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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16일 11시 46분 등록

인간의 모든 감정

- 우리는 왜 슬프고 기쁘고 사랑하고 분노하는가


최현석 저, 서해문집, 2011.


1. 저자에 대하여


■ 최현석 ■

출생/사

 

활동분야

 

 

• 발 자 취 •  

• 저 서 •

1992.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 박사 학위

서울대학교병원 인턴 및 내과 전공의와 전임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내과 교수, 삼성제일병원 내과 과장, 서울현내과 원장 등 역임

현재 인천평화의료복지 사회적협동조합에서 근무

2007년 《아름다운 우리 몸 사전》으로 제39회 동아의학상을 수상

《아름다운 우리 몸 사전》

《유전자의 비밀지도》

《인간의 모든 동기》

《인간의 모든 감각》

《인간의 모든 감정》 

《아름다운 우리 몸 사전》

 

……

……


 최현석을 인터넷에 검색하니 최근 핫한 사람의 이름이 먼저 올라와 있다. 셰프. 요즘은 먹는 것, 요리하는 프로가 대세다. 인간의 삶에서 먹는다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 이게 다 ‘먹고 살려고 하는 것’이라는 말처럼 말이다.

 하지만 요리프로마다 먹는 음식의 맛을 표현하기를 요구하는 것처럼 인간의 감정 역시도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인간의 모든 감정에 대한 책을 이는 요리사가 아닌 의사 최현석이다. 최현석 의사는 내과 전공이며 자신의 직업의 전문적인 영역을 바탕으로 한 분야의 책을 많이 발간하고 있다. 


참고자료:알라딘 저자 소개

 


2. 내 마음을 무찔러드는 글귀


01. 감정에 대한 철학적 연구


p12 인간의 감정은 아주 오래전부터 서양 철학자들의 관심 대상이었지만, 주로 이성을 위협하는 것으로 항상 논점의 주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이성과 감정은 종종 주인과 노예의 관계로 비유되었고, 이성의 지혜로 감정의 위험스러운 충동을 조절해야 한다는 전통이 강했습니다. 현대인들도 대부분 감정은 동물적이고 본능적인 것으로, 열등하며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이성에 의해 조절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본성에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성향이 있어 서로 끊임없이 갈등한다는 개념이죠.


p13 감정emotion, affect과 정념passion이라는 단어는 느낌, 욕구, 기분, 태도 등등을 포함하는 개념이어서, 감정이라는 말을 사용하면서도 감정 일반이 주제가 아니라 특정 감정, 예절, 도덕, 윤리 등을 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passion은 데카르트나 흄이 감정을 연구하면서 사용한 용어인데, 지금은 강한 감정이나 열정의 의미로 쓰입니다. 사람에 따라서 passion을 열정이라고 번역하기도 하고, 감정 혹은 정념이라고 번역하기도 합니다.


플라톤

p14~15 플라톤은 질서와 철학으로 인도하는 마음의 상위 요소가 주도권을 잡을 때 우리는 자신의 주인이 되어 행복하고 조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것이 이성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유토피아입니다. 이후 많은 서양 철학자들은 그런 상상의 사회, 즉 순수한 이성이 지배하는 나라를 끔꿔 왔습니다. 이처럼 인간의 마음을 감정과 이성으로 나누고 이성이 감정을 조절해야 한다는 사상은 플라톤에서 처음으로 체계화됩니다.


아리스토텔레스

p16 그는 에토스를 통해서 도덕적 신뢰감을 쌓아 그것을 기초로, 파토스에 호소하여, 로고스를 통해 논리적 근거를 제공하면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감정이란 사람의 판단에 영향을 주고 기쁨이나 고통을 동반하는 것이라고 정의했으며, 그 종류에는 분노, 공포, 연민 등과 이것들의 반대 감정들이 있다고 했습니다.


p16~17 그는 분노를 유발하는 필수적인 요소에는 경멸, 무례, 악의 등의 부당함에 대한 도덕적 신념, 복수에 대한 욕망, 복수를 계획하면서 느끼는 은밀한 기쁨 등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분노는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 앞에서보다는 우리의 경쟁자나 우리가 존경하는 사람들 앞에서 모욕을 당할 때 훨씬 크게 유발된다고 했습니다.

    그는 또 분노와 증오를 구별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분노는 공격받았을 때 일어나지만 적개심은 그렇지 않고서도 일어날 수 있다. 우리는 단지 어떤 사람의 성격이 자신과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도 그 사람을 증오할 수 있다. 분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사그라질 수 있지만 증오는 사그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분노는 고통을 동반하지만 증오는 고통을 동반하지 않는다.” 이는 현대에 와서도 분노와 증오를 설명할 때 많이 인용됩니다.


