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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9일 10시 22분 등록

숨은마흔찾기_구달리뷰#46

정덕현 지음

에도라도 출판

 

1. 저자에 대하여

대중문화평론가. 칼럼니스트. TV나 영화 같은 대중적인 문화 속에 담겨진 현실을 모색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소녀시대, 빅뱅의 아저씨 팬이고, 유재석과 강호동의 팬이면서, 벤야민과 맥루한, 제러미 리프킨의 팬이기도 하다. TV를 끼고 살고 영화관을 전전하는 삶에 대해 혹자들은 부러움을 표명하기도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MBC시청자평가원으로 활동했고 코리아드라마페스티벌 심사위원, 여성민우회에서 주관하는 푸른미디어상의 심사위원이다. 현재 KBS 라디오의 고정패널이며 잡다한 방송출연과 강연, 잡지기고, 칼럼기고로 밥벌이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감’이라는 키워드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고 소통하려 노력하고 있다. 대중문화 비평 블로그, 더키앙(thekian.net)을 운영중이다.

 

2. 내가 저자라면

2의 인생을 준비하면서 이 책을 꺼내 들었다. 인생 60을 바라보는 나이에 40이라니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2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뜻을 정하고 마음을 다지는 터닝포인트라는 점에서는 예순이나 마흔이나 차이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마흔을 예순의 동의어로 생각하고 읽었다.

 

사실 나이가 들수록 장점들도 많다. 성숙미와 노련미, 폭넓은 이해력, 사람과 세상에 대한 진정성, 웬만한 일 아니고는 쉽게 흥분하거나 동요하지 않는 평정심. 그간의 세월을 성실히 산 사람이라면 대개 마흔 넘어 이런 품성을 갖추게 된다. 이런 완숙한 매력을 한껏 발산할 수 있는 시기이므로 나이들어서 오히려 자기 삶의 꽃을 활짝 피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마흔부터는 준비된 성숙한 인간으로서 ‘매일 맞이하는’ 삶을 살아가도 좋을 것이다.

 

저자는 제2의 인생 핵심 키워드로 ‘공감’을 내세우는데, 마흔을 넘어선 중년들은 개발시대를 살아내면서 자신의 진정한 삶을 저당 잡히는 것을 당연시해왔다. 회사와 가정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 앞만 보고 열심히 내달려오다 문득 멈춰 서서 잠시 주위를 둘러보니 낯선 풍경에 어리둥절해진다. 양보다는 질을, 성공보다는 행복을 추구하는 삶이 새로운 가치관으로 등장하면서 ‘새로운 중년’을 준비해야 할 지점에 서게 된 것이다. 이 ‘새로운 중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새로운 마흔을 준비하기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해보아야 할 키워드가 바로 ‘공감’이다. 21세기는 분류되었던 것들이 하나로 통합되는 이른바 통섭의 시대이며, 이런 시류에 힘입어 창의성과 소통의 기술이 각광을 받고 있다. 여기저기서 강조하는 창의성도 다름 아닌 ‘공감’에서부터 비롯된다. 나와 다른 누군가의 생각을 인정하고 서로 다른 생각이 융합되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게 마련이니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재차 강조한다. “공감하고 공감하라”고. 단지 사람만이 아니라 동물이나 사물과도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에서 감동이 나오고 창의성이라는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이니 이건 제2의 인생에서 최고의 덕목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 나는 공감이란 기질적 장점을 보유하고 있으니 나 자신을 활짝 여는 것만 남은 셈이다.

 

빨리 죽거나, 신나는 삶을 살거나라는 카피가 마음에 와 닿는다. 이는 삶의 시간이 갈수록 중요해 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암에 걸릴 뻔한’ 해프닝을 소재로 삼아, 중년과 건강 그리고 죽음을 대하는 법에 관해 이야기한다. “삶의 자각증상이 점점 흐릿해지는 중년이라는 나이에서는 죽음을 가끔 응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죽어가는 내 몸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지금의 삶 속에서 무한히 많은 낭비의 흔적들을 찾아낼 수 있을 테니까. 삶은 그렇게 흘러가고 지금 흘러가는 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며, 지금 할 일을 지금 하지 않으면 영영 할 수 없다는 것. …조물주가 이 중년부터 자꾸 우리 몸을 아프게 만들어놓은 것은 삶을 더 소중하게 느끼라는 것일 게다. 

 

어차피 인생에 정답은 없다. 저마다 가장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택해 걸어가게 되어 있다. 하지만 때로는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삼사오오 모여 앉아 서로의 경험담을 함께 나누며 위로하고 위로 받으면서 기쁨을 얻고 에너지를 충전해 남은 길을 가면 더욱 풍성한 인생이 될 것이다.

 

어쨌거나 오늘의 내가 살아 움직이는 근본 동력은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에서 나온다는 것을 이 책에서도 다시 한번 확인했다.

 

3. 나를 무찔러온 장절

5
이제 보니 다들 둥글둥글해져 있다. 역시 호르몬인가?

