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승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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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할아버지에게 자신이 직접 쓴 소설의 초고를 건넵니다. 흔들리는 눈동자 속에 두려움이 일렁입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소녀는 기다릴 테니 지금 당장 읽고 평을 해달라고 애원합니다. 할아버지는 책상에 앉고, 소녀는 쪼그리고 앉아 무릎팍에 고개를 묻습니다. 몇 시간이 지나고 할아버지가 떨고 있는 소녀에게 다가가 말합니다.
"시즈크, 잘 읽었다. 아주 좋았단다."
"거짓말! 거짓말이죠! 사실을 말씀해주세요!
쓰고 싶은 것이 뒤죽박죽이에요. 후반은 엉망 진창이고! 저도 알고 있는걸요!"
"그래, 거칠고 솔직하고, 미완성이고… 마치 세에지의 바이올린 같았어.
그러나 네가 막 떼어내기 시작한 보석의 원석을 똑똑히 봤단다. 열심히 잘했다.
조급할 건 없어. 시간을 두고 열심히 연마하면 된다."
"저.. 쓰고 나서 깨달았어요. 쓰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는 안 된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