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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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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31일 13시 03분 등록

졸업여행후기



시간이 지나면 이 모든 것들이 비망록이 될 것이다. 촘촘히 얽어진 기억들이 언젠가 듬성듬성해질 무렵이면 다시, 촘촘해질 기억의 타래들. 지금, 무엇을 엮는지가 훗날을 더 품성하게 해 줄 터이니, 훗날이 아니더라도.

 여행을 시작으로 여행을 마지막으로 한 1년의 과정이 마무리되는 지점에서 모두들 같은 이야기를 한다. 이 과정은 각자에게 어떤 의미를 심어주더라도 기본적으로 공통의 분모를 만들어놓고 개인의 변화라는 분자를 파생시킨 듯하다. 공통의 분모라면야 사람과 사람에 대한 것이었고 그리고 책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래서인지 뒤따라 붙을 그리움과 아쉬움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났다. 굳이 따지자면 일년 365일 중 고작 열 두어 번의 만남이 있을 뿐이었던 사람들인데. 굳이 따지자면야 좋을 때도 있었다. 아무 생각이 없을 때도 있었다. 이게 뭐야? 할 때도 있었다. 그래도 보았던 날보다 보지 않았던 많은 날들을 이들의 생각으로 채웠던 적이 있다.

 그러니까 1년 여의 생활 중에 내 일상의 생각을 방해하는 요인이었다. 엄마라는 단어를 보면 울엄마만큼이나 해언이가 떠오를 때가 있다. 양파를 까다가, 해언이가 생각난다거나 곳곳에 등장하는 앨리스라는 이름을 보면, 북한발 김정은 기사에도 앨리스가 생각난다거나 김선형 기자가 너무 자주 보여 어랏, 찰나 언니 언제 기사썼지 같은 것, 같이 걸었던 상주의 북천교를 바라보거나 드라마 킬미힐미가 하는 시간이면 참치 언니 시간 맞춰 잘 보고 있을까 생각한다거나. 자전거만 보면 구달님 생각나는 것, 사진과 차를 보면 피울님 생각, 경쟁이란 글을 보면 녕이가 생각나고 심지어 USB를 찾을 때면 유섭 씨도 생각난다. 거미줄 보다가 공룡 둘리를 보다가 웨버가 생각나고 심지어는 파리를 보면 생각나기도 하고. 국수를 보면, 종종이란 글자를 보면 종종 언니를 생각한다.

 교장샘은 ‘너 안 뽑을려다가 뽑았어’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했다. 처음엔 숙연하게 듣다가 감사함을 조금 여기다가 자주(특히 술 여러 잔 걸치고 나면) 그 말을 하면 조금 얄밉(^^::::)기도 했는데 그런 고민 속에 뽑은 애를 보며 자기 판단을 조마조마했을까 생각하니 반복적인 그 말의 튀어나옴도 이해가 되었다. 뭐, 여튼 지금은 자신의 판단력을 믿는다했는데.....(맞죠?).

 교감샘을 볼 때마다 나는 찔렸다. 교감샘은 하고자 하는 것을 확신과 함께 계획적이고 행동적으로, 게다가 완벽하게 잘 이루어가는 사람이라서 특히 요즘의 나와는 많이 달랐다. 수업을 갈 때마다 내 생활의 한심함이 너무 드러나는 듯해서 교감샘의 행동방식에 대한 부러움과 함께 비실거리는 내 생활을 좀 잡아보자 했으나..... 그래도 북리뷰와 칼럼은 빠짐없이 올릴 만큼의 성실함은 유지했어요!  

