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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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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31일 01시 35분 등록

올 것은 왔고 지나갈 것은 지나갔다. 모든 시간이 우리를 거쳐 과거를 만들었고 현재 또한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 면접 여행의 긴장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의 과정이 끝났다. 지리하고 힘든 시간도, 고민에 방황하는 시간도 다 나를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귀결시켰다는 것을 수료 말미에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무엇인가를 파고드는 기쁨도 가져다 주었다.

말은 졸업여행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수료여행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연구원의 졸업은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이 졸업작품이 되기 때문이다. 아직 졸업작품을 마치지 못했으니 수료여행이라 하거나 졸업여행을 당겨서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도 이름을 졸업여행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모두가 자신의 책을 쓴다는 전제하에 떠나는 여행이리라. 우리는 그렇게 여행을 떠났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졸업작품을 볼모로 하고 말이다.

용산역에서 교감쌤은 허당재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시작으로 여행 내내 그전과는 사뭇 다른 인간미를 보여주었다. 40대에서 소년으로 둔갑한 승호선배는 마치 자신의 졸업여행처럼 밝은 모습으로 같이 하는 사람도 즐겁게 했다. 창선배는 집에서 먹는 것과 별다를 것이 없는 음식이라 말하면서도 연신 먹방을 찍었다. 달자쌤은 끝나는 아쉬움이 예전보다는 편안해진 듯한 모습으로 가이드 역할도 마다 않고 해주셨다. 그들과의 만남은 처음부터 끝까지 데카상스에게는 더 없는 행운이었다.

고창에서의 장어와 복분자를, 동백꽃의 아름다움을 알게 해준  선운사를, 늘 푸르고 곧은 죽녹원을, 목포 유달산의 야경을, 감탄사를 연발시킨 강진의 한정식을, 충무사의 인간 이순신의 고뇌를, 장흥의 삼합을, 벌레나오는 편백나무 펜션을, 거지처럼 달려들어 먹던 복분자막걸리와 산채전을 잊지 못할 것이다. 함께하는 이들 때문에 더 값지고 멋지고 맛나던 시간을 말이다. 특히, 수문해수욕장에서 가슴 뭉클하게 반겨주신 사부님을 잊지 못할 것이다.

사부님. 6년 전의 딱 한 시간의 만남은 내 인생에 죽음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남기셨고, 그 묵직한 주제의 힘에 이끌려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책으로 더 많이 만났지만, 여전히 나에게는 스승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나의 책이 나오면 다시 찾아 뵙겠다는 약속을 드리고 왔다. 그 약속을 반드시 지키고 싶다. 다시 수문으로 달려가 아버지 같은 스승의 품에 감사하다고 인사를 올리고 싶다. 스승님이 내 인생의 등대 역할을 해줄 분이란 걸 나는 수문에서 확인했다. 그 분이 가슴으로 훅 들어서는 느낌을 평생 기억하며 살 것이다.

구달. 그는 언젠가는 자전거를 타고 바람처럼 떠날 것이다. 자전거와 함께 쓰여지는 그의 글에서 신명이 벌써 느껴진다. 집념이 강한 만큼 꼭 이루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 믿는다. 수문에 누가 먼저 갈 것인지 궁금하다.

피울. 나보다 사람 욕심이 많은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코 피울이다. 그러고보니 그는 다방면에 소질이 있고 욕심이 많다. 가끔은 허세 작렬하는 모습에서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그 또한 인간미가 느껴진다. 처음보다 표정이 가장 밝아진 사람을 꼽으라면 역시 피울이다. 지금과 같은 미소를 우리에게만 말고 더 많은 사람 앞에서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고가의 약을 많이 팔게 되기를 기대한다.

