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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22일 16시 34분 등록
 섬진강 시인 김용택 선생 강연 ===  “사람을 귀하게 가꾸는 글쓰기 교육”

난 40여년 교사생활 중 초등학교 2학년만 26년을 가르쳤다.
2학년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몸으로 자기 삶을 표현하는 나이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나이다. 보라 2학년 아이들이 자기들 끼리 있으면서 얼마나 즐거운가. 아무것도 없어도 얼마나 행복한가. 뛰어놀 땅만 있으면 행복한 나이다.

2학년은 진실이 통하는 나이다. 어른들은 진실을 믿지 않는다. 선생들도 진실을 믿지 않는다. 그래서 난 동료인 선생 친구가 없다. 2학년은 진실을 안다. 진실할 때 다가오고, 아니면 멀어진다. 이런 2학년들과 평생을 보낼 수 있어서 행복한 인생이었다.

아이들에게는 글쓰기와 그림그리기를 주로 가르쳤다.
아이들을 3명 가르칠 때도 있었다. (강연이 점점 더 재미있어진다. )
고드름이 무언가? (2학년 생 4명의 답을 읽어준다.) 전부 기막힌 답이다. 재미난 답이다.
그런데 학교는 답을 하나만 원하는 교육을 한다. 이건 제대로 된 교육이 아니다.

“이젠 눈이 안 온다. 여름이니까.” 짤막한 표현으로 얼마나 명쾌한가? 나는 눈이 안 오는 이유를 몰랐는데, 내 학생은 이렇게 간단하게 답을 내렸다. 놀랍지 않은가?

세상을 잘 사는 사람은 자기 생각을 말과 몸으로 표현하며 사는 사람이다.
2학년은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나이다.

<Tip> 초등학교 1학년에서 고3까지의 교육과정은 인류가 살아온 내용 중에 엑기스만 뽑아서 만든 것이다. 이걸 공부하면서 재미를 발견하는 것, 그래서 그곳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것. 재밌는 것을 추리는 것. 그래서 재미난 것을 평생동안 하도록 만드는 것. 이것이 교육이다.

<Tip> 내가 가지고 있는 학생들 작품이 백여점 있다. 이걸 들고 언젠가 뉴욕을 가려고 한다. 이 작품들은 피카소의 작품이 부럽지 않은 작품이다. 우수하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보는 것이다.
잘 사는 사람은 자세히 보는 사람이다.
공부 잘하는 사람은 책을 잘, 자세히 보는 사람이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영어책을 잘 보는 사람이다.
훌륭한 정치가는 국민들의 사는 모습, 희망과 원하는 바를 잘 보는 사람이다.
훌륭한 과학자는 자연을 잘 관찰하는 사람이다.
하느님을 잘 믿는 사람은 하느님 말씀을 잘 보는(성경), 잘 듣는 사람이다.

보기는 봤는데 기억이 안 난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벚꽃은 필 때보다 질 때가 더 아름답다. 바람결에 나비처럼 날아다니는 벚꽃을 보며 말했다. “아. 참 아름답다.” 2년 동안 함께 차를 타고 통근하던 처녀 교사가 말했다. “근데 저 나무가 언제 저기 있었지?”  2년 동안 만날 지나던 길에 있던 벚나무를 보지 않았던 것이다. 선생이 말했다. “내가 엊저녁에 저기다 옮겨 심어놨어.”


중요한 건 자세히 보는 것이다.
자세히 보면 무엇인가를 안다. 무엇인가를 안다는 것은 의미를 찾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알게 되면 관계가 맺어진다.(동양은 관계론 적 세상이다.)
관계는 생각하게 한다. 생각은 정리해야 한다. 이때 하는 것이 글쓰기다.

삶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게 인생이다.
철학은 삶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것이다.
정리를 잘 하는 사람은 앞서가는 사람이다.

<Tip> 우리나라 남자들은 공부를 안한다. 맨날 술만 먹고. 여성들은 지적 호기심이 강하다. 강연 다녀보면 어딜 가나 여성이 많다. 남자들은 다 어디가서 무얼하고 있나? 술집에 가있나?  21세기 중요 이슈 3가지는 환경, 문화, 여성문제다.

관계가 정상적이면(건강하면) 그 사회는 정상적이다(부부관계, 친구, 사제관계, 시민사회....)
관계가 불안하면 사회가 불안한 것이다. 그러면 혼동이 온다. 갈등이 나타난다.
계층 간, 동서 간, 종교 간 갈등.....
우리 사회는 통제 불능 상태이다.(정치, 경제, 종교...)

삶을 논리적으로 정리하여 철학적 삶의 태도를 갖는 사람. 이런 사람은 신념을 갖게 된다.

세상은 세 가지다. (1) 살아왔던 세상, (2) 지금 살고 있는 세상, (3) 앞으로 살아갈 세상.
신념은 살아왔던 세상,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을 바탕으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방향을 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신념을 갖은 사람은 새로운 것을 찾아간다.(이를 위해서 정리가 필요하다)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은  진리와 진실을 찾아가는 것이다.  새것은 창조적인 것.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것이다.

그리기 위해서는 자세히 보는 것이 필요하다.
부인이나 남편 얼굴을 자세히 보는 사람이 드물다.
자세히 보면 신기한 것이 많다. 재미난 것이 많다. 예쁘지 않은 것이 없다.
자세히 보면 생각이 많아지고, 이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바로 글이다.

난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계획 없이 산다. 그냥 있는 현실만 본다. 현실을 자세히 본다.
난 과거를 돌아보지 않는다. 과거는 정리의 대상이다. 그냥 있는 현실만 자세히 본다.