스피노자

p23 스피노자는 세계가 자연법칙에 따라 운영된다고 주장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이 그 법칙을 인식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그가 감정affectus을 분석한 것도 그 법칙성을 이해하기 위한 방편이었습니다. 스피노자가 사용한 라틴어 affectus(정서, 감정)는 접촉해서 흔적을 남긴다는 의미를 가진 용어로, 지금의 영어 affect와 같은 말입니다. 즉 감정이란 외부 환경에 대한 인간의 반응이면서 인간의 활동력에 영향을 미치는affect 것입니다.


니체

p29 니체가 비록 감정이나 본능적인 힘을 중요시했지만, 모든 감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니체는 원한이나 복수심 등은 삶을 퇴락하는 경향으로 몰고 간다고 했습니다. 원한(resentment)이란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나타나는 감정인데, 복수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죠. 외부 자극에 대한 일종의 반작용(reaction)입니다. 니체는 자기 내부에서 나오는 힘이 아니고 외부에서 강요되는 것은 무엇이든 삶(힘 의지)에 좋지 않다고 했습니다. 양심의 가책이나 죄책감도 마찬가지로 삶을 약화시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들 감정은 밖으로 발산되지 못한 학대의 본능이 자기 내면으로 향한 결과로 생겨난 것이니까요.


02. 감정에 대한 뇌 과학적 연구


생물학의 감정 연구

p37~38 다윈은 (…) 인간을 포함한 동물은 분노, 행복, 슬픔, 혐오감, 공포, 놀람 등 보편적 감정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감정들은 우리가 다양한 상황에서 신속히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진화된 것입니다. 어머니는 아이의 얼굴에 나타난 표정을 보는 순간 아이의 상태를 알고 재빨리 대처할 수 있습니다. 감정은 아주 효율적인 의사 전달 체계인 거죠. 만약 생존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면 진화 과정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러한 다윈의 주장은 여러 학문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고, 인간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서 동물을 관찰하고 실험하는 생물학적 연구가 활발해지게 되었습니다.


감정에 대한 최초의 심리학 이론

p40 감정에 대한 본격적인 심리학적 연구 결과는 미국 심리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제임스의 1884년 <감정이란 무엇인가>라는 논문입니다. 그는 흥분을 일으키는 사실을 지각하면 바로 신체 변화가 나타나는데 이러한 변화에 대한 느낌을 감정이라고 했고, 곰에 대한 공포를 예로 들어 설명했습니다. 그는 상식적으로 곰을 보면 두려워서 도망간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두렵기 때문에 도망간다고 하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고, 도망가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주장했습니다.


인지혁명

p52 1960년대에는 컴퓨터의 대중화라는 시대적 배경과 맞물려 인지심리학이 부상합니다. 이제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마음이 오랜 세월 동안 진화된 생물학적인 기관이라는 생각보다는 체계적으로 잘 만들어진 기계와 같다는 생각에 더 끌렸습니다. (…) 인지심리학에 따르면 인간의 정신은 1.4kg 무게의 신경 하드웨어(뇌)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심리학 분야에서는 행동주의자들이 팽개쳐 버린 블랙박스인 뇌의 작동 방식을 연구하게 됩니다. 이것이 인지 혁명입니다.


감정회로의 핵심, 편도

p61~62 우리는 중요한 결정을 할 때 감정을 배제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라고 배우지만, (…) 1990년대 뇌 과학이 밝힌 바에 따르면 판단에 중요한 것은 오히려 감정입니다. 다마지오(A. Damasio)가 1994년에 출간한 《데카르트의 오류》에 나오는 환자 사례는 감정 결핍이 가져오는 파국적인 상황을 잘 이야기해 줍니다. 그 환자는 (…) 자신의 처지를 괴로워하지 않았으며 슬픔이나 불안도 없었는데, 스스로 감정을 억제해서가 아니라 좋고 싫은 것 자체를 느끼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를 진료한 다마지오는 환자와 이야기하고 있으면 정작 슬퍼해야 할 당사자보다 의사인 자기가 더 괴로워하는 것 같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 다마지오가 진료했던 그 환자는 지능이 지극히 정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일어나 출근할 때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도 판단하지 못해 우왕좌왕했습니다.


감정의 우위

p65~66 1994년 디마지오는 영상 기술을 이용해서 게이지의 뇌에 가해진 손상을 평가해봤습니다. 그 결과 쇠막대기는 운동 기능이나 언어를 담당하는 부위는 건드리지 않았고, 이마엽의 앞부분을 주로 손상시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게이지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게 되고 성격이 변한 원인이었습니다.