 

7
문득 마음을 맞이 하는 우리네 중년들을 위한 책을 쓰고 싶은 욕구를 느꼈다. 참 열심히 살았지만 그 즈음에 서면 어딘지 허탈감이 느껴지는 그런 나이에 대한 친절한 공감과 위로를 보내고 싶었다. 좀 동글동글해 졌다고 해서, 와이프에게 안 하던 충성을 한다고 해서, 남자구실 제대로 못한다고 해서, 심지어 가슴이 나온다고 해도 잘못된 것이 전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 해주고 싶었다. 아니 그 삶이 얼마나 귀하고 값지며 앞으로도 창창한 것인가를.

 

호르몬의 변화는 어쩌면 소통할 수 있는 남성을 만들어 내기 위한 조물주의 배려인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영원히 살 것 같은 착각 속에 살아 왔다면, 이제 그 영원함이 순간일 뿐이라는 것을 알고는 순간의 소중함을 매번 느끼며 살아가게 되는 나이다.

 

8
좀 더 준비한다면 청년들은 더 화려한 중년을 맞이 할 것이며, 이미 중년을 맞이한 이들이라면 지금이라도 새롭게 마음을 먹고 실천하는 것으로 꽤 괜찮은 변화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공감 이라는 면에서 무엇보다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실제 이야기를 중심으로 글을 풀어내려고 노력했다. 책을 위하여 많은 소재를 제공해준 친구들에게 감사한다.

 

19
짐을 풀고 지하 펍으로 내려오라고 하면서 내게 메리크리스마스라고 했다. 아마도 크리스마스라는 말 때문이었을 게다. 나는 조악한 방에 짐을 풀고 펍으로 내려가 그 사내와 밤새도록 술을 마셨다. 취한 사내는 그리스 전통 춤 칼라마티아노를 가르쳐 주었다. 손으로 다리를 때려 가면서 나와 사내는 춤을 추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경험은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마치 조로바라도 된 듯, 절망 끝자락 속에서도 세상의 아직 일어나지 않은 걱정거리들을 다 날려버리듯 양팔을 벌리고 춤을 추던 그 유쾌한 기억

 

20-21
나는 무엇인가에 이끌리듯 다시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기 시작했다. 10여 년이 지나도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여전히 그 조르바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열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아니 그것은 10여년 전 읽었던 것보다 더 내 마음을 흔들었다. 서른을 겪어왔기 때문일 것이었다. 사회와 현실에 적응해 나가면서 차츰 굳어져 버렸던 청춘의 어떤 것들이 더 선명하게 눈앞에 드리워졌다. 나는 여전히 춤을 추고 싶어 하고 있었다.

 

23
여성들은 늘 사회생활 바깥의 일들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바보스럽게도 우리네 남성들은 중년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사회생활 만이 자신을 세워 줄 수 있는 전부라고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니 점차 사회생활 바깥으로 밀려나는 중년 이후의 삶은 두려워 질 수 밖에 없다

 

마치 다이하드한 브루스윌리스처럼, 머리가 희끗희끗하지만 여전히 눈앞의 삶을 즐기라고 춤을 추던 조로바처럼, 우리 삶의 크리스마스는 끝나지 않고 계속 찾아 온다는 것을 생각한다. 그때 그 어둠을 뚫고 찾아간 곳에서 만나게 된 잊지 못할 파티의 시간을. 잔치는 끝나지 않는다. 삶이 계속되는 한. 매일 이별하며 살던 한 청춘은 이제 매일 맞이 하며 살아가는 중년이 되었다

 

27
시간 개념이 아니라 미션 개념으로 사용 할 수 있는 다이어리가 그가 개발하려는 거였다. 사람들은 너무 시간에 집착하는 것 같아. 시간에 집착 하면 좀더 전체적으로 인생을 보는데 한계가 있어. 대신 미션 중심으로 삶을 계획하면 시야 자체가 달라진다고. 그 상세한 목표들의 우선순위를 매긴 후 매일매일의 미션을 부여한다는 얘기였다.

 

29
시간 바깥으로 나와 자신의 삶의 흐름을 바라봐야 한다

 

33
하지만 나는 아버지가 그렇게 푸념 하시는 걸 거의 보지 못했다. 물론 연세가 드셔서 보니 마음이 약해 지셔서 점점 과거와 달리 푸념을 하시지만 그래도 젊은 시절에 아버지는 거의 모든 당신의 말을 아꼈다. 뿔은 거기서 생기는 것이리라고 나는 상상 했다. 밖으로 풀어냈어야 할 그 가시 같은 말들을 그저 꿀꺽 꿀꺽 삼켜버린 아버지는...

 

집은 늘 어머니의 주무대였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들은 그 어머니의 무대 위에 갑자기 서게 된 신인 연기자 들처럼 어색해 했다.

 

35
아빠는 괜찮다. 아버지 그렇게 괜찮다고만 말고 화라도 내 보세요. 절대로 가족들을 위한다는 마음 때문에 괜찮다는 말만 반복하는 그런 삶은 살지 말아야지.

 

38
초식남, 이들은 기존의 남성다움 육식성을 강하게 어필하지 않으면서 주로 자신의 취미 활동에 적극적이나, 이성과 연애에는 소극적인 사람들이 다.

 

39
이들 초식 남들은 그 헛된 욕망에 시간과 돈을 들이기 보다는 혼자 편안하게 취하는 잠을 선택한다. 물론 그렇다고 이들이 성적으로 거세된 남자들이라는 말은 아니다. 성적인 욕망이야 다른 방식으로 얼마든지 풀 수 있는 일이 아닌가. 다만 연애에 들이는 그 일련의 과정들이 피곤할 뿐이다.

