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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24일 18시 08분 등록
중간에 그만두는 것이, 나쁜 일을 하는 것보다 더 나쁘다.

바쁘다는 핑계로 글을 자의반 타의반 못써왔다. 그래도 생각해보니 전혀 쓰지 않은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이라는 문명의 이기로, 이제 어디서나 글을 쓸 수 있다. 지하철 기다리며, 에스컬레이터 타며, 식당에서 밥 나오기 전에, 혹은 가게 카운터에서 작은 틈만 있으면 쓰고 또 쓰다. 이렇게 쓴 글들이 140자 x 1500개 인데,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내 느낌으로는 얇은 단행본 한권은 되리라고 본다. 틈만 나면 쓰는 나를 보며, 나는 '쓰는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알았다. 

글을 쓰지 않으면, 글쓰지 않는 시간만큼 시간이 남아야하고, 그 시간만큼 일을 더 열심히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 실상은, 글을 쓸때보다 생활이 더 늘어지고, 예전에 시간이 없어서 하지 못했던 일들을, 이제는 시간이 남아돌아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언가 콘셉이 잡히지 않아서라고 생각했는데, 콘셉 잡는다는 핑계로 멍때리는 시간만 늘어났다. 

그래서 다시 쓴다.

책을 출간하는 것이 목표였다. 책을 출간하기 위해서 연구원 수업도 받고, 북페어도 했다. 수많은 기획과 목차는 나에게는 다소 무의미했다는 생각을 한다. 왜냐면, 나는 목차를 만들지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목차와 콘셉을 정해도, 전혀 엉뚱한 쪽으로 가는 사람이다. 한비야는 자기가 커서 무엇이 될지 자기도 궁금하다고 했다. 나도 내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내가 책을 쓴다고 하면 그 책은 무슨 책이 될지 나도 모른다. 그러니까 일단 써놓고 보아야 한다. 

 반기문  유엔 의장은 어려서부터 꿈을 유엔의장 비슷한 무엇으로 못박아놓았다. 그래서 그 꿈대로 차근차근 준비를 했다. 하지만, 나는 그리 멀리 보지 못한다.그러니까, 꿈을 높게 잡고 멀리 내다보라는 조언은 나에게 통하지 않는다. 나는 오늘만 생각하며, 오늘 하루 충만하게 살면 그걸로 족하며, 그렇게 살다보면 좋은 인생이 되리라 믿는다.
작가라는 사람은, 콘셉을 정교하게 잡는 능력 보다는, 원고지 1천매를 튼실하게 채우는 근력부터 있어야 한다. 건더기가 있어야 짜르고, 덧붙이고, 뒤집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장사와 비슷하다. 머릿속으로 요리조리 요리를 해도, 손님이 없으면 황이다. 손님은 머리가 아니라, 근육으로 끈다. 마찬가지로 글도 머리가 아니라, 근육으로 쓴다.

매트릭스를 쓴 워쇼스키형제는 글을 쓸때, 원본의 3배 이상을 써놓고 본다. 그 다음 쳐내려간다. 파울로 코엘료도 자신이 쓰고 싶은 소설은 한줄짜리 소설이라고 했다. 모두 '써놓고 보아야' 가능한 일이다. 작가는 뜨겁지는 않더라도, 차가운 사람은 아니다. 얄상하게 기획과 목표를 정해놓고, 고것만 써내려가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작가는 '쓰는 사람'이지, 결과물을 내놓는 사람이 아니다.

지금 산업은 계약서와 숫자만 집요하게 파고들며 악날하게 이익을 올리는 구조다. 물건을 만들어서, 사람을 돕는 것도 아니고, 자본을 모아서 가능성 있는 회사에 투자하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시시각각 변하는 시세에 맞추어서 수익을 올린다. 그렇게 올린 이익때문에, 인건비는 올라가고, 원재료도 오른다. 이제는 밥을 한끼 먹어도 배부르지 않다. 껍데기만 먹기 때문이다. 작가는 실험하는 사람 아닌가? 이런 것은 어떠냐고? 이런 삶은 어떠냐고? 혹은, 이렇게 살다보니, 이렇게 되었다고 허허실실. 웃을 수 있는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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