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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8일 09시 26분 등록

사장의 일은 두가지다.

1. 내부관리.
2. 외부영업, 혹은 마켓팅.

'사장의 일'에 골몰하는 이유는, 내가 바로서야 매장이 바로서기 때문이다. 사장이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야, 직원들도 단단한 뿌리안에서 일할 수 있다. 작은 회사는 '사장의 실력이 직원들의 비전'이다.  

내부관리는, 직원을 뽑고, 규칙을 만들고, 업무를 구획하는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손님이 들어와서 물건 구입하고, 매출이 발생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몇달이 지나면, 완전히 자리 잡힌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시스템이 완비되면, 더 많은 매출이 필요하다. 손님을 몰고와야 한다는 의미다. 사장도 그렇지만, 직원들도 손님을 원한다. 판매를 많이 해야, 인센티브도 올라가기 때문에, 많은 손님이 오기를 사장만큼이나 원한다. 사장은 모객을 하고자, 머리를 굴려야 한다. 그렇지 않고, 내부에만 있으면 직원도 사장도 스트레스 받는다. 직원은 사장이 하는 일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고, 사장은 돈주는 만큼 직원들이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본래, 나는 붙박이 스타일이다. 웬만해서는 매장을 떠나지않는다. 매장이 몇개로 늘어나다보니 혼자 힘으로 관리하지 못한다. 시스템이 자리 잡은 상황에서 딱히 내가 해야할 일도 없다. 직접 일을 해버리면, 직원들의 일이 줄어드는 것이고, 뻘줌해진다. 그렇다고, 아예 발길을 끊는 것은 아니지만, 무게중심을 매장안이 아니라, 매장 밖에 둔다. 피터드러커도 이야기했듯이, 조직안에는 비용만이 있을 뿐이다. 성장의 기회는 조직밖에 있다. 

기본적으로 사장은 손님을 불러오는 것이 일이다. 직원은 들어오는 손님을 요리하는 것이 업무다. 손님을 데리고 와야하는데, 어렵다. 초기에는 매장 앞에서 멘트도 하고, 곰탈도 쓰고 쇼도 했다. 한계가 있다. 한시간 정도 호객을 해보면 손님이 정말로 야속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불러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도우미를 3명까지 쓴적이 있다. 이들은 시간당 2만원으로 임금이 매우 쎄다. 하루 12시간 2명만 써도, 한달 6백만원이 훌쩍 넘는다. 게다가 이들이 맨손으로 호객을 하는 것도 아니다. 마스크시트니, 화장솜등을 손님에게 나누어주며 입점을 유도한다. 물론, 마스크시트도 한장에 200원씩이다. 이렇게 투자를 하지만, 손님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것이다. 올해초 겨울은 유난히 추웠던 것 같다. 찬바람 쌩쌩 맞으며, 매장앞에서 각오하다. 사업은 무조건 특별해야 한다. 사장은 매장을 특별하게 가꾸거나, 특별한 영업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현장에서 힘든 것은 단연 '손님'이다. 밀레오레와 APM쇼핑몰은 월요일, 화요일 각각 휴뮤다. 그래도 그 안의 상인들은 팔자 좋게 쉬지 않는다. 쇼핑몰은 휴무지만, 쇼핑몰 밖에 좌판을 깐다. 유동인구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매장안에서 보다 매출이 더 좋다. 다들 손님에 목말라한다. 앞서도 말했지만, 1시간만 도우미를 해보면, 그 많은 사람들 뒷통수에 소리 치고 싶다. '들어오란 말이야. 내가 이렇게 간절하게 부르잖아!' 

사업은 일반화되었다. 누구나 디지털 카메라로 전문가처럼 사진을 찍고, 컴퓨터로 보정을 하는 것과 같다. 예전에는 장사기술이 도제방식으로 전수되었다. 지금은 모든 시스템이 공개되어있다. 사업은 한다기 보다, 구매의 대상이다. 내가 사업을 하고싶은 아이템은 사업을 한다기 보다, 프랜차이즈를 통해서, 혹은 전수창업을 통해서 '구매'가능하다. 이것이 '똑같아요' 현상의 근원이다. 

오픈을 하기까지도 어렵지만, 오픈한다음에 손님을 유치하는 것이 더 어렵다. 오픈하는 것은 돈만 있으면 일사천리다. 손님 유도는 머리를 쥐어짜야 한다. 여러가지 실험을 해야하고, 시행착오도 필요하다. 사장의 일은, 일반화된 업무를 지키고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업무, 상품을 특별하게 가공해서 손님의 머리에 각인시키는 것이다. 다른 매장과 차별화시키는 것이다. 손님이 '왜 당신 매장이냐'라고 물을 때, 답변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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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는 '디자인 지원 센터'다. 원래 이화여대 병원이 있던 자리였다. 어느날 보니, 덩그러니 '디자인 지원센터'라는 건물이 서있다. 나로서는 꿈의 공간이다. 디자인 관련 서적이 가득은 아니지만, 제법 있다. 한권에 십만원이 훌쩍 넘는 책들은 그야말로 보석들이다. 게다가 텅텅 비었다. 아마도 디자인공원을 염두하고, 이곳에 디자인 지원센터를 만든듯 하다. 내가 이곳에 30년 넘게 살고있는데, 이곳 사람들은 디자인에 관심이 하나도 없다. 정부의 생각없는 정책이 이렇게 마음에 들기는 처음이다. 

오래전부터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고, 시각언어가 나의 기질에 맞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버크만검사에서도 예술과 기획 쪽에 강점이 나왔다. 그런데도 계속 꾸물정거리고 있는 것은, 마땅한 커뮤니티가 없고, 자료도 충분하지 않고,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다. 또 사업할 시간에 그림 그리고 있으면, 웬지 한심해 보인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게 맞긴 맞는데, 라고 생각하면서 그래도 정말 맞나?라는 빌붙는 자의 여유.

디자인하지 못했던 것은, 충분한 기획과 충분한 자료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곳, 디자인 지원센터에 오니 이유가 명확해졌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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