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에달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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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구할3가지_구달칼럼#49
숲, 도서관, 자전거 – 이들이 세상을 구할 세 가지라고 어떤 철학자가 말했다고 참치가 데카상스 카톡에 띄웠다. 이 글을 보자 갑자기 영감이 떠 올랐다. 마침 주말 나들이 계획을 아람누리 도서관 – 알라딘 서점 – 정발산으로 자전거 타고 가리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움직이는 이동거리가 90% 이상이30km 이내에 불과한데 300마력짜리 괴물인 자동차를 끌고 다닌다는 것은 벼룩 한 마리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운다는 격으로 낭비적인 행위인데도 사람들은 별 생각 없이 엎어지면 코 닿는 데도 자동차를 신발처럼 신고 다닌다는 생각에 혼자서 쿡쿡 웃었다. 마침 아람누리 도서관이 정발산이란 숲으로 이루어진 자연을 울타리처럼 걸치고 있어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머리 식히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여행기를 쓰기 위해서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곰곰 생각해 보니 ‘새롭게 보는 눈’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결국 창의성이란 이야긴데 이에 관련된 책들의 목록을 대여섯 개 적어서 알라딘 중고서점으로 가서 3권을 주워 담았다. 나머지는 도서관에서 빌려서 배낭에 담고는 자료수집을 위해 도서관 1층의 정기간행물 열람실을 찾았다. 나는 가급적 책을 구입해 보려고 한다. 책에 줄을 치고 낙서를 하면서 봐야 읽는 맛이 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책값이 만만치 않다. 웬만한 책들이 만 오 천원을 훌쩍 넘으니 책값이 부담스러워 졌다. 그래서 중고서점과 도서관을 이용한다고 하지만, 실상 도서관 나들이는 내게 하나의 여흥이요 놀이이기에 이런 것들이 문제되지는 않는다.
도서관 1층 열람실에는 온통 늙수그레한 아저씨, 혹은 할아버지로 불릴만한 어르신들로 꽉 찼다. 여기 오신 분들 중 한 절반 정도는 신문을 뒤적이고 있는 것으로 봐서 오갈 데 없어서 따뜻하고 쾌적한 이 도서관이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걸로 보이지만, 나머지 분들은 무언가 자료를 찾아 열심히 메모도 하고 공부하는 모습이 나름의 취미 생활이나 전공분야를 더욱 깊이 연구하기 위해서 오신 것 같다. 여기에 여자들이 적은 것은 여자들에겐 책 말고도 인생의 즐길 거리가 늘려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나도 여기 오기 전에 아내에게 넌지시 오늘의 나들이 코스를 제안했을 때 아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훨씬 재미있는 여자들끼리의 수다 모임 같은 것이 있다는 눈치다. 여하튼 여자들의 놀거리는 남자들보다 더 폭이 넓고 다양한 것 만은 사실이다. 하다못해 쇼핑도 즐거운 소일거리가 되니 말이다. 그러나 나이든 남자들에겐 주말에 마땅히 갈 만한 곳이 별로 없다. 아직 날씨가 추워서 야외활동도 여의치 않고. 이럴 때, 도서관만큼 놀기 좋은 장소도 드물 것이다. 특히 아람누리 도서관은 정발산, 호수공원이란 자연을 지척에 두고 있어 쾌적하기가 이를 데 없다. 온갖 책과 잡지 등 읽을거리뿐만 아니라, 영화 DVD와 음악 CD 등 각종 시청각 자료들도 구비하고 있어 어떤 분야든 취미가 있다면 하루를 의미 있고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것들이 다 갖추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도 돈 한 푼 안 들이고 공짜로 말이다. 책 보다가 졸음이 오면 앉은 채 졸아도 좋고, 뒷동산인 정발산을 가볍게 산책해도 좋다. 그러다 때가 되어 출출해지면 도서관 지하로 내려가면 바로 백화점의 먹거리 장터가 짠하고 펼쳐진다. 멀리 갈 필요 없이 모든 필요를 한 곳에서 다 채울 수 있으니 이런 어른의 놀이터가 어디 또 있을까? 자료수집이든 공부든 오직 필요한 것은 그것에 집중할 화두 한 가지만 있으면 된다.
나의 오늘 도서관 나들이 목표는 여행, 카메라, 자전거에 대한 새로운 자료 수집이었다. 수집 방법은 사진 찰영 기법을 도입했다. 잡지들을 사진을 찍어가며 보는 것은 아주 색다른 경험이었다. 잡지란 것이 원래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는 것이긴 하지만 글까지 찬찬히 읽으면서 보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 그래서 그냥 그림책 보듯이 넘기면서 사진을 찍어 나갔다. 다행히 스파이 카메라 앱이 있어서 주위에 폐 끼치지 않고 소리 없이 이 일을 할 수 있어 더욱 즐거웠다. 특히 디지털 카메라 잡지에서 수집한 수십 가지 상황에서의 촬영 기법을 망라해 둔 자료는 향후 사진을 공부하는 데 꽤 도움이 될 것 같은 자료였다. 그리고 선별한 자전거 코스를 달리는 어떤 여행작가의 칼럼은 촬영해 나갈 때는 마치 내가 그 코스를 함께 여행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몰입했다. 사진과 글이 어우러져 자연 속을 가로 지르는 자전거 여행의 세계는 하나의 웅장한 파노라마를 연출해 냈다. 한 눈에 확 감이 오는 사진에 비하면 글은 참 답답하고 느리고 다가 가기가 쉽지 않은 매체다. 나도 글을 쓰고 있지마는 여행기를 볼 때는 글보다 그림을 우선해서 페이지를 휙휙 넘기며 책을 본다. 되도록 글은 조금만 읽고 사진으로 대충의 스토리를 짐작한다. 사진이 글보다 힘이 세고 직관적임을 부인할 수 없다. 글이 시처럼 그림처럼 읽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시처럼 그림처럼 내 삶도 그리 흘러가기를 꿈꿔 본다. 그래야 그러한 글이 나올 테니.
어쨌던 오늘의 도서관 나들이에서 나는 숲(자연), 도서관, 자전거라는 지구를 구할 3총사를 모두 경험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연히도 이 세 가지는 나의 취미였다. 그래서 이들을 마냥 즐길 수 있게 된 나는 지구를 구할 독수리 5형제의 일원이라도 된 듯 가슴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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