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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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휴학을 했다. 전공에 대한 확신이 없고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없어서 1년 정도 쉬면서 생각을 좀 해봐야겠단다. 해 보고 싶은 일이라곤 한옥건축 밖에 없다는 소리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갑자기 3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나도 그랬다. 79년 대학을 졸업하던 때, 농촌활동 말고는 하고 싶은 일이 하나도 없었다. 결국 나는 활동 다니던 지역으로 들어가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농사꾼과 결혼까지 했다.
결혼은 15년 만에 거대한 오류로 판명되었다. ‘불과’ 15년 만에 ‘어떻게 그런 결혼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아들이 내 결혼처럼 황당한 결정을 한 것은 아니지만, ‘한옥건축’에서 내 모습이 보였다. 비경쟁, 비주류, 비현실, 낭만, 자연... 인생이 아이러니한 농담처럼 반복된다더니 사실이었다. 다만 시간이 재주를 부려 이번에는 내가 부모 역할이었다. 순간적으로 장면이 바뀌어 30년 세월이 흐른 영화나 소설을 보는 것 같았다. 나는 아들이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고스란히 답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살면서 깨달은 것을 아들에게 강요하게 될까봐 자제해야 했다. 그래도 알려주고 싶었다. 필요한 정보를 뇌에 입력하는 ‘매트릭스’의 한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사람이란 참으로 더디고 미욱한 동물이다. 어찌 보면 단순하기 짝이 없는 인생의 문제를 일일이 몸으로 부딪쳐가며 가장 어려운 방법으로 풀어가니 말이다. 그렇게 아프게 배운 것만이 내 것이 된다고 말하기엔 너무 안타깝다. 내가 유독 시간을 많이 낭비한 탓일 것이다. 그 많은 시간과 기회를 날려버린 생각을 하면 어안이 벙벙하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면 모든 사람이 나처럼 어렵게 배우는 것 같지는 않다. 어떤 사람들은 마치 한 번 살아본 것처럼 야무지게 자기 갈 길을 간다. 그 사람들은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전에 학원 할 때 자수성가한 동료원장들이 많았다. 그 사람들의 경우에는 삶의 가혹함을 미리 깨달은 것이 득이 되었을 것이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속담은 아직도 유효하다. 만일 돈 주고도 고생을 살 수 없었다면 미리 인생을 맛보는 좋은 방법이 있다. 바로 성장소설을 읽는 것이다.
러셀 베이커는 어린 시절, 자신의 존재가 어머니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 싫었다. 자신이 어머니의 미래인 것도 못마땅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미래였던 시간들을 모두 과거로 치워 없애고 스스로 시간을 창조했다. 그리고나서 자신의 약동하던 미래가 자기 아이들에게 따분한 과거가 되고 마는 것을 줄곧 지켜보아야 했다. 인생이 소름끼치도록 반복되는 춤동작 같다는 생각을 했을 때, 그는 인생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여든이 되어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모습에 정확하게 오버랩되는 자신을 보았을 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피와 뼈를 나눠준 한 세계가 사라져 가는 것을, 마치 자기 자신이 사라지는 것과 같은 통증으로 감지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의 자전소설 ‘성장’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가 없다. 이 책은 자신을 키워준 시공간에 대한 읍소이며, 자기 하나를 키우기 위해 등장해 준 인물들에 대한 경배다. 그는 지나간 것에 대한 한없는 애정과, 사라지는 것에 대한 뜨거운 연민으로 한 장면 한 장면을 되살려냈다. 자기 인생을 책 한 권에 완벽하게 재현하며, 그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까. 마치 삶이 끝난 것처럼 바닥모를 허무에 젖지 않았을까. 그 정도로 이 책은 사람을 끌어 당긴다. 책을 다 읽고 삶이 두려워 펑펑 울어버렸을 정도이다.
이 책의 여파는 컸다. 나는 친정어머니를 모시기로 결심했다. 엄마는 서걱거리는 며느리와의 생활을 힘들어하셔서 딸들 집을 오가고 계셨다. 이미 노화의 징조는 엄마를 점령해 버렸다. 솜씨 좋고 활달하던 장년의 엄마가 아니다. 이제 어디에도 자신이 주도할 세상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엄마는 빠른 속도로 자식들에게 순응해 왔다. 언제부터인가 엄마가 하시는 말씀이 자꾸 한정된다. 엄마는 똑같은 이야기만을 하고 또 하신다. 일흔 여섯, 오래지않아 엄마의 총기가 불시에 흐려질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기만 해도 무섭다.
그런데 엄마를 돌보는 것이 내 삶에 대한 의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제껏 하고 싶은 일을 모조리 하며 살아 왔다. 한 번도 남을 위해 희생한 적이 없고, 뼈 빠지게 일한 적도 없다. 무엇엔가 열중하여 밤을 새워본 적도 거의 없고, 코피를 흘려 본 적도 없다. 심지어 연애다운 연애를 해 본 적도 없다. 이렇게 밋밋하고 데면데면한 삶에 치열함 하나를 더하고 싶었다. 이것은 노인을 모시는 일이 끔찍하고 처절한 경험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전제하고 하는 말이다. 엄마를 모시겠다고 결심한 순간, 나는 아이들보다 엄마 편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 아이들이 힘들어 하거나 심지어 반대한다 해도 내 결정을 관철하겠다는 뜻이다. 아이들은 얼마든지 자기네 힘으로 살 수 있을 테니,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머물러야 하겠다.
나는 러셀 베이커의 ‘성장’을 읽고 이런 결심을 할 수 있었다. 그 책 속에서 미리 보아버린 소멸이 나를 비장하게 만들었다.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생생하게 느끼게 되었고, 아직 겪지 않은 일에 맞설 수 있게 되었다. 성장소설에는 삶이 들어 있다. 삶의 저 편에 미리 가 볼 때 우리는 부쩍 성장할 수 있다. 그것은 아들처럼 젊은 친구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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