 

결혼이란 관계의 확장 이다. 결혼하면 그 자체로 수많은 관계들 속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관계 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을 때는 든든한 것이지만 너무 가까이 붙어있으면 피곤한 일이 되는 경향이 있다. 때로는 혼자 시간을 보내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내가 아는 선배는 가끔 혼자 여관에 간다고 했다. 뭐 특별한 일을 하러 가는 게 아니다. 혼자 있고 싶어서 라는 그 선배는 여관방 소파에 앉아 책을 읽거나, 침대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거나, 혹은 멍하니 창 밖을 내다보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고 한다. 그렇게 몇 시간을 보내고 나면 어딘지 다시 기운이 생기더라는 것이다.

 

40
한번은 그 선배가 술을 마시다 새벽에 들어 간 적이 있는데 남편이 잠을 안자고 기다리고 있는 거야. 문을 연 남편이 다짜고짜 지금이 몇 시냐며 나가라고 했다지
그런데 그 선배는 정색을 하면서 이렇게 물어봤대. 정말 당신 나 없이도 살수 있어? 하고 말이야 그래서
?
이렇게 말하더라 얼른 들어와서 문 닫아!

 

결혼을 남자의 무덤이라고 말 하지만 그건 그렇게 농담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결혼이 남자들의 안식처 이기 때문이기도 한 것은 아닐까
당신 정말 나 없이도 살수 있어? 그렇게 생각해 보면 답은 자명해진다

 

53
누구나 여배우를 통해 뭔가 더 많은 걸 끄집어 내기 위해 끊임없이 싸워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긴 그렇게 복잡한 이유를 들면서 연기가 어쩌고 저쩌고 시시콜콜 지적하면 대부분 여배우들이 속으로 이렇게 이야기한다더라. 차라리 하룻밤 자 달라고 하지. 뭔 잡소리가 그렇게 많냐고.

 

55
삶이 아무리 더럽게 굴러간다 해도 누구에게나 순수함은 있다. 그리고 그 마지막 한 자락의 순수함이 어쩌면 모든 두려움을 떨쳐 낼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마치 잊고 있었다고 생각되는 그 작고 가녀린 순수함이 불쑥 찾아와 가슴을 올릴 때 우리는 가만히 그 소리를 들어야 한다.

 

57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자동차, 높게 치솟은 빌딩들, 사람들을 툭툭 쳐 가면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걸어가는 사람들, 뭔가를 팔겠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사람, 믿어라 천국에 가려면 하면서 큰 소리로 떠들어 대는 사람, 우 몰려 나왔다가 우 몰려 들어가는 군중들, 시간마다 꺼졌다 켜졌다 반복하면서 급박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신호등들, 사고가 난 듯 요란하게 삐뽀 소리를 내며 달려가는 구급차들... 모든 풍경들이 낯설어진다. 도대체 뭘 위해서 저토록 빡빡하게 살아 왔을까.

 

59
내 다시는 안 온다 모르고 죽는 게 낫지 그래도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거리를 나서는데 문득 달라진 풍경에 스스로 깜짝 놀란다. 사람 마음이 이렇게 간사한가. 곧 죽을 것 같을 때는 거리가 온통 새롭게 느껴졌는데...

 

60
자각증상이라는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 왔다. 그래 너무 둔감하게 살아 왔어. 영원히 살 것처럼 말이야
우리가 술과 담배를 하고 몸을 혹사시키는 것은 어쩌면 둔감해진 삶이 더 큰 자극을 필요로 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삶을 자극을 통해 깨우려 하기 보다는 가끔은 자신을 반추해 죽음이란 현실을 똑바로 응시할 필요가 생긴다. 물론 건강검진은 더 나빠질 수 있는 몸의 병을 큰 병으로 가지 않게 하는 것이지만 단지 그런 육체적인 의미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죽어가는 내 몸을 발견 하는 것만으로도 지금의 삶 속에서 무한히 많은 낭비의 흔적들을 찾아낼 수 있을 테니까.

 

61
조물주가 이 중년부터 자꾸 우리 몸을 아프게 만들어 놓은 것은, 삶을 더 소중하게 느끼라는 것일 게다.

 

66
삶에 있어 내 존재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난 줄곧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회사 생활을 하지 않게 된 것도 아마도 그 놈의 존재감이 내 뒷목덜미를 잡아 끌었기 때문 인지도 모른다. 앞으로의 회사란 결국 개인들이 자신의 일을 하고 그것이 다양한 네트웍크로 묶이는 형태가 되리라 생각한다.

 

67
침묵의 장기 간을 반면교사 삼아보면 어떨까. 이미 문제가 발생되면 어려워지는 간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 그 오래도록 해온 침묵을 깨야 한다.

 

70
정신 노동의 시대, 우리는 육체 노동으로부터 벗어나 있지만 늘 접속 된 상태로 살아가야 하는 고 통에 시달리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휴대폰과 노트북으로 날아드는 메시지를 받고 처리하며 살아가야 하는 운명이다.

