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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6일 22시 14분 등록

‘이렇게 살아야 하나.’

자정을 넘어 하루의 하루가 열릴 즈음 출장지 모텔. 취기를 쫓기 위해 쏟는 물줄기속 생각 하나가 솟습니다.

넘치는 열정을 바탕으로 영업활동에 매진하였습니다. 매출목표라는 지상과제의 수행을 위해 몇 차로 이어지는 음주에도 거래처장과 맞장을 뜹니다. 갑과 을의 명제가 최근 화제가 되고 있지만, 영업 담당자의 위치는 갑이 아닌 을로써의 소임을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 성과가 없을시 상사의 모진 질책은 이어집니다.

“당월 매출계수가 왜이래.”

“열심히 뛰었습니다.”

“이봐, 남들도 다 열심히 한다고 해. 중요한건 열심히가 아닌 실적을 맞추어야지.”

그렇군요. 실적이군요. 때로는 발로 뛰는 조직원들 사기앙양 목적아래, 나이트클럽 무대에서 조명발 서글픈 불나방이 되기도 합니다. 물론 맨 정신이 아닌 채로 말이죠. 그렇기에 여성들이 멀쩡히 노래방에서 한 곡조 뽑는 것을 보면 신기하게도 여겨집니다. 와이셔츠 적신 땀방울이 목욕 가운을 대신한 체 새벽 돌아 나오는 뒷모습은 나에게 묻습니다. 이렇게 살아야 하니.

누구나 한번쯤은 그랬듯 사표를 넣어 다녔습니다. 통쾌하게 녀석의 면상에 집어 던지며 호기 있게 걸어 나오는 꿈을 꾸며. 그럼에도 다음날 아픈 속을 달래기 위해 북엇국 한 그릇을 목구멍에 꾸역꾸역 집어넣습니다. 거래처 가야지요.

 

‘한잔 할까.’

술을 좋아해서 마시는 경우가 없다지만 왠지 당기는 날이 있습니다. 기분 좋게 마시는 유쾌함으로 혹은 인정받지 못함에, 승진 탈락의 서러움들로 소주 한잔과 곱창 하나를 얹습니다. 잔을 비우고 다시 채우고 ……. 속 깊은 골까지 넘어가는 알코올의 시림은 인생 단면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빈병의 깊음이 더해질수록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답답하던 울분은 기회다 싶어 틔어 나오기 시작합니다.

‘내가 말이야. 여기 아니면 갈 데가 없는 줄 아니. 나 참 더러워서.’

집으로 가는 길. 몽롱한 가로등 백색 불빛이 나를 닮았습니다. 커졌다 꺼졌다. 비틀거립니다. 몸도 따라. 그래도 마음만은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옆에 누군가가 없다면 스스로라도. <미생> TV 드라마에서 오 차장은 장그레 사원에게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취하지마라.’

꺽~~ 어쩐대요. 오늘도 한잔 했습니다. 술은 취하라고 마시는 게 아닌가요. 집에 들어와 마늘님을 붙들고 평소 하지 않던 수다를 내놓을라치면 예견된 반응이 돌아옵니다.

“빨리 잠이나 자요.“

네. 자야죠.

 

허기진 갈증에 깨어 시계를 보니 아침 출근시간. 간밤 많이 마셨네요. 화장실 흐릿한 거울 앞에 서니 오늘의 사내가 말을 건네옵니다. 까치집 머리에 퀭한 눈동자. 그래도 날마다 수염은 자라있습니다.

‘정신 차리게.’

그래. 그래야지요.

넥타이를 생의 끈 인양 다시 질끈 목줄에 매어답니다. 출근 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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