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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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창작을 같이할 사람을 모집했다. 이번주의 주제를 '나'로 해보자는 의견이 있었다.
자신에 대한 탐색이라... 어떤 것들을 만들어내게 될까?
대숲과 두려움

내가 태어난 집 뒤쪽에는 대나무 숲이 있다. 대숲에 대한 기억은 어두움과 무서움이다.
그 대숲에 얼마나 자주 들어갔는지는 기억이 없다. 내가 아직 철이 들지 않았을 적에 우리 식구들은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 그러나 나는 명절마다 고향에 갔고 그 집을 볼 수 있었다.
우리집은 뒤쪽에 장독대가 있고, 장독대 왼편으로 오르막을 오르면 한쪽에 커다란 살구나무가 있고, 그리고는 대숲으로 이어졌다. 대숲은 어린 나에게는 무척이나 큰 숲이었고 또 깜깜했다. 끝이 없어보였다. 언제나 집쪽에서 들어가면 대숲은 너무나 넓어서 그 어두움에 갇혀 버릴 것 같아 두려웠다. 동네 뒷길로 산으로 이어지는 길로 가면 대숲이 끝나는 곳을 금새 알 수 있었다. 그곳은 우리동네의 끝으로 집 하나가 있었다. 사람이 살고 있었다.
정말 기묘했다. 우리집쪽에서 가면 그 사람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나는 어렸을 적에 그 대숲이 너무나 무서웠다.
있었다 없었다 하는 집은 나의 작은 시야가 빚은 착각이었겠지만, 대숲의 서늘한 기운과 깜깜함은 무서운 것으로 남았다.
대숲에는 아버지를 따라서 들어가보았거나 막내이모를 따라서 들어갔을 것이다. 막내이모님께 대숲에 대한 이야기를 했더니, 이모께서 내가 아주 어렸을 적 일인데 그걸 기억한다고 신통해 하셨다.
이 기억은 내가 가진 기억중에 가장 오래된 기억이다. 아마도 5살~6살적의 기억을 것이다. 대숲과 장독대, 살구나무, 그리고 상사화, 농기구가 들어찬 창고, 학독, 손가락보다 길었던 누에고치에 대한 기억.
몇가지는 편안하고 몇가지는 무서운 것이다.
이 기억들은 희미하기 때문에 아름답게 바랬거나, 희미하게 때문에 더욱 무서운 것으로 남았는지 모르겠다.
동네 뒷편의 산으로 통하는 길은 대숲을 질러가면 금새지만 나는 어두움이 무서워 멀리 마을을 돌아간다.
어두움, 끝을 모르는 공간,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곳, 서늘함..... 나는 지금도 이런 곳을 두려워한다.
가끔은 어두운 곳에 나를 던져보기도 하지만 .... 지금의 나에게도 대숲과 같은 것이 존재한다.
어둠은 마음 속에 있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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