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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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쓰기강좌 2기를 마쳤다. 가르치는 것이 참 재미있다. 관념적인 지식이 구체성을 입어 ‘나’라는 인간이 조금씩 쓸모 있어지는 기분이다. 커다란 원석 속에 가능태로만 존재하던 나의 잠재력이 조금씩 형상을 갖춰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수강생의 질문에 대답을 하다보면 생각이 발전되어 글 한 편으로 정리하고 싶어진다. 이렇게 내 강의안은 조금씩 보완되고, 나의 경력은 차곡차곡 쌓인다.
한 수강생이 글의 마무리를 쓰기가 어렵다고 한다. 예전 같으면 이처럼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 설명하지 못했을 것이다. 실용적인 대답을 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나는 이렇게 설명했다.
글을 마무리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글의 서두 그리고 몸통과 대치되는 마무리를 하면 혼란스럽고 힘이 빠진다. 내가 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첫마음을 떠올려 보라. 일관성을 지키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마음을 분명하게 표현한 것이면 무엇이든 좋다. 끝이 안 풀리면 나는 계속해서 써놓은 부분을 읽어 본다. 하루 이틀 밀어 놓았다가 보기도 한다. 그러면 이미 쓰여 진 문장 속에서 가장 적합한 마무리가 우러난다. 그것이 내 마음이다.
‘쪼다’ 같은 직속상사 때문에 겪는 마음고생에 대한 글을 썼다고 하자. 있었던 일은 한 가지이지만 이렇게 다양한 결말이 가능하다.
① 회피 혹은 타협: 나는 얼마나 다행인가, 저런 인간을 평생토록 떠받들며 시중들며 살아야 하는 그 작자의 부인에 비하면.
② 결연함: 지금 이 순간부터 카운트다운에 들어간다. 나는 앞으로 500일 안에 두 번 다시 저 인간의 면상을 보지 않을 것이다.
③ 나약함: 다른 회사로 옮긴다 해도 어디에든 저런 유형의 상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정말 살고 싶지 않다.
④ 격함: 구둣발로 그 작자의 정강이를 차주고 싶은 것을 참느라 나는 이를 악물곤 했다.
⑤ 성찰 혹은 탐구: 왜 업무에 신경쓰기 보다 직속상사의 눈치를 더 많이 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조직문화 나아가 외국의 사례에 대해서도 연구해보고 싶을 정도이다.
이 밖에도 무수한 클로징이 가능할 것이다. 무심히 써도 내 속마음이 다 드러난다. 위 다섯 가지 예만 보더라도 글 쓴 사람의 모습이 모두 다르지 않은가. 이것 또한 글쓰기의 묘미이다.
** 홀수달마다 글쓰기강좌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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