 

71
실체로서의 그런 경험을 할 수 없게 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의 호흡을 나누고 스킨십을 하거나  똑같은 공간에서 둘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공유하는 그런 경험. 동해 바다의 안전한 풍경 만이 아니라 파도가 튀는 그 공간에서 맡아지는 짠 내음과 밟히는 모래알의 서걱거림을 온몸으로 느끼는 그런 경험.

 

72
처음 회사에 들어간 낯선 사람들과 함께 그 작은 사무실에 앉아 있을 때 모니터가 없었다면 얼마나 곤혹스러울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비로소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어야 마음이 편해지는 놀라운 정신 노동의 결과는 삶을 참으로 얄팍하게 만든다.

 

주말에 텃밭에 나가 삽질을 하면서 땀을 한참 흘리다 보면 참 그 모니터 쳐다 보는 일이 하찮게 여길 때가 많다. 심은대로 쑥쑥 자라 주는 농작물 들을 일일이 손으로 만지고 심고 가꾸는 일은 그래서 때론 나 자신을 다시 만지고 세우는 일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땀을 연신 흘려 대면서 무표정 하게 앉아 모니터만 바라보던 내 몸이 비로소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74

이미 정보에 깊숙이 중독된 나는 여전히 모니터를 쳐다 보며 살아가지만, 그래도 가끔은 삽질이 그립다

 

76
떠나기 전 따른 그때서야 엄마라는 존재를 알아채고 이렇게 말한다 사랑해 주는 사람 내 맘을 제일 잘 아는 사람 나를 제일 잘 이해해주는 사람 나를 가장 이쁘다고 하는 사람 제일 잘 들어주는 사람 나를 믿어주는 사람 내가 무슨 짓을 하고 돌아가도 나를 반겨주는 사람, 바로 엄마랑 나 이제 알고 떠나요 엄마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다음 세상에선 제 딸로 태어나 주세요 제게 주신 큰 사랑을 되돌려드릴 방법은 그 길 밖에 없습니다.

 

77
눈물은 우리 마음에 찰랑찰랑 채워지는 감정의 수위를 범람하게 하고 마음을 정화시키는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신파라고 부르는, 늘 뻔한 눈물범벅 의 이야기를 보면서 과거에도 그렇지만 지금도 여전히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시는 어르신들이 계신 것은.

 

우리는 여전히 눈물을 흘리지만 그것이 실생활에서는 아니다 우리의 생활을 둘러보면 그만큼 감동 없는 안전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 기도 하지만 눈물을 흘리는 사람을 발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을 예외적인 사건으로 인식하는 우리네 삶은 그만큼 안전하다. 눈물의 상황 자체를 구질구질한 것으로 여기는 우리들이 하는 것은 바로 이 타인의 상황을 회피하거나 자신의 개인적인 삶의 틀로 매몰되는 것이다

 

78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우리는 현실에서조차 어떤 잣대를 내세운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그건 쿨한 게 아니라고. 눈물이 나와야 할 때조차 눈물을 흘리지 않는 것이 이 시대가 우리에게 음으로 양으로 강요하는 모습이다.

 

80
모든 이들이 웃고 있구나 무표정하게 있는 것, 그것은 참으로 이상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마치 누군가에 의해 그렇게 하도록 강요 받은 것 같은 거 풍경. 처음 이 바닥에 분명히 존재하는 눈물을 없는 것으로 생각하게 해온 생활의 훈련

 

놀랐어요 선배 쿨한 걸 좋아하시는 줄 알았는데. 연극을 보고 나오면서 여기자가 묻는다 
쿨한 거? 그거 좋지. 하지만 사는 건 신파야.

 

83

뭐가 그리 죽을 것 같았는지 짐 모리슨에 푹 빠져서 음악과 술에 취해 비틀대며…… 그렇게 어떻게든 꺼져가는 불꽃을 타오르게 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굵고 짧게 살자던 그 청춘들은 27의 열병을 지자 지금까지 얇고 길게 잘 살아가고 있다. “사람되기는 힘들어도 괴물은 되지 말자던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을 보고는 이런 얘기를 한 적도 있다. “아무리 굴러 먹어도 둥글둥글한 공은 되지 말자.” 그 말이 무색하게 꽤나 현실적이 되면서 각설탕처럼 뾰족했던 우리들은 어느 새 둥글디 둥근 공이 되어 있었다. 누구나 툭 차면 잘도 굴러가는.

 

85

우린 마모된 게 아냐. 덧붙여진 것뿐이야. 뾰족한 사각형에서 모서리가 갈려져 작은 원이 된 게 아니고, 모서리 바깥으로 경험이 덧붙여져서 더 큰 원이 된 거라구.”

 

86

열정은 사라진 게 아니다. 다만 중년의 나이가 덧붙여져 그 열정이 세련되었을 뿐. 갑자기 웬 파리냐고 묻자 병수는 짐 모리슨을 불렀다. 나는 OK했다.

 

마흔, 그들은 왜? 그리고 그들만의 매력

 

94

다른 신참들에게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어느 새 이야기 고참이 되어 있었던 거지.

 

95

남자와 군대이야기는 트라우마와 프라이드 사이에 존재한다. 트라우마를 겪은 이들은 그것을 하나의 프라이드로 바꾸기 위해 이야기를 과장한다. 그리고 놀라운 일은 이야기는 진짜처럼 믿어진다.

