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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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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2월 3일 16시 58분 등록
* 사라리(Sara Lee)의 원더브라(Wonder Bra)


'기능성 브라'의 원조인 '원더브라'(Wonder Bra)는 시카고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계적인 식품, 생활용품 전문회사인 사라리(Sara Lee) 사(社)의 한 계열사이다. 1939년에 설립된 사라리는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으로 대략 200여 개국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원더브라는 1960년대부터 사라리의 한 자회사에서 만든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형태의 push-up 브라의 브랜드 이름이었다.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형태의 기능성 브라라기보다는 여성의 가슴을 모아주고 조여 주는 형태의 브라였다. 시장에 미친 영향력은 크지 않았고 브라업계의 작은 브랜드 중 하나였다.

'놀라운 수준의 브라', 즉 '원더브라(Wonder Bra)'라는 독특하고 직접적인 브랜드 이름을 붙이게 된 이유는 이 브라가 당시로서는 놀라운 수준인 52개의 핵심 부품으로 이루어져있었기 때문이었다.

1990년대 초반 미국의 경제호황과 미국 여성들의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원더브라는 미국의 기능성 브라업계의 최강자로 등극하게 된다. 특히 육체적 여성스러움을 자기표현, 더 나아가 자아실현이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사회적 담론이 형성되면서, 많은 여성들이 여성적 풍만함을 꿈꾸게 되었다. 원더브라는 여성들의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련의 캠페인을 벌였다.

이름부터 놀라운 이 속옷은 여성의 가슴을 올려주는 'push-up' 효과를 강조했다. 브라 안에 특수 패드를 삽입하고, 각종 신소재 부품을 사용하여 변형되지 않는 몰드를 생산해 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원더브라는 자신의 가슴이 수정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다양한 연령의 여성들에게 처지지 않는 '꿈의 가슴'을 만들어 주겠다고 노골적으로 어필했다.

1994년 5월, 출시와 함께 원더브라는 전세계에서 품절, 품귀 현상이 벌어질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출시 후 몇 년 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 미국 '포춘'지는 원더브라를 1994년 '미국 10대 아이디어 상품'과 '히트상품'에 선정하였고, 어느 통계에 의하면 원더브라는 세계적으로 3초에 1개씩 팔린다고 한다.

원더브라는 브랜드 이름만으로도 기존의 제품들과 차별화됐다. 기존의 란제리 업체들의 경우, Triumph, Barbara, Victoria's secret, Marks&Spencer, Gossard, Felina, Maidenform 등과 같이 여성적이거나 다소 모호한, 혹은 은유적인 브랜드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다. 란제리 시장은 전통적으로 은근한 여성성, 아름다움, 부드러움 등을 강조해왔고, 브라의 사용목적은 여성의 가슴을 보호하는 데 머물러 있었다.

이에 비해 원더브라의 이름은 보다 직접적이며 분명했다. 원더(wonder)한 우먼(women)이 되고 싶었던 당시 소비자들의 욕구에 간명하고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그리고 기억하기도 쉬웠다. 원더브라는 기존의 시장을 지배해온 '브라는 편안하고 부드러워야 한다'는 인식을 '브라는 가슴을 돋보이게 해줘야 한다'는 새로운 인식으로 바꿨다. 그리고 새로운 인식은 '기능성 브라'라는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가 되었고, 인식을 선점한 원더브라는 이 카테고리 역시 선점했다.