 창님은 연구원 과정 내내 ‘창’을 날린 것으로 이름을 높이셨다. 데카상스인들의 반응을 보면 그 창이 주로 날라간 곳이 나인 것 같은데, 나는 멍청하게도 그게 창인지도 몰랐다. 아니면 그동안 너무 센 창들을 맞고 살아와 무디어졌거나, 단련되었거나. 아니면 창이 날아오니 막았거나. 그렇게 창님의 지적질인지 파이팅인지 모를 애매한 창들을 맞아 어떤 형태로든 나를 만들기는 했을 것이다. 겹겹이 쌓는 상태인지 겹을 푸는 상태인지는 모르겠지만 창을 맞은 사람은 창을 뽑거나 꼽힌 채로 죽거나~

 서원님은 말줄임표가 먼저 떠오른다. ~했는데, ……. 많이 들은 말이 ‘잘 할 줄 알았는데’ ‘기대했는데’ 뒤를 따르는 말줄임표다. 말줄임표가 아니라 ‘잘 해야지’ ‘그렇게밖에 못하니’라고 했다면 바득바득 잘하고 있잖아요 했을지 모르겠지만, 저 말줄임표는 정말, 사람을 다소곳하게 만든다. 그래서 부득부득 말줄임표가 길어지기 전에 뭐라도 막 떠들어 그 말없음의 시간을 덮어야 했다. 내가 말이 많아지게 만든 나름의 일등공신이 서원님이라고.... 

 자주 본 것 같진 않아도 이들이 요렇게 불시에 생각나는 것을 보면, 연구원 과정 속에서 이들과의 만남이 귀히 생각되기 때문일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있는 사람이나 제대로 관리하자며 더더욱 사람 사귐을 하지 않던 중에 만나 이해관계와, 이익이 아닌 사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하는 시간이었다. 어쨌든 이들은 모두 힘차다. 그저 무조건 파이팅이고 그래서 무엇이든 할 수 있어! 할 거야! 하고 싶어! 라며 제 욕망 또한 잘 잡아채는 사람들이다. 생각해보니 하나같이 욕심꾸러기인 듯도 하고. 생활과 이상 사이에서 잘 잡힌 균형 감각을 유지하는 사람들인 것도 같고 가끔은 머리를 도리도리 하게 만드는 사람들인 것도 같고. 이들 모두 ‘사람’을 통해 배웠다고 얘기했다. 배움의 형태는 다양하니까, 문득 “쟤처럼은 안해야지”를 깨닫는데 일조하진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나 또한 이들 모두에게 한해 동안 많이 피드백받고 격려받았다. 무엇보다 그냥 삶 자체의 안부를 물어주는 이들을 다시 만났다.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뭔가 모르게 짠하다.

 계절이 변화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럽게 내 생활의 어느 곳에 다시 또 이들의 생각들이 의식도 못한 사이에 비집고 들어올 때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생활은 이러한 기억들과 마주하고 살아감을 얘기하는 것이다. 더 많이 생각나도 조금 덜 생각나는 사람이야 있겠지만^^::::: 그래서 쫌 아쉬운가, 지긋지긋할 정도의 기억들이 아니라서. 어쩌면 늘 부럽게 만드는 교장샘의 10년의 역사가 지금부터 나에게도 시작되었을지도.  

 여행만큼 생각을 멀리로 날아가게 하는 것은 없다. 낯선 풍경과 이미지, 그리고 시간이 덧대어지면 가도 가도 끝없는 생각들이 펼쳐진다. 풍부하고 영양많은 식사로 위를 잔뜩 채웠다고 생각이 영양만큼 풍부해지지는 않음으로 생각과 생각 사이에서 영양가 없는 생각들을 조용한 그곳들에 조금 떨어뜨리고 왔으면 했다. 떨어져 나갔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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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31 13:53:08 *.255.24.171

나는 우리의 역사 속에 에움이 있어서 넘 좋아.

상주나 마산쯤에 있었을 에움을 내가 어케 마날 수 있었겠어.

아마 어디선가 만났더라도 이리 깊은 인연은 만들지 못했겟지?

나의 동기여서 고마워!

나 에움한테 싸인 미리 받아놀래. 상주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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