    다마지오의 이 연구 결과는 큰 의미를 가집니다. 즉 게이지와 같은 환자들이 잘못된 행위를 하거나 잘못된 행위를 하거나 잘못된 의사 결정을 하는 원인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데 있거나 지적 교육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라는 기존의 주장에 문제를 제기하고, 도덕적 행위나 의사 결정의 동기는 이성이 아니라 감정의 영역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사람은 감정이 전혀 없다면 판단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판단은 더더욱 어렵게 됩니다. 물론 감정적인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경우 의사 결정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질투나 화와 같은 감정은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감정이 판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03. 감정 정의와 보편 감정


감정(정서, emotion)

p70~71 배고픔은 감정과는 다른 동기 혹은 추동입니다. 동기란 어떤 것을 하려는 충동을 말합니다. 그러나 실제 동기와 감정이 딱 나누어지는 것은 아니고, 서로 상당히 중첩되어 있습니다. 어원적으로도 감정과 동기 모두 ‘움직이다’를 의미하는 라틴어 movere에서 나온 것입니다.

    우리는 감정을 느낄 때마다 동기를 갖습니다. 공포는 도피하려는 동기를 동반하고, 분노는 공격하려는 동기를 동반합니다. 한편 배고픔은 먹으려는 충동을 동반합니다. 그러나 동기(추동)는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지속되는 데 반해 감정은 보통 시간이 지나면서 급속히 약해집니다. 그리고 동기는 신체의 내부적 요구를 반영합니다. 즉 음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배고픈 것이고, 물이 필요하니까 갈증이 느껴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감정은 대부분 자기 신체 내부가 아닌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입니다.


기본 감정과 보편 감정

p77~78 세계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를 찾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는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부터 현대 과학에 이르기까지 연구를 추동하는 힘이었는데, 결국 1869년 멘델레예프의 원소주기율표로 성과를 거뒀습니다. (…) 이런 성과는 심리학에도 영향을 미쳐, 마음에도 기본 요소가 있어서 이것을 조립하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 기본 감정이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기본 감정으로 인정할 수 있는 기준으로는 인류 보편적일 것, 생존에 유용할 것, 생애 초기에 나타날 것, 얼굴 표정으로 구분 가능할 것, 생리적 반응(뇌와 자율신경계의 활동)을 보일 것 등이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심리학자 에크만(P. Ekman)은 얼굴 표정을 기준으로 공포, 분노, 행복, 혐오, 슬픔, 놀람 등의 여섯 가지 감정을 ‘기본 감정’이라고 했습니다.


p80~81 인류학자 브릭스는 1970년에 출간한 <Never in Anger>를 통해 분노라는 것을 모르고 지내는 사람들을 지내는 사람들을 소개했습니다. 브릭스 자신이 1960년대에 이누이트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관찰한 바에 따르면 이누이트들은 결코 화내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누이트란 에스키모를 말합니다. 이누이트는 절대로 분노를 표현하지 않는데, 만약 누군가가 화를 내면 ‘애 같은 행동’이라고 나무랍니다. 이누이트를 만났던 대부분의 백인은 브릭스 자신을 포함해서 이런 핀잔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성숙한 이누이트라면 견디기 힘든 생황에서도 태연함을 유지하는 것을 당연시합니다. 이러한 문화가 생긴 이유는 아마 1950년대까지도 이누이트를 거의 초토화시킬 정도의 기근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척박한 북극에서는 집단 결속력을 해치는 분노는 위험한 감정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합니다.


04. 공포


공포의 원인

p89 공포를 야기하는 많은 상황들은 분노를 일으키는 상황과 겹치는데, 힘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공포냐 분노냐를 결정합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내가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나를 기분 나쁘게 한다면 나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내가 상대방보다 힘이 강하다고 느끼면 분노를 느낄 것이고, 내가 상대방보다 나약한 존재라고 느끼면 두려움을 느낄 것입니다. 또 슬픔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같은 상황일지라도 일반적으로 남자들은 분노를 더 많이 느끼고, 여자들은 공포나 슬픔을 더 많이 느낍니다. 이는 남자들이 권력을 더 많이 가지고 있으며, 물리적인 힘이나 경제적인 능력이 자신의 분노를 뒷받침해 주기 때문입니다.


