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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7일 08시 52분 등록

4차 이식 마치고 보름달

 

 

개똥아, 산아.


어제 오후에 이식을 잘 마쳤다. 나는 두 개의 이쁜 배아 꽃송이들을 품어왔구나. 지금 내 앞에 배아들의 폴로라이드 사진이 있어. 배아 사진은 처음 받아본다. 이 사진을 찍어주신 배려가 고맙다. 사진이 있으면 그리워할 수 있다. 그럼 마음 잡기가 훨씬 나을 듯 하다. 어제 일을 되새김질 한다. 엄마의 스승님 구본형 선생님은 <일상의 황홀> 책에서 이렇게 이야기하셨다. “기록은 사라져 가는 것들을 붙잡아줍니다. 그것은 초혼의 주술이며 시간을 머물게 하는 마법입니다. 그러나 정말 참을 수 없는 것은 사라져가는 일상이 아니라 똑 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지겨움입니다. 살바도르 달리가 늘 똑 같은 일상을 되풀이하는 인간의 맹목적 습성을 공격하기 위해 그림을 그렸듯’, 나는 물결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매일 달라지는 변화와 특별함을 즐기기 위해 기록을 남깁니다. 나는 그것들을 기록함으로써 하루가 다른 하루와 달리 그 하루로 이미 특별했던 것을 즐깁니다. 기록은 사라져 가는 것들을 존재하게 하고 잊혀져 가는 것들을 있게 함으로써 역사가 되고, 그 역사가 곧 내 삶의 모습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그 많은 하루들 안에 나는 내 안에 사람이 살아 있던 날들이 점점 더 많아 지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곧 성장이고 훌륭한 자기 경영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문장이다. 내가 너희를 기다리는 과정을 기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기록함으로써 너희를 만나는데 성공하고 싶다. 하지만 더 큰 목적은 나의 하루하루를 잘 살고 싶기 때문이다.  


오후 3시 이전에 병원에 도착해서 진료 카드를 내고 한 동안 기다렸어. 쌀밥과 찌개를 먹어야 식사로 치고, 빵은 간식으로 취급하는 아빠는 기차에서 먹은 핫도그는 식사로 부실하니까 과자, 사탕, 초컬릿, 크래커를 드신다. 자꾸 TV로 눈과 귀가 간다. '엄마의 탄생'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임산부가 주인공인 프로그램이야배 부른 그녀들이 부럽다. 내 앞 자리에는 아직 돌 전인 애기를 안은 채 주사실에서 주사를 맞고 나오는 여자분이 있다. 둘째도 난임병원의 도움을 얻어서 만나야 하는 정성과 마음, 몸고생도 보통은 아니겠구나. 1시간 전부터 방광을 채우라고 해서 물을 3잔 연거푸 마셨어. 미세수정, 배아글루, 보조부화술까지 해서 84만원을 결재했어. 모두 그의 복지카드로 결재했다나는 틱낫한 스님의 명상을 하려고 눈을 감았어. 걷기 명상을 할 때도 유용하고, 지금처럼 떨리고 긴장될 때 이완하는 데도 좋다. 미소가 떠오르거든. 난 이 명상을 산부인과 진료의자에 앉을 때도 하고, 채취, 이식할 때도 한다. 


Breathe in out

Breathe in out…

I’m blooming like flower

I’m fresh like dew

I’m solid like mountion

I’m firm like earth


그는 8층에서 태블릿 보고, 나는 7층 내려갔어. 분홍색 가운으로 갈아입고 대기실에 앉았다. 내가 3번 의자에 앉았다. 의자에 내 이름과 남편 이름이 적힌 쪽지가 놓여 있다. 임신반응 피검사 일정과 처방받은 약 복용법이 적혀 있다.  모두 13명이 같이 이식을 받았다. 11명이 신선배아 이식이고 2분이 냉동 수정란 이식이었다. 신선이식에는 3일 배양도 있고 2일 배양도 있었다. 모두 양말을 신고 있었는데 2분의 새댁이 안 신었던데 건너편 새댁에게 "발 시려요. 양말 신어도 돼요." 말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계속 핸드폰으로 찍어서 틈을 못 만든 것도 있다. 그만큼 외롭다는 걸텐데 나이많은 내가 한 마디 걸어주었어도 좋았을 것을.


