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rep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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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종횡무진 누비시던 글쟁이님들은 다 어딜 가셨나???
눈치를 살피다가 못다한 얘기도 있고해서 제글 한편 올립니다.
혼자 덩그마니 남은 것 같은 이 기분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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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인간도 홍적세의 호미니드 수준에서는 그저 침팬지보다 조금 더 똑똑한 사회적 동물이었으며, 뇌의 진화가 완료되기 전까지 상호간의 모방이나 학습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뇌의 진화가 완료된 후에야 인류는 문화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요약하면, 우리는 유전적 진화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얻었고, 그 후에야 진화의 부산물로 문화가 등장한 것이다. 인간은 이러한 문화 덕분에 유전자 혼자 할 수 있는 것보다 변화하는 환경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많은 식물들은 독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자연선택은 이런 화합물에 쓴맛이 나게 해서 초식동물들이 그 식물을 피하도록 만든다. 문화는 이러한 각본에 새롭고 특별한 것을 추가한다. 다른 동물들처럼 인간도 식물에게서 쓴맛이 날 때 먹을 수 없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몇몇 쓴맛이 나는 성분(버드나무 껍질의 살리실산처럼)은 치료에 유용하기 때문에 병을 치료할 해야 할 때 쓴맛을 무시하고 먹어야 한다는 것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학습한다. 식물에 쓴맛을 내는 유전자는 전혀 변화하지 않지만, 쓴맛 나는 식물이 치료에 유용하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되면서 전체 집단의 행동은 변화할 수 있다. 인간의 감각기관이 쓴맛을 덜 느끼게 진화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식물이 치료에 좋다는 관념이 인간 집단에 퍼져 있기 때문에 쓴맛 나는 식물을 섭취한다. 아마도 먼 과거에 어떤 호기심 많고 관찰력이 좋은 한 치료자가 쓴맛이 나는 식물이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을 것이다. 그러자 몇 가지 작용이 끔찍하게 쓴맛이 남에도 불구하고 이 신념을 퍼지게 만들었을 것이다.
이러한 ‘신념’을 리처드 도킨스는 밈(Meme)이라고 표현했다. 도킨스는 인간의 문화에도 유전자와 같이 전달 단위 또는 모방의 단위라는 것이 있다고 주장하고, 이러한 개념을 모방을 의미하는 그리스의 어근 ‘mimeme’를 유전자를 의미하는 gene이라는 단어와 유사하게 만들어 meme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이렇게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밈은 사회적인 모방과 학습을 통해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습득된다. 이러한 형태의 사회적 모방과 학습의 공통점은 한 사람의 두뇌에 있는 정보가 어떤 행동을 일으키고, 그 행동이 다른 사람의 두뇌에 정보를 발생시키고, 그 정보가 비슷한 행동을 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하지만 습득하기가 어려운 밈이라면 모방 및 학습 비용이 크기 때문에 밈들은 서로 격렬하게 경쟁해야 한다. 새로운 학문이나 새로운 언어를 터득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며, 따라서 사람들은 대안들 사이에서 결정을 해야만 한다.
한 사람의 시간과 에너지를 차지하기 위해서 밈들 사이에 벌어지는 경쟁은 유전자들의 자리다툼 경쟁보다 광범위하다. 다시 말해 같은 같은 행동에 영향을 주는 밈 사이에서만 경쟁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 주어진 시간에 그 사람이 습득하는 모든 밈들 사이에서 경쟁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그 시대 인간에게 가장 절실하고 가장 유익한 밈들만이 모방을 통해 복제되는 것이다.
문명이 발달하기 전의 인간에게는 생존이 가장 중요한 의제였을 것이고 이로 인해 인간에게 가장 절실하고 유익한 밈은 살아가는 방법, 즉 생존 전략에 대한 노하우였을 것이다. 이렇게 생존에 필요한 노하우 중 유전자에 프로그램화 되어 있는 원시적 전략은 유전적으로 물려 졌을 테지만 집단 내외에서의 투쟁에 필요한 인간들만의 전략들 중 효과가 좋은 것들은 하나의 meme으로 치환되어 다른 인간들에게 모방되었을 것이며 더 나아가 새로운 지식의 학습으로 더 경쟁력 있는 전략으로 진화해 나갔을 것이다.
정리를 해 보면, 인간은 초기부터 집단을 이루었기에 집단 내외부의 투쟁에 노출되었고 이로 인해 전략에 대한 필요조건이 형성되었다. 또 문화의 복제 단위인 meme을 모방할 수 있었기에 성공한 전략을 모방하고 새로운 학습을 통해 더욱 강력한 전략을 만들어 낼 수 있었으며 이로 인해 전략의 진화에 대한 충분조건이 형성되었다. 그래서 인간은 무의식적인 원시 전략을 뛰어 넘어 의식적으로 전략을 창조해 내는 존재로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진화론에 대한 이야기를 변경연에 풀어 놓은지 근 1여년 만에
이렇게 같은 이론을 탐구하는 분을 만나게 될 줄이야...