 

96

힘겨운 삶에서 이야기만큼 우리를 치유해 주고 살아가게 해주는 것은 없다. 하지만 늘 과묵함을 지상과제로 살아왔던 남성들에게 이야기란 그리 친숙한 존재가 아니다.

이야기가 많을수록 삶은 풍요롭고 그 기억은 아름다워지기 마련이다. 인생이란 결국 그렇게 남는 기억 한 자락의 행복에도 긍정할 수 있는 어떤 것이 아닌가.

 

99

아주 애인 만났네, 만났어하고 아내는 퉁퉁대곤 했다. 터치부재의 중년 남성들이 누군가 함께 같은 감성으로 공유되고픈 욕망에서 그렇게 아이폰에 집착하는 것.

 

102-103

텅 비어버린 직접적인 교감의 부재를 채우기 위하여 아이폰을 거의 애인처럼 매일 만지작거리고 문지르고 조이고 펴고 하는 남성들의 심리는 단순히 스킨쉽 부재가 아니다. 나와 직접적으로 교감하는 그 어떤 존재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은 욕구가 강렬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아이폰을 퉁 치며 느끼게 되는 정서적인 공감대의 밑바탕에 자리한 것은 외로움인지도 모른다.

 

107

병수는 자신이 사교춤까지 배우게 된 이유를 설명해줬다. 회식하면서 한번씩돌려줘야실적이 오른다고 했다. “사교춤이 말야, 사람 관계하고 똑같아. 당겼다가 밀었다가를 흐름에 맞춰서 잘 해야 멋지게 돌아간다는 거지.

 

109

목표는 달성하기 위해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몰입적인 재미를 위해 세워지는 것이다. 즉 일에 몰입할 수 잇게 만들어서 그것 자체가 보상이 되게 해야 한다.

 

113 사는 게 수행이지

사는 건 결국 자기가 자기를 공격하면서 사는 꼴이다. 숨을 쉰다는 것도 우리가 살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만, 결국은 그로 인해 몸이 산화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밥을 먹는 것도 그렇다. 우리는 먹어야 살지만, 그렇게 먹는 것 때문에 죽어가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 관계를 맺고 사는 것 역시 마찬가지 맥락이다. 우리는 살기 위해 누군가를 끊임없이 만나지만, 바로 그런 끝없는 인연 때문에 집착하고 번민한다.

 

115

결국은 죽음을 향하여 걸어간다는 그 힘겨움과 두려움 역시 마찬가지로 끌어안아 주는 것이 바로 종교의 힘이다.

우리의 몸은 마음가짐에 따라 다른 몸이 될 수도 있다. 절제하는 마음은 건강한 몸을 만든다. 우리의 삶은 결국 마음이 정하는 대로 굴러가기 마련이다.

 

119

특유의 극장 냄새가 있었다. 조금은 퀘퀘하고 축축하지만 배우들이 등장하면 금세 훈훈하게 달궈지던 공기들의 냄새.

 

120
언제 든 똑같은 맛에, 똑 같은 소리에, 똑같은 장면 들을 보여주는 디지털 경험들은 실로 엄청나게 싼 가격으로 우리의 입과 귀와 눈으로 말 그대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지만, 예전 직접 내려먹는 커피 와 테이블에 올려놓고 조심스레 핀을 놓던 lp 판과 배우들의 땀냄새까지 맡을 수 있던 연극이 주는 경험만큼 기억에 잘 남지 않는다. 어찌 보면 순간에 획 지나가 버린 그것이 늘 언제고 열어 똑같은 것을 체험할 수 있는 것보다 더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건 아이러니 한 일일 것이다.

 

122
도대체 똑같은 2시간을 즐기면서 몇 배의 가격을 치러야 하는 연극은 영화가 주는 그 거대한 스케일과 환상을 제공해 주는 것도 아니면서 왜 여전히 나를 매료시킬까? 그것이 단지 향수라서? 아니다. 그것은 내게 하나의 생생한 경험으로서의 기억을 채워주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체험을 공유할 누군가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 가족들이 둘러앉거나 친구가 놀러 오면 당연한 듯 다기세트를 꺼내오는 것을 보면 아날로그적 감성은 역시 나누는 데서 오는 것이란 걸 실감한다.

 

123
흔히들 디지털은 감탄은 하게 하지만 감동은 없다고 말한다. 즉 어떤 기술에 대한 놀라움은 있지만 그 속에 마음을 울리는 인간적인 그 무엇이 없다는 얘기다. 어쩌면 디지털이 채워주지 못하는 아날로그 정서가 중년들만의 경쟁력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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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을 꿈꿨던 한 친구는 광고 카피라이터가 되어 매일매일 상품들과 씨름을 한다고 했다. 여행에 매료되어 여행사를 차리게 된 친구는 기업들의 접대 여행을 주로 하게 되면서 이젠 여행 다니는 게 지긋지긋해진다고 했다. 소설가를 꿈꿨던 친구는 문학을 주로 발간하는 출판사에서 소설가들 시 중이나 들며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영화가 좋아 감독의 길로 들어선 친구는 이제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돈도 되지 않는 영화를 왜 자신이 하고 있는지 의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 나도 마찬가지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글을 써가며  살아가고 있지만 원래 내 꿈은 소설가였다. 그러니 중년의 나이가 들어서 애초 생각과는 다른 길위에 있는 자신을 바라보면서 잘못 살았다는 생각을 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게 보인다.

