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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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사에는 ‘3:3:30’의 원칙이 있다고 한다. 3초 안에 기사를 일별하여 흥미가 생기면 3분간 훑어보고, 본격적인 관심이 생기면 30분간 기사를 읽어본다는 것. 3초 안에 독자의 눈길을 잡아라. 그래서 신문기자들은 기사의 첫 문장인 lead에 목숨을 건다.
신문기사가 아니더라도 첫 문장이 전체 글을 인도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첫 문장 혹은 첫 단락은 열차를 끌고 가는 기관차와 같다. 서두가 힘이 없는데 후속문장이 잘 나갈 수 있을까. 흡입력 있는 서두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단락들이 모여 좋은 글을 이룬다. 읽을 것이 넘쳐나는 시대에 서두에서 땡겨주지 못하면 독자의 시선은 옮겨 간다. 3초 안에 채널이 돌아가는 것은 TV만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글의 처음을 어떻게 써야할까. 곧바로 주제로 들어가라, 이것이 정답이다. 주제에 대한 설명이나, 글 쓴 사람의 상황 설명 같은 것을 중언부언, 지지부진 늘어놓지 말고, 처음부터 본론으로 들어가라. ‘지금부터 000에 대한 글을 써보겠다’는 중계방송을 하지 마라.
“그는 항상 덥다, 나는 항상 춥다.”
내가 좋아하는 오프닝이다. 기질적으로 아주 다르면서도 한데 묶여 있는 남녀가 떠오르지 않는가. 그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고 마무리될지 서둘러 다음 문장이 읽고 싶어진다.
“나는 날마다 쇼핑을 한다. 남들은 대개 그렇게 하지 않는다. 슈퍼마켓의 직원이 나에 대해 걱정하는 이유는 그녀가 고개를 들 때마다 내가 거기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신이 일할 만한 자리를 하나 마련해야겠네요.”라고 그녀는 말한다. “그만큼 오래, 자주 여기 들르잖아요.”
이건 어떤가? 어릴 때 냉동식품만 먹으며 자란 남자의 이야기이다. 이 글 역시 한 남자가 매일 슈퍼마켓에서 하는 행위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이처럼 좋은 서두는 쓰는 사람에게 단숨에 글을 써내려가게 하는 원동력이며, 읽는 사람을 글 속으로 빨려들어 오게 하는 관문이다. 글의 오프닝을 통해 비로소 나와 독자, 나와 세상과의 관계가 시작된다고 생각하면, ‘첫문장은 신의 선물’이라는 말도 과장만은 아니리라. 쓰고자 하는 글의 내용을 곱씹어 인상적인 서두를 생각해 내라. 혀끝에 쫙 달라붙는 '내 말'이면서, 읽는 사람이 도저히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인 서두가 떠오를 때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 이동할 때나 단순노동 하는 시간을 활용하면 좋다. 박진감있는 오프닝을 하나 더 소개한다.
“들어봐라, 여지껏 내가 세상에 태어나-옷 입은 상태에서-경험한 가장 멋진 느낌은 세인트루이스의 미주리에서 디즈와 버드가 왔을 때 그들의 연주를 들은 것이다. --디즈와 버드가 B밴드에서 연주를 하는데, “어랍쇼? 이게 뭐지?” 하는 말이 입에서 절로 터져 나왔다. 나 원, 그 연주들이 어찌나 대단했던지 무서울 지경이었다.”-마일스 데이비스, ‘마일스’
-- 인용한 서두 세 개 중 앞의 두 개는 바바라 애버크롬비, ‘글 잘 쓰는 기술’에서 인용, 뒤의 것은 이남희, ‘자서전 쓰기 특강’에서 재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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