하지만 아직 저는 도킨스의 개념을 전략을 '잘' 풀어내지 못했습니다.
유전자 속에 프로그램 되어 있는 '원시의 전략'과
인간에게 의식이 발달되기 시작한 이후의 '의지적 전략'의 차이 규명하고자 노력 중입니다.
그냥 재미 있어서 시작했구요. 그래서 칼럼 이름도 '재미있는 전략 이야기'라고 했습니다만,
살짝 걱정이 됩니다. 아무리 봐도 나만 재미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말이죠.
'바람처럼'님, 다른 데 올라와 있는 글들을 많이 읽고 있습니다.
이렇게 댓글로 작은 관심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중에 오프모임에서 우연찮게 만나면 많이 반가워할 것 같네요...^^

생각나는게 많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 몽땅 썼다가... 다 지우고.. 씁니다.
나는 도킨스가 주장하는 밈에 대해서 공감은 하지만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지극히 생물학자적인 사고방식, 그 과학적 방법론으로서의 환원론적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적 방법론은 본질적으로 원자론과 환원주의에 입각해 있습니다.
그리고 유의수준이라는 확증가능성에 의해서 마치 진리인 것처럼 주장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자연과학이 아니고 사회과학들은 더욱 이런 약점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본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것 즉 궁극적인 앎을 위한 수단과 방법임을 넘어
그 자체가 본질에 대한 정의가 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흔히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까,
가리키는 것을 보라는데 손가락을 보고 있다고...
달이 뭔지 몰라서 달을 가리키면서 저것이 무엇이냐고 묻겠습니까
그런 질문을 하는 마음을 보라는 것인데
달이라고 답하면 손가락을 보고 있는 것이나 같다는...
세상에는 너무 많은 원리와 법칙이 존재합니다.
나는 늘 불만스럽습니다. 우리가 너무 복잡하게 만들고 있지는 않는가입니다.
우주는 혹은 세계는 우리들 인간들이 뭐라고 정의를 내리던지간에 처음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존재해왔다는 것입니다
. 그러나 인간이 만든 그 우주의 복잡성은 정확성과 거리가 멀지요. 또 정교하면 정교할수록 오차값은 확정적입니다.
지도는 정확하게 그리면 그릴수록 사실과의 오차도 뚜렸해지는 거나 같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다양한 형태의 지식을 확보하여 개인의 수준을 높이는데는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정확한 진리로부터는 더 멀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심리학 개념중에 군집화(chunking)라는 것이 있습니다.
하위의 여러개념들이 모여서 통합되어 하나의 상위개념이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ㄱ' ‘l' 'ㅁ’은 합쳐져 ‘김’이 되고 ‘김’‘성’‘렬’이 합쳐져 ‘김성렬’이라는 하나의 개념이 됩니다.
구체적인 것들이 점점 추상화되어가는 과정입니다.
교육목표 분류학은 그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지식이 점점 추상화된 개념적 지식으로
그리고 전략적인 지식과 같이 개념의 개념지식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네 개의 영역으로 나누어 구분합니다. 바로 사실지식, 개념지식, 절차지식, 메타인지지식 이 그것입니다.
그래서 밈은 좀 잘못된 개념이거나 분명하지 않은 개념이라는 거죠.
감각적이고 통합적이고 총체적인 전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들은 분해하면 본질이 사라집니다.
아날로그 시계 바늘을 움직이는 시계부품을 분해하면 시계의 본질과 그 기능은 사라집니다.
그 부분의 톱니바퀴나 건전지가 시계의 기능이 아니라 부분들의 관계와 그 질서가 시계의 기능입니다.
문화라는 것도 생활을 영위하는 방식의 집단적 특성이라면 보다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차원 즉 생물학적 차원의 개념을 만들어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댓글 안 달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ㅎㅎ
저는 리처드도킨스의 밈 개념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백산님처럼 뚜렷한 가치판단을 내리지는 못합니다. 좋은지 나쁜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단지 문화라는 것이 유전자처럼 유전되는 것이고 그러면서 진화되는 것이라는 '사실'에만 집중하려구요.
그런 전달 단위가 있는지 없는지는 더 연구되어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진화학자들 중에도 밈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니까요.
그리고 과학의 환원주의에 대해서는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환원주의가 가져다 준 혜택 또한 무시하지 못한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저는 문화가 전달될 수 있었다. 즉 인간에게 '의식', '영혼' , '마음'이라고 불리는 존재가 창발하여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배운 것을 간직하고 발전시켜 자식에게 물려 줄 수 있었다는 것이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더 전략적일 수 있었던, 다시 말해 유전자에 프로그램된 원시적 전략을 극복하고 의식적 전략의 세계로 진입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더불어 백산님의 지식의 깊이에 풍덩 빠졌음을 고백(?)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