배양연구원 두 분이 차례로 오셔서 이식 오리엔테이션을 한다. 처음에는 젊은 여자분이고, 나중에는 굉장히 굉장히 유머러스하고 유쾌한 여자분이다. 젊은 배양연구원이 미세수정과 자연수정의 차이를 말해준다. 미세수정은 배양연구원이 선택한 정자를 직접 난자에 찔러 넣는 것이고, 자연수정은 난자에 남편의 정자를 여러 개 부어서 기다리는 거다그 과정을 거쳐 정상수정, 비정상수정=수정 실패가 일어난다. 미세수정은 정자의 운동성, 갯수가 적거나 기형도가 높을 때, 난자의 갯수가 적거나 난자 질이 떨어지거나 난자의 나이가 많을 때 사용된다. 냉동은 포배기에 이루어지는데 보통 5일이지만 6~7일 걸리는 사람도 있다. 토요일에서 월요일 사이에 문자로 알려준단다. 과연 대구 마리아 5 냉동의 행운이 나에게도 있을까? 보험처럼 참으로 든든할 것 같다. 나중에 오신 분이 그 유명한 분이시구나. 그 분을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치료를 받는 것 같았다. 쪽지를 거의 설명해 주었고, 이성구선생님께 질문을 할 타이밍을 알려주고, 대답을 크게 잘 하라고 했다. 자궁내막은 좋다고 했으면 8mm 이상이란다. 일상생활을 하는 게 임신률을 높이고, 가벼운 산책, 스트레칭, 복식 호흡 좋지만 무리한 운동은 좋지 않다. 나는 커피 한 잔은 이식 후에도 고민없이 그냥 마실 작정이다. 3잔 이상이 안 좋다네. 임신반응 검사는 2주 후다. 전날 가까운 난임병원에서 하고 당일 전화를 주어도 된단다. 나도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전날 미리 피검을 할 작정이다. 단일배아 이식의 조건은 대구에서 시험관 첫번째, 두번째인 사람, 나이 만 37세 미만, 자궁내막 8mm 이상, 정상 수정란이 2개 이상이면서 1개 이상의 우수한 배아를 가졌을 경우 시행된다. 이것 중 단 한 개라도 예외가 있으면 착상이 잘 안되는 요인을 가지고 있어 2개 이식이다. 단일배아 이식의 성공률은 40개월간의 통계에 근거하면 55%, 2개배아 이식의 기대임신율은 32%였다. 다른 병원이나 다른 통계는 평균 25~30%인데 많이 높구나. 시험관 시술에도 불구하고 기대임신율이 10% 정도일 40대의 나도 기대해도 될까? 박문일 <베이비 플랜>에 의하면 40대 이상의 임신의 경우, 염색체 이상으로 인한 기형아발생률, 임신후 중독증의 위험이 높아지고, 자연유산율은 50%에 육박한다. 자주 들었던 무서운 말들이다. 35세가 고령임신의 기준이었는데 기준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는 말을 믿는다.  평균수명과 체력이 늘어나는데 왜 안 그럴까? 어쨎든 나의 방침은 최대한 몸관리를 하고, 임신, 출산, 몸조리 모든 과정을 남보다 더 긴 시간 더 많은 정성을 들이겠다는 거다. 그리곤 진인사대천명일 테다.  과연 얼만큼 해야 최선을 다해, 마음껏 했다며 자신에게 떳떳할 수 있을까? 오직 거기에서 이후 나의 마음의 평안, 구원이 있을 듯 하다.


이성구선생님이 반팔 초록색 수술복을 입고 오셨다. 우리는 박수와 환호로 그 분을 맞이했다. 여기 의사 샘 3분은 하루 종일 저 옷을 입고 일을 하신다. 1번부터 돌아가면서 수정방법, 수정 갯수, 수정란의 상태 등을 이야기해주신다나는 7개 채취한 난자를 모두 미세수정해서 6개가 정상수정되었다. 1,2차 채취처럼 3차도 모두 미세수정인 건 마찬가지다. 그 중 2개를 이식하고 4개는 계속 키워보겠다고 하셨다. 혈전의 문제 때문에 임신이 되면 크녹산을 처방받을 수 있으니 임신 반응이 나오면 내원하라고 하셨다. (평생 단 한번도 임신 수치란 걸 받아본 적 없는 나도 진심으로 그랬으면 좋겠다!!!) 채취한 갯수가 적고, 나의 1,2차 때의 수정 전적이 50%에 불과해, 이식이나 할 수 있을까 염려하던 나는 수정률이 좋아서 눈물이 막 났다. 너무너무 감사하다. 배양기술이 좋다더니 빈 말이 아니었구나. 정말 최고구나. 무한 신뢰를 느낀다. 12개 채취를 했을 때도 6개만 정상수정이 되었을 뿐이었다. 만약 걷기 운동을 미리 했다면 훨씬 많은 난자들이 채취될 수 있었을 텐데, 자꾸만 후회가 올라왔다. "지금 이식한 배아가 우리 자식이 되면 끝이다"는 마음으로, 과거로 가는 그 마음을 무찔러 보려 했다. 다른 분들의 발표를 들었다. 난소기능저하가 있는 분들은 2개 채취 2개 이식, 2개 채취 1개 이식인 경우도 있었다. 얼마나 마음 졸이며, 간절한 마음으로 하실까? '나이때문에 배아글루, 보조부화술 했어요.' 라는 이야기를 들은 이들이 나 포함해 서너 사람이었다. 아마도 나처럼 40대이신가?


