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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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에 순대국집을 오픈하다. 개업한 집만 노리는 치들이 있다. 40대의 여자와 남자 한쌍이다. 구석진 곳에 앉는다. 바쁜데, 남자가 시비다. 순대국에서 냄새가 난다는 둥...결국 부른다. 돼지뼈를 어금니로 씹었다는 이야기다. 방방 뛰며, 필요 이상 오버다. 같이 온 여자는 창피한지 '하지말아' '그만 가자' 추임새를 넣는다. (뒤에 생각해 보니, 여자도 한패로써 분위기 잡는 역할을 한 듯 하다.) 아프냐고 하니까, 그렇지는 않다고 한다. 경과를 보고, 다음날 연락하라고 하다. 다음날 전화가 왔다. 아픈단다.
50만원을 말한다. 당신 같은 치들 때문에 보험을 들어놓앟다고 하자, 복잡하게 할 것 없고 현금 50이면 된다고 한다. 그렇게는 못하겠고, 치료해줄테니 치과로 오라고 했다. 답답하다는 둥, 꽉 막혔다는 둥, 50만원 운운한다. 치과에서 만났다. 엑스레이 찍어보니 실금이 간 것은 맞지만 치료할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35만원 견적 나온다. 우선 긁었다. 남자는 수가 틀어버렸는 지, 합의금을 이야기하다.
치료해주었으면 됐지, 치사하게 합의금이야라고 하자, 무시하고 합의금 30을 요구한다. 깍아서 20만원 주었다. 돈 받자 간다. 치료는 안받느냐고 하자, 됐단다. 전화 받는 꼴을 보니, 또 개업한 집으로 가는 것 같다. 남자는 이런 말을 남겼다. 그래도 장사가 최고라고......그 뒤에 말을 보충하자면 (그러니까, 장사꾼은 좀 뜯겨도 된다고)
6000원짜리 국밥 팔려다, 55만원 물어주었다. 분통이 터진다.
일이 있고 나서, 나에게 이상한 현상이 생겼다. 얌전하게 밥먹고 가는 손님이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는거다. 난 음식 주었고, 그 대가로 돈을 받아야한다는 생각은 없어졌다.
장사꾼으로서 진상이나 사기꾼을 만나면 고통스럽다. 그런데, 아는가? 성장에는 고통이 필요하다는 것. 근육이 찢기는 고통이 있어야 근육이 불어난다. 애국가 부르며 눈물 흘리는, 김연아에게 왜 감동하는가? 얼마나 죽을 힘을 다했을까? 느끼기 때문이다.
55만원은 사기당한 것이 아니라, 수업료다. 음식장사의 경쟁력은 맛이 아니다. 맛집? 맛있으면 얼마나 맛있겠는가? 아무리 맛있어도 3번 가면 질린다. 도대체 맛있는 것 먹으면, 인생이 바뀌는가? 텔레비젼에서 너무 호들갑이다.
손님에 대한 감사다. 먹고살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는 감사. 장사꾼은, 음식을 테이블에 놓는 손끝부터 무한한 감사가 우러나와야 한다. 손님은 내 감사를 받을려고 우리집에 온다. 다른 사업은 몰라도, 음식장사는 특히 그렇다. 약간만 서운하게 해도 손님은 쉽게 삐진다.
인간은 교활하다고, 그렇게 당해도 금방 잊는다. 오늘 나는 최고 매상을 달렸다. 바쁘다는 핑계로 단골 손님에게 따듯한 눈인사 조차 못했다. 뜨거운 맛이 다시 필요하다. 진상아, 나를 좀 꺽어줘라.
99%의 손님에게 감사할려면, 1%의 진상이 필요하다. 실제로 진상의 대비는 손님 100명중 한명 있을까 말까다. 오히려 진상은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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