책을 쓰기 위한 작업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와중에 이런 것까지 하면 되겠느냐 라는 마음이 가장 컸다. 그리고 결국은 친구들의 만류에도 지금 하는 일이나 잘하려고…”라며 오디션장에 가지 않았다.

 

친구들은 계속해서 내가 같이 도슨트 활동을 하지 못했음을 아쉬워하는 소리를 한다.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여전히 아 그래? 그럼 다음 기회에 다시 도전 해보지 뭐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속으로는 그냥 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에 잠을 못 이루기도 했다. 친구들은 나와 같이 발표 울렁증이 있었다. 우리는 그래서 쉽게 의기 투합했다. 학교 생활 내내 발표 능력이 뛰어난 다른 친구들을 보면서 부러워하는 한편, 우리도 잘해보자고 다짐하곤 했었다. 그리고 그 울렁증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도슨트를 이용하기로 했었다. 친구들은 그 활동을 신나하는 듯 보였다. 처음엔 떨리기도 했지만 어찌 보면 한번 보고 말 사람들이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편안한 마음으로 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분명 도슨트를 여러 번 해본 분들도 계시고, 자신 보다 훨씬 진행을 잘 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 분들을 보며 배우고 또 노하우를 듣는 과정에서 더욱 성장이 되는 것 같다고도 했다. 더불어 꼭 그 분들이 관람객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는 것은 아니며 자신만의 부족한 방법으로 했을 때도 오히려 더 집중도가 좋을 때도 있다고 했다. 조금은 힘들더라도 나 또한 같이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계속 이야기하는 이유도 본인들이 한껏 성장한 것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그 날 이후로 나 또한 생활 속에서 발표 울렁증을 극복해보자고 다짐하게 되었다. 모두가 많이 시도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 일부러 손을 들고 발표를 하기도 했다. 앞에 나와서 발표하는 것도 회피하지 않으려고 했다. 물론 아직은 쑥스러워 중앙 무대에는 서지 못하고 가장 자리에 서서 발표하곤 하지만 언젠가는 중앙 무대에 서서, 혹은 전체 무대의 모든 공간을 장악하며 발표할 날이 오리라고 생각한다. 발표를 하는 순간은 여전히 얼굴이 벌개지고 식은 땀이 난다. 목소리가 떨리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지는 것을 느낀다. 회사에서 실수하는 것 보다 여기서 실수하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나는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다.

 

사실 대학교 때까지만 해도 팀프로젝트를 할 때 프리젠테이션만 전담하던 나는 그만큼 발표가 자신이 있었다. 어린 시절에는 웅변 대회를 섭렵하기도 했던 것이 아마 내게 발표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입사 후 많은 이들 앞에서 발표할 기회에서 나도 모르게 너무도 떨리는 목소리가 튀어 나왔다. 아마 너무도 긴장한 탓이었을 것이다. 떨리는 목소리에 놀란 나는 그 발표 자리를 빨리 벗어나야 겠다는 생각만 머리 속에 가득했고 그래서 결국 그 날의 발표는 처절한 실패로 남고 말았다. 그리고 그 이후 많은 이들로부터 왜 이렇게 떨어? 그렇게 안 봤는데” “누구 봐봐, 그냥 말 안 되는 소리도 자신감 있게 하잖아..”라는 피드백을 들으면서 발표 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회피하려고 했던 것 같다. 다른 이들은 아마 애정 어린 충고였을 지도 모른다. 단순히 용기를 주고 싶어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이 나를 볼 때 마다 발표 못하는 애라고 생각할 것 같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지금껏 발표 울렁증을 달고 살았던 것이다.

 

내가 회피하려고만 했던 경쟁에 대해서 살펴보기 시작하면서 나는 내가 외면하고 지나가려 했던 많은 것들을 직면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날이 나아지는 나에 대한 즐거움도 얻게 되었다. 뚜렷하게, 혹은 현저하게 부족한 점들이 한꺼번에 나아질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내가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기쁨을 느낀다.

쟁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하자, 모든 일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경쟁의 순간이 다가오면 우리는 기꺼이 뛰어들어 즐겨야 한다. 패자가 되는 상황을 두려워 하기 보다는 무언가 배울 것이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승부의 결과를 걱정하기 보다는 승부 그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매사 우리는 무슨 일에든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할 수 있다. 그렇게 모든 과정에서 나는 배울 것이고 또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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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03 09:16:58 *.70.26.194
녕이는 정말 여러 방면에 재주가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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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09 13:06:43 *.143.156.74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의 말을 옮겨 봅니다.


"제 책의 핵심 주장은 '경쟁은 피하면 피할수록 좋다. 경쟁을 피하고 시장을 독점하기 위해서는 남들과 다른 것을 하라'는 겁니다.