이식실로 분홍색 기러기들처럼 줄을 지어 이동했다. 벽이 겨자색이고 꽃무늬 담요가 놓여있다. 간적조명이라 따뜻하다. 커튼은 개별침대 마다가 아니라 양쪽으로 있다. 올리브그린이다. 겨자색과 올리브그린은 내가 좋아하는 색이다. 신혼집 소파를 올리브그린 색으로 샀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는 오른쪽 침대에 누운 5명 중 하나다. 남편과 내 이름을 확인한다. 똑똑히 단디 보려고 노력한다. 누운 채 계속 틱낫한 스님의 명상을 한다. 차가운 질경이 자궁으로 가는 길을 넓히려 들어올 때 몸으로 거부하면 통증이 있다. 배양된 수정란들을 실은 트레이를 밀고 배양연구원, 의사선생님, 나의 다리를 세워주고 이불을 덮어줄 간호사 샘이 오실 때 내 몸과 마음이 '합력해서 생명을 초대하는 우리 부부의 팀, 조력자'인 그분들에 대해 편안하도록 나를 열기 위한 명상이다. 계속 입꼬리를 올리고, 백제와당의 half smile을 떠올리며 따라하려고 복식호흡을 한다. 머리 위의 모니터에서 바로 앞 사람의 난자들이 보였다. 잠시 줌이 되었다가 채취기구로 보이는 주사기 같은 데다 쭉 빨려 들어가길 반복한다. 인터넷에서 보던 꽃송이모양이다. 2일 배양인 난자들은 꽃잎이 4개이고, 3일배양은 8, 5일 배양은 부화해서 감자모양도 있었다. 신기하고 신기하다.


내 수정란이 떴을 때 아까 그 유쾌한 샘이 내 손에 손을 올려주면서 "### 수정란입니다." 말해주었다이산가족 상봉장에 한복입고 앉아 있는 것도 아니면서 뭉클하고 감격스럽다. '반갑다, 어서 오거라 아가들아. 내게 와주어 고맙다. 기쁘다. 온 몸과 마음으로 너희를 환영한다.' 두 손이라도 번쩍 쳐들고 싶었구나. 마음 속으로 인사를 보냈다. 조그만 동그란 하양 점이 나있다. 그게 보조부화술이나 배아글루의 흔적이겠구나. 보조부화술은 알을 까고 나오기 좋도록 살짝 난자의 껍질을 따주는 거고, 배아글루는 착상을 돕는 시술이라고 들었다. 내 차례가 왔다엉덩이걸음으로 빠른 속도로 침대 아래로 사샤삭 내려갔다아래를 들씐 채 다리를 초음파 자세로 세운다. 이식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질정 찌꺼기를 청소하는 느낌도 좀 났다. 자궁 좋다고 하신다. 내막의 두께가 문제가 되지는 않나 보다. 선생님이 영양제 이야기를 하신다. “DHEA는 채취와 함께 끊었지요?", “, 끊었습니다." “항산화제는 피검때까지만 드시고요, 임신 반응이 나오면 임부용 비타민만 드세요.” "" 대답을 크게 했다. 사람들마다 먹는 영양제가 달라서 당부가 다 다르다. 계속 모니터에서는 다른 분들의 꽃송이들이 흘러간다. 다른 분들이 이식을 받을 동안 나는 5분간 그대로 있다가 이불을 덮고 편안히 누웠다. 함께 이식한대서 어떨까 걱정을 했는데 괜찮았다. 신뢰때문인 듯 하다. 이불 속으로 따뜻한 손을 자궁에 얹고 틱낫한 스님의 명상을 계속한다. “자궁아, 두 꽃송이들을 잘 품어주고 안아주길 바란다. 아가들아, 가장 목좋고, 살기 좋은 명당을 골라 자리잡거라.” 부탁한다 


