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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11일 18시 09분 등록

 지우고 다시하다


지난주에 연습한 것 중에 회색톤이 들어가야 되는 부분을 거의 다 지웠다. 지우기 전부터 이건 좀 아니다 싶었다. 너무 거칠게 했는데, 넓은 면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마음 내키는 대로, 기존에 하던 방법대로 했는데 이 그림에는 맞지 않는 방법인 듯 했다. 마크 선생님께서 다른 방법을 알려주시려고 하시는 것 같다. 가장 밝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먼저 표현하도록 했다. 그것은 바깥쪽에서 시작해서 안쪽으로 그라데이션을 넣는 것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사진으로 보이는 것보다도 좁은 면에 하라고 하셨다. 그 뒷부분 회색으로 보이는 부분들은 나중에 하게 남겨두라는 의미였다.

20080904-7_all4jh.jpg

(9월 4일 거친선을 사용하여 했던 것)


20080910-1.JPG

(9월 10일 / 안쪽의 중간명암부분을 지우고 다시한 것)

보이는 곳보다 더 좁게하는 것은 어려웠다. 늘 하던 방법대로 자꾸만 돌아가려 했다. 어느 부분쯤에서 경계를 지어야 할지 나는 알지 못했다. 부드럽게 이어진 부분인데 그것의 어느 쯤에서인가 끊어야 했다. 보기에는 이어져 보이는데 어디에서 자른단 말인가. 그러다 보니 예전에 했던 방법으로 가려고 한다. 만일에 얼굴의 근육의 구성을 안다면 그 경계를 더 잘 갈랐을까?

 

나보다 앞서 같은 사진으로 그림을 그렸던 아저씨는 내가 연습하는 것을 몇 번이고 보신다. 원본 사진은 같고 연습하는 사이즈가 다르다. 또한 바탕으로 사용하는 색도 다르다. 아저씨는 빨강 바탕에 검정색과 흰색을 사용하여 그리셨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른 점은 아주 차분하게 꼼꼼하게 그린다는 점이다. 나는 그 점이 특히 부러웠었다. 지우개를 매우 잘 사용하시는 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 내가 같은 사진을 보고 크게 그리고 있는 것이다. 마크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방법대로 여인의 얼굴을 먼저 밝은 부분을 그렸다. 그것은 매우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바깥을 아주 진하게 만들었으니까 그리고 대부분의 화면은 까맣지 않은가. 작은 사이즈로 할 때는 느낄 수 없었던 그라데이션이 일부 들어간 것이다. 어쩌면 그렇게 하면 전체가 회색톤으로 보이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 같다.


 20080910-2.JPG

20080910-3.JPG

 

여인을 마치고, 남자의 셔츠 칼라를 하고, 여성의 드레스의 앞쪽 장식, 귀걸이의 광택, 그리고 넥타이의 땡땡이 무늬를 그리고는 멈추었다. 이제는 중간 밝기의 부분만을 남겨둔 것 같아 어디를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다. 또 마크선생님을 쳐다봤다. 막막했기 때문에. 선생님께서는 중간 부분은 엷게 칠하고 문지르라고 하셨다. 엷게 칠하고 반복하기를 했다. 먼저 한 밝은 부분과 너무나 동떨어져 보여서 어느 정도로 손에 힘을 주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러는 중에도 열심히 엷은 빗금을 치고 문질러갔다. 얼굴에 선이 그어졌다. 그것은 내가 한 것이지만 내가 의도하지 않은 것이었다. 내 성향의 반영이다. 급하고 거친 선. 빗금을 촘촘하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몇 가닥의 선들이 얼굴 위에 낙서한 것처럼 사선으로 남았다. 그것들은 옆에 있는 선과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마크 선생님께서 보시고는 개별 선들이 들어나지 않게 부드럽게 서로를 연길시키라고 하셨다. 여자의 얼굴, 여자의 목선, 남자의 양복깃......


오늘 시작할 때보다는 조금 더 부드러워지긴 했는데 아직도 아쉽다. 내 성향은 여전히 반영되었다.

 

< 다음에 그릴 때는 이런 거 신경 더 써야겠다. 음....사진을 찍어서 큰 것을 작게 전체로 한눈에 보니 몇가지가 보인다. 다음번에는 여인의 얼굴에서 부드러움을 넣어야겠다. 남성의 얼굴에 미소도 넣어야겠다. 여인의 가슴라인이 옷의 장식과 겹쳐서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여성의 어께선의 명도차가 심하다. 남성의 양복을 한번 더 체크해 봐야겠다. 이렇게 각이 졌었나? >

IP *.247.8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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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09.15 22:59:58 *.179.68.77
대단하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네 마음 속 그림에 다가가는 것 같으이~
내 아내도 미대를 나왔는데, 아직 제대로 그린 데생 한번 못보았는데.........네 그림은 실컷 보는구나~
우리 인생도 다시 지우고, 시작하는 작업의 연속인 것 같다. 근데 자꾸 지운 흔적이 남네~ 암튼 홧~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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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스
2008.09.16 01:08:27 *.37.24.93
지난번 이 비슷한 그림을 본것 같은데 이럴때 '일취월장'이란 표현을 쓰는건가....^^ 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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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윤
2008.09.16 09:10:43 *.134.248.85

안녕하세요 정동윤입니다.
행방불명된 누나를 찾습니다. 이름은 한정화!
언제부터인가 전화번호가 바꿔서...
과거에 구본형연구소에 참여한적있다기에 이 화실일기가 제가 아는 누나일것 같다는 생각이...
제가 찾는 누나가 맞다면 jdy8989@naver.com 으로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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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8.09.17 07:01:45 *.72.153.57
동윤아. 내가 아는 그 잘생기고 친절한 동윤이가 맞다면. 히히히.
 alll4jh@naver.com 010-6369-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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