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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21일 23시 20분 등록
컴퓨터 프로그램에 빠지다. 방송국, 출판사, 디자인스튜디오에서나 가능한 효과를 개인용 PC에서 구현한다는 것은 흥분되는 일이다. 한때 학원을 전전하고, 그래픽 책들을 열심히 사보았다. 어느 정도 싫증이 날 무렵, 스스로에게 묻다. 도구가 많이 있는데, 그 도구로 어떤 이야기를 하지? 

예술가적 기질이 있는 사람은 붓글씨의 한획, 화가의 붓터치, 소설가의 어느 한문장, 어느 음악의 전주에 마음을 빼앗긴다. 사람은 본래 동경하는 사람을 따라하는 습성이 있다. 나도 그들처럼 되고 싶다고, 도구를 익힌다. 음악 학원에 가고, 미술을 배운다. 배우기 시작하면, '보기에는 쉬워도 장난이 아닌군'이라는 생각과 함께 예술가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무엇보다, 그림, 악기,컴퓨터 툴과 같은 도구를 다룬다고 결과물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도 알게된다. 

얼마전, 일러스트 학교, HILLS의 설명회에 가다. 창립자분이 입학설명을 하시다. 난 그림 그리는 테크닉에 대해서 이야기할 줄 알았다. 이를테면, 드로잉은 일주일에 몇시간 할애하고, 색감과 조형미, 누드 크로키등의 수업에 대해서 이야기할 줄 알았다. 그림 가르치는 학교이면서, 그림 그리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그 보다는, 작가와 예술가적 삶, 현 작가들의 생태,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라는 주제로 이야기해주셨다. 특히,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라. 참을 때까지 참아봐라'라는 말이 가슴에 들어오다. 난 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자 하는가? 기교에 마음이 끌려서가 아닐까? 그렇다면, 기술을 배워도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을 것이다. 

예술가들, 디자이너, 화가, 서예가등은 일정 경지에 도달하면, 테크닉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손을 쓰기 보다는 말을 많이 한다. 글도 많이 쓴다. 말과 글을 많이 해서, 담론을 형성한다. 테크닉과 기교를 넘어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어떻게 그리는가?'는 문제가 아니다. '무엇을 그리는가?'가 중요해진다. 화가 중에 대학원에 철학 배우러 가는 작가도 많다. 모두 그러고 싶어한다. 서예가 중에는 역사를 배우고자 중국으로 유학가는 사람도 있다. 테크닉만 배우면 '쟁이'가 된다. 요즘 말로 '오퍼레이터'다. 자신의 생각이 있고, 추구하는 바가 있어야 '작가'다. 

매일 글을 쓰는 것은 화가가 매일 드로잉을 연습하는 것과 같다. 글을 툴로 선택한 사람의 의무다. 그 다음 필요한 것은 이야기다. 난 내 일과 경험에 대해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싶은 것이다.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는 아무래도 좋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 난 어떤 경험을 할 것인가? 어떤 체험을 했는가? 그 재료를 가지고, 글로 쓰고 그림으로 그린다. 많이 읽고, 많이 일하고, 많이 대화하고, 많이 돌아다니고, 많이 듣고....

1만권의 책을 읽고, 붓을 들라고 하지 않았는가? 좀더 배워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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