질문했다. "저는 왜 미세수정입니까?" "300배를 했는데 절은 108배 정도 하면 될까요?" "남아있는 배아들의 상태는 어떤가요?" 선생님이 대답해주셨다. 전체에게 이야기를 할 때도 있었다. 항산화제를 비롯한 영양제들은 피검까지만 복용을 하고, 임신을 했으면 임부용 비타민을 먹으라고 했다. 비타민 D는 격일로 쓰라고 했다. 유산균, 오메가3 등은 그대로 먹어도 좋다고 했다. 이성구선생님이 나가고, 유쾌한 배양팀 선생님이 질문을 개별적으로 받아, 전체에게 이야기를 한다. “움직여야 임신이 더 잘 되니까 절대로 시체놀이 하지 마세요. 일상생활, 직장 다니는 것 다 가능합니다. 많이 웃으세요. 난임은 병이 아니라 늦은 상태니까 10계명 실천하면 난자 질 좋아집니다. 패스트 푸드나 밀가루는 좀 자제하세요. 임신이 되면 막대질정을 8주까지 쓰게 됩니다. 찌꺼기 좀 나와도 됩니다. 엠빅스 질정 잘 안녹아서 좀 녹아나와도 상관없어요. 열이 37.8도 이상이면 타이레놀 드세요….’


35분 정도 누웠다가 내 이름이 적힌 배아사진과 소고기미역죽을 챙겼다. 옆에 누운 여자분들과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래요.”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피검날 희비가 엇갈리겠지. 그건 생각하지 않으련다. 그분들이 백마고지에서 전투를 같이 한 전우 같다. 이식받고 나온 내 표정을 보고 남편은 기분이 좋았단다. 4번의 이식 중에서 제일 편안했단다. "당신이 맑음이면 나도 맑음이예요." 그가 말한다. 나는 마치 아이의 재롱잔치 사진을 보여주듯 이거 봐요. 이거 봐요. 여긴 이런 것도 주네요.” 배아사진을 짜잔 보여준다. 남들은 초음파사진으로 시작하는데 우린 배아 사진으로 시작하네.


돌아오는 기차도 순방향 창가자리다. 내가 창가에 앉고 그가 통로 쪽 자리다. 나무 보길 좋아하는 나를 위한 배려다. 그가 배아들의 사진을 오래 본다. 나는 더 오래 본다. 그의 손을 끌어다 내 자궁 위에 놓고 그의 손등을 내 손으로 덮었다. 거의 1시간 동안, 내 눈은 해가 지는 산을 보고, 몸은 그의 따스한 손을 느끼며 올라왔다. 보름이 가까운지 보름달 둥근 달이 초저녁인데도 어슴푸레한 하늘에 재바르게 올라와 있었다. 달을 보니 기분이 더 좋다. 그가 잠든 후에는 <불임극복 식이요법> 책의 운동편을 읽었구나. 운동, 식이요법, 체중조절은 임신능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고혈압, 2형 당뇨병, 갑상선 질환, 우울증, 암 등 여러 가지 병을 예방하고 건강한 삶과 활력을 가져온다. 임신이라는 열쇠는 평생 건강이라는 자물쇠도 열 수 있구나. 나의 패러다임이 좀 넓어지는 느낌이구나. 노을, 나무, 낮이 밤으로 가는 개와 여우의 시간, 내 옆에 언제나 있어주는 그 사람, 배아꽃송이들, 기차의 소리와 느낌…..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한 충만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개똥아, 산아. 오늘 품어온 배아 꽃송이들이 참으로 소중하고 고맙구나. 개똥아, 산아, 오늘부터 열흘 간 나는 또 한 번의 특별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사실 과배란 주사, 채취, 이식보다 이 시간을 견디고, 임테기와 증상 검색에 놀아나지 않고, 피검결과 전화를 기다리는 심장박동을 견디는게 더 힘들다. 내가 행복하게 그 시간을 보내게 되길 바란다. 이번에는 아이가 오든 안 오든 내가 몰입하고 기쁘게 보낼 수 있는 걸 하면서 이미 행복하고 만족하고 완성된 시간을 주는 천복의 수레바퀴의 중심축에 나를 두어 보련다. 너희를 만나길 소망한다. 사랑을 보낸다.  2015.2.3. 새벽에 엄마가.