 

133
김주희 선수는 그 지긋지긋한 복싱이 물론 돈을 벌어 주시는 않았지만 자신에게 해준 것이 많다고 했다. 어린 시절 이혼한 부모와 그로 인한 가난 때문에 부모에 대한 원망이 깊어 엇나갈 수 있었던 자신의 삶이 복싱을 통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스스로 대학교를 졸업하고 병상에 있는 아버지도 부양하면서 자기자신을 이겨냈다는 자긍심이 생긴 것이다. 이제는 자신을 바라보며 희망을 가질 사람들을 생각 한다고 한다.

 

136
김주희 선수가 긍정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현재 위치에서 그 과정들에 새로운 의미 부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139
생각도 없이 찾아간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들을 읽었을 뿐이다. 그것이 지식이 되고 그 지식을 실타래처럼 뽑아내어 맥락의 얼개를 짜내 글을 쓰는 것으로 먹고 살고 있다.

 

142
우리네 삶의 가을인 중년은 책이 좋아지는 시기다.젊었을 때는 잘 이해할 수 없었던 책의 구절구절들이 다시 읽었을 때 소록소록 느껴지는 건 중년의 경험치가 글에 덧붙여지기 때문이다. 고은 시인은 책을 읽는다는 것이 혼자 자기 자신 속으로 침잠하는 폐쇄적인 일이 아니라, 글자 하나 하나로 세상과 연결 되는 자신을 개방시키는 일이라고 했다. 독서는 세상을 연결해주는 소통의 장이 되기도 한다.

 

3이제는 말할 수 있다

 

155
지금 같은 과잉 영양이 보편화된 시대는 먹는 것이 오히려 병을 일으킨다.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과거에는 못 먹어서 병이 났고, 지금은 너무 많이 먹어 병이 난다. 이전에 관심사는 잘 먹는 것이 었고, 지금의 관심사는 오히려 잘 싸는 것이 되었다. 비뇨기과 의사의 표현을 빌자면 하수도가 문제라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들어 점점 드러나는 위장과 장 질환, 고혈압, 당뇨병 같은 대사질환들은 바로 이런 변화를 말해 주는 단적인 예다.

 

157
삶 자체가 다이어트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균형 잡힌 몸은 균형 잡힌 삶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균형 잡힌 삶은 삶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버려야 할 것은  +적인 사고관 이다. 욕망은 사고관은 삶의 비만을 만든다.  

 

욕망을 비워가는 마이너스적인 사고관은 이미 풍요라는 이름으로 비만병의 징후를 앓기 시작한 이 시대에 필요한 사고방식이다. 더 많은 돈을 벌기 보다는 자신이 쓸 만큼 쓰고 주위와 나누는 그런 사고방식. 뭔가를 끊임없이 생산해서 소비하고 버리기 보다는 그 욕망 자체를 줄이겠다는 환경 생태적인 사고 같은 것이 마이너스적 사고의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165
조금씩 음식을 즐기듯 마실 생각이다. 술이 아무리 삶을 파탄내기도하고 몸을 사단내기도 한다지만 또한 술이 내 삶에 부여한 즐거움을 무시할 수 없다. 그 즐거움이 아니라면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 인생을 술을 매개로 풀어내도 충분히 하나의 스토리가 되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닐까. 별볼일 없는 인생 살이 이야기에 술이 빠져 있다고 생각해 보라 얼마나 재미 없겠는가.

 

166 능력의 시대에서 매력의 시대로
연기는 아직 멀었네. 아이리스에 등장하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김태희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내게 아내가 툭 쏘아댄다. 연기?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이야. 김태흰데. 그렇다. 남자들이 김태희에게 바라는 건 연기가 아니다. 그저 거기 나와 주기만 해도 고마운데 연기는 무슨. 그런 내가 못마땅한 지 아내는 이병헌 타령을 시작한다. 저 식스팩 좀 봐 남자는 저렇게 관리가 되어 있어야 남자지. 불쑥 튀어나온 내 배가 유난히도 눈에 밟힌다.

 

172
여보 난 그래도 당신의 원팩이 이병헌의 식스팩 보다 좋아. 그러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나도 당신이 김태희 보다 백배는 낫다. 그리고 이건 빈 말이 아니다. 나의 변화된 외모를 넘어서 속속들이 나를 이해해줄 사람이 이 세상에 그 누가 있단 말인가.

 

176
이제 돈 버는 것 이상의 다른 다양한 가치들이 삶의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 준다고 여기지는 이 시대에 어떻게 적응 해야 할까. 그가 돈을 좀 못 버는 대신 자신만의 정력을 온통 쏟을 수 있는 취미를 갖고 있거나, 가사에 흥미를 느낀다거나, 아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면 그는 나름 가치 있는 인생을 사는 것이다. 물론 돈까지 잘 번다면 더 좋겠지만.

