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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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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31일 11시 43분 등록
열 네번째 날

괜스레 짜증이 났다. 예배를 드리고 건강교육을 하는 도중 그만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 버렸다. 밖으로 나와 담배를 하나 물고 달을 올려다 본다. 참 밝다. 어제도 오늘도 달 그림자가 차갑게 내린다. 어제보단 훨씬 더 동그랗게 살이 올랐고, 토끼의 귀가 선명하다. 정말로 방아를 찧는지, 집 안 밖을 제 집처럼 돌아 다니는 이 곳의 회색 토끼 한 마리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얼음 찜질을 하는 사이 손님이 왔다. 암 환자신가 보다. 두런두런 얘기 속에 잠이 깨어 들어보니 항암치료도 조금 하셨나 보다. 저녁 예배 때 뵈니 모자를 쓰신 모습이 항암치료를 하셨던 모양이다. 울 아빠도 그러셨으니까. 어쩐지 깊은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모습 같아 맘이 좋지 않다. 지연, 지아가 정신 없이 떠드는 통에 더 신경이 예민해 지기도 했지만, 새로 오신 아빠의 병색을 닮은 아저씨의 모습에 자리를 지키기 어려웠나 보다.

오늘은 하루 종일 기운이 없다. 머릿속도 텅 빈 듯 아무런 생각을 할 수가 없고, 앉았다 일어서면 현기증에 어지럽다. 여태껏 거짓말처럼 아무렇지 않더니만, 오늘이 고비가 되려나 보다. 책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괜히 심술만 난다. 아~ 기분이 참 더럽다. 예전에 살 뺀다고 일주일을 내내 오이 당근만 먹었을 때도 이런 기분이었더랬다. 일주일만에 현기증에 식은땀에 그 때는 교편을 잡을 때였는데 아이들에게 이유 없이 짜증을 내곤 했었다. 맞다. 밥이 주는 행복감을 그 때 알게 됐다. 앞으로도 열흘은 더 포도밥일텐데 설마 계속 이런 상태는 아니겠지. 내일은 구 선생님이 말씀하신 ‘이유 없이 웃기’를 정말 실행에 옮겨 봐야겠다. 잠이나 잘 오려나 모르겠다.
2007-10-23 9: 1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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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07.11.01 08:29:24 *.209.99.99
"정말로 방아를 찧는지, 집 안 밖을 제 집처럼 돌아 다니는 이 곳의 회색 토끼 한 마리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

글이 참 힘차고 개성있고 술술 읽히는 힘이 있어요.
근데 지금 보니까,
동화적인 상상력까지 있네요. 위 문장이 참 좋아요.
ㅎㅎ 우람처녀님!
크게 웃을 이유가 충분히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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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na
2007.11.02 11:12:31 *.152.178.52
네~ 제가 쩜 유치해요~ 제 안에 송혜교가 산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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