 

Ps 부처님관세음보살님 그리고 기도를 들으시는 고운 님들께 기도드립니다. 수정이 잘 되었고, 질좋다는 배아를 2개 무사히 품고 돌아온 오늘, 행복한 꿈을 꾸며 일어난 기분입니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제 마음은요, 우유 항아리를 머리에 이고 장에 가는 이솝의 아가씨가 되어 막 들뜹니다. 부정적인 상상보다는 긍정적인 기대가 훨씬 많아요. 마음이 춤을 추듯 미래로 들락거립니다. 여기서 끝을 내면 좋겠습니다. 만약 이번에 성공한다면 내 나이 45, 남편 46살에 우린 돌잔치를 하겠네요. 만약 냉동이 나온다면 된다는 보장은 없더라도 아이 돌 까지 모유수유를 한 후에 단유하고 45살에 이식은 해 보겠어요. 남아있는 냉동을 다 쓸 만큼만 노력을 해 볼 것 같습니다. 나는 3년간 일을 안하고 아이만 기를 겁니다. 3살 생일 잔치를 한 후 어린이집에 보낼 겁니다. 45살에 시작한 부모노릇은 적어도 만 20살까지는 계속 되겠지요. 우리부부는 그때까지 건강하게 살아 있고, 일을 할 궁리를 합니다. 교육대학원에 가서 전문상담교사 자격증을 따서 특수교사에서 전문상담교사로 전직하면 어떨까, 이사를 갈까 만약 아이가 온다면 길러낼 작정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여건들을 점검해 봅니다. 남산도서관 옆에는 서울특별시 교육청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요. 그 글자를 향해 나는 속으로 말하곤 합니다. “저는 꿈이 있습니다. 3살까지 아이를 제 손으로 기르는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20살이 될 때까지 살아있고 싶습니다. 또한 65살까지 일을 할 겁니다. 일을 하긴 해야 하는데요, 특수교사를 55세 이후에도 할 수 있을까? 지금처럼 멀리로 출퇴근을 계속 할 수 있을까요? 두 가지 걱정 또는 현실적인 도전과제가 있습니다. 집 가까이에서, 65살까지 일할 수 있는 직장을 구하는 것입니다. 전문상담교사로 전직할까 이런 저런 궁리를 하고 있어요. 50살은요 상담을 하는 할머니 교사가 되어도 좋을 나이입니다. 아이들의 할머니는 그때 연로해져서 우리집에 오시게 될 지 어떨 지 모르겠어요. 어쨎든 어머님은 어머님 명의의 좋은 아파트에서 사시게 될 겁니다.”  


어제 병원에 다녀온 후 바로 시댁에 가서 시동생 생일밥을 네 식구가 같이 먹었어요. 몸무게가 많이 늘어서 배가 불룩한 상태의 그를 보고 속이 상해서 뽀족한 말을 했습니다. 배를 만지면서 우리 첫째는 여기 있어요.”, “당신 배를 보면 내가 너무 걱정스럽고 불안해요. 아무리 중요한 일 있어도 자기 몸 관리는 자기가 잘 해야지요.”, “당신이 만나는 사람들, 하는 일이 아무리 의미있고  소중한 거라도 당신 건강이 나빠지면 나는 미워할 거예요.” 잔소리를 했어요. 그는 잠잠이 듣고 있었어요. 문득 깨달은 게 있어요. 그동안 그의 몸과 건강을 돌볼 여력이 없었어요. 나도 없고 그도 없었어요. 나는 그에게 거의 신경을 쓰지 못했어요.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혼자서 잘해주길 바랬을 뿐입니다. 그는 최근 2달간 힘들었습니다. 어머님은 허리를 다쳐 집에 입원해 계신 상황이었구요. 나는 시험관 일정에 들어가 곤두서있는데다 합가 문제로 삐져 있었구요. 그가 자신을 돌보려면 내가 편안해야 하는 거네요. ‘아내안의 해라는 말은 그런 뜻인가 싶어요.


 오늘부터 살고 싶었던 하루를 살아보겠습니다. 아이들이 오든 말든, 냉동이 있든 말든 하루하루로구성된 나의 인생, 나의 길이 살고 싶었던 그 하루이길 바랍니다. 함께 해주신 선생님, 제가 알거나 헤아리지 못하는 의료진, 의료기구들 감사드립니다. 저희 가족을 지켜보고 옹호하여 주세요. 개똥이, 산이가 몸과 마음 건강하게 선연으로 만나지길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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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07 16:00:35 *.255.24.171

저의 소망 하나도 추가요. 웬지 좋은 일이 있을것 같은 이 느낌은 뭔가요?

밥 같이 먹자 하려 했는데 열흘은 참아야 겠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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