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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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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 19일 10시 47분 등록
사람과 사람

얼마 전 ‘외도’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보름동안의 느낌을 간략하게 적어 보려고 이 글을 씁니다.

제가 벌인 일은 식당을 오픈하는 일이었습니다. 규모가 조금 클 따름이지 별다른 것이 없는 일이라고 판단했는데 막상 하다 보니 이런 저런 일이 많아져 아직까지도 마무리되지 못했습니다. 어떤 일이던지 시작이 어렵지 막상 시작하고 나면 어렵지 않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아직도 이런 일은 저한테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행복함을 사실 크게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작년 내내 했던 연구원 활동과 꿈 벗들과 함께 했던 여러 가지 일(?)들이 얼마나 행복했던 가를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매일 한다는 것의 즐거움이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을 겁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그 일이 하고 싶어 못 견디고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면서 내일 해야 할 일을 기다리며 하루를 마감하는 편안한 잠자리를 가지는 행복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저 역시도 그런 행복을 다 알 순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그런 일을 하고 싶어서 하던 일을 정리하고 선생님의 멤버가 되려 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러기를 6개월 만에 다시 일을 저질렀습니다. 돈이 벌고 싶어서일까요? 사람이 그리워서일까요? 그도 아님 일이 고파서일까요?

아직까지도 명확한 대답을 할 수 없는 심정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다만 제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하나는 ‘사람’에 관한 것입니다. 사람 때문에 시작했고 사람으로 일을 조직하고 사람으로 일을 꾸려나가는 중이라는 것만은 말씀드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평생을 두고 같이 갈 친구로 인하여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더 그런 느낌입니다.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업장이기 때문에 기존의 직원들만 잘 다독거려도 그냥 저냥 꾸려 나갈 순 있었을 겁니다. 그래도 업주가 바뀌면 이러 저러한 이유로 직원들을 바꾸기도 합니다. 저 역시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 예전에 같이 있었던 분들이 합류하고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라기도 하고 이것이 사람과 사람사이의 일이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끼기도 한다는 겁니다.

여기에는 모두 열 명의 직원들이 있습니다. 친구를 빼면 아홉 명인데 그 중 네 명이 지난 번 식당에서 같이 일하던 분들입니다. 아직 한 분이 병원에 다니느라 출근하지는 않지만 조만간 치료가 끝나면 합류하기로 하였으니 모두 다섯 분이 저랑 다시 일을 하게 된 셈이지요.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새로운 임무를 맡게 되면 예전의 멤버들을 불러 모으는 장면이 있잖아요. 아주 멋있는 장면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런 드라마틱한 현장을 이번에 제가 재구성해 보았지요. ‘식당의 재구성’ 정도 될까요? 먼저 돈을 만지고 일을 관리하는 대장역할을 할 분을 데려왔습니다. 그리고는 홀과 주방에서 일하던 분들을 연락하였더니 흔쾌히 직장을 옮겼습니다. 불과 보름만에 다섯 분의 옛 동료들이 제게로 온 것이죠. 그렇다고 급여를 많이 준 것도 아닙니다. 예전 수준 그대로 했습니다. 다들 오고 싶었답니다. 자기네 말로는 이대로 식당을 그만 둘 제가 아니었다나요. 언젠가는 다시 할 거라고 생각했었다네요. 그분들끼리는 지난 6개월 동안 가끔씩 만나 식사도 같이 하고 함께 일했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였답니다. 제 자랑 하려고 쓰는 것 진짜 아닙니다. 이 분들이 고마웠습니다. 별 잘나지도 않은 옛 사장이 다시 찾으니 두 말 않고 모여준 분들입니다.

지난 번 식당을 운영하면서 직원들하고 처음에는 불화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2년이 지났을 무렵부터는 편하게 지내려고 많이 노력하였죠.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매 주 한 번씩 먹고 싶은 음식을 다같이 의논해서 정합니다. 어떤 날은 제육볶음이 나오기도 하구요, 또 어떤 주는 영덕대게가 나오기도 합니다. 또 어떤 주는 생태매운탕이 먹고 싶은 사람도 있습니다. 정해지면 재료를 사오던지 아니면 주문을 합니다. 가능하면 정해진대로 먹습니다. 그러면 한 주가 잘 지나갑니다. 그리고 다음 주가 기다려지는 거죠. 쉬는 시간에는 같이 놉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면 금방 저녁 영업시간이 다가 옵니다. 그리고 조건이 되면 교육도 보내기도 하고 강사를 초빙해서 서비스 교육을 하기도 합니다. 1박2일짜리 외식교육도 몇 번 보낸 적도 있었습니다. 돈은 못 벌었지만 그분들의 기억에는 이런 몇 가지 일들이 회자되기도 한 모양입니다.

