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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16일 22시 14분 등록

남자의 물건

김정운

2015. 3. 16


1. 저자에 대하여


이 양반 별종이다. 심심하다며 잘 다니던 직장 때려 치우고 일본으로 놀러(공부하러 갔다지만)갔다. 생긴 것처럼 글도 그렇게 톡톡튄다. 블로그에 가 봤더니 그림도 제법이다. 글씨도 예쁘게 쓴다. 재주가 많은 사람이다. 잡기에도 능한 것 같아 보인다. 쪼대로 사는 사람들 보면 배가 아프다.


아래 저자 소개에서 긁어 왔다.


일과 삶의 조화를 중요시 하는 '휴테크' 전도사이며, '존재가 의식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가 의식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문화심리학자. 문화심리학의 실용적 통합영역으로 여가학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한국 최초로 여가학석사(MLS) 과정인 여가정보학과를 개설한 바 있는 개척자이기도 하다. 


1962년 생으로,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13년 동안 학위 따기가 어렵다는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으로 유학을 떠난 작가는 처음에는 '비판심리학'을 공부하려고 그곳을 선택했다고 한다. 하지만 독일 통일을 현지에서 경험하면서 생각이 바뀌어 '존재가 의식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가 의식을 결정'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베를린 자유대학 심리학과에서 문화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의 전임강사로 초빙되어 강의와 더불어 발달심리학, 문화심리학과 관련된 여러 연구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때 문화심리학의 세계적 석학들과 함께 『문화심리학kultur in der Psychologie』이라는 책을 책임집필하기도 했다. 이후 문화심리학의 실용적 통합영역으로 여가학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2000년 귀국해 명지대학교 기록대학과학원에 국내 최초의 여가학석사(MLS) 과정인 여가정보학과를 개설했다.


현재 명지대학교 여가문화연구센터 소장 및 휴먼(休Man)경영연구원 원장으로 여가산업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의 고정칼럼 기고를 비롯해 각종 언론매체와 방송에서 휴테크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아니, 이런 거창한 프로필 따위는 다 잊어도 좋다. ‘김정운’은 팔뚝 굵은 아내가 차려준 아침밥상에 감사하며, 아침마다 그날 가지고 나갈 만년필 고르기에서 삶의 즐거움을 찾고, 거리의 망사스타킹을 보면 가슴이 뛰어 낚시가게 그물만 봐도 흥분하고, 자동차 운전석에서 슈베르트의 가곡을 목 놓아 따라 부르며 주책없이 울기를 좋아하는 사십 끝줄의 대한민국 남자다. 귀가 얇다 못해 바람만 불어도 귓바퀴가 귓구멍을 덮을 정도고, 한번 폭발하면 대로변에서 삿대질도 일삼는 욱하는 성격이지만, 한번 마음에 담아두면 며칠 밤 잠 못 자며 고민하는 소심남이기도 하다. 


저서로 『문화심리학』(공저) 『휴테크 성공학』 『노는 만큼 성공한다』가 있다. 2007년 6월에 발행된 『일본열광』은 일본인의 정서적 키워드를 다양한 각도에서 찾아낸 책이다. '하얀 빤스와 도덕적 마조히즘'과 같이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주제로 일본의 특질을 잡아내어 독자로 하여금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그의 책들의 특징이다. 또한 『노는 만큼 성공한다』는 휴테크 안내서로 '일과 삶의 조화'에 대해 다양한 문화심리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자세하고 쉽게 서술하고 있다.


2009년에는 의무와 책임만 있고 재미는 잃어버린, 이 시대 남자들을 위한 심리에세이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를 펴냈다. 어느 순간까지는 ‘무작정’ 달려온 남자들, 그들이 왜 어느 순간 자아를 상실한 느낌이 드는지, 권위와 의무감에 탈출구가 꽉 막힌 듯한 느낌이 드는지, 어디서도 지친 영혼을 뉘일 곳을 찾지 못하게 되는지, 그것에 대한 ‘문화심리학적’ 분석서인 이 책을 통해 저자는 건강하게 후회하고 재미있게 즐기는 결혼 생활을 이야기하고 있다.



2.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1부는 관심사가 아니어서 읽지 않았다.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일 것 같아서다.


2부. 남자의 물건


130. 젠장, 한번 시인도 영원한 시인이다. ... 갑수 형도 시인이다. ... 시인이라지만 20여 년 전에 시집 한 권 낸 게 전부다.


132. 그래서 한국 남자들은 명함이 사라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 ‘전’이 붙으면 말년이 아주 쓸쓸하다. 전 사장, 전 의원, 전 장관, 전 대통령 등등.