이건 책 시장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사실 서점에 가보면 비즈니스 서적이 너무 많아요. 그런데 그 책들 대부분이 '어떻게 하면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가'를 다루고 있어요. 반면 제 책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싸우지 않는 법'을 가르치는 책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기존의 비즈니스 서적과 싸우지 않아요. 그래서 먹혀들었죠. 경쟁하지 않고 특정 분야를 독점했습니다. (웃음)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경쟁을 부추기는 환경에 살고 있습니다. 교육은 경쟁을 부추겨요.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서 최고 수준의 대학에 가야 성공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정말 성공일까요? 아닙니다. 경쟁은 반복되고, 다음 경쟁은 더 어려워지고, 경쟁에서 패배할 확률은 점점 커집니다.

예컨대 스탠퍼드대 입학 경쟁에서 승리하면 4년 뒤 스탠퍼드대 로스쿨 입학 경쟁을 치러야 합니다. 그런데 로스쿨을 나왔다고 유명 로펌에 바로 입사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또 치열한 경쟁을 뚫어내야 합니다. 만약 그 경쟁에서조차 승리해서 입사했다고 합시다. 그런데 그 삶이 행복할까요? 분명 선망의 직업이지만,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행복해 하지 않아요. 오히려 회사를 관두고 나가고 싶어 하죠.

이처럼 경쟁에서 승리하는 게 삶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관성적으로 경쟁을 숭배해 왔어요. 이는 옛날부터 굳어져 온 시스템에 대해 한 번도 제대로 생각해 보지 않고 '좋다'고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경쟁에서 패배하면 나쁜 결과를 맞이합니다. 그런데 경쟁에서 승리한다고 좋은 결과가 주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왜 경쟁하느냐는 겁니다.

저는 20대 중반 독점이 인생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보기로 했습니다. 페이팔을 세웠고, 기업가이자 투자가가 되기로 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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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09 13:07:45 *.143.156.74

―말씀에 크게 공감합니다만, 사실 '독점'이란 단어는 부정적 연상을 잔뜩 떠오르게 합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경쟁은 좋은 것이고 독점은 나쁜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이는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개인적인 관점에서 먼저 봅시다. 만약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 기업가거나 창업가 또는 투자자라면 대부분 자신의 회사가 시장을 독점하길 바랄 겁니다. 비록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더라도요. 그건 동의하시죠?

그러면 사회적인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요? 독점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고정된(static) 독점과 역동적인(dynamic) 독점입니다. 고정된 독점은 변하지 않는 세상에서의 독점이고, 나쁜 독점입니다. 사회의 희생을 대가로 너무 큰 이윤을 차지하니까요. 그런 독점 기업은 지대(地代) 수금원밖에 안 됩니다.

반면 역동적인 독점은 좋은 독점이고 창조적인 독점입니다. 기존에 없던 시장을 만들고, 그 시장을 독점하기 때문입니다. 아이폰은 스마트폰이라는 새 시장을 만들고 그 시장을 독점한 것이지, 기존의 휴대폰 시장에서 경쟁하면서 제로섬 게임을 한 것이 아닙니다. 저는 이런 독점은 장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우리는 이미 좋은 독점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독점금지법을 통해 고정된 독점을 막으면서, 특허법을 통해 역동적 독점을 장려합니다.

독점은 진보의 원동력입니다. 경제 이론상으로는 좀 다르지만요. 현실 세계에서 기업은 남들이 할 수 없는 것을 해내는 만큼, 딱 그만큼 성공할 수 있습니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는 이렇게 시작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 그러나 피터 틸은 비즈니스에서는 정반대라고 말한다. “행복한 기업은 모두 서로 다릅니다. 다들 독특한 문제를 해결해 독점을 구축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실패한 기업은 한결같습니다. 비슷비슷해서 결국 경쟁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죠.”

―독점이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좀 더 설명을 부탁 드립니다.

“좋은 독점은 사회에 풍족함을 제공합니다. 테슬라는 실제로 사람들이 운전해보고 싶어하는 첫 전기차를 개발했어요.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됐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혁신을 통해 기존에는 없던 새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쁜 독점은 항상 부족함을 유발합니다. 사회에 돌아가는 혜택의 공급을 제한한다는 겁니다. 예컨대 샌프란시스코에서는 4층 이상 건물을 지을 때 ‘지역개발규제법’의 영향을 받습니다. 재개발을 하거나 새집을 지으려면 법의 허락을 받아야만 합니다. 그러다 보니 부족함이 양산됐고, 결국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올랐습니다. 그리고 그 혜택은 기존 빌딩 주인들이 독식했습니다. 저는 우리가 이런 형태의 독점에 항상 주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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