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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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시인이 아니다. 영국에서 살 때는 ‘가디언’지의 칼럼니스트와 BBC 방송의 인터뷰어로 활동했으며, 미국에 와서는 에세이를 주로 썼다. 그런데 그가 시와 자기계발을 엮어서 쓴 Ten poems시리즈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로저 하우스덴의 책 ‘서른, 시에서 길을 만나다’를 읽고 느낀 점이 많았다. 열 편의 시에 빗대어 쓴 인생에세이다. 왜 하필 열 편이냐구? 오랜 세월 우리와 함께 하는 인생의 주제는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실제로 그런 주제들마저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정말 그랬다.
마침내 걸음을 옮겨야 할 때
행복에는 많은 것이 필요 없다
실패가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
짐을 내려 놓으라
자기 자신의 목자가 되어라
바로 지금, 그대의 인생을 살라
육체의 기쁨을 만끽하라
살아 있는 동안 경험 속으로 뛰어들라
죽음을 끌어안고 삶을 감탄하라
사랑하라, 정말 사랑하라
이 책의 원제는 Ten poems to change your life이다. 인생을 바꾸기 위해 아니 인생을 제대로 살기 위해 더 필요한 것이 있으면 한 번 말해 보라. 정말 시 열 편으로 충분한 것이다. 그는 좋아하는 시를 체험 섞인 인생론으로 해설함으로써, ‘시+자기계발’이라는 틈새시장을 확보했다. 쉽고 감각적이면서도 격조 있는 글만으로도 좋았지만, 컨셉 잡기에도 배울 점이 많다. 두 가지로 정리해 본다.
첫째, 그가 시를 사랑하고 활용하는 방식이다. 그는 시인이 아니면서도 시를 가지고 성공했다. 어딘지 추상적이고 현실과 살짝 거리가 있을 것 같은 ‘시’를 ‘자기계발’과 접목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방식이 시사하는 것은 아주 크다. 그대가 사랑하는 시와 소설, 그림과 건축, 목공과 정원... 을 가지고 대중과 만날 수 있는 길은 아주 많다. 직접 그 분야에 헌신하여 작업하는 것도 좋겠지만, 그럴 형편이 아니라면 그것을 살짝 비틀어 다른 영역과 연결시키는 것이다. 잘하면 자신이 만들어낸 영역의 창시자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할 수도 있다.
둘째, 하고 싶은 이야기를 좁히라는 것이다. 그대가 알고 있거나 하고 싶은 말 전부를 책 한 권에 담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책이 너무 무겁고 초점도 흩어지기 쉽다. 책 한 권을 관통하는 한 가지 생각! 그것에 대해서만 쓰라. 다른 관점에 대한 것은 또 쓰면 된다. 로저 하우스덴이 주제별로 열 편의 시를 묶은 것처럼 말이다. 내가 찾을 수 있었던 것은 To change your life 외에 To set you free 밖에 없었지만 얼마든지 시리즈로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참으로 간단하지 않은가. 시와 인생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독자가 받아먹기 좋게 잘라놓았다. 맛있고 깔끔한 한정식을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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