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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13일 06시 32분 등록

중국 해남도는 휴양지로서, 소동파가 유배생활을 한 곳이다. 날씨가 맑으면, 바다 건너 대만이 보인다. 분위기는 중국 보다는 동남아에 가깝다. 야자나무에 사람들 피부는 검고, 이국적이다.

추사 김정희는 제주도가 유배지다. 유배생활도 두 번 했다. 소동파와 서로 닮았다.

허나 제주도는 가기 쉬워도, 해남도는 중국 사람에게도 선망의 관광명소다. 우리 가게에서 일하는 중국 아줌마들에게 '나는 해남도에 가보았다'고 자랑하면, 나를 다르게 본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발맛사지를 받았다. 여행 인솔자로 가면, 각국의 맛사지를 두루두루 경험할 수 있다. 짜릿한 통증을 상상하면, 지금도 가슴이 설렌다. 

훗날, 상해에서 60대 어르신 일행을 모시고 발맛사지를 받으러 갔다. 손님들이 기대감을 높이기 위해서, 버스에서 멘트를 했다. 내 문학적 감성을 살려서, '어쩔 수 없는 고통'이라는 표현을 썼더니, 한 어르신이 젊은 사람이 벌써 그런 말을 하냐며 퉁 놓으시고, 나를 싹수 있는 사람처럼 보았다.   

엠씨더 맥스라는 그룹이 있나 보다. 그들의 노래 중에, '사랑의 시'가 있는데, 이 노래는 일본 '안전지대'의 '쵸콜렛'이라는 곡을 리메이크했다. 가게에서 텔레비젼을 보다가, 원곡 뮤직비디오를 보았다. 안전지대는 82년에 결성된 노장밴드다. 멤버들은 이미 중년에 접어들었다. 아들 뻘 되는 엠씨더 맥스가 그들의 멜로디와 가성을 아무리 흉내내도 노장의 깊이를 따라갈 수 없다. 

안전지대 뮤직비디오를 보고, 나는 저렇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젊은 날 사랑의 노래는 가볍다. 당사자에게는 아무리 진지해도, 3자 입장에서 보면 가벼워 보인다. 그 사랑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짐작한다. 하지만, 그 사랑을 중년이 되어서도 똑같이 부를 수 있다면, 그 삶은 아릅답다. 그 사랑은 진심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이벤트가 아니다. 사랑인지 아닌지 알려면, 시간이 걸린다. 노장밴드는 중년이 되어서도, 젊은 시절의 사랑노래를 여전히 부른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0.5포인트 내려서, 2.0이 되었다. 매달 적지 않은 대출이자로 생돈을 지출한다. 이 기쁜 소식을 아버지에게 전했더니, 아버지는 한은에서 금리를 발표하면, 3개월 지나서야 은행에서 그 정책을 실감할 수 있지만, 만약 그 사이에 변동이 있다면, 은행은 바로 금리를 올린다고 했다. 내리는 것은 3개월 걸리지만, 올리는 것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때문에 왔다갔다하는 금리에 호들갑 떨지 말라는 이야기셨다.

수 틀리면, 즉각 바꾸는 세상에 산다. 비지니스,  친목, 심지어 부부관계까지....밥 먹듯이 입장을 바꾼다. 내 자신도 수 틀리면 나를 바꾼다. 내 꿈, 내 계획. 물론 어떻게 처음 그 마음을 다 지킬 수 있겠는가?  그래도, 평생을 걸쳐서 바보처럼 지켜야 할 것이 하나는 있어야 인생 아닐까? 먹고 살기 바빠서 다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하나는 매일 이루기 위해서 갈고 닦아야 할 그 무엇이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삶은 내가 처음 한 약속. 죽을 때까지 지키는 몸부림이다.  모가 되든, 도가 되든, 그 약속 지키고 끝내겠다는 결심할 때, 난 어제에서 떠난다.

안전지대 '쵸콜렛' 노래의 가성 부분은 가사가 이렇다.

'느끼고 싶다. 달콤한 고통'

맨발로 노래 부르는 싱어의 모습을 보면서, 맛사지 받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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