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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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면, 엉킨 실타래가 풀린다. 가지를 쳐내면서, 길을 터낸다. 내 밥, 내가 벌어먹듯, 내 갈길, 내가 만든다. 글쓰기는 세수처럼 일상적이다.
1995년 광주는 1회 비엔날레를 개최한다. 당시 무슨 생각으로 그곳에 갔는지 기억 나지 않는다. 밤에 도착. 식당에서 보해소주를 마시고, 여관 가서 맥주 마시며, 티브이 보다가 잤다. 다음 날 중외공원에 갔다.
일반적으로 예술이라 하면, 고급 액자에 사실적으로 묘사한 유화를 떠올린다. 그날 본 것은 상식을 깼다. 대상을 수상한 '망각'은 수많은 술병 위에 조각배를 올려놓았다. 왜, 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10년이 넘은 지금도 이미지가 생생하다. 작가는 보통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끔 만드는 것이 일이다. '컨셉 아트'는 그 새로운 시도다.
테칭 시에teching hsieh는 중국계 미국작가다. 전시실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비디오와 사진, 문서가 있다. 1년 단위로 작품을 만든다. 문서에는 언제부터 어떤 작업을 할 것이며, 왜 그것을 할 것인지 적혀있다.
이를 테면,
1년 동안 똑같은 장소에서 매시간 근무 시간표를 찍고, 사진으로 남긴다.
1년 동안 신문, 티브이와 같은 미디어를 보지 않고 감옥에 스스로를 가둔다.
1년 동안, 한 사람과 1미터 길이 선으로 묶고 생활한다. 잠을 잘 때도, 화장실에 갈 때도 선을 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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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후,'예술 교양'을 수강했다. 의도를 가지고 일관성 있게 행한다면 예술이 된다고 교수님은 말했다. 물론 그 이유와 논리는 납득할만 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면서 그 유명한 뒤샹의 변기작품을 보여주었다.
졸업하고, 남들 처럼 취업했다. 밥벌이로 시작했지만, 밥벌이가 밥벌이로 끝나면, 동물과 다를 게 뭐가 있는가? 업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고 싶다. 이런 염원 때문인지, 테칭씨에를 계속 찾았으나, 인터넷으로도 찾을 수 없었고, 광주 비엔날레 도록도 절판되었다.
그러던 중, 서점에서 '예술가의 몸'이라는 책을 보았다. 거기에 테칭씨에가 있다. 반가웠다. 놀라운 것은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 사진과 책에서 본 내용이 10년 넘게 지났음에도 변함이 없었다.
두 달 지나면, 장사 시작한 지, 1년이다. 장사를 잘하고, 못하고는 둘째 치고,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나오기 싫어도, 피곤해도, 일이 있어도, 손님이 많아도, 손님이 없어도, 가게에 나왔다.
'장사는 감각적인 수완이 아니라, 체계적인 시스템이다'가 내 생각이고, 논리였다. 돈은 그 시스템 선상에 있다. 시스템은 습관이다. 장사를 시스템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강박적인 습관이 필요하다. 습관으로 만든 시스템은 변하지 않는 변화다. 매일은 변하지 않지만, 1년이 지나면 변해있다.
이런 기획을 모아서, 갤러리에 전시하고 싶다. 난 작가다. 장사하면서 작품의 소스를 얻는다.
내 길, 내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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