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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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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27일 00시 39분 등록

이 질문은 연구원 면접에서 어느 선배님께 내가 한 것이었다. 꿈에만 그리던 연구원을 끝낸 후 여유인지 반항기인지 모를 것들이 느껴지는 그들의 모습에서 연구원이 인생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 주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그때의 선배님의 말씀은 김빠진 사이다와 같았다. 잔뜩 부풀어 오른 기대에 어긋나는 어이없는 대답. 그 질문이 있은 후 시간은 나를 꼭 1년 뒤로 데려다 놓았고 나 역시 그 질문에 같은 대답만이 떠오른다.

첫째, 두꺼운 책이 두렵지 않게 되었다. 예전에는 두께에 놀라 미리 포기했던 책들에 대해 이제는 한번 해볼까?’하는 도전 의식이 생겼기 때문이다. 감히 감당 못하던 어려운 책들과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은 나를 기죽이기에 충분했는데, 이제는 만만해진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책에 상관없이 덥석 집어드는 버릇이 생겼다.

둘째, 나의 모습을 보고, 알고, 인정하는 시간이었다. 살면서 이렇게 깊게 나를 만나본 적이 없었다. 항상 바쁜 일상에 내 삶인지 타인의 삶인지 모를 시간을 보내며 살았다. 그런데 저 밑바닥에 있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되었고 나에 대한 이상화를 알게 되었고, 그것이 나와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연구원 1년 과정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나에게로 가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그 성찰은 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시야를 주었기에 막연하지만 맑은 느낌이다.

셋째, 나는 사람책을 좋아한다.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습득력이나 감동이 책보다 사람에게서 더 많이 얻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물론 사람만으로는 공허함을 매울 수가 없지만 굳이 순위를 매기자면 사람에게서 배우는 감동이 더 큰것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이것을 앎으로써 나의 시너지를 내는 방법과 그 한계를 알기에 삶을 살면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된다.

넷째, 나는 엉덩이로 글을 써야 하는 사람이다. 막연한 열망과 동경이 나를 연구원으로 이끌었고, 한번도 도전해 보지 못한 글쓰기에 대해서 처음으로 부딪쳐 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 전에는 혹시나 나의 어린아이를 만나면 나도 모르는 재주를 발휘해 줄지도 모른다는 밑도 끝도 없는 기대감이 있었다. 지금은 그런 것들이 거의 없어졌다. ‘최선과 성실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노력을 한것은 아니지만 타고난 재주보다는 성실하고 끈질기고 집요하게 엉덩이와 씨름해야 하는 사람임을 깨닫게 되었다.

다섯째, 모든 작가를 존경하게 되었다. 끝없는 흔들림에서 그들의 땀과 열정과 인내의 결정체로 승화된 것이 바로 책이라는 것을 깊이 알게 되었다. 끝없는 자기와의 싸움에서 얻을 수 있는 타이틀 작가’. 간혹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이 타이틀을 가진 사람들을 존경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나에게 버거운 숙제로 내줘야 함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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