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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5일 23시 11분 등록
5살 아들, 표정이 좋지 않다. 옆에 동에 사는, 친구녀석이 아들을 때렸다. 살살 약올리면서 때린 것도 아니고, 그냥 기분내키는대로 때린 것 같다. 화가 나서 때리면, 그 이유를 알기에 기분이 덜 나쁠수도 있다. 하지만, 기분이 갑자기 좋지 않다며 때리면, 맞는 입장에서는 아프기 전에, 불쾌한 것이다. 아들이 맞고 왔다는 사실에 처음으로 부모로서 기분이 나빴는데, 아들이 느끼는 분노와 슬픔도 분하지만, 어린 시절 나도 비슷한 일을 겪다. 

녀석을 그날 오락실에서 처음 보았는데, 녀석은 슛팅 게임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중학생이었지만, 나는 조숙했던 것 같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는 자기소개를 하고, 인사를 나누며 '앞으로 잘 지내자'라고 통성명하는 것이 내가 가진 상식이었다. 하지만, 녀석은 나의 얼굴을 보지도 않았다. 갑자기 슛팅게임 하다가 내 명치를 때렸는데, 게임중 비행기 한대가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지금도 의문인건, '왜 그 순간 맞받아치지 않았을까?' 아마도 녀석은 나를 보지 않았지만, 내가 맞받아치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천부적인 감각으로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런 사람을 천적이라고 부르자. 

학교생활, 군대생활, 직장생활, 어디에나 천적이 있다. 그들은 상대를 살짝 떠본다.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한듯이 무리한 요구로 떠보는 것이다. 받아들여지면 더 강도 높은 요구를 한다. 점점 한쪽이 불합리한 요구를 하고, 한쪽은 고스란히 받아들일수 밖에 없는 관계가 고착되어 버린다. 가하는 사람은 더 집요하게 요구를 하고, 받는 사람은 죽고 싶을 정도로 싫지만, 거절을 못한다. 이런 관계는 어디에나 있는데, 군대같이 폐쇄된 곳에서 이런 관계가 형성되면, 방금까지 생긋웃던 이등병이 수류탄도 던지고, 총기도 난사한다. 

학계에서는 유식하신 분들이, 무식하게 제자들에게 요구를 한다. 교수 딸이 결혼하면, 왜 제자들이 들러리를 서야할까? 교수는 친척이 없는가? 왜 제자들이 축의금 받고, 화환 나르고, 내빈 안내를 하는가? 아마도 몇몇 교수님들은 이사를 하실때, 제자들에게 일부리고 함께 짜장면 먹는 것을 바람직한 사제관계라고 생각하시는 듯 하다. 내가 대학교 졸업반일때, 한 선생님은 사은회때 나오는 음식이 부페냐고 물으셨다. 제자가 취업이 되었는지 어떻게 먹고 살것인지 묻는 것이 상식 아닌가? 저런 사람들에게 공부 가르키려고 우리 어머님은 다리 퉁퉁 붓도록 음식 써빙을 보았단 말인가?  하지만, 이렇게 따져 묻지 못한다. 스승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계는 보통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은밀하게 이루어진다. 둘 사이에는 불가항력적인 힘의 장력이 존재해서, 보통 용기가 아니면 깨고 나오기가 힘들다. 헌데, 만일 그런 사실이 공개가 되면 위풍당당한 가해자는 바로 쪼그라든다. 이번주 '그것이 알고싶다'에는 한마을에서 정신지체아 여고생을 집단 성폭행한 이야기가 나왔다. 한 마을에서 그것도 나이도 어진간한 분들이, 미성년자를 돌려가면서 유린했다. 2,3천원 주면서, 뻔히 아는 사람의 딸을 성폭행하다. 언론이 그 사실을 비추자, 바퀴벌레처럼 음지로 숨어버린다. 

부당한 요구를 받았을때, 그것을 알아차기가 힘들다. 그 보다는 내가 상대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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