심리학에서 ‘이이덴티티’, 즉 그 어떤 것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은 존재 유지의 필수 조건이다. 그러나 사회적 지위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처럼 불안한 일은 없다. 사회적 지위는 반드시 사라지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 존재가 확실하게 확인될 수 있다면, 삶은 아주 살만해진다. 어떤 것이든 평생 써먹을 수 있는 직함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평생 써먹을 수 잇는 직함에는 어울리는 삶의 방식이 있게 마련이다. 아울러 자신만의 고유한 삶의 방식을 매개해주는 물건을 가지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물건에 관한 이야기가 자신만의 이야기가 된다. 자신의 사회적 지위로 매개되는 이야기보다 훨씬 값진 이야기가 된다. 자기만 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 오래된 물건은 물건 그 이상이 된다. 사용자의 영혼이 깃들어 생명체가 된다는 생각을 종종하곤 한다. 나는 사치하지 않지만 좋은 물건, 좋아하는 물건을 곁에 두는 것을 즐긴다. 제대로 만들어진 물건을 보는 것은 행복이다. 품질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 벽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산문을 어디서 보았는데 찾아야 한다. 연암의 친구들이었던 것 같다. 글에 보탤 것이다.

-> 불광불급...미쳐야 미친다.

-> 문득 든 생각인데 ‘남자의 물건’과 ‘벽’에 대하여 고전에서 이야기를 빌려온다면 괜찮은 깜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정민교수의 책이 참고가 될 것이다.)


134. 시인 김갑수의 커피 그라인더.


그의 시집처럼 거지 같이 낡은 기계들의 국적이 그렇게 화려할 수가 없다. 그의 자세한 설명을 끝까지 감탄하며 잘 들어줘야 돌아갈 때 커피 한 봉지라도 얻어갈 수 있다.


도대체 이런 물건들을 자꾸 ‘왜 사냐 to buy’고 물었다. 물론 바보 같은 질문이다. ‘왜 사냐 to live’는 질문과 마찬가지다.

-> 벌이도 시원찮으면서 이런 물건들을 왜 사냐? 남들처럼 집 사고 차 사고 술 마시는 거 안 한다.


물건이나 도구가 자신의 쾌락에 기여하는 게 아니라 감갑수 자신이 물건을 위해 희생하고 허신하는 삶을 산다고 대답한다.


이들은 ‘오디오를 듣는다!’ 혹은 ‘오디오로 음악을 듣는다.’고 하지 않고, ‘오디오를 한다!’고 한다. ‘섹스를 한다!’와 의미론적 구조가 같다.


‘섹스 대신 오디오를 한다!’는 이들이 주변에 적지 않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이비 종교도 이런 식의 구조일 것이다.


“사람은 행복해지기 위해 산다는 것처럼 거짓말은 없는 것 같아, 자신이 행복한가, 불행한가에 대해 생각하는 순간부터 불행해지기 시작하는 거야. 시간, 공간을 인식하는 순간부터 인간은 불행해질 수 밖에 없어. 시간, 공간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건에 헌신하다 보면 내가 사라지지. 행복과 불행에 대해 생각하지 않게 된ㄴ 거야. 빠지고 몰입하는 거라고, 자아라는 주체로 서는게 아니라 대상에 함몰되는 거지. 돈이나 밥이 아닌 다른 것에 함몰되는 것은 참 근사한 거야._김갑수의 말”

-> 그러나 한번 플로우 경험을 했다고 해서 그 느낌이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그 감격을 기억하고 다시 몰입하려 해도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바로 지겨워진다. 착한 여자와 오래 연애하기 힘든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상과 나의 상호작용은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 칙센트미하이의 플로우 이론


내 능력보다 과제가 약간 더 높은 것은 바람직한 것이다. 견딜 만한 불안이다. 이 경우 각성 상태가 유지되면 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더욱 몰두하게 된다.

-> 그래서 다시 밤새도록 인터넷을 뒤지며 또 다른 커피 그라인더를 찾는 거다.


141. 사진작가 윤광준의 모자


서로 ‘결혼 바깥’의 남자와 여자를 각각 만나기도 했다. 그랬더니 별거 없더라는 거다.


‘섹스하기’ 대신 ‘오디오하기’를 시작한 것


회사가 나를 먹여 살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나를 먹여 살려야 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그때서야 문든 하게 된 거다.