 

178
무엇보다 나는 한 사람에게서나 어떤 사물들에게서 나 한가지가 아니라 다양한 면모들이 있어 얼마나 즐거운가를 아들이 알아줬으면 한다. 한가지 정답에 만족하지 않고 다양한 답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는 것을. 또 자신 속에는 한가지가 아니라 수많은 가능성들이 꿈틀대고 있다는 것을.

 

180
프로페셔널과 아마추어를 구분 짓는 것은 그것이 일의 영역인가 아니면 여가 혹은 취미의 영역인가의 차이다.

 

182
전문가들의 시대는 일과 여가가 다시 합쳐 지고 있는 지금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다.
신문에 난 이른바 전문가들의 제품에 대한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정보보다는 블로그에 게재된 한 주부의 경험담이 더 신뢰가 가는 시대가 되었다. 이들 블로거들은 대부분이 글을 쓸 때 그 첫 번째 목적이 즐거움이다. 그들은 각자의 분야에 대한 상세하고도 섬세한 정보를 모으고 글과 사진을 통해 자신의 블로그에 표현해내는 일을 즐기고 있다.

 

184
물론 일을 할 때도 몰입도는 올라가지만 그것이 행복감이나 의욕을 올려주지는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여가 활동을 할 때는 몰입도와 함께 행복감과 의욕 그리고 집중력도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프로페셔널이라는 말에는 그것이 일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나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련의 작업들을 일로서 하고 싶지 않다. 좀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꿈꾸며 여가를 즐기듯 하고 싶다. 프로를 꿈꾸는 남성들에게 내가 요구하는 것은 모든 것을 하나의 생활의 하나로 여기는 소박한 아마추어리즘의 즐거움이다.

 

190
조직의 창의성은 다름아닌 공감에서부터 비롯 된다. 나와 다른 누군가의 생각을 인정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지는 조직 분위기는 이런 서로 다른 생각이 융합 되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넘쳐나게 된다. 다름을 인정하는 태도, 여기에 공감하는 태도가 조직을 창의적으로 만들어 낸다는 얘기다.

 

195
정보는 공유 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공유된 정보들을 어떻게 활용 하느냐가 관건이 되었다. 더 중요 해진 것은 그 정보들을 연결 지어 어떤 새로운 것을 창출해내는 아이디어였다. 창의성이 교육의 중심적인 위치로 들어선 것은 그 때문이다.

 

196
창의력은 바로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능력, 즉 공감능력에서 생기는가 싶다. 나와 다른 것을 다르다고 배척할 것이 아니고, 이해하기 위해 바라보고, 또 서로 다른 점을 융복합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창의성이 생겨난다고 나는 믿고 있다.

 

199
나는 말 잘 하는 친구들이 떠들 때 누구보다도 열심히 귀를 기울여 들어 줬다. 그 친구들은 나와 친구가 되고 싶어 했다. 그러면 나는 그들 중 진짜 나와 잘 맞을 것 같은 친구를 골라서 오래도록 친구로 사귀었다. 그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아무리 많은 말도 들어주는 귀가 없으면 아무 소용 없다는 것을. 상대방의 의견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 더 나은 의견을 붙이는 것이었으므로 그것이 수긍할 만한 것이 라면 상대방도 고개를 끄덕이기 마련 이었다.

 

201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마광수 선생님이 온전히 진지하게 들어주는 귀로 거기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속내를 드러낸 학생들은 마치 정신과 의사 앞에서 자신의 문제를 다 틀어놓음으로써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기도 하는 환자들처럼 마음 편안해 했다.

 

많은 사람들이 말 잘하는 비법이 말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말을 잘 듣는데 비법이 있기 때문이다. 말은 결국은 목적이 소통이기 때문에 짧게 말하더라도 소통을 시키는 것이 진짜 잘하는 말이 되는 법이다. 뭐라 한참 떠들어 대는 것보다 상대방이 얘기할 때 진지하게 들어주고 거기에 맞장구를 쳐 주는 게 훨씬 나을 수도 있다.

 

202
또한 잘 들어준 사람 많이 그 자리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는 말을 할 수 있는 바탕을 갖게 된다.

 

230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언젠가부터 느껴지는 마치 내가 한 몸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자동차 가져 스스로 하는 것 같은 기분은 바로 몸틀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느껴지는 것들이다.

 

233
그저 전체를 본 후 순차적인 배열에 상관없이 눈에 띄는 것을 말 그대로 정신 없이 풀어나간다. 물론 결과는 늘 딸의 것이다.

 

244
마음은 표현 할수록 더 깊어지고 표현하지 않을수록 말라버린다. 그런데 여기서 표현이라는 것은 단지 말을 얘기 하는 것이 아니다 말을 둘러싸고 있는 마음을 일컬음이다.

 

245
좀 과장되게 말하면 나는 이 공감을 잘 하지 못했던 남성들 때문에 20세기의 파국적인 위기가 도래 했다고 생각한다. 정확히 말하면 남성이 아니라 남성성이겠지만, 공감 없는 남성성은 공격적으로 나타났고, 타자에 대한 무배려로 이어졌다. 전쟁이나 환경파괴 같은 것들은 그 결과들이다. 타인을 나처럼 느끼는데 어떻게 그 타인을 파괴할 수 있을까.

