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ina
- 조회 수 3268
- 댓글 수 2
- 추천 수 0
열 네번째 날
괜스레 짜증이 났다. 예배를 드리고 건강교육을 하는 도중 그만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 버렸다. 밖으로 나와 담배를 하나 물고 달을 올려다 본다. 참 밝다. 어제도 오늘도 달 그림자가 차갑게 내린다. 어제보단 훨씬 더 동그랗게 살이 올랐고, 토끼의 귀가 선명하다. 정말로 방아를 찧는지, 집 안 밖을 제 집처럼 돌아 다니는 이 곳의 회색 토끼 한 마리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얼음 찜질을 하는 사이 손님이 왔다. 암 환자신가 보다. 두런두런 얘기 속에 잠이 깨어 들어보니 항암치료도 조금 하셨나 보다. 저녁 예배 때 뵈니 모자를 쓰신 모습이 항암치료를 하셨던 모양이다. 울 아빠도 그러셨으니까. 어쩐지 깊은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모습 같아 맘이 좋지 않다. 지연, 지아가 정신 없이 떠드는 통에 더 신경이 예민해 지기도 했지만, 새로 오신 아빠의 병색을 닮은 아저씨의 모습에 자리를 지키기 어려웠나 보다.
오늘은 하루 종일 기운이 없다. 머릿속도 텅 빈 듯 아무런 생각을 할 수가 없고, 앉았다 일어서면 현기증에 어지럽다. 여태껏 거짓말처럼 아무렇지 않더니만, 오늘이 고비가 되려나 보다. 책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괜히 심술만 난다. 아~ 기분이 참 더럽다. 예전에 살 뺀다고 일주일을 내내 오이 당근만 먹었을 때도 이런 기분이었더랬다. 일주일만에 현기증에 식은땀에 그 때는 교편을 잡을 때였는데 아이들에게 이유 없이 짜증을 내곤 했었다. 맞다. 밥이 주는 행복감을 그 때 알게 됐다. 앞으로도 열흘은 더 포도밥일텐데 설마 계속 이런 상태는 아니겠지. 내일은 구 선생님이 말씀하신 ‘이유 없이 웃기’를 정말 실행에 옮겨 봐야겠다. 잠이나 잘 오려나 모르겠다.
2007-10-23 9: 13 PM
IP *.152.178.30
괜스레 짜증이 났다. 예배를 드리고 건강교육을 하는 도중 그만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 버렸다. 밖으로 나와 담배를 하나 물고 달을 올려다 본다. 참 밝다. 어제도 오늘도 달 그림자가 차갑게 내린다. 어제보단 훨씬 더 동그랗게 살이 올랐고, 토끼의 귀가 선명하다. 정말로 방아를 찧는지, 집 안 밖을 제 집처럼 돌아 다니는 이 곳의 회색 토끼 한 마리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얼음 찜질을 하는 사이 손님이 왔다. 암 환자신가 보다. 두런두런 얘기 속에 잠이 깨어 들어보니 항암치료도 조금 하셨나 보다. 저녁 예배 때 뵈니 모자를 쓰신 모습이 항암치료를 하셨던 모양이다. 울 아빠도 그러셨으니까. 어쩐지 깊은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모습 같아 맘이 좋지 않다. 지연, 지아가 정신 없이 떠드는 통에 더 신경이 예민해 지기도 했지만, 새로 오신 아빠의 병색을 닮은 아저씨의 모습에 자리를 지키기 어려웠나 보다.
오늘은 하루 종일 기운이 없다. 머릿속도 텅 빈 듯 아무런 생각을 할 수가 없고, 앉았다 일어서면 현기증에 어지럽다. 여태껏 거짓말처럼 아무렇지 않더니만, 오늘이 고비가 되려나 보다. 책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괜히 심술만 난다. 아~ 기분이 참 더럽다. 예전에 살 뺀다고 일주일을 내내 오이 당근만 먹었을 때도 이런 기분이었더랬다. 일주일만에 현기증에 식은땀에 그 때는 교편을 잡을 때였는데 아이들에게 이유 없이 짜증을 내곤 했었다. 맞다. 밥이 주는 행복감을 그 때 알게 됐다. 앞으로도 열흘은 더 포도밥일텐데 설마 계속 이런 상태는 아니겠지. 내일은 구 선생님이 말씀하신 ‘이유 없이 웃기’를 정말 실행에 옮겨 봐야겠다. 잠이나 잘 오려나 모르겠다.
2007-10-23 9: 13 PM
댓글
2 건
댓글 닫기
댓글 보기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76 | 지옥의 포도단식.(2) [5] | 흔들 줌마 | 2007.11.01 | 4158 |
275 | 지리산에서의 한달-스물한날 [3] | gina | 2007.10.31 | 3671 |
274 | 지리산에서의 한달-스무날 | gina | 2007.10.31 | 3369 |
273 | 지리산에서의 한달-열아홉날 [3] | gina | 2007.10.31 | 3254 |
272 | 지리산에서의 한달-열일곱날 [2] | gina | 2007.10.31 | 3055 |
271 | 지리산에서의 한달-열여섯날 [2] | gina | 2007.10.31 | 2908 |
270 | 지리산에서의 한달-열다섯날 [2] | gina | 2007.10.31 | 3269 |
» | 지리산에서의 한달-열네날 [2] | gina | 2007.10.31 | 3268 |
268 | 지리산에서의 한달-열세날 [2] | gina | 2007.10.31 | 5096 |
267 | 지옥의 포도단식 (1) [5] | 악착 줌마 | 2007.10.31 | 3653 |
266 | 줌마의 지리산 일기 (4) [3] | 바보 줌마 | 2007.10.30 | 3112 |
265 | 줌마의 지리산 일기 (3) [2] | 바보 줌마 | 2007.10.30 | 3321 |
264 | 줌마의 지리산 일기 (2) [4] | 바보 줌마 | 2007.10.29 | 3377 |
263 | 줌마의 지리산에서의 사흘날..(1) [4] | 바보 줌마 | 2007.10.29 | 4039 |
262 | 김영사 박은주 사장의 출판브랜드전략 [2] | 한명석 | 2007.10.26 | 4830 |
261 | 지리산에서의 한 달 - 열두날 [6] | gina | 2007.10.22 | 3296 |
260 | 지리산에서의 한 달 - 열한날 | gina | 2007.10.22 | 3041 |
259 | 지리산에서의 한 달 - 열날 | gina | 2007.10.22 | 2852 |
258 | 지리산에서의 한 달 - 아홉날 | gina | 2007.10.22 | 3064 |
257 | 지리산에서의 한 달 - 여덟날 | gina | 2007.10.22 | 316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