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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28일 00시 39분 등록

고수들은 베스트셀러를 읽지 않는다. 그 대신 대중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 책들을 주로 읽는다. 희한하게도 이들은 들어 본적도 없고 본적도 없는 책들만 골라서 읽는다. 두께로 봐서는 베개로 쓰면 적당하겠는데 그 많은 내용을 어느 세월에 다 읽으려고 하는지 궁금할 따름이고, 한글로 된 책도 잘 안 읽는데 원서로 읽는 모습에 부러움 반, 압박감 반을 느끼게 된다. 왜 고수들은 이런 책들만 골라서 읽는 걸까? 유식해 보이려고? 아니다. 이들의 지적 수준은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어서 그들의 지적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책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고수들 중에는 의외로 독서량이 현저하게 낮은 사람들도 꽤 된다.

그렇다면 고수가 베스트셀러를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칫하면 우습게 들리겠지만) 현재 유행하고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주위에서 많이들 읽고 있고 좋은 책이라고 권해주니까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여러 사람들이 좋다고 말할까?’하는 호기심에 읽는다. 왠지 뭔가 있을 듯한 느낌이 들어 읽어나 보자는 생각에 읽는다. 읽어서 손해 볼 것 없다는 생각으로.

또 다른 이유는 독자들의 지적 수준과 독서경향을 분석하기 위해서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이들은 대체로 자신의 전문지식을 가지고 책을 쓰려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책의 내용이 중요할까? 그렇지 않다. 엄밀히 말해 새로운 정보는 없다. 단지 책의 구성과 글 쓰는 스타일 등을 분석하여 어떤 식으로 책을 써야 하는지 감을 익힌다. 고수들은 이미 그 이상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 단지 표현에 능숙하지 못할 뿐이다. 이런 의미에서 베스트셀러는 “대중들의 책”이요 “글쟁이들의 승리”이다. 즉 “마케팅의 승리”다. 그렇다고 베스트셀러를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다. 상당한 수준의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하므로, 일방적으로 그 수준을 깎아 내릴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고수들의 수준에서 놓고 볼 때 그렇다는 의미이다. 물론 저자의 글쓰기 실력에 따라 어려운 내용을 쉽게 표현해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도 간혹 있다. 독자의 수준이 높아서 그럴 수도 있다. 지식근로자의 수가 급증하여 그만큼 독서수준이 높아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 수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여전히 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은 대중이다. 대중의 수준은 날로 높아져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고수들에 비하면 어림없다.

마지막으로는 책의 내용을 활용하기 위해서이다. 이런 경우 대중에게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기 위해서 읽은 책들 가운데 감동적인 내용을 먼저 적고, 그에 대한 의견을 덧붙이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고수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내용이 많긴 하겠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자신보다는 독자들을 염두에 두는 독서행위이다. 그래서 독서 그 자체 보다는 공유에 중점을 두고 있다.

고수들은 이미 원리를 터득하여 자신에게 적합한 방법으로 적용하고 있다. 그 원리와 비법은 대중들도 알고 있을 만큼 보편적일 수도 있고, 상당히 독창적일 수도 있다. 고수일수록 독창적인 비법을 가지고 있으리라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은 의외로 기본에 충실하다. 실망스러울 만큼 기본적인 원리이지만, 그 원리를 바탕으로 상황과 필요에 따라 응용하여 효율성을 극대화시킨다. 기본과 응용에 능한 이들에게 필요한 건 기존의 틀을 변화시킬 정도의 지식밖에 없다. 그러므로, 고수들은 베스트셀러에게서 새로운 지식을 찾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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