 

251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삶을 몰입의 관점에서 보았는데 그는 사람들이 몰입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반복 되는 일상 속에서도 그 과정 자체를 보다 적극적으로 바라보고 행동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252
새로운 경험 들 예를 들면 등산을 한다고 나한테 마라톤을 한다고 나한테 자전거를 탄 다거나 하는 것들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경험 그 이상이다 무언가에 완전히 머리 때요 모리 때요 삶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빠져 사는 삶이 살아 가는 길이라면 늘 삶을 의식하면서 혹은 죽음을 의식 하면서 삶에 빠져들지 못하는 삶이 죽어가는 길이다.

 

268-270
또한 자전거 눈의 높이는 타인과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만든다자전거 는 다르다. 온몸으로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때론 바닷바람 속에 숨어있는 짠 내음을 들이 마시며, 숲이 내뿜는 초록을 가슴 한가득 끌어안으며 달려나가는 자전거는 외부와 부딪히면서 섞이는 자신을 만들어 낸다. 자동차로 보던 세상을 이제 자전거 위로오면 옆에 놓인 친근한 공간이 된다.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함께 달리는 사람들은 또 어떻고. 그래서 자전거 여행을 해본 사람은 자동차 여행과 전혀 다른 풍광을 발견한다고들 말한다.

 

275
안타까운 일이지만 진실보다 사람들은 그럴듯하고 믿고 싶은 스토리를 더 믿는다. 진실의 시대는 가고 스토리의 시대가 왔다.

 

276
진실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 그 자리에 스토리의 풍요로운 세상이 열린다. 세상에는 수많은 저마다의 스토리들이 있다는 것, 그것이 서로를 뽐내며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이제 중요해진 건 진실 그 자체보다도 그것을 어떻게 다른 대중들과 공감하고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스스로 진실이라고 아무리 말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277
그래서 자신만의 진실에 집착 하기 보다는 그것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소리를 생각해야 하는 시대다.

 

281
삶이 충만 해지는 것은 삶을 의식할 때가 아니라, 삶 자체를 잊어버리고 몰입할 때다. 삶이란 의식 하면 그 본질인 죽음을 향해 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게 달려 나가면서 그 달리는 행위를 의미 있게 만드는 건 잠시 멈춰서서 돌아 보는 일이다.

 

287
그만큼 사회가 부자들 중심으로 굴러가도록 시스템화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일본에는 20년간의 장기 침체로 인해 이런바 하류의식이라는 것이 생겨났다고 한다. 장기 침체가 가져온 사회 심리 현상으로 경쟁에 뒤떨어진 청년들이 성공에 대한 욕망 자체를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하루 인생으로 사는 길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극화가 우리 사회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288
일본의 야마다 교수는 희망 격차라는 개념으로 이런 하류의식을 설명했다승자 그룹과 패자 그룹 사이의 의욕의 격차가 생기고, 이로 인해 노력의 격차가 생기며, 결과적으로 결과의 격차가 생긴다는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를 보여 주지 않는, 따라서 생태적으로 삶이 결정되는 사회 속에서 희망이란 품을수록 고통스러워 질 따름이다. 그러니 왜 희망 하겠는가. 지금은 확실히 가난하면 꿈도 가난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시대다.

 

288
성공이 아닌 행복이 삶의 가치가 되는 시대에 가난과 부의 격차가 반드시 행복의 격차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격차가 난다고 하더라도 당신이 행복할 기회는 언제나 남아 있기 때문이다.

 

290
나는 가족간에는 좀 과장되더라도 리액션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자신이 호응 받고 있다는 느낌은 기분 좋은 차원을 넘어서 사람을 바꾸어 놓기도 한다. 긍정적 강화, 바람직한 행동에 대한 보상으로 바람직한 행동의 빈도를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291
창의력상. 항상 기발하고 신기하고 재밌는 생각으로 주변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창의적인 생각에 감동하여 이 상을 줍니다.

 

293
여행이 때로는 자신에게 주는 보상이 되 기도 한다. 사람들은 모두 생존의 공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존재의 공간이라는 것이다. 혼자만의 공간,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준다는 것은 그래서 생존의 공간을 살아낸 자신에 대한 보상이라는 것이다.

 

295
여보 우리도 여기다 상 하나 붙여 놓을까
무슨 상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당신에게 감동하여 이상을 줍니다. 뭐 이런 거.

 

297
글이란 좀 빈둥빈둥 대는 구석이 때론 필요하기 마련이다.

 

298
이상한 일이었다. 책을 쓰게 되면서 써야 되는 글의 양은 늘었지만 오히려 글은 더 편안해지고 진지해 졌다. 책 쓰는 게 즐거웠다. 이렇게 즐거워도 되나 싶을 정도로.

 

책을 쓰면서 나는 많은 과거의 인물들과 그들의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였다. 그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그 시간이 좋았다. 나는 책을 쓴다는 것이 결국은 세상과 공감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중년들은 저마다 마음을 열고 내게 새롭게 다가 왔고 이야기를 흉금 없이 털어 놓았다. 나만 듣고 버리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이야기들이었기에 나는 조심조심 이야기 느낌을 살려가며 글을 써 나갔다.

 

299
이 책은 그렇게 책으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법을 알려 주었다. 그래서 책의 글줄들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그 기적 같은 순간들을 더 많이 만들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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