현실에 중점을 둔다는 것은 일상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난 집사람에게 생일잔치 안 해준다. 이벤트 같은 거 안 해준다.
그런 거 안하는 대신 평소에 잘한다. 어질러졌으면 내가 치운다.
밥이 안됐으면 빵으로 때운다. 그깟 밤낮 먹는 밥 한 끼 안 먹으면 어떠냐.
좀 늦게 먹으면 어떠냐. 난 꼭 시간 맞춰 밥먹어야 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난 밥이 없으면 직접 라면 끓여 먹는다.

내가 라면을 맛있게 먹는 법 가르쳐 줄까?
라면을 두개만 가지고 부인과 함께 ** 바닷가에 간다. 가서 바다도 보고 하늘도 보고, 한참 구경하다가 바닷가에서 라면을 끓여 먹는다. 얼마나 맛있는 줄 아는가? 정말 맛있다. 근데, 여기서 중요한 게 있다. 라면을 꼭 두개만 가져가야 한다. 두개다.

학교와 가정은 애들에게 행복을 가르쳐주는 곳이다. 이때 스킨십이 중요하다.
아이들은 학교와 가정에서 행복을 배운다. 근데 학교는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가정이 중요하다.

인류 역사는 행복을 창조하는 것이었다. 행복을 찾아가는 것은 역사 창조의 길이다.

행복은 일상에서 온다. 작고 사소한 것에 있다. 작고 사소한 것에 감동하면 행복하다.
우리나라 남자들은 감동할 줄 모른다. 굳어있고 경직돼있다. 잔재미가 없다.
술먹으러 2차, 3차까지 간다. 왜?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다. 집에 들어가도 재미가 없어서다. 난 집에 들어가면 재밌다. 그래서 집에 가고 싶다.

애들을 가르치는 것은 자세히 보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무엇인지 알게 하는 것이다.
감동 있는 글, 살아 있는 글이 재미난 글이다. 2학년의 글이 그렇다.

정리는 진실과 통한다. 진실이 통하면 삶이 편해진다. 역동적이고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
애들이 즐거워하고 재미있어 하는 건 세상이 새롭기 때문이다. 신기하고 신비롭게 때문이다. 애들처럼 즐겁고 재미나게 사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역동적인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내 인생이 행복한 이유는 학생, 농부와 함께 산 인생이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문학과 예술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난 영화와 시, 그림을 사랑한다.
예술은 감동이다. 감동은 수없이 말을 하게 한다. 작고 사소한 것에 감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동이 있는 삶이 중요하다.

자연이 말하는 걸 받아쓰는 사람은 글 잘 쓰는 사람이다.
그 시대 사람의 생각을 잘 가져다 쓰면 글 잘 쓰는 사람이다. 이래야 생동감 있고 재미나다.

난 미래를 믿어본 적이 없다. 과거를 되돌아보지도 않는다. 과거는 정리의 대상이다. 과거를 돌아보는 사람은 정리를 못하는 사람이다. 난 지금이 좋다. 현실을 내 것으로 하는 것, 나를 소중하고 귀하게 가꾸어 주는 것이 좋다. 그것이 글쓰기다.

내가 가장 좋아 하는 말은 이것이다. “인생은 사랑하고, 감동하고, 희구하고, 전율하며 사는 것이다.” <로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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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이렇다.

자세히 보면 ===> 알게 된다(의미를 찾게 됨) ===> 관계가 맺어짐 ===> 생각 많아짐 ===> 논리적으로 정리(글을 통해서) ==> 신념 갖게 됨 ===> 새로운 세상 창조

IP *.97.37.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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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8.10.22 16:39:37 *.97.37.242

어제 저녁 김용택 선생님의 시민강좌를 들었습니다.
워낙 시에 문외한이라서 섬진강 시인도 몰랐었는데, 강연을 들어보니 좋더군요.
1시간 30분 강연을 나름대로 정리해 봤는데, 정리가 미숙해서 중언 부언이 많습니다.
그래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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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웅
2008.10.22 17:57:29 *.37.24.93
정산형님 고맙습니다...^^
마치 강연을 듣는 것 같네요.
보는 것에 대한 김용택 선생님의 생각을 곰곰히 생각하게 하네요.
그리고 이런 걸 언제 다 정리하셨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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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10.23 04:28:21 *.36.210.204
사랑하면 닮아가고 싶고 관심 갖게 되지. 시까지 관심의 영역을 넓혀가는 형아의 모습에서 어린 동심이 느껴져. 
형의 글을 보면 늘 애지중지 사랑하는 '아이' 생각을 떠올리게 되더라.  글 속에 늘 아이를 품고 있는 것 같거든. 교육보다 강한 건 사랑의 힘인 것 같아. 물론 그 사랑이 올바른 사랑이어야 하겠지만.

시인의 말이 다 옳은 것 같지는 않아. 나는 때대로 과거를 추억하며 살아. 내 유년의 기억에는 아름다움이 많이 들어 있거든. 그것을 꺼내어 힘을 얻고는 해. 요즘들어서는 정리가 잘 안 돼기는 해. 중년이 너무 꼬였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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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
2008.10.23 10:50:25 *.189.255.8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내 속에 무언가 정리가 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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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춘희
2008.10.24 09:45:10 *.111.241.42

좋은 시간이었겠네요. 강연회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우리집에도 2학년이 있어 많이 공감되네요.

그러고 보니 어디에 정신을 파는 것인지
자세히 보지 않고, 자세히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것이 아주 많은 것 같습니다.
자세히 보는 행복을 느껴봐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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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10.26 09:15:23 *.111.35.149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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