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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31일 22시 28분 등록

1년의 연구원 과정을 마치며

 

2015.03.31

10기 찰나 연구원

 

 

4.19탑에서 시작해서 충무사로 끝났다.

추어탕으로 시작해서 추어탕으로 끝났다.

마실 1.0에서 시작해서 마실 2.0으로 끝났다.

미스테리가 맞이하고 미스테리가 마지막 마무리를 해주었다.

 

미스테리하게 시작된 연구원 과정이 미스테리하게 마무리 했다. 어떻게 그런 시간을 보냈을까? 마치 꿈을 꾸고 일어난 기분이다. 영화처럼 하룻밤을 자고 일어났는데 나에게 초능력이 생겨서 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을 많이 해낼 것 같은 기분이다.

충무사에서의 이순신 가묘가 있었던 곳을 탑돌이를 하듯 세 바퀴를 돌았다. 한 남자가 선택한 길.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이루어냈던 많은 일들. 그의 여운이 느끼는 듯 했다. 그처럼 애국심과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도, 부모님에 대한 애틋함도 그만큼 크치 없지만 나도 나의 길을 선택하고, 나의 삶을 그만큼 열심히 살아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껏 그렇지 않아도 지금부터라도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수문해수욕장에서 처음으로 구본형 선생님을 제대로 만났다. 연구원 과정과 선배들을 통해서 듣고 느끼고 상상했었는데 거기서 그렇게 만났다. 파도소리와 갈매기의 울음소리가 어우러지고 구선생님처럼 여유롭고 넓은 마음을 가진 곳이었다. 소주한잔을 바치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여행에서 중요한 것은 맛과 사람임을 이제 확실히 알겠다. 예전에는 뭔가 보기에 바쁘고, 일정에 쫓기느냐 맛도 사람도 제대로 느끼지 못했는데 이제 일정에 쫓기지 않고 천천히 구경할 수 있고 풍광을 제대로 느끼며, 맛도 알고, 같이 가는 사람들의 즐거움을 알겠다. 그렇게 우리는 1년이라는 여행을 함께 한 것이다. 그래서 오프수업을 할 때 마다 우리는 더 맛있었고, 재미있었다. 교육팀 선배들의 맛과 데카상스 동기들의 맛이 어우러져서 우리는 맛있는 비빔밥이 되었다. 서로 다른 개성과 색깔들이 모여서 참기름을 얹은 우리는 비빔밥으로 합체가 되었다. 맛이 어우러져서 멋진 추억이 되었다. 그래서 수유리 추어탕으로 시작한 우리여행은 남원 추어탕에서 마무리가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실 2.0으로 향했다. 졸업여행으로 찾아갔는데 그 날이 바로 개업식이라니. 이런 절묘한 조화가 있던가. 마치 우리 과정의 여정을 말하는 것 같았다. 연구원101.0에서 연구원 102.0으로 거듭나라는 메시지를 음식하나 하나의 맛에서 알 수 있었다. 선배들이 있어서 우리가 있을 수 있음에 더없이 감사한다.

 

연구원 과정을 하면서 무엇이 변화되었는가?

많이 울고 많이 웃던 시간들 이었다. 살아오면서 웃음도 울음도 잊어버리고 불만과 화와 짜증으로 보내고 있었다. 45년 넘게 나는 나와 살았음에도 나에 대해서 아는 것은 없고 나와는 멀어진 껍데기로 살아가고 있었다. 나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성찰의 시간도 가져 보지 못했다. 그것이 필요한지도 몰랐다.

무엇에 대한 갈망이었을까? 이렇게 사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대안을 잘 몰랐다. 멈추고 싶어도 이미 달리기 시작한 레이스에서는 멈추기가 어려웠다. 마치 고속도로에서 달리던 차를 멈추면 대형 사고를 초래하듯 멈추면 큰 사고가 나는지 알았다. 멈출 수가 없었다. 정신없이 가던 길에 하나의 이정표를 발견했다. '삶의 휴게소'

그곳에서 나의 탐색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어 인간의 상상이 만들어낸 신화 속에서, 존재의 이유를 끊임없이 물었던 철학 속에서, 인간의 희로애락으로 만든 문학 속에서 나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동안 서양의 관점에서 받았던 교육에서 동양의 관점에서 다시 보니 역사는 다시 써야 했다.

그동안 가지고 있던 고정과 편견의 틀, 사회의 구조적모순 속에서 내 자신이 얼마나 허덕이고 껄떡이며 살았는가. 그래서 고정과 편견을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 보려고 노력중이다. 그리고 몇 천년 걸쳐 이루어진 '현재'라는 시간과 공간이 수많은 사람의 많은 노력에 의해 이루어진 것임을 알고 모든 것에 감사하다.

이 모든 것을 많은 책을 읽는다고 가능했을까? 인간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듣기에 지식은 쌓였을지 모르지만 어쩌면 고정관념과 편견, 사회적 불합리에 대한 불만들은 더 커졌을 것이다. 교육팀과 동기들의 심도 있고 예리한 질문들과 밤새워 나눈 이야기 등을 통해서 내 사고의 틀과 마음의 벽은 하나둘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오랜 습관으로 이루어진 것이기에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어렵지만 변화의 물꼬를 틀수 있었다. 700페이지 넘는 책도 이제는 읽을 수 있는 자신감도 생기고, 예전과는 책과 저자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3~4개월은 힘이 들어서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 고비를 넘기니 매 순간 순간이 기쁨과 감동의 순간이었다. 내 안의 나를 만나서 기쁘고 나에 대해서 더 많은 얘기를 할 수 있게 되어 더 기쁘다. 그리고 나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생겨서 더더욱 기쁘다. 이제 예전의 나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노력의 순간이 필요하다. 껄떡이고 허덕이던 것에서 이제는 좀 더 자유롭고 즐겁게 해나가자. 그리고 매 순간 기뻐하며 감사하자. 지금 이 순간에 만나고 있는 사람 한 사람 한사람이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인지 알고 그들에게서 받은 것을 다시 회향하도록 하자.

 

이제 다시 새로운 시작이다. 그동안 연구원 과정으로 힘도 들었지만 우리에게 변경연이라는 네비게이션이 있어서 무사히 잘 도착했다. 이제 새로운 여행지를 향해서 같은 버스를 타고 같이 출발하는 것이다.

 

진심으로 선배님들과 동기 분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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