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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18일 19시 35분 등록

직장인, 책에서 길을 묻다

 


다독은 많이 읽기다. 여기서 ‘많이’는 책의 종류와 읽는 횟수를 말한다. 두보의 시에 나오는 ‘다섯 수레의 책은 읽어야 한다’는 말과 공자가 <주역>을 거듭 읽어서 죽간을 묶은 가죽 끈이 세 번 끊어졌다는 ‘위편삼절’은 다독에 대한 강조다.


정독은 깊이 읽기다. ‘깊이’라 함은 그저 천천히 꼼꼼히 읽는 게 아니라 뜻을 새기며 읽는 걸 말한다. 깨닫기 위한 독서다. 조선 후기의 학자 홍길주는 독서에 있어 “재주는 부지런함만 못하고, 부지런함은 깨달음만 못하다”고 말했다. 똑똑한 머리보다 근면한 독서가 낫고, 깨우치며 읽는 것이 최고라는 뜻이다.


조선 중기의 인물 김득신은 독서광으로 유명하다. 그는 자신이 즐겨 읽은 옛글 36편의 독서 횟수를 기록한 ‘고문36수독수기(古文三十六首讀數記)’라는 글에서 만 번 이상 반복해서 읽은 책들을 꼽고는 마지막에 이렇게 적었다.


“<장자>와 <사기>, <대학>과 <중용>을 많이 읽지 않은 것은 아니나, 읽은 횟수가 만 번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이 글에는 싣지 않는다. 만약 뒤의 자손이 내 ‘독수기’를 보게 되면, 내가 독서에 게으르지 않았음을 알 것이다.”


당시 독서가 눈으로 읽는 묵독이 아닌 소리 내서 읽는 성독임을 감안하면 기막힌 독서벽이다. 김득신만큼은 아니지만 걸출한 옛 문사들 가운데 좋은 책 한 권을 수백 수천 번 읽은 이들이 적지 않다. 한양대학교 국문과 정민 교수는 “옛 사람들이 말하는 다독은 이 책 저 책 많이 읽는 독서가 아니라, 한 번 읽은 책을 읽고 또 읽는 다독이었다”고 말한다. 이쯤 되면 다독은 정독과 같다. 정독의 창조적 반복이 다독이다.


정민 교수는 <일침>에서 ‘우작경탄’ 독서법을 알려준다. 소는 여물을 빨리 먹어 일단 배를 채운 뒤 여러 번 되새김질해서 완전히 소화시킨다. ‘우작’은 ‘소가 되새김질하듯 읽는 독서법’이다. “한 번 읽어 전체 얼개를 파악한 후, 다시 하나하나 차근차근 음미하며 읽는 정독”이다.


‘경탄’은 고래가 큰 입을 벌려 바닷물과 물고기 등 온갖 것을 통째로 삼킨다는 뜻이다. 물은 이빨 사이로 빠져나가고, 물고기들은 고래 뱃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고래의 큰 배를 채우기 위해서는 경탄도 부지런히 반복해야 한다. 독서에 적용하면 다독이다. 정민 교수는 “‘고래의 삼키기 독서법’은 강렬한 탐구욕에 불타는 젊은이의 독서법이다. 그들은 고래가 닥치는 대로 먹이를 먹어치우듯 폭넓은 지식을 갈구한다”고 말한다.


사람에 따라 정독과 다독 중 하나를 강조하기도 하고, 젊을 때는 다독을, 중년 이후에는 정독을 권하기도 한다. 내게 정독과 다독은 크게 다른 독서법이 아니다. 상호보완적이다. 다양한 책을 읽어야 편협함에서 벗어날 수 있고 좋은 책을 고를 수 있다. 정독해야 책을 소화할 수 있고, 다시 읽는 재독을 해야 깊게 깨달을 수 있다. 훌륭한 책 한 권만한 양식이 없고, 좋은 책도 소화해야 존재에 득이 되고 깨달음이 있어야 삶에 보탬이 있다. 

 

- 홍승완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kmc1976@naver.com


*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에서 한겨레 신문에 '직장인, 책에서 길을 묻다'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3월 17일자 신문에 위 칼럼이 게재되었습니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6825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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