. 나는 그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누구보다도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하는 바램이 이상하게 스며든다. 닉처럼 희동의 모습을 간직했으면서도 그렇게 살고 있지 못하는 그가 희동처럼 사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찰나. 지금 그녀가 있는 세상은 답답할 것이다. 자유의 맛을 보았기에. 어디에 있든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그녀가 계획한 명상센터로 가끔 명상을 하러 가고 싶다. 그리고 원하는 저자가 되기를 기대한다.

종종. 중년의 아줌마에서 소년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건만 그녀는 종종 그 모습을 보여준다. 명랑 만화 속에서 나온 듯한 캐릭터 또한 그녀의 매력 중에 하나이다. 10기 중에서 제일 처음 작가가 된 그녀는 동기들의 마음 속에 작가에 대한 열망을 더 크게 만드는데 일조를 했다. 아이디어 뱅크 그녀에게 더 큰 작가로서의 길이 열리기를 기대한다. 그녀가 제안한 집필여행이 벌써 기다려진다.

앨리스. 나는 그녀가 거목처럼 느껴진다. 복잡하지 않고 용감한 그녀의 모습도 좋다. 그녀와 가까운 곳에 산다면 좋겠다. 나의 흔들림을 기대어 갈 수 있을 것 같기에. 그녀가 계획하고 기획하는 일이 곧 현실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녀가 원하는 것처럼 글이 밥이 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에움. 언제부턴가 내 동생 같은 느낌이 든다. 자기표현이 부족했던 내 옛날의 모습을 하고 있기에 더 그런 생각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열수록, 보여줄수록, 나눌수록 가벼워진다는 것을 그녀가 알아가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녀의 타고난 재주가 우리에게 인정받았듯이 세상이 인정하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녕이. 언젠가 연습한 아날로그 녕이의 모습이 가장 보기 좋았다. 나는 녕이도 지금의 재키처럼 허당의 넉넉함을 가질 날이 올거라 생각한다. 똑똑한 그녀에서 지혜까지 겸비한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 그려진다.

해언. 나의 룸메. 누구에게나 스스럼없는 어린아이와 같은 그녀가 부럽다. 부모의 사랑을 많이 먹고 자랐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녀의 재주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 하지만 새로운 역사가 그녀에게 부담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연구원이 되고 싶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글이었고 다른 하나는 사람을 얻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 1년을 통해 평생의 재산을 얻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 먹고 사회에서 만난 인연도 깊게 뿌리를 내릴 수 있다는 것을 변경연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귀중한 시간이고 인연이다. 답답하면 언제든지 달려갈 수 있는 친구들을 얻었다.

언젠가 동영상으로 본 이제 너희만의 바다로 가라고 하신 스승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비록 공식적인 수업은 끝났지만 이제 자기만의 바다를 열고 창조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홀로 선다는 것이 외로운 날도 있겠지만 13명의 사우를 얻었으니 이보다 더 든든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음에 바람이 불면 파주로 상주로 대구로 부산으로 널 뛰듯이 다닐 수도 있을 것이다. 소중한 인연을 얻었기에 헤어짐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슬프지 않고 구강포처럼 각자 또 같이 길을 갈 수 있는 사우가 있기에 행복하고 감사하다.

추신: 10기에게 관심을 가져주시고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모든 선배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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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31 10:07:32 *.104.9.249

네 분! 선배 선생님들이 없었으면 가능하지 않은 여행(지난 일년)이었어요.

ㅎㅎㅎ


약 팔다 주글거 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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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1 09:36:04 *.230.103.185

달덩이같이 환한 얼굴의 참치도 지난 일년간 수고 많았어요.

열어놓는 만큼, 부딪히는 만큼, 움직이는 만큼 얻어가고 성장하는 곳이니

그 누구보다 잔뜩 얻어가리라 믿어요.


이제 홀로 서기 원년, 힘차게 출발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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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3 08:19:12 *.255.24.171

홀로 서기 원년이라는 말 때문에 더 긴장이 되는 것이 사실이에요.

이 긴장의 끈을 놓치면 안될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들구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처음에 선생님의 모습에서 인생 2막을 그릴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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