공포의 신체 표현

p94 2007년 버지니아 공대에서 조승희에 의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교실에서 살아남은 비올랜드라는 학생은 나중에 당시 자신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밖에서 총소리가 들릴 때는 원래 창문으로 빠져나갈 생각이었어요. 그곳은 겨우 2층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총을 든 사람이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니까 몸이 그냥 얼어붙더라고요. 대신 바닥에 엎드리면서 먼저 움직이는 사람을 쏠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 학생이 보여 준 반응은 쥐가 고양이를 볼 때 나타나는 마비 반응과 동일합니다.

    사람은 시각 위주의 감각 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냄새를 맡기보다는 뭔가를 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 눈이 자동적으로 크게 떠집니다.


p95~96 음양오행 사상에서 간은 화와 관련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화를 표현하는 경우보다는 두려움을 표현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두려움으로 교감신경이 흥분하면 소화기관으로 가는 혈액이 감소하기 때문에 간이 줄어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주 미세한 차이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실제 신체의 변화를 표현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공포증

p104 공포증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연설가 데모스테네스는 계단공포증이 있었고, 로마의 시저는 어둠공포증이 있었고. 셰익스피어는 고양이공포증이 있었다고 합니다. 얼마 전 수면제 과다 주사로 숨진 마이클 잭슨은 마스크를 자주 쓰고 다녔는데,.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될까 봐 극도로 무서워했기 때문이라고 하고,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전형적인 카우보이 스타일이지만 말을 무서워한다고 합니다.


05. 분노


p112 분노 憤怒 (분노)忿怒 (분노) 는 화, 분, 성, 성질, 노여움, 역정 등과 같은 의미입니다. 성질이란 사람이 타고난 마음의 본바탕을 의미하는데, 성질이 나면 화가 난다는 의미로 변합니다. 사전에서는 ‘화’를 ‘몹시 못마땅하거나 언짢아서 나는 성’으로 설명하지만, 그냥 성이 난다고만 해도 화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귀찮게 느낀다든지 짜증이 나는 것은 크게 보면 화나는 것에 속하기는 하지만, 분노(화)는 조금 다릅니다.


분노의 원인

p114 우리가 화내는 상황을 보면, 자기가 싫어하고 관심이 없는 사람한테보다는 자신과 가깝고 뭔가를 기대하는 사람한테 화를 냅니다. 그러니까 실험실에 모아 놓은 전혀 모르는 사람들한테는 화를 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건 화 실험이 아니다”라고 사람들을 모은 다음, 간단한 테스트를 하겠다고 말한 후 마냥 기다리게 한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화가 나게끔 합니다. 그렇게 하더라도 분노란 개인과 개인의 특정한 관계에서 나오는 감정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 저 사람이 화를 낼지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p114~115 스위스 심리학자 쉐러와 독일 심리학자 월보트는 1994년에 다섯 대륙 37개 나라 대학생 2,921명을 대상으로 일곱 가지의 감정을 느끼는 상황을 조사 연구했는데, 분노는 대부분 다른 사람에 의해서 고의적으로 유발된 불쾌하게 공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경험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자신이 공정하게 대우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분노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p116 분노 특히 분노 표현에 중요한 요인은 자신과 상대방의 힘의 비교입니다. 누군가가 나를 깔보거나 업신여긴다면 보통 화가 나지만 어떤 경우에는 비참함, 즉 슬픔을 느낍니다. 앞서 호주에서 직장인들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화나게 한 사람이 부하직원인 경우는 71%가 분노를 표출하지만, 동료인 경우는 58%로 줄어들고, 상사인 경우는 다시 45%로 줄어든다고 합니다. 달리 말하면 약 20~50%는 화가 나더라도 표현하지 않았는데, 조직에서의 서열이 분노의 표출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p116~117 분노를 표출한 후 해결하는 과정도 서열에 따라 달라집니다. 화를 낸 상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필요하면 벌칙을 부과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문제가 잘 해결되었다고 만족합니다. 반면 부하 직원의 해결 과정은 다릅니다. 자기한테 화낸 상사에게 직접 항의는 못 하지만 다음에 복수를 합니다. 화낸 상황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면 더욱 그렇게 됩니다. 자기에게 화낸 상대에게 복수하는 비율은 일반적으로 21~30%인데, 부하 직원이 상사에게 복수하는 비율이 30%로 높습니다. 복수 방법은 직장에 따라 다양합니다. 나쁜 소문을 퍼뜨리거나 고의적으로 일을 열심히 하지 않을 수도 있고, 중요한 서류를 의도적으로 숨기기도 합니다.


