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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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과 3월에 두 번 글쓰기강좌를 했다. 강의를 들은 17명 중에서 7명이 심화과정으로 다시 모였다. 40%의 재구매가 이루어진 셈이다. 4월부터 6개월 동안 1주일에 한 번 글을 올리고, 한 달에 한 번 모여 글쓰기 워크샵과 독서모임을 병행하는 구조이다. 엊그제 심화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번개가 있었는데 분위기가 참 좋았다.
글을 쓰고 싶다는 공통관심사를 갖고 있어서 그럴까, 어쩌면 다들 그렇게 순수하고 진솔한지 순식간에 막역지우가 된 것 같았다. 한 두 사람이 발언권을 독식하고 나머지는 듣는 것이 아니라 참가자 전원이 골고루 자기 생각을 펼쳤다. 모두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그 사람의 상황에 관심을 보여주었다. 재치 있는 유머로 웃음꽃이 피었다. 간혹 인간관계가 빽빽했던 경험이 이해가 안 될 정도로 그렇게 화기애애했다. 차이와 반목, 경쟁과 갈등 같은 단어들이 아득하게 멀어졌다. 일상적인 수다에 약하고, 주제 있는 대화를 좋아하는 나에게 딱 맞았다. ‘친밀감’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모임으로 키워보고 싶다는 의지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이렇게 나는 글쓰기선생이 되었다. 새로운 정체성이 마음에 든다. 무슨 일을 할 수 있다는 역량감이 강화되고, 자기다운 삶을 갈구하는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글쓰기선생으로서의 역할을 분명하게 규정한 것은 아니다. 수강생들과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내 방법론이 다듬어질 텐데, 첫 번째 과제는 피드백의 강도와 방향성을 조율하는 것이다.
나는 평소에 글쓰기에는 평가가 필요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목적과 형태가 분명한 신문기사나 논설문은 제외하고 하는 말이다. 픽션이든 논픽션이든 글쓰기에는 개체성이 생명이다.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것을 나의 독특함, 나만의 체험으로 재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을 쓰고자 하는 열의가 기본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열정과 개체성! 이것을 어떻게 다른 사람이 줄 수 있을까?
글쓰기 tutor가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존중과 사랑뿐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편하게 풀어낼 수 있도록 그 사람자체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누군가 그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준다면 숨겨 놓았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낼 것이다. 더 깊이 더 섬세하게 자신에게 집중할수록 그의 이야기는 점점 더 고유한 것이 되어 더 귀중해질 것이다. 계속해서 내 안을 들여다보기, 나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남들은 어떻게 살고 있나 내다보기, 이것을 글로 옮기기, 글로 쓰면서 연결된 생각을 또 글로 쓰기. 글쓰기는 오직 글을 씀으로써 그 맛과 힘을 깨달을 수 있다. 글을 쓰는 동안 생각이 깊어지고 확장되어 사람이 성숙한다. 또 사람이 커야 글이 달라진다. 이처럼 삶과 글의 선순환이 이루어진다면 그 사람은 오래 갈 수 있다. 그게 중요하지 글쓰기 요령 따위가 뭐 중요하랴.
그러니 다른 사람의 평가를 구하지 말자. 그저 쓰자. 내가 쓰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찾는 일에 전념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는지 거기에 집중하자. 다른 사람의 섣부른 평가는 독이 된다. 내게 들어와 자기검열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자기검열은 글쓰기의 최대 적이다. 뇌처럼 빠르고 섬세한 것이 또 있을까. 지적받은 것을 피해 가려고 애쓰는 순간 우뇌는 주춤한다. 지금도 피드백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신경 쓰느라 글쓰기 힘들어 죽겠다.^^ ‘나의 욕구와 감각’이 아닌 다른 사람의 ‘잣대와 기준’에 나를 맞추게 되면 죽도 밥도 안 된다.
나는 누구의 글에서나 칭찬거리를 찾아내는 선생이 되고 싶다. 그 사람이 무엇을 쓰고 싶어 하는지 무엇을 잘 쓸 수 있는지 잡아채는 촉수를 단련하고 싶다. 진정한 자기를 드러내는 것이 최고의 글이라는 믿음으로, 사람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싶어 달뜨게 하고 싶다. 모두가 자기 안의 神性을 발견하여 신명나게 살아가도록 부추기는 선생이 되고 싶다. 이렇게 해서 글쓰기수업은 삶수업이 된다.
글쓰기 강좌를 하고 있습니다. 5월에 글쓰기강좌가 있습니다.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 카페 http://cafe.naver.com/writingsu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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