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rep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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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crepio 이건호입니다.
날이 많이 따뜻해졌습니다. 저도 집에만 박혀 있다가 눈이 녹아 길이 뚫려서,
슬그머니 기어 나와 북경으로 출장와 있습니다.
이제 슬슬 움직여 볼 때가 된 것 같아서요...^^
지난 주에 이어 전략의 유전자인 謨( 꾀, 속임수)에 대해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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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지고 보면 인류의 발전사는 바로 이러한 속임수 전략, 즉 모략(謀略)의 창조사이자 실천사로, 시공을 초월해서 서로의 지혜를 불태우며 경쟁한 역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과 싸워 생존하고 발전하는 것에서부터 국가를 통치하는 영역에서도, 그리고 군사를 통솔하고 적을 제압하여 승리를 얻는 것에서부터 간단한 사업의 경영에서 국가경제 발전에 이르기 까지, 개인간의 교제와 외교활동에서부터 통제술과 스포츠 경기에 이르기까지 차원 높은 속임수인 모략의 작용과 그것이 가져다 주는 영향은 물질적 가치와 양으로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경쟁, 특히 진화, 전쟁과 같은 제로섬 게임에서 상대를 제압하고 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들 중 결과적으로 성공한 전략 속에 유전자처럼 전해 내려오는 meme은 ‘속임수’, 즉 ‘나는 알지만, 상대는 모르게 한다.’, ‘나는 할 수 있지만 상대는 할 수 없게 한다.’ 라는 것이다. 이렇게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지켜야 할 규칙이 없으면서 본질적으로 나의 생존이나 승리를 위해 경쟁상대를 패배시켜야만 하는 게임에서는 제약조건 없이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 상대를 속일 수 있었다. 특히 전쟁은 그것이 가지는 격렬함, 잔혹성으로 인해 비인간적이고 비겁한 속임수인 음모(陰謀)들의 결정적인 발원지였던 것이다.
그러나 도덕적으로는 물론이거니와 법적으로도 지켜야 할 규칙이 많으며 또 나의 승리를 위해 반드시 경쟁상대의 패배가 필요조건이 아닌 비즈니스에서의 Different Game은 진화나 전쟁과 같은 음모를 쓸 수도, 쓸 필요도 없게 되었다. 그러므로 비즈니스에서는 도덕적, 법적으로 하자가 없으면서도 경쟁자가 속을 수 밖에 없는 더욱 차원 높은 속임수인 양모(陽謀)를 활용하여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속임수를 고안해 내야만 했던 것이다. 그렇게 알고도 당할 수 밖에 없는 속임수란 법적, 도덕적으로 하자가 없고 세상사람들이 ‘알아도 모방할 수 없는 독특한 행위의 조합’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비즈니스 전략에서의 meme인 속임수는 ‘경쟁상대가 모방하지 못하도록 나를 차별화시키는 지혜’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독특한 비즈니스모델은 다른 항공사가 모방하기가 쉽지 않다. 남들은 하지 않는 그들만의 strategic activity들로 조합을 이루었기 때문에 모방 그 자체도 어렵지만 굳이 모방하려고 해도 현재 자신의 activity들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큰 희생을 치를 각오를 하고 모방을 해야 하지만 그러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큰 것이다. 그러나 경쟁사는 사우스웨스트사의 비즈니스모델 자체는 모방하지 못하지만 그들이 스스로를 차별화시킨 그 지혜는 모방할 수 있다. 그래서 경쟁사도 자신만의 독특한 지혜로 자신의 비즈니스모델을 차별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 때 전략의 meme인 속임수가 인간의 뇌에서 뇌로 전파되는 것이다.
경쟁사가 비즈니스모델 그 자체를 모방하게 되면 유혈이 낭자한 경쟁이 시작된다. 이것이 전쟁에서는 direct approach이고 비즈니스에서 레드오션이다. 한마디로 동일한 방식으로 더 잘하려고 하는 better game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것은 ‘전략적’이지 않다. 그 대신 경쟁사가 비즈니스모델의 독특함을 창조하는 지혜를 모방한다면 그것은 전혀 새로운 또 하나의 차별적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하게 될 것이다. 이는 indirect approach이자 블루오션이다. 이를 different game이라 할 수 있으며 ‘전략적’이다 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속임수라는 다소 부정적이고 경박한 단어에 ‘모방이 어려운 차별화를 창조하는 지혜’라는 다소 현학적이나 오해의 소지가 적은 의미를 부여했다. 여기’ 모방이 어렵다’는 바로 ‘직접적으로 경쟁할 수 없다’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전략은 ‘경쟁을 잘하기 위한’에서 ‘경쟁을 없애는’ 쪽으로 진화한 것이다.
지금까지 전략의 meme과 진화에 대해서 살펴 본 결과 우리는 훌륭한 전략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전략가의 성공한 전략 그 자체가 아니라 그러한 전략을 창조한 지혜를 배워 익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시 말해 전략의 meme인 속임수 그 자체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속임수가 전략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과학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예술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예술이 그렇듯이 천재적인 예술적 역량은 예술가의 몸 속에 내재되어 있어 타고 나지 않는다면 배우고 익히는 것으로는 최고의 경지에 이르지 못하는 것이다. 모짜르트의 타고난 천재성을 질투하지 않을 수 없었던 살리에르의 비극이 전략에서도 충분히 일어 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모든 사람들이 제갈량으로 태어나거나 나폴레옹으로 태어날 수는 없는 것을…

알았더라면 참 좋았을 것을 ...
저의 연구는 늘 전략적 패턴 안에서 임의적으로 수행되는 전술행동에 관해 집중되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제가 했던 펜싱이라는 게, 아주 짧은 시간에 수행되어지고 의식적인 사고과정을 통해서 통제할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전술적 행동이 일련의 패턴을 형성하고 선택적으로 수행되어 지고있기 때문에 분명 반사적인 행동이 아니라 전략적 틀을 가지고 있음은 분명한데 그 주체가 모호해서...엉뚱하게도 의식과 무의식에 대한 연구에 주력하게 되었죠...
이제 겨우 가닥을 잡기는 했지만, 아주 오래동안 맨땅에 해딩하고 있었습니다 ^^
다음에 만나면 좋은 이야기 많이 들려 주세요 ^^
그리고 정리하시는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댓글을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계속해서 전략이 어떻게 진화해 왔고 또 미래에는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지에 대해 글을 올릴 예정입니다. 세상을 전장터로 보고 모든 경쟁자를 적으로 간주하던 시절에는 '陰謨'가 진화적으로 안정된 전략이었습니다만, 세상을 하나의 생태계로 보고 경쟁자를 적이 아닌 라이벌- 때로는 함께 살아가야 하는- 보게 되면 함께 협력하여 생태계를 키워나갈 수 있는 '陽謨'가 우세해 질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때에라도 우리는 음모를 익혀야 합니다.
왜냐하면 검객이 반드시 누구를 해하려고 검을 익히는 것이 아니듯이
음모로서의 전략을 익히고 있어야 '세상으로부터 지배 당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독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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