p117 우리가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화를 내더라도 안전하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만약 상대방이 나보다 권력이나 부가 월등하게 크다고 느끼면 분노를 느낄 겨를도 없이 두려움을 느낍니다. 자신의 현재 상태가 불안하다면 두려움이 더욱 몰려올 것입니다.


p119 사람들이 집에서 화를 더 잘 내는 것은 감정을 억눌러야 한다는 강박감에서 해방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분노란 자신의 안전이 보장되고 불안감이 없을 때 나오는 것이니까요. 물론 공동생활을 위해서는 사소한 의견 차이도 조율해야 하는데, 화내는 것이 그 과정을 단축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수도 있습니다.


p121 사람들은 운전대를 잡으면 화를 자주 내는 이유 중 하나로 익명성이 있습니다. 얼굴을 서로 마주하지 않아서 상대방이 나와 같은 인간이라는 느낌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인질 사태가 벌어졌을 때는 천으로 얼굴이 가려진 인질이 그렇지 않은 인질보다 살해당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얼굴이 보이지 않으면 같은 인간이라는 느낌이 훨씬 덜하니까요.

  

분노의 신체 표현

p123 분노가 강렬할 때는, 처음에는 자신이 화가 났다는 것을 모르거나 심지어는 알고 싶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화가 나서 말을 막 하고 성난 표정이나 행동을 하면서도 자신이 화가 났다는 사실을 인식조자 못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분노가 끓어오르는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감정을 분출했지만 금방 원래의 감정 수준으로 돌아간 경우에도 자신은 그 사실을 모를 수 있습니다.


분노와 공격성

p127 테스토스테론과 공격성이 관련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어떤 한 개인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측정하여 그 사람의 공격성을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분노의 기능

p131 화난 얼굴을 보고 ‘저 사람 표정이 왜 저럴까?’라고 의아해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화난 얼굴은 누구나 금방 알아보기 때문에 분노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생각을 아주 빠르게 전달합니다. 실제로 분노의 표적이 된 사람은 80%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50% 정도는 관계가 더욱 좋아진다고 합니다. 적당한 정도의 분노를 표현하는 사람만이 권력과 지위를 얻고, 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얻습니다.


p132 감정이란 개개인의 개별적인 경험이지만, 옆 사람들에게 퍼지는 전염성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웃으면 웃을 만한 이유가 없어도 웃게 되고, 상대방이 화내면 자기도 화나게 됩니다. 그러나 집단에서 한 사람이 웃으면 여러 사람이 같이 웃게 되지만, 집단에서 누군가가 화를 내면 그 영향력은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분노란 자기가 받는 대우가 사회계층이 불평등으로 느껴질 때 분노는 집단화되어 공동의 적에 대한 공격으로 표현됩니다. 군중으로 움직이면 불안감이 줄어들면서 이제까지 억제되었던 행동이 분출됩니다. 이러한 집단 분노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으로 작용합니다. 간디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혹독한 체험을 통해서 나는 분노를 모아 두는 한 가지 숭고한 교훈을 터득했다. 마치 보존된 열이 에너지를 내놓듯이 우리의 분노도 다스려지기만 한다면 세계를 움직일 힘을 쏟아 낼 수 있다는 교훈이다.”


분노의 표출

p135 분노의 표출은 분노의 원인을 밝혀 건설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도움이 됩니다. 분노가 사회생활에 꼭 필요한 감정이기는 하지만, 분노를 파괴적으로 폭발시키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하는 분노 표현은 상대방을 반성하게 만들기보다는 상대방을 더욱 화나게 합니다. 누군가가 나한테 화를 냈는데 나는 잘못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발산되는 분노는 처음의 세 배로 증폭됩니다.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분노는 발생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표출 방법이나 표출된 후 처리 과정이 중요합니다.


화병(火病)

p137~138 세브란스 병원 정신과에서 만든 화병 진단 기준에 따르면 22가지의 증상이 있는데, 화병 특유의 핵심 증상 여섯 가지는 주관적 분노, 억울하고 분함, 분노의 행동 표현, 열감, 증오심, 한 등입니다. 그리고 신체 증상 여덟 가지와 화병 관련 증상 여덟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신체 증상으로는 속에서 치밀어 오름, 가슴속 덩어리, 답답함, 가슴 뜀, 목마름, 한숨, 잡념, 하소연 많음 등이 있고, 화병 관려 증상으로는 슬픔・눈물, 불안・초조, 죄책감, 수면 장애, 두통・신체 통증, 식욕 감소, 쉽게 놀람, 집 밖으로 나가고 싶은 충동 등이 있습니다.


