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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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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31일 09시 33분 등록

지난 일 년

2015. 3. 31



2015. 3. 27(금)

아직 깜깜한 새벽에 눈을 떴다. 뒤척이다가 오늘이 ‘금요일’이란 것을 알았다. 나는 이곳에서 열심히 약을 팔고 있겠지만 데카상스는 오늘 함께 여행을 떠난다. 그들과 함께한 일 년이 둥실둥실 떠오른다. 그리움, 치열함, 충만감 따위의 감정들이 범벅이 되더니 이윽고 뭉클해져 온다. 어쩌지 못하겠다. 급기야 우울해졌다. 함께 떠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워 삐진 것이다.


면접여행 후기를 찾아 읽었다.

“...이제 여기 또 하나의 게으른 영혼이 그를 따라 변화의 강을 건너가려 한다. 이 찬란한 여정에서 훌륭한 스승과 뜻을 함께하는 동기간이 있다면 그들은 희망이며 이정표가 될 것이다. 채찍이 될 것이고 의지가 될 것이다. 삶은 결국 혼자 사는 것이지만 혼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제 그들을 만나러 간다.” 


우리는 걸쭉한 ‘추어탕’을 먹고 태양을 안으면서 뜨겁게 헤어졌다. 첫 만남이었다.




2015. 3. 28(토)

예정된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서둘러 마치고 터미널로 갔다. 17:30 버스 시간에 일정을 맞춰 냈다. 휴~~다행이다. 이 차를 타지 못하면 장흥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천안발 광주행 버스는 구름처럼 달렸다. 연일 이어진 강의에 입술이 부르트고 다크서클이 한뼘이나 길어졌지만 그대들을 만나러 가는 길은 언제나 설레임이다. 또 그대들 얼굴이 하나, 둘 창으로 흐른다. 이 정도면 중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버스는 장흥행 막차 시간에 맞게 도착했다. 아귀가 딱딱맞는다. 다시 시간반을 달려 장흥에 닿았다.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쉰다. 바다냄새를 머금은 싸늘한 바람이 한결 운치를 더한다. 깨진 콘크리트 경계석이 헐렁한 보도블록을 버티고 있는 터미널에서 가슴이 터지도록 숨을 들이 마셨다. 막차시간에 맞춰 택시 몇대가 늘어서 있었다. 20여분 남짓 그대들이 있는 곳으로 간다. 와~~막 설레인다.


고요한 민박집 담 너머로 그대들의 웃음소리가 넘쳐났다. 나라를 반쯤 돌아서 드디어 합체. 완전체가 되었다. 밤이 이토록 아쉬운 적이 없었다. 날이 밝으면 또 헤어져야 하니 말이다.




2015. 3. 29(일)

구례를 거쳐 남원에 닿았다. 며칠째 머리속에선 이대로 마치지 않을 수 있는 궁리를 하느라...아니면 쉬이 헤어지지 못할 핑계꺼릴 찾느라 부산했다. 이 점심을 먹으면 우리는 헤어져 각자 떠나온 곳으로 돌아간다. 지난 일년! 얼마나 많이 온 것인지, 처음 그 마음과 같은 것인지, 계속 갈 수 있을 것인지 ... 다시 좀 불안해 했던 며칠이 흘렀다. 그러나 이런 불안함들은 그대들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정리할 수 있었다. 걱정을 위한 걱정은 다시 하지 말아야지. 우리는 걸쭉한 ‘추어탕’을 먹고 태양을 안으면서 뜨겁게 헤어졌다. 첫 만남이 있던 그날처럼...


남원에서 대구로 왔다. 돌아오는 길에 가뭇 잠이 들었는데 재미있는 꿈을 꾸었다.


‘달자, 재키, 종종, 피울이 무슨 일을 꾸민 모양이다. 넷이서 근사한 옷을 입고 함께 일을 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무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것 같다. 네 사람의 성향을 봤을 때 서로 독립적이면서 보완관계에 있는 그런 작당을 했을 것이다. 희동이 백발이 되었다. 근사한 수트를 입었는데 누군가의 수행을 받으면서 입장을 하고 있었다. 준비하는 우리는 이 모습이 당연한 듯이 신경 쓰지 않았다. 그가 호스트인 것 같다. 그는 조직에서 굉장히 중요한 위치까지 올랐고 자신의 조직원들을 위해 우주에서 가장 유능한 우리 네사람의 전문가에게 청탁을 했다. 은시미가 등산복을 입고 느긋하게 등장한다. 초대장을 들고 있었는데 누구도 그녀의 복장을 문제삼지 않았다. 조금 있으니 찰라, 앨리스, 에움, 해언이 결혼식 하객 코스프레를 하고 등장했다. 녕이가 무대 뒤에서 열심히 지휘를 하고 있다. 구달님은 파타고니아 여행 중이신 모양이다. 거대한 홀이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다. 실체를 알 수 없었지만 뿌듯함이 밀려왔다. 꿈이 꿈을 꾸는 것인지 생각이 생각을 하는 것인지...“