저는 이번 식당을 오픈하면서 몇 가지 원칙을 가졌습니다. 첫째는 사람을 공부하는 제가 작년 내내 배운 사람중심의 경영을 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The Myth of Excellence’(소비자 코드를 제대로 읽어라, 뜨인돌)라는 책에서 배운 가격, 서비스, 품질, 체험, 접근성의 특성요소를 적용하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이 일을 즐기면서 하자는 것입니다.

첫째, 사람중심의 경영입니다. 사람을 통한 경쟁력 향상이 핵심 키워드입니다. 돈은 사장이 벌어오지 않습니다. 직원들이 벌어다 줍니다. 지난 10년 동안 조그만 기업활동을 하면서 달랑 이것 하나 배웠습니다.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그들이 비록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일하는 힘든 3D업종에 있지만 자부심을 가지게 만들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들이 이 일을 통해 배우고 익혀 꿈을 가지게 만들어 주면 더 좋겠지요. 지금은 월 4회 휴무지만 조만간 월 6회 휴무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더 잘되면 주 5일 근무까지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최고의 급여수준은 아니지만 자기 직장이라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려고 합니다. ‘직원 만족을 통한 고객 만족’이 제가 생각하는 사람 중심의 경영입니다.

둘째, 가격대비 최고의 만족도를 구현하는 것입니다. 이 책은 5가지 특성 요소를 다 잘할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저 역시 다 잘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이 식당의 위치는 시내권이긴 하지만 썩 좋은 위치는 아닙니다. 유동인구는 거의 없는 장소입니다. 다만 예전에 꽤나 알려진 식당이라는 점 외에는 아무 장점이 없습니다. 대신 아주 뛰어난 건축 인테리어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제가 혹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는 다시 구성할 수 있지만 하드웨어는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거지요. 요즘 메뉴를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음식 가지고 장난하고 싶은 생각이 없기 때문에 정직하게 장사하려고 마음먹었습니다. 더 퍼주고 싶은 생각입니다. 품질(맛)을 지배수준으로 잡았습니다. 서비스를 차별수준으로 생각합니다. 접근성, 체험, 가격은 허용수준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잡았습니다. 이 방식이 제 생각대로 이루어질지는 아직 모릅니다. 틀렸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면 다시 정해야겠죠. 그렇지만 지금 제가 목표로 하는 것은 이 가격대에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음식과 서비스를 만들어 보고자 합니다.

셋째, 즐기면서 하자는 것입니다. 다시는 외식업을 하지는 않겠다고 했던 것이 불과 6개월전의 각오였습니다. 어쨌던 다시 시작하게 되었고 그런만큼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자면 이 일을 즐겨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일이 귀찮고 재미없어지게 되고 자연히 몸과 마음이 지치게 됩니다. 사실 지금은 아주 즐겁지는 않습니다.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시스템을 갖추고 나면 주 3일 정도만 이 일을 하려고 합니다. 정말 3일은 여기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그것도 아주 재밌고 즐겁게 말입니다. 나머지 2일은 제가 하고 싶은 경영연구를 하려고 합니다. 주5일 일했으니 이틀은 가족들하고 잘 놀고 싶습니다. 마라톤 여행도 가고 영화도 보고 맛있는 음식도 해먹고 농구나 탁구 같은 운동도 같이 할 겁니다. 그렇게 재미있는 시간들을 보내고 싶은 게 제 꿈입니다.

조만간 일이 자리 잡히고 이러한 저의 생각들이 접목되면 다시 한 번 정리해서 올려볼 생각입니다. 그 때에도 초기 하려고 했던 이런 경영원칙들이 그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자기반성과 점검도 할 겸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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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06.03.18 13:51:56 *.190.172.46
박사장님 멋져요.
모두 원하시는 데로 잘 될것이라 믿습니다.
그식당 맛구경과 멋구경 그리고 사람구경하러 가야겠습니다.
식당이 번창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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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06.03.18 20:18:03 *.81.61.58

안녕하세요? 노진님. 한참 바쁘시겠어요. 저는 자연 속에서 생계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보리밥집에 관심이 많은데, 언제고 노진님의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어요.
부디 계획하신대로 잘 이루셔서 3일 직업, 2일 연구, 2일 일상향유의 꿈을 성취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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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거인
2006.03.19 11:26:19 *.238.210.150
반년만에 즐거움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을 다시 찾았다니 축하합니다.
사람과의 연을 잘 활용하시고, 사람중심의 경영을 하신다니, CEO의 자질이 충분해 보입니다.
경영에 대한 남 다른 철학이 있어 보기 좋습니다.
열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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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빈
2006.03.20 09:59:26 *.217.147.199
ㅎㅎㅎ 다시 사장님 되셨네^^
이제 이론과 실천이 병행된 공부를 하시게 되었군요 ㅎㅎ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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