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校瀞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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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물 그림을 보고 유리그릇을 연습하다가... 그림을 말고, 실물을 그려보고 싶었다. 과일과 유리그릇. 과일은 순전히 색의 혼합을 완벽하게 하고 싶어서이고... 유리르릇은 광택때문이다. 광택을 잘 표현하면 투명함을 드러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색을 뭉개지 않는 것을 보시고 화실의 마크 선생님은 그것이 더 어려운 방법이라고 하셨다. 대가들은 그런 방법을 쓴다고 한다. 숙련된 사람들이 주로 쓴다는 말일게다.
나는 이 정물을 시작하기 전에 바로 직전에 색을 혼합하는 법을 배웠다. 그것은 색을 칠한 위에 손가락으로 문질러서 넓게 펴서 바른 후에 다시 그 위에 색을 얻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면 깊고, 풍부한 맛이 난다고 했다. 그럴 것이다. 꼼꼼하게 넓게 펴진 색들은 깊이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많은 색들이 혼합되면서 죽어버리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문지르지 않았다.
유리병의 투명감은, 광택은 날카롭게 보이기까지 한다.
포도주 병의 야무지고 조그만 광택들은 단숨에 점을 찍듯이 혼합히 없이 스윽하고 칼로 무언가를 베듯이 찍혀져야 할 것 같다.
사진을 보고 그리는 것보다, 실물을 보고 그리니 더욱 풍부하게 느껴진다. 관찰을 할 때 실물의 물체들이 그림 속의 물체보다는 살아있다는 느낌이 더하다. 만지고 싶다라는 느낌. 관찰하는 도중에 몇번 느낀 것들이다. 잘 보다보면 어느새 만지고 싶어진다.
만지고 싶은 그 기분을 간직한 채..... 나는 의자에 앉은 채 색연필로 종이위에서 더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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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실일기를 쓸 때마다, 아니 글을 쓸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내 경우 글쓰기에는 설명이 별로 없다. 나중에 고쳐쓰거나 옮기려다 보면 처음 쓸 때의 관점, 기분, 뉘앙스.. 뭐랄까 느낌이라고 하는 것들은 많이 사라져버린다.
몇번을 읽고 고쳐쓰다보면, 전달하기 위해 설명을 덧붙이게 되는데... 어느정도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난 설명하고 싶지 않다. 첫 느낌을 기록해 두고 싶은 마음이 전달보다는 더 큰 것 같다.
내 경우의 글쓰기의 대부분은.....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싶어서 쓰는 것이 아니고, 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쓰는 것이다. 나중에 읽어보고 내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면 정리가 안됐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이미 지난 일이라서 잊었다 할까...
성격검사에서...(이렇게 자신에 대해 단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어쩔 수 없다.) 내 경우는 N형이다. 1에 그에 대응하는 하나의 이름을 붙이는 형이 아니다. 1에 1의 설명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내 경우는 오픈된 채로 두는 편이다. 1에는 내가 설명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있다. 난 그것을 정확히 말로 설명할 수 없다. 1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미안한... 그래서 설명할 수 없는 채로 두고 싶다.
친절한 글이 아닌데 화실일기를 계속 읽는 이들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화실일기는 무척이도 개인적인 글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계속 이 일을 하고 싶다.
난 지금 어디쯤의 길을 가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흔들리며 가고 있다는 것은 안다. 딱 지금 서있는 곳에서 앞뒤로 약간만이 보일 뿐이다.
길 위에 있고 걷고 있다는 느낌을 계속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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