2015. 3. 31(화)

이 모든 인연은 오직 한 사람. 선생님의 은덕입니다. 한번도 뵙지 못한 당신에게 감사합니다.

달자형, 제키선배, 창형, 승호형...네 분 선배님들께 드리는 감사 역시 선생님께 드리는 감사입니다.


연구원 1막이 내린다. 그대들 이름을 하나 하나 불러 보련다.


구름같은 구달형님!

구수한 양반! 돈키호테의 피가 끓는 사내. 터실터실한 장승의 맛이 있는 멋있는 분. 간절함이 큰 만큼 두바퀴로 쓴 글이 태어나게 될 것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동숙이, 웨버 희동이!

명품 단계석같은 사람. 뜨겁고 습기가 많은 사내.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빛이 나는 사람. 감동적인 그대의 이야기가 세상에 태어나는 날을 고대합니다.


고향같은 은시미!

마당을 나온 암탉, 잎싹이! 운명이 그대를 어쩌지 못할 것이다. 중화능력이 탁월해서 웬만한 스트레스는 그대에게서 중화되어 버린다. 흰 알, 까만 알 가리지 않고 품을 수 있으니 너름과 차돌같은 에너지로 안에 감춰진 달고 따뜻한 그리고 부드러운 앙꼬를 쏟아주길 바랍니다.


넉넉하고 든든한 찰라횽아!

넉넉한 편안함이 좋은 오래된 함지박을 닮은 여인아. 화려함보다 깊은 맛이 어울리는 그대여. 그 깊은 맛이 글이 되어 엮이게 될 것입니다. 그대가 만든 피안의 안식처에서 데카상스 여름소풍을 하게 되지 않을까요?


톡톡튀는 깐돌이 우리 종종씨!

스스로의 재능을 잘 알고 있으며 어찌 사용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감성쟁이 여린 사람아. 예쁘게, 좋게, 가치있게 만들거나 꺼집어 내는 탁월한 능력을 여지없이 발휘하여 그대가 이루고 싶어하는 세상에 닿게 될 것입니다.


넓고 깊은 앨리스!

데메테르의 기운이 넘치는 사람. 아름답고 향기로운 여신들이 서로 자랑하듯 빛내며 반짝이지만 실속이 없다. 키우고 살리고 북돋우는 그대의 지혜와 에너지가 그대의 이야기와 함께 빛나게 될 것입니다. 나는 당신 글의 팬이랍니다.


불가사의, 사임다르크 에움씨!

연검을 닮은 사람! 막혔던 것이 뚫리니 갑자기 쏟아지는 듯 창대하게 흐를 것만 같은 사람아. 우리 열 가운데 작가적 재능과 소양이 탁월한 그대, 곧 바닥을 차고 오를 것입니다. 이미 차고 오르고 있는지도 ...


들국화를 닮은 녕이!

양장 입은 황진이! 동지섣달 기나긴 밤 한 허리 베어 내어 가슴 한켠에 담아 둘 수 있는 그런 여인. 진취적이고 매혹적인 아름다운 사람. 자신을 던질 줄 알며 자신이 원하는 무엇을 위해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깨어있는 그대에게 두터운 외투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곧  탈피하여 하늘하늘 나비가 될 것입니다. 지를 수 있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란 것을 알아요.


커피향이 나는 아이, 해언!

양파, 빨강머리 앤, 캔디, 둘리, 할머니…이 모든 캐릭터의 총합 = 어니언!

좀 더 까 보고 친구. 뭔가 큰 일을 벌여낼 것 같은 무한 잠재력이 느껴지는 사람. 혹 그간 어둡고 무거운 터널 몇개쯤은 더 지나야 할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빛을 찾아내는 천성을 가리지는 못할 것입니다. 네게서는 항상 빛이 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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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31 10:39:33 *.134.61.90

우리 뭔가 지대로 작당하는 그 날을 나도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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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31 13:45:44 *.255.24.171

다음에는 나를 주인공으로 꿈을 꾸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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