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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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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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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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1일 09시 21분 등록


선생님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몇 가지 있다. 연구원 시절 내 약한 사회성에 대해 고민하는 글을 올렸는데 선생님께서 달아주신 댓글을 읽으며 가벼운 전율을 느꼈다. “너는 글을 쓰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니,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사회성에 대한 고민 같은 것은 밀어두고 오직 그 길을 가라는 말씀에 두 팔의 솜털이 오소소 일어서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몇 년후 모처럼 후배들의 수업을 참관하는 자리에서 막 서거한 노무현대통령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과도하게 감정이입을 한 내가 통곡을 한 적이 있다. 그런 내게 선생님께서 당신 옆으로 오라시며 손짓을 하셨다. 멋대가리 없는 나는 당연히 가지 않았지만 옆자리를 두드리는 손짓이 그렇게 정다울 수가 없었다. 선생님은 연민이 많은 분이었지만, 나를 쎄게보셨다가 우는 모습에서 다른 측면을 보신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께서는 내 두 번 째 책의 뒷날개에 과분한 덕담을 남겨 주셨다. “이 추천사를 쓰며 퀸의 노래를 찾아 듣고 있다. 프레디 머큐리에 대해 생각한다. 틀림없이 그는 노래 외에는 할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 한명석에 대해 생각한다. 그녀는 늦게 시작했으나 읽고 쓰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그녀는 이 일로 유명해질 것이다.” 유명해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필생의 사업을 위해 내 말을 경청해주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 유명해지는 것이라면 나는 그것이 필요하다.


감히 선생님과 견줄 수는 없지만 하는 일이 비슷한 범주이다 보니 뒤늦게 선생님의 언행이 사무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더러 마음이 닫히는 수강생을 만나면 인색하지 말라던 말씀이 생각나 가르치는 사람의 자세를 견지하게 되고, 시종일관 게으른 내가 한심할 때면 새벽마다 글을 쓰며 스스로를 글쟁이로 만들어간 엄정한 자세가 떠올라 부끄럽다. 선생님께서는 합정동에 오프라인 카페를 연 직후 어바웃미 데이를 하자고 제안하셨다. 모두가 하루씩 날을 잡아 무엇이 되었든 자신의 일부를 표현하며 소통의 봇물을 터보자는 말씀이었는데, 모처럼 하시는 말씀이니 신청은 했지만 무엇으로 그 시간을 채울지 막막했다. 나처럼 생각한 사람이 많았는지 신청자가 선생님의 기대치에 못 미쳤나 보았다. “어바웃미 데이를 제안했던 글에 “(신청하지 않은 연구원들도) 너무 멀리 있지 말아라하셨던 선생님의 댓글이 자꾸 생각난다.


어떤 길을 걸어갈 때 그 길을 먼저 걸어간 사람이 있었다는 것은 커다란 힘이고 위안이다. 그의 발자국이 지도가 되고, 그의 어록은 주석이 되어 오늘을 살아가는 내게 영향을 미친다. 선생님의 10년 변화경영은 필살기’, ‘사자’, ‘호랑이로 집결되는데, ‘필살기는 어느 것으로도 대체되지 않는 나만의 전문역량이고, ‘호랑이는 그런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는 방식이고, ‘사자는 깊이 만나 멀리 갈 수 있는 팀워크를 뜻한다. 세 가지 다 턱없이 미비하다. 후진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심지어 삶의 무대라는 것이 돌연 사라진다는 것까지 보여주신 선생님의 2주기가 다가오는데, 선생님이 누리지 못한 2년을 살아낸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IP *.230.103.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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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2 10:22:42 *.123.101.99

구본형 선생님의 책과 편지 만으로도 그렇게 영향력이 컸는데, 곁에서 훈련 받으신 분들은 오죽하시겠습니까.

'선생님의 2주기에 즈음하여~'라는 글을 읽으니 가슴에서 목까지 감동과 그리움이 밀어 올라옵니다.

정말 영향력 있는 구본형 선생님을 다시 회상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묵묵히 그 발자국을 잘 따라가시니 기쁨입니다.

필살기-나만의 전문역량

호랑이-"내가 여기 있다!"

사자- 함께 깊게, 멀리 갈수 있는 팀워크!

저도 다시 명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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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8 10:02:32 *.230.103.185

예, 선생님의 기일이 다가 오니

왜 그리 서둘러 가셨을까 자꾸 자문하게 되네요.

이렇게 선생님을 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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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2 14:36:04 *.122.139.253

한선생님,

성적표는, 물론 초라합니다. 아주 많이요.

하지만 그래도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건,

사부님이 계셨기 때문에,

그리고 아직도 사부님이 마음 속에 살아계시기 때문에,

오늘도 한발한발 내딛을 수 있는 힘이 된다는 겁니다.

결코 멈추지 않을,

또한 결코 멈춰서는 안 될 힘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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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8 10:06:23 *.230.103.185

ㅎㅎ 제가 워낙 게을러서요.  이럴 때나 깊이 반성해 보는 거지요.

조용히 활동영역을 넓히고 입지를 다져가는,

게다가 시종일관 차카기까지 한 재우씨는 언제 봐도 기분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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