내가 아는 게 세상에 필요할 거라는 똥고집이 먹혀들어갔다고나 할까. 눈 밝은 독자와 평단이 주목해줘 쓰임을 만들어간 셈이야. 고정된 원칙이란 원래 없었던 거지. 상품이 좋으면 팔리는 게 시장원리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어. 아무 짓도 하지 않고 불확실한 미래를 미리 걱정하는 게 더 큰 공포야.


자신에게 상징적인 선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염이다. 윤광준에게 콧수염은 자유인의 상징이다.

-> 나는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다. 내겐 긴 머리가 자유의 상징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물건들과 평일을 즐기는 것이다.


윤광준은 자신을 사진작가라고 부르는 걸 불편해했다. 사진으로 돈 번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란다. 먹고사는 것은 주로 인세와 강연으로 해결하니 ‘글 쓰는 작가’에 가깝다는 거다. 

-> 그의 첫 책은 오디오 책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쓰고 싶은 것을 썼구나 싶다. 나도 차에 대해서 쓸 것이다. 사진에 대해서도 쓸 것이고 이런 저런 남자의 물건에 대해서도 쓸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은 꼭 해야 되고, 갖고 싶은 것은 주머니에 돈이 있는 한 반드시 사야 하는 그의 삶의 방식은 통쾌하다.


150. 김정운의 만년필


이런 내게 만년필은 묘한 충족감을 주었다. 내 것이라는 분명한 소유 의식을 만족시켜준 것이다. 볼펜은 주인을 몰라보는 ‘개 같은’ 늒미이다. 누가 써도 차이가 없다. 그러나 만년필은 ‘길들인다!’고 한다. 

-> 수컷들은 자신의 땅에서 살아야 한다. 본능이다. 그러나 문명은 수컷의 야성을 거세시켜버렸다. 거세시켰다고 해서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 법. 자신의 땅에서 살 수 없으니 자신의 물건에서 산다.

-> 자동차를 좋아하는 것도, 수 많은 성들도 다 그런 이유에서 만들어 졌다.


비데가 나왔다고 화장실의 휴지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화장실의 휴지는 더 고급이 되어야 한다. 비데를 쓰고 휴지를 싸구려 쓰면 그곳에 뭔가가 자꾸 낀다. 몹시 불쾌해진다.


그래도 사람들은 산다. 뭔가 그럴 듯한 이야기가 있을 듯해서다. 만년필을 만지작거리다 보면 그 깊숙한 이야기가 내 안에서 빠져나올 것 같은 환상 때문이다.


앞으로 돈 들어갈 일 많다. 이제 겨우 60개 정도 모았다. 그것도 다 싸구려다. 각 브랜드의 스페셜 에디션을 자뜩 깔아놓고 대수롭지 않은 듯 이야기 하는 이를 보면 너무 부럽다. 나도 그런 교만을 떨어보고 싶다.

-> 나는 수집을 좋아하지만 수집을 즐기지 않는다. 즐기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건을 모름지기 사용되어야 한다는 지론은 얇은 주머니 사정을 그럴싸한 논리로 덮어두려는 기만인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나는 아무리 오래된 물건이라도 사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기능이 살아있는 한 그 물건을 사용하려 애쓴다.


만년필은 내게 단순한 필기구가 아니다. 내 아이덴티티 구성을 가능케 한 물건이다. 내 아들들이 나에 대한 갈등과 친밀의 못느을 견뎌내며 하나의 성숙한 인격이 디어가듯, 내 아이덴티티 역시 내 아버지와 끊임없는 갈등과 애착의 이중 구조를 통해 형성된 것이다. 나는 오늘도 이 모순의 양극을 만년필이라는 대상에 투사하고 만년필을 만지작거리며, 영원히 해결될 수 없는 이 문명적 갈등을 내면화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그런 물건이 있다.


157. 이어령의 책상


논리적이 사변적인 이애기를 할 때, 그는 정확한 표준어를 사용한다.


김 교수, 내가 혼자 하는 것은 정말 잘하는데...지금가지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는데...다른 사람들하고 같이 일하는 것은 매번 이렇게 힘이 드네. 다시는 사람들하고 함께 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속으로 맹세를 했는데...

-> 이렇게 큰 어른도 사람들과 함께 일하시는게 이렇게나 힘드신 모양이다. 요즘 사람에게 치이면서 사는데 이렇게 동병상련을 느끼면 위로가 된다.


80에 가까운 그는 여전히 혼자 논다. 책상은 외로운 그의 놀이터다.


누구나 경험한다. 종이 위에 쓸 때와 자판을 통해 컴퓨터에 입력할 때의 내용이 서로 달라지는 것을. 종이 위에 사각대는 연필 소리와 그 마찰의 느낌에 따라 그 쓰는 내용이 전혀 달라지기도 한다.


