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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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발은 남자발이다.
발을 볼 때마다 이건 남자발이야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발이 통통한 어머니나 여동생과는 달리 내 발은 아버지쪽을 닮았기 때문이다.
언젠가 어렸을 적에 할머니의 친구분께서 집에 놀러오셨을 때 내 맨발을 보시고는 발가락 사이가 넓어서 절대 무좀에 걸리지 않겠다 하셨다.
'발새가 넓어서 사이에 감(甘)도 끼울 수 있겠다.'
단감을 발가락 사이에 끼운다면 발이 어머어마지겠다고 나는 상상했었다. 아마도 그 분은 발가락 사이에 딱 붙어서 땀이 차서 무좀이 있으셨나보다. 발가락 사이를 떼어두려고 천을 끼워두거나, 아직 감이 덜 자랐을 때 여름무렵의 작은 감을 발가락에 끼우셨던 모양이다. 내 발은 그렇게 생겼다. 감을 끼우지 않아도 되는 발가락을 단 발.
무좀이 없을 거란 말과는 달리 난 무좀에 시달려봤다. 발가락 사이는 아니었고 발바닥이 쩍 갈라지고 물집이 생기면서 가려운 것이었다. 2가지 증상은 2가지의 다른 무좀이었다. 수영장에서 옮아온 무좀이 오래도록 낫지 않아 급기야는 발바닥이 갈라지면서 피가났고, 물집이 생기는 무좀은 가려워서 긁게 만들었다. 그 덕에 무좀은 손가락으로 옮았다. 피부과 가서 물어보니 서너가지의 무좀이 복합적으로 있다고 했었다. 그후 진료 후에 발의 무좀은 낳았는데 손의 무좀은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낫지 않는다.
나는 아버지를 많이 닮아서 발가락까지 아버지를 닮았다. 발등으로 보이는 힘줄, 혈관까지 닮았다. 발가락이 사이가 벌어진 것. 발에 살이 붙지 않는 것까지 닮았다. 어쩌면 무좀까지도.
아버지께서는 오래도록 무좀에 시달리시고 계시다. 가끔 집에 가면 아버지께서는 발바닥에 굳은 살을 떼어내고, 거기에 또 약을 바르신다. 아주 어려서부터 봐 왔는데, 아버지 발은 좀처럼 무좀이 낫지 않는다. 온종일 뙤약볕에 일을 하시느라 아버지의 발은 땀에 젖이 있다. 내 경우야 손끝까지 혈액순환이 좋지 않아서 그런다지만, 아버지의 경우는 혈액순환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땀에 젖어 있어 증상이 심해졌다 참을만했다는 반복할 뿐이다.
오늘 아침은 발을 그리면서 아버지가 많이 떠올랐다. 아버지께 많이 미안하다.
발을 보면서 미안하다. 매끈해서 미안하고, 아침에 무료해서 미안하다.
아버지께서는 새벽밥 드시고 벌써 공사현장으로 가셨을 것이다. 나는 늦도록 집에서 회사가기 싫다고 이부자리에 퍼질러 앉아 꼼지락 거리고 있어 미안하다.
아버지를 닮아서 미안하고, 몇가지는 아버지를 닮지 않아서 미안하다.

날은 엄청 더운데 씨잘데기 없이 바쁘기만 해서, 요즘은 호랑이 모임도 잘 못챙겼슴다.
명석 누님은 지난 번에도 못 뵈었으니 벌써 두달째 못뵈었네요...TT
게다가 종윤이는 인도로 파견을 나간데다 어쨌대나 하면서 거의 울먹이며 전화를 했던데, 우찌 될거인지...
흩어져 있어도 다들 더운 여름 열씨미 살아내고 계시는군요.
역시 호랑이 식구들 답습니다...
정화씨 그림을 보니 박지성이 생각나네요...
엔젠가 박지성의 발이 광고 사진에 나왔더랬지요.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려면 발이 그 정도는 망가져야 한다던데...
정화씨는 축구 선수도 아닌데, 어째서 발이...^^
오랜만에 들어와서 여기 저기 댓글 달다 보니 쓸데 없는 소리만 했습니다.
조만간 호랑이 모임이 있겠지요. 그 때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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