한(恨)

p140 한은 스트레스와 유사하지만 스트레스는 경험 자체를 의미하고, 한은 그러한 스트레스 경험을 한국인이 다루고 느끼는 방식입니다. 한과 관련된 감정 반응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자기 자신을 향한 감정으로, 후회, 슬픔, 허무, 한숨, 탄식 등과 같은 체념으로 나타납니다. 둘째는 자신보다 타인을 향한 증오, 저주, 복수 등으로 타나납니다.


06. 슬픔


슬픔의 원인

p146~147 원인이 외부에 있다는 점에서 슬픔은 분노와 동일하지만, 나를 슬프게 한 대상에 대한 항의의 감정인 분노와는 다릅니다. 그런데 감정이란 역동적이어서 슬픔은 언제든지 분노로 바뀔 수 있습니다. 슬픔이 분노로 바뀌면 슬픔은 사라집니다.......같은 상황애서도 원인을 타인에게 돌리면 슬픔이 됩니다. 이탈리아 범죄 조직인 마피아들은 슬픔을 분노로 잘 바꾼다고 합니다.


슬픔의 기능

p155 슬픔은 우리를 사회에서 고립시키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합니다. 그렇지만 그동안 우리는 상황을 반성하고 정리할 수 있는 여유를 얻습니다. 슬픔으로 인한 사회적 위축은 자신이 실패한 이유를 분석하고 재도약하는 발판이 될 수 있습니다.


우울증(depression)

p158 우울증은 과도한 슬픔이라기보다는 즐거움이 결합된 심리 상태입니다. 우울증 환자가 슬픈 영화를 볼 때는 정상적인 사람과 동일한 반응을 보입니다. 그러나 코미디 영화를 볼 때는 반응이 전혀 다릅니다. 우울증 환자는 정상인보다 즐거움을 훨씬 적게 느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슬픔을 느끼기도 합니다. 즉 우울증은 슬픈 상황에서 슬픔을 더 많이 느끼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일을 즐겁게 느끼지 못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우울증의 진단 기준이 우울한 기분, 흥미나 쾌락의 상실 등입니다.


07. 기쁨


행복

p179 현재 우리는 행복을 개인적인 즐거움이나 안락함으로 생각하지만, 고대 그리스에서 풍족하고 행복한 삶을 나타내는 의미로 쓰인 에우다이모니아는 자기에게 주어진 의무를 다했을 때의 상태를 말합니다. eduaimonia는 ‘eu(좋은)+daimom(영혼)’이라는 의미입니다. 당시의 삶은 개인적인 삶이 아니라 공동체적인 삶이었습니다. 소크라테스가 갑옥에 갇혔을 때 도망갈 기회가 있었음에도 사약을 마시고 죽었던 것도 공동체에서 따돌림당하는 것이 죽음과 같은 의미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소크라테스에 공감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08. 좋음


사랑

p193 플라톤 시대에는 동성애가 보편적이었고, 학생과 교사의 동성에도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플라톤도 동성애자였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생각했기 때문에 정신적인 만족은 남성들끼리의 동성애에서 더 컸다고 하네요. 그런데 젊은 청년이 나이 든 교사에게 애무를 허용하면서 경험하는 감정은 자신이 성적으로 흥분되었다고 생각하는가의 여부에 따라 달랐습니다. 동성애 동안 청년이 흥분되지 않았다면 청년은 필리아philia 상태를 경험했다고 합니다. 필리아는 남이 자신을 소중히 여긴다는 사실을 느꼈을 때의 감정입니다. 아이가 부모임의 생일 선물을 사기 위해 저금통을 깨뜨릴 때의 감정과 유사합니다. 하지만 교사와의 동성애 동안 성적인 감정인 에로스를 느꼈다면 동시에 수치심을 느꼈다고 합니다.


09. 싫음


역겨움

p227 도덕 감정과 관련된 혐오감은 경멸감과도 유사합니다. 경멸은 업신여긴다는 의미로, 주로 공동체의 도덕 기준이 침해된 경우 나타납니다. 또 별 볼 일 없는 일을 해 놓고 지나치게 자랑하는 사람을 볼 때도 경멸감을 느낍니다. 경멸감의 표정은 혐오의 표정과 비슷하지만, 경멸감을 느낄 때는 얼굴 한쪽만 움직입니다. 혹은 눈을 내리깔고 턱이 약간 올라가면서, 입술 양 끝에 힘이 들어갑니다. 그렇지만 혐오감과의 구별이 쉽지는 않습니다.


p228~229 불쾌감을 불러일으키는 감정으로 분노가 있는데, 분노는 자기에게 직접 피해를 주는 상황에서 나타납니다. 또 역겨움은 그것을 불러일으키는 대상과 멀어지도록 한다는 점에서는 공포와 비슷하지만, 공포를 느낄 때처럼 도망가는 것은 아니고 외면할 뿐입니다.