책상은 자유다. 누구도 그의 생각을 방해할 수 없다. 그래서 그는 더 욕심 부린다. 가장 넓은 책상, 가장 큰 서가, 제일 많은 언어를 담은 책상을 갖고 싶은 것이다. 


이야기를 한번 시작하면 말이 끝나지 않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침묵이 두렵기 때문이다. 침묵은 단절이다.


책상을 통해 회복과 칭유를 얻은 그에게 책상 대문에 잃어버린 것도 있다. 자녀들과의 관계다. 아직도 이어령은 자녀들에게 미안해 한다. 자녀들이 자라면서 본 것은 아버지의 뒷모습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175. 신영복의 벼루


그의 진보주의는 자신만의 독특한 ‘고통의 인본주의’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마치 벼루를 갈 듯, 자신의 고통을 견뎌낸 자만이 가지는 평화로움이 어설픈 관념의 긴장을 녹여주는 듯했다. 


한국의 근대사는 단절의 역사다. 식민지를 겪으며 강요된 근대화는 필연적으로 전통과의 단절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같은 달력이라도 ‘명화 달력’을 보고 자란 아이와 선데이서울식의 ‘비키니 달력’을 보고 자란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문화적 관심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결국 죄다 보고 들으며 자란 대로 행동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내용과 형식의 불일치에 대한 근본적인 거부감.

-> 관계와 맥락으로부터 고립된 주체는 필연적으로 내용과 형식의 불일치를 겪게 된다.


제가 근대적인 교육을 받았잖아요. 타자화하고, 대상하하고, 분석하고 이런 거죠. 그래서 감옥에 가서도 처음에는 저 사람의 죄명이 항상 궁금하고, 형기가 얼만지, 가정은 결손가정이었던가, 또 학력은 어느 정도인가 부단히 분석했어요. 그게 아주 근대적인 사고로 굳어져 있었지요. 그런데 이 사람들하고 긴긴 겨울 밤,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들으면서 아, 나도 저 사람과 같은 부모를 만나서 저런 인생 역정을 겪었으면 똑같은 죄명으로 그 자리에 앉아 있겠구나 하는 그런 공감을 갖게 되요. 아마 한 5,6년 걸리지 않았나. 그때쯤 제가 왕따를 면하게 되요. 처음에는 왕따인 줄도 몰랐지. 아주 친절하고, 부지런하고, 다른 사람 잘 도와주고 이러니가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까 다들 내게 일정하게 거리를 뒀더라고...그 시점에 내가 아주 흐뭇했던 것은 ‘내가 발전했다!’ 그런 느낌을 가졌어요. 드디어 머리에서 가슴까지,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을 마쳤다. 그렇게 생각했죠 _ 신영복


학교, 책, 교실, 이런데서 인식을 키워온 사람의 관념성을 통절하게 깨닫게 된 거예요. 그래서 이해, 공감도 참 중요하지만 여기서 자기를 변화시키지 않으면 엉터리다. 공부라는 게 그냥 다가가는 게 아니라 자기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그런 생각이 든거죠. _ 신영복.


그래서 글씨가 좀 잘못되었더라도 뜯어내지 않고 다시 시작함으로써 결국 두꺼운 노트를 갖게 되는 그런 마음이 필요하다.


193. 차범근의 계란 받침대


사람든 누구나 감추는 게 있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잠시 멈추는 순간이다. 감추고 싶은 게 있다는 뜻이다.


차범근의 계란 받침대는 아름답게 늙어가는 것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211. 문재인의 바둑판.


바둑 이라는 취미 자체가 일희일비하지 않는 문재인의 성격과 참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둑에서는 복기를 통해 자신의 실수를 정확히 알고, 성찰해야 한다.


우리가 무조건 옳다.는 것을 전제로 토론하자는 참여정부의 태도는 국민들을 피로하게 만들었다.


여전히 종이신문이나 TV를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는 이들과 각종 앱과 트위터, 페이스북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이들 사이에는 공감 자체가 아예 성립하기 힙들다. 

