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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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가 말을 배울 때 평상적인 말보다 욕을 먼저 배운다고 하네요. 사람들이 욕이나 저주에 쏟아 붓는 엄청난 에너지를 앵무새가 감지한다는 얘기일 텐데요. 한낱 미물이 그럴진대 우리가 글을 쓴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썼는지 느낄 수 있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내가 가장 하고 싶은 바로 그 말’을 글로 쓰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기쁨과 슬픔, 희망과 좌절, 도약과 망설임, 생의 절정과 나락, 향유와 빈곤, 도취와 권태... 그 무엇이 되었든 요즘 나를 점령하고 있고, 내가 빠져있는 ‘그것’에 대해 쓸 때, 나의 모든 것이 글에 실릴 것이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이것 때문에 글쓰기를 힘들어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는데 차마 그 말을 하지 못하는 거지요. 이렇게 쓰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자기검열 속에 이리저리 말을 돌리다보니, 글을 쓰지 못하거나 무난하긴 해도 새로울 것이 없는 글이 나오는 것은 아닐지요.
경험에 의하면 나에게 그렇게 오래도록 신경 쓰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내가 내 생각에 골몰해 있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자기 생각에 몰두해 있을 뿐인 거지요. 그러니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자, 글이라는 것은 언제나 ‘나’에 대해 쓰는 것인 만큼 글쓴이가 오롯이 드러난 글이 좋은 글이다, 문법적으로 올바르거나 미사여구로 포장되어 매끄러운 글, 어려운 전문용어로 치장한 글이 아니라, 글 쓴 사람이 살아있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나탈리 골드버그는 솔직함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강박증을 이용하라고까지 말합니다. 작가란 결국 자신의 강박관념에 대해 쓰게 되어 있다. 당신을 가장 괴롭히는 강박증에는 힘이 있다. 당신이 글을 쓸 때마다 언제나 같은 곳으로 돌아가게 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바로 이 강박증의 변두리에서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들을 창조해낼 수도 있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에서-
자신을 억압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쓰고 났을 때의 해방감을 맛보면 오래도록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저는 그 엑스터시를 조금 알 것 같기도 합니다.^^
매번 명석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허걱 놀랍니다. 생각과 기질이 일치하는 것을 발견할 때가 종종 있거든요.
'나는 무엇을 잘 할 수 있는가'에서 명석님 편을 읽을 때도 그랬었죠.
오늘 이 글은, 오늘 제가 눈떠서 출근하기 전까지 생각했던 것과 정확히 일치하네요. ^^.
그래서 작년 송년 모임을 참석할 때 명석님이 어떤 사람인가 굉장히 궁금했었고, 그 날 명석님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답니다. 명석님은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인기가 매우 좋으셔서 제가 대화를 나눌 시간은 없었지만 말이죠. ^^;;
그래도 이렇게 생각이 일치하는 글을 읽을 때마다 앞으로 어떤 연으로든 만나게 될 거라는 믿음이 생기는 건, 제 오바일까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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