    혐오감이 비록 꼭 필요한 감정이기는 하지만 적당해야 합니다. 너무 없어도 탈이지만 너무 많아도 문제죠. 과도한 혐오는 공포로 변하는데, 이때는 단순히 피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혐오감이란 대상이 없어지면 같이 없어지지만, 일단 공포로 변해 버리면 피한다고 해도 공포가 없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강박증입니다. 오염에 대한 혐오감이 지나쳐 과도하게 자기 손을 반복적으로(강박적으로) 씻게 된다면 이것도 공포가 됩니다.

    

증오

p231 보복 욕구는 개인 간의 관계에서만이 아니라 집단이나 국가 간에도 나타납니다. 집단적으로 형성되는 증오심은 대상 집단을 경멸하고 악당으로 규정합니다. 그러면 동정과 연민이라는 인간의 포용력이 없어지고, 자신이 아무리 무자비한 행동을 하더라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됩니다.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증오감은 고통을 동반하지 않습니다. 증오를 느끼는 대상의 기쁨은 나의 고통이 되고, 상대방의 고통은 나의 기쁨이 되는 거죠. 여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전혀 고통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며, 자신은 당연한 임무를 수행한다고 생각하고 만족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물론 나중에 역사가 바뀌게 되면 죄책감에 시달릴 수도 있겠죠.


10. 공감


마음이론

p237 상대의 시선을 보고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능력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사람들의 표정이나 몸짓을 보고 앞으로 어떤 일이 진행될지 순간적으로 알지 못한다면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또는 스키장에서 스키를 타다가 다른 사람들과 계속 부딪힐 것입니다. 우리는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의 욕구, 믿음, 의도 등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밥을 떠먹이는 엄마가 아이를 향해 ‘아-’ 하고 입을 벌리는 것은 자기가 입을 벌리면 아이도 따라서 입을 벌린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의식적인 판단 이전에 느낌으로 타인의 감정과 의도를 알아내는 능력을 마음이론(theory of mind)이라고 합니다.


거울신경

p237 마음이론이란 어떤 학설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표현하는 용어입니다. 이 능력은 뇌의 거울신경(mirror neuron)이 담당합니다. 거울신경은 이탈리아의 신경생리학자 리촐라티(G. Rizzolatti)가 1990년대에 처음 원숭이의 이마엽에서 발견했습니다.


거울신경의 기능

p241 거울신경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많은 가설들이 제안되었는데, 행동 이해, 모방, 의도 이해, 공감 등 네 가지가 대표적인 기능입니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그냥 보고만 있는데도 운동신경이 활성화되는 현상이 처음 관찰되었을 때 이 현상은 아주 이상해 보였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타인의 행동을 관찰할 때 운동 체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단순한 이미지 정보만으로는 그 행동의 의미나 다른 행동과의 관련성을 알 수 없습니다. 관찰된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려면 그것을 운동의 의미 체계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즉 자신이 시뮬레이션(가상체험)을 해 봐야 비로소 그 행동의 의미나 의도를 이해하게 됩니다. 이 기능을 마루-이마엽 거울신경이 합니다. 시각중추에서 수집된 정보가 거울신경을 거쳐야만, 관찰된 행동을 관찰자가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는 거죠.


공감

p246 공감 개념은 19세기 말 독일어 Einfühlung에서 처음으로 나왔는데, ein(안에)과 fühlen(느끼다)이 결합된 말로, 미학에서 ‘들어가서 느끼다’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영어에서는 독일어 Einfühlung을 처음에는 그리스어 empatheia로 번역했는데, 나중에는 empathy로 바뀌었습니다. empatheia는 안을 뜻하는 en과 고통이나 감정을 뜻하는 pathos의 합성어로, 문자 그대로는 안에서 느끼는 고통이나 감정을 의미합니다. 결국 공감(共感)이란 ‘아, 그럴 수 있겠다’, ‘이해가 된다’, ‘이심전심(以心傳心)’ 등의 표현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상대방의 느낌, 감정, 사고 등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해된 바를 정확하게 상대방과 소통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sympathy란 타인의 감정(pathos)을 본인이 같이(sym-, together) 느낀다는 의미로 empathy와 사실상 같은 의미입니다. 그런데 empathy와 구별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sympathy를 ‘동정’이라는 의미로 사용합니다. 동정은 타인의 감정과 감정을 유발한 원인을 공유(공감)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타인이 이미 경험한 감정에 대해 동정심을 느끼는 것을 의미합니다.