-> 서로 상식의 범위가 다르다. 판단기준 즉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겪어보지 않은 일들도 다 잘할 수 있을 거야. 과거에 다 뭐 겪어보지 않은 일들 잘들 해 왔잖아? _ 문재인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하면 된다’가 아니라 ‘되면 한다’로 순서가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비겁해진 거다.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 새로운 시도에 대한 불안이다. 더 이상 젊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229. 안성기의 스케치 북


섹스와 먹고사는 것 이외에 삶의 또 다른 가치들이 있다는 것을 영화라는 대중매체를 통해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촬영이 없을 때, 안성기는 주로 집에만 있다. 배우라는 직업이 그렇다. 촬영이 있을 때는 사흘 낮, 사흘 밤을 꼬박 몰두해야 하지만, 작품이 없을 때는 대책 없이 쉬어야 한다.  ... 안성기에게는 그림이다.

-> 나는 글쓰기, 사진찍기, 걷기 따위가 되어야 할 것이다.


자기중심언어...이들에게는 자신의 내면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대체 수단이 필요하다. 그림이 대표적인 경우다

-> 처칠, 아이젠하워, 히틀러...이들이 이케이스에 해당된다.


모든 사람이 겸손하다고 하는 사람은 결코 겸손한 사람이 아니다. 누구도 나와 비교할 수 없다는 내면의 절대적 자만이 있어야만 모든 사람에게 겸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겸손한 사람은 절대 자화상을 그리지 못한다. ...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없다면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자화상을 그릴 수 없다.


247. 조영남의 안경


잠깐, 지금 조영남은 ‘현재나 과거에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다. ‘앞으로도 계속 행복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다. 과거가 행복하다거나, 현재가 행복하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미래에도 계속 행복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불안한 이들은 근거가 있든, 없든 간에 자기 확신에 찬 사람을 편안해 한다. 그저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진다.


결국 나는 내 어머니가 경고하는 ‘조영남과 같은 운명’을 피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중에 가장 못하는 공부만 죽어라 했다.


풀다가 세벽 4시, 5시가 되면 자야 될 것 아니야, 방송국 가야 하니까. 그럼 이불 덮고 불을 꺼. 그런데 누워 자려고 하면 생각이 또 나. 그럼 다시 쓰고. 자려면 아까 안 풀렸던게 생각이 나. 그럼 며칠 낮밤이 바뀌는 거야. 내 인생에서 가장 황홀한 순간이었지.


조영남은 일단 전문가들에게 두려움이 없다. 그들의 이야기를 자신이 이해할 수 없으면 자신이 무지한 게 아니고, 그들이 잘못된 거라는 신념이 있다. 

-> 어수룩해 보이는 그가 여직 승승장구 여러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있다.


265. 김문수의 수첩


-> 인간의 오류, 망각의 대안...기록


천재의 기억보다 바보의 기록이 정확하다.


285. 유영구의 지도


시간이 남으면 딴 짓을 하게 되고, 시간이 남으면 월권을 하게 되고, 시간이 남으면 공상을 해가지고 결국은 문제를 일으키거든.


301. 이왈종의 면도기


도대체 왜 한국 남자들은 행복하지 못할까? 왜 다들 이토록 일사불란하게 침울한 표정일까? 나이가 들수록 자꾸 우울해지는 까닭은 또 왜일까?

-> 끊임없이 타인의 눈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정치제도의 민주화만이 전부가 아니다. 다수의 억압과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내적 민주화가 진정한 민주사회다.


서로 엉켜있는데 아무도 서로 다치지 않더라고...


자신감은 탄탄한 기본기에서 나온다.

수련하고 단련해야 한다.



3. 내가 저자라면


이 양반 글을 보면 종종이 생각난다. 톡톡 튀는 글 때문이다. 탁구공 같은 그의 문체는 유쾌하고 발랄해서 좋다. 일부러라도 억지로라도 이렇게 좀 써 보고 싶지만 사유는 극빈곤이다. 아사직전이거나 이미 굶어죽었는지도 모르겠다. 


잘 만들어진 물건에 대해서 글을 써 보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다. 그 사이 윤광준이 생활명품이라는 책을 내더니 그의 지인이라는 김정운마저 책을 내 버렸다. 게다가 인터뷰 형식까지 먼저 해 버렸다. 내 물건들은 만든 또는 즐기는 또는 오타쿠들을 찾아가 그들의 인터뷰를 딸 작정이었단 말이다. 먼저 한 놈이 장땡이다. 그래.


재미있고 즐거운 글이지만 난 어째 이 양반의 글에서 조미료 맛이 나서...그리고 빨리 물린다.


이 책은 물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내들에 대한 이야기, 머슴애들에 대한 이야기,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삶의 태도와 성찰에 대한 기록이다. 기획도 좋고, 글도 좋고, 인터뷰의 대상이 된 사람들의 크기 또한 만만치 않다. 그라서 가능한 것일테지만 또 나라서 가능한 포맷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아씨~~너무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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