원더브라는 시장에 출시하기 전에, 사용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그 사용수기를 잡지와 인터넷 등에 발표했다. 성공의 관건은 기존의 브라와 다른 새로운 제품인 원더브라에 대한 낯설고 부정적인(이를테면 '저거 하면 갑갑하지 않을까?', '남들이 이상하게 볼지도 모르는데'와 같은) 인식을 불식시키는 것이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더브라가 선택한 방식은 제품의 품질과 기능성을 설명하여 소비자를 설득하는 것이 아니었다. 대신에 사람들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인식으로 바로 파고 들어갔다. 예를 들면, '원더브라는 즐겁다'는 모토 아래 벌인 'Hello Boys'라는 캠페인을 들 수 있다. 이 광고는 원더브라를 착용하여 자신감을 얻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남성들에게 '나 좀 봐라. 나 아름답지 않니?'라는 식의 직접적이고 도발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캠페인의 시작은 원더브라만 착용한 여성이 거리를 자신 있게 활보하는 모습과 이런 모델의 모습과 이를 바라보다 사고를 낸 두 명의 남자 운전자를 같이 보여주면서, 사고를 낸 것이 두 남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내용을 담은 옥외광고였다. 이후에도 원더브라의 광고는 재미있고 기발한 쪽으로 계속 이어졌다. 광고의 핵심 테마는 '원더브라를 착용하는 것은 당신을 즐겁게 만드는 일이며, 보는 사람에게도 즐거운 일이다'라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원더브라를 착용하여 가슴이 풍만해진 여성의 사진 밑에 '뉴턴은 틀렸다'는 단 한 줄의 카피를 넣은 인쇄광고가 있었다. 이 광고에서는 원더브라의 기능과 품질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었다. 대신에 뉴턴의 만유인력조차도 원더브라의 원더함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는 유머스러운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비슷한 광고로 하얀 바탕 위에 어디선가 날아온 듯한 실밥 먹은 단추 하나를 보여준 것도 있었다. 이 광고는 '원더브라를 했더니, 가슴이 커져 그 큰 가슴을 못 이기고 단추가 떨어져 나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밥 있는 단추' 하나만으로 원드브라의 이미지를 표현한 것이다. 또 다른 광고로 단거리 여성 육상선수 둘이 아슬아슬한 차이로 골인하는 장면을 활용한 것도 있었다.(원더브라를 착용한 선수가 이긴 것은 광고를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광고 전략이 계속해서 성공을 거두면서, 원더브라는 기능성 브라의 고유명사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미국이나 영국의 TV 프로그램의 대사 속에서 자연스럽게 '페덱스나 제록스'처럼 “오늘 따라 글래머러스한데 너 오늘 원더브라 했니?” 라는 식의 표현이 등장했다.

원더브라가 기능성 브라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선점하자, 기존의 브라 회사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우선, 원더브라와 유사한 이름을 가진 많은 제품들이 출시됐다. 미라클 브라(miraclebra), 울트라브라(ultrabra), 매직브라(magicbra), 수퍼브라(superbra)와 같은 이름을 가진 제품들. 이 중에서 빅토리아시크릿(Victoria's secret)의 미라클브라만이 다소 선전했을 뿐 나머지 제품들은 소비자의 기억 어디에도 자리를 잡지 못했다. 비슷한 이름만으로는 원더브라가 구축해 놓은 브랜드 이미지를 극복할 수 없었던 것이다.

원더브라는 미국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영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 진출하기 시작했고, 대부분의 국가에서 미국 시장 정도의 성공은 아니지만 높은 판매고를 올리며 안정된 기반을 쌓았다. 원더브라의 약진에 자극을 받은 막스 앤 스펜서(Marks&Spencer)는 전략적으로 미국의 기능성 브라 시장에 뛰어 들었다. 막스 앤 스펜서는 눈에 확 들어오고 재밌는 광고를 중점적으로 실시했는데, 이것은 큰 성공을 거둔 원더브라의 광고 방식을 모방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실수였다. 막스 앤 스펜서의 광고를 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광고를 원더브라의 광고로 인식했던 것이다. 막스 앤 스펜서가 광고를 하면 할수록 오히려 원더브라의 제품이 더 많이 팔려 나가는 현상이 발생했다. 비슷한 브랜드 이름을 지어서 실패한 것처럼, 광고 방식을 모방하는 것으로는 원더브라의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와 시장 장악력을 뛰어 넘을 수 없었다.




● 참고 자료:
* 브랜드 인사이트, 신병철, 살림, 2003년, 236 - 245page
IP *.86.7.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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