p249 한 남자아이가 소파에 앉아 과자 봉지를 막 뜯으려고 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죠. 그때 어머니가 심부름을 시켜 밖에 나갔다 오라고 해서, 남자아이는 과자를 소파 밑에 숨기고 밖으로 나갑니다. 몇 분 후에 여동생이 들어와 자신의 인형을 찾다가 우연히 소파 밑의 과자를 발견하고는 그것을 책장 뒤에 숨깁니다. 다시 남자아이가 방에 들어와 과자를 찾습니다. 그런데 그 남자아이는 어디를 살펴볼까요?

    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남자아이가 소파 밑을 찾아볼 것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자기가 원래 숨겨 놓았던 곳이기 때문이죠. 어른에게는 너무나 쉬운 문제지만 이러한 추론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정확한 대답을 얻기 위해서는 그 남자아이의 의도와 생각을 이해하고, 그의 행동을 예측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같은 질문에 대해서 5세 미만의 아이들은 그 남자아이가 책장 뒤를 찾아볼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5세 미만의 아이들은 아직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능력이 없고, 5세가 지나야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이 나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거죠. 그래서 비로소 '나는 그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를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더욱 발전하면, '나는 그 사람이 그 여자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3. ‘내가 저자라면’


■ ‘인간의 모든 감정’의 목차 및 전체적 뼈대


01. 감정에 대한 철학적 연구

   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데카르트│스피노자│흄│칸트│니체│현대 심리학

02. 감정에 대한 뇌 과학적 연구

   신경학의 탄생│생물학의 감정 연구│감정에 대한 최초의 심리학 이론│심리학의 두 번째 감정 이론│감정의 통로, 실패한 발견│감정중추 발견, 아직도 진행 중│인지 혁명│무의식적 감정│감정 회로의 핵심, 편도│감정의 우위

03. 감정 정의와 보편 감정

   느낌(感, feeling)│감정(정서, emotion)│정동(情動, affect)│기분(mood)│감정의 분류│기본 감정과 보편 감정

04. 공포_공포의 원인│공포 신경계│공포의 신체 표현│공포와 지각 능력│두려움과 놀람│공포와 불안의 기능│공포증│불안증

05. 분노_분노의 원인│분노 신경계│분노의 신체 표현│분노와 공격성│분노의 기능│분노의 표출│화병(火病)│한(恨)

06. 슬픔_슬픔의 원인│슬픔 신경계│슬픔의 신체 표현│울음│슬픔의 기능│우울증(depression)

07. 기쁨_기쁨의 원인│쾌락 신경계│쾌락과 갈망│기쁨의 신체 표현│미소│웃음의 기능│행복│조증(躁症)

08. 좋음_좋아함(liking)과 원함(wanting)│사랑│사랑의 신경계│성욕(性慾, sexual desire)│애착(attachment)│상사병(相思病)

09. 싫음_역겨움│증오

10. 공감_마음이론│거울신경│거울신경의 기능│공감

 

 저자는 이 책을 '인간 개념어 사전'이라고 표현한다. 또한 그 시리즈의 두번째 책이다. 이 책에서는 인간의 감정을 총망라한 과학적인 사실을 이야기한다. 총망라한 한 인간의 감정은 공포, 분노, 슬픔, 기쁨, 좋음, 싫음, 공감이다. 저자는 이러한 감정들이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 어떻게 지각되는지를 과학적인 방법에 입각해 서술하고 있다. 저자가 의사라는 점이 이를 설명하는데 역할을 했으리라 본다.

 그러나 이는 과학적인 지식의 전달로 그치지 않는다. 감정에 관한 뇌 과학적 연구와 감정에 대한 철학적 연구가 모두 담겨 있다. 인간의 '기본 감정'과 '보편 감정'의 개념, 각 개별 감정들의 원인과 기능, 신경계 메커니즘, 감정과 밀접하게 관련된 병증 등, 우리의 일상생활 속의 감정들의 모든 모습들을 알 수 있다.



■ 보완점


 감정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곁든 책인데 어렵지 않게 서술된다. 서술톤이 조용하고 부드럽다. 다만, 극적인 힘은 약하다. 설명적 서술과 곁들여 감정에 대해 우리가 아는 익숙한 이야기들이 나열된다. 이 책이 개념어 사전인 결과이긴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좀더 깊은, 격정적인 감정에 대한 서술의 갈구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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