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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16일 23시 54분 등록
가수 윤상이 20년전 히트곡을 많이 발표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자료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다수가 일본 음반이었는데, 당시 일반인은 일본문화를 접할수가 없었다.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 많은 자료를 확보한 그는 다양한 소스를 조합해서 귀에 쏙쏙 박히는 멜로디를 만들 수 있었다. 가수 서태지도, 음악성보다 발빠른 정보력과 조합능력, 상품화 시키는 능력이 더 뛰어나다. 이를테면, 샘플음악을 많이 이용했는데 샘플음악이라는 것이 먼저 줍는자가 임자다. 저작권이 없다. 서태지 음악의 시작은 샘플 음악이며, 우리가 인정해야 할 것은 그의 음악성이 아니라, 정보수집력과 관리능력이다. 윤상과 서태지는 둘다 아티스라고 인정받지만, 먼저 발견하고 조립한 사람들이다. 디자이너자 사업가다.

디자이너는 새로운 것을 만들지 않는다. 그들이 의뢰를 맡으면 물론 컨셉을 잡고 회의를 하겠지만, 그래도 먼저 하는 일은 '자료조사'다. 자료를 조사하고 얼추 비슷한 사례를 찾아내야 프로젝트에 감도 잡힌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 일이기에, 명확하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목표가 중요하다. 실력있는 디자이너는 방대한 자료를 소유하고 있다. 디자인 관련 책은 엄청 비싼데 그래도 기꺼이 구매한다. 자신의 밥줄이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아웃풋을 만든다는 것은, 열정과 의지의 문제라기 보다는, 정보를 대량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충분한 정보와 자료가 바탕이 되어야 그 위에서 마음대로 놀고 작업할 수 있다.  

일본 '지의 거장, 타치바나 타카시'는 이 분야에 장인이다. 그는 뇌, 우주, 첨단과학등 지식이 많기도 하지만, 관심사는 정보의 관리, 인풋, 출력이다. '고양이 빌딩'이라고 이름붙인 그의 서재에는 책과 인쇄물로 가득하다. 개인 혼자서 관리할 수 없기에, 비서도 채용했다. 타치바나의 저술 방법은 간단하다. 100권을 1권으로 요약. 책 한권을 쓰기 위해서, 입력하는 정보의 양은 압도적이다. 누구나 타치바나 식으로 책을 읽고, 쓸 필요는 없다. 더욱이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로 정보에 접근하고, 정보를 다루기 쉬워졌다. 이것은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한데, 접근이 쉬우면 '거기에 있다'는 사실만 알고, 활용하는 노력은 하지 않는 습관이 생긴다. 정보를 쌓아두기만 하고, 읽거나 활용하지 않는 것이다. '어디에 있는가?'라는 정보를 아는 것은 중요하지만, '어디에 있다'라는 것만 알고 그 정보를 활용하지 않으면, 머리가 복잡해질뿐이다. 

정보는 보유하는 것보다 관리와 활용이 더 중요하다. 과거에 정보는 종이로 유통되고 보관되었다. 지금은 다양한 디지털 디바이스들이 범람한다. 나의 경우 모니터상에서 글을 읽는 것이 어렵다. 짧고, 휘발적인 정보는 모니터상에서 보지만, 조금이라도 글이 길어지면 출력해서 보아야 한다. 디지털이 아니더라도, 작가가 아니더라도, 일반인이 하루에 처리해야할 정보는 무척이나 많다. 신문, 잡지, 책, 보고서....이런 자료들을 어떻게 보관하고 관리할 것인가? 관리하는데 시간이 너무 들어서는 안되지만, 관리하지 않으면 활용이 안된다.

관리를 하기 전에, 필요한 작업은 정리다. 불필요한 것을 버리고, 남아 있는 자료는 분리한다. 주제를 정하고 관련 자료를 모은다. 일을 하는 것이 공부이고, 공부를 한다면 일을 더 잘하기 위함이다. 주제는 지금 하는 일에서 찾는다. 예를 들어, 마켓팅이라면 관련 책을 구입하고, 관련 신문과 잡지를 모은다. 건더기가 있어야 이리저리 조합해볼 수 있으며, 조합해놓은 결과에 따라 더 구체적으로  주제를 정할 수 있다.

관리하기 위한 툴은 매체만큼이나 다양하다. 요즘은 클라우드 서비스가 유행이기 때문에 관련 서비스가 많다. 스마트폰으로 찍고, 라벨이나 태그로 붙여서 관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집필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는데, 전통적인 작가의 작업은 골방에 틀어박혀서 혼자서 글을 썼다. 요즘은 '코피스족'이라는 말이 생길정도로 노트북등을 이용해 여러 곳에서 보다 개방적으로 작업을 한다. 스마트폰도 이런 변화에 영향을 주는데, 돌아다니면서 버스나 이동수단등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집필을 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호흡이 긴 글이 나올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자료를 모으고 정리를 하면 책이 나오는 것이다.

글을 쓰면 쓸수록, 내 글쓰기와 철학이 분명해진다. 나는 문장가가 아니다. 글을 잘 쓸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가치가 있는 정보 수집에 집중한다. 그리고, 작가라는 말에 너무 무게를 두지 말자. 작가로 데뷰한다고 삶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공부하고, 혁신하고, 그것을 기록하는 것이 요즘 산업의 일반적인 패턴이다. 누구나 작가이고, 작가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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