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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26일 20시 36분 등록
"2008.9.24 화실일기 - 마무리/ 회합" http://www.bhgoo.com/zbxe/103195 의

가비얍게(?) 쓴 다른 버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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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9.24 화실일기
 
마크 선생님이 내가 그릴려고 준비하는 거 보시더니..  그날로 마무리해서 끝내고 다음시간에는 다른 거 그리자고 하시더라구. 

20080924-1.JPG


이날은 나도 기어이 마치려고 했다구.
그런데. 이런식으로 마치고 싶진 않았어.
1시간 정도 그리고 있는데 글쎄... 한잔 하러 가자며 모두 짐을 챙기라는 거야. 한달에 한번 있는 화실 회합이 날이라나 뭐라나.
선생님이 얼른 그만 그리고 정리하라고 해서, 다 못그리고 서둘러서 정착액을 뿌렸어.

20080924-2.JPG

머리카락을 좀더 자연스럽게 하라고 마크 선생님이 그러셨는데... 나도 그렇게 하고 싶었지.
아.. 그런데 평소에 10시에 끝나는 것을 생각하고 천천히 하는데 느닷없이 9시에 아랫층에서 작업하시던 아트 선생님이 올라오시더니, '오늘은 그만하고 맥주 한잔 하러 갑시다.' 그러시는 거야.

20080924-3.JPG

이 남자 얼굴도 더 살려야 하는데 말이야. 에구, 그러구 말이야. 난 그날 배운거 정리해서 글도 써야 하는데, 맥주 먹으면 아무것도 안돼잖아. 마음이 너무 심란하더라구.

그런데.. 자꾸 정리해라고 하는데, 더 손질해야 하는데 '오늘  못 마치면 앞으로 일주일 더 지나야하는데.. 그리고 그때까지 두면 그림 뭉개지는 데, 아이고. 아아고. 오늘 마치고 정착액 뿌릴라 그랬는데. 그냥 아쉬운데로 여기서 정착액 뿌리자' 하고 손 놨지.

20080924-4.JPG

정착액에서 본드냄새 오지게 나잖아. 그래서 밖에 다가 그냥 둘 수밖에 없었어. 비가 올 것 같은 심상한 기운이 있는데 어쩌겠어. 그래도 밖에 두어야지. 되도록이면 안전하라고 비가 좀 덜 들칠 것 같은 데 골라서 그림을 벽을 향해 세웠지. 화판이 방패가 되어주길 바라면서.

나랑 같이 진도 나갔던 아저씨에게 다음날 나오면 안으로 들여놔달라고 부탁을 드렸지.
왜 있잖아. 이 그림 그렸다고 한 박현만 아저씨, 차분하고 지우개를 연필만큼이나 잘 쓴다고 내가 몇 번 말했었잖아. 

그리고는 좀더 잘 그리겠다는 마음 접었어.  
술 먹는다는 데 쫄래쫄래 따라갔지.

같이 그림 그리는 사람들인데 거의 모두가 처음보는 사람이야.
화실동료들이 자기들 기억 못하고 , '열심히 그림만 그렸나보다'고 서운한 마음을 그 말로 대신하는데 미안했지. 세상에 6개월이 넘게 다니고도 얼굴 기억 못한다는 게 말이 돼냐? 내겐 말이 되지만...그들에겐 너무나 미안한 말이지. 내가 아는 사람은 딱 2명이더라구. 나와 같은 진도 나간 박현만 아저씨하고.... 한번도 말 안걸어본 60대 정도의 아저씨 말이야.
사실 난 사람 이름과 얼굴 기억 잘 못해. 그런데.. 그 사람 그림은 기억하는데, 이런 소리 하면 말도 안된다고 그러겠지. 하여간 그림으로 내개 말 걸었다면 기억했을 걸. 변명이긴 하지.

미안하니까 그날 회합에서 마꾸 떠들었어.

동양화 전공한다는 사람 이야기가 흥미있었어. 블랙에 대해서 이야기했거든. 입시에서는 어디가 진짜 어두운 데인지 확실이 밝혀줘야한다고 하더라구. 그리고 그림 그리는 실력은 단계적으로 는다고도 하더라구. 그래서 계속 그려야 한다고.

그말이 정말인지는 모르겠어. 화실에서 같이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 중에 그렇게 단계적으로 좋아졌던 사람을 아직 보질 못했고, 내가 사람 기억 못하잖냐... 그리고 썩 잘 그린 게 아니라면 눈에 안띄는 그림이라 기억 못했찌 뭐.... 하하하. , 또 내가 그런 경험이 없는 것 같아서.

아... 내가 화실 식구로 기억한다는 또 한분의 아저씨 있잖아. 그분은 대학교 교수님이시래. 학교에서 안식년이라서 해외로 나갈까 했는데.. 올해에 그림을 배우기 시작하셨다나.
그리고 박현만 아저씨는 그림 그리는 게 너무나 재미있대.   잘 그리시니까 화실 오시기 전에도 그리셨나 했는데... 아니시라고 하시데. 그런데 말이야. 직업이 건설쪽이라고 하시더라구. 설계도와 투시도를 그린 경험을 살리시나봐. 난 그 아저씨는 보는 능력을 이미 길렀을 거라고 생각해. 하여간 그리는 것은 인물화가 아니라도 그리셨을 거 아냐.

그림 배우는 거에 관해서, 진도라던가... 재미라던가 그런거 마구 이야기 하는데, 박현만 아저씨가 막걸리잔을 다 비우고 옆으로 돌리기를 제안하셔서 자꾸 잔이 오더라구. 그래서 한두잔 먹다가 일어섰지.

그림 안 그리고 한잔 하러 가자고 할 때는 무척 서운했었는데... 거길 끼길 잘했다 생각했어. 여러 사람들 얘기 들어보고 좋잖아.

참 다양한 경력들을 가지고 화실에 오더라구. 그리고 그림에 대해서 신나서 얘기하는 사람